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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청구권,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소멸했는가

정말 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일본정부에 대한 배상청구권을 상실한 것일까요?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일각에서도 ‘한일기본조약'(한일협정)을 근거로 일본정부의 배상 책임이 소멸했다고 합니다. 국제법의 관점에서 위안부 청구권 문제를 살펴봤습니다. (편집자)

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 논란으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한일 양국의 대처에 다시 한 번 이목이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 민감한 사안의 강렬한 인화성 때문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논의는 뜨겁기만 할 뿐 해결의 실마리를 비추는 빛은 보이지 않는다. 해결의 실마리는커녕, 십수 년 전 이미 결론이 난 사안도 잘 알려지지 못한 실정이다.

위안부의 청구권 문제가 그중 하나다.

빼앗긴 순정 / 강덕경

“빼앗긴 순정”, 경남 진주에서 종군위안부로 끌려간 고(故) 강덕경(1929년~1997년) 할머니의 작품. 끌려갔을 당시(1944년) 할머니는 15살 소녀였다.

한일청구권협정(1965년),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

일본은 1965년 체결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이하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위안부가 일본정부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완전히 최종적으로” 소멸했다고 주장한다.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 제1항은 다음과 같다.

“양 체약국은 양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중략…)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

–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 제1항

배경지식 없이 한일청구권협정 조항만 놓고 보면 일본정부의 주장이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상당수 한국인 역시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UN보고서'(1998년), 일본정부 주장 전면 반박

그러나 국제법적으로 보았을 때 이 주장은 옳지 않다. 이는 비단 한국인이나 한국정부만의 주장이 아니다. UN 인권위원회, 국제법학자회 (International Committee of Jurists) 등의 권위 있는 국제기구들은 이 문제를 20세기 말에 이미 숙고하여 일본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지난 15년~20년 동안 그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UN 인권위원회는 [2차 세계대전 도중 설립된 ‘위안소’에 대한 일본정부의 법적 책임에 대한 분석] (이하 ‘UN보고서’) 이라는 보고서를 1998년에 발행했다. UN보고서에서 UN 인권위원회는 일본정부의 주장이 왜 그릇되었는지 조목조목 짚어낸다.

‘강행규범'(jus cogens)이란 무엇인가

전 위안부의 청구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일반국제법의 ‘강행규범'(jus cogens)이다. 강제규범은 국제관습법의 일종으로, 인간이라면 마땅히 따라야하는 규범이다. 즉, 국제법 상에서 별다른 성문법이 없는 상황에서도 이를테면 강행규범이 금지하는 집단 학살(제노사이드), 노예제, 고문 등을 자행해서는 안 된다.

UN보고서도 이점을 가장 먼저 지적한다. 위안부는 일종의 노예제였으며, 전시에 일어난 강간이기도 했다. 2차대전이 일어나기 전에도 이러한 행위는 국제법 하의 강행규범으로 금지되어 있었으며, 당시 일본은 그러한 강행규범이 존재하는 것을 인정했고, 그에 따를 것이라고 국제적으로 선언한 상태였다.

이를테면 [여성과 아동 인신매매금지에 대한 국제협약]은 1921년에 국제연합에서 공표되어 매춘을 목적으로 한 여성의 인신매매는 강행규범으로 금지돼 있다는 사실을 확실했으며, 일본은 1925년에 이 협약을 인준하여 그 강행규범을 따를 것이라고 국제적으로 공언했다. 1932년에는 국제적으로 노예제를 금지하는 협약이 20개가 넘어서, 노예제 금지는 국제법의 강행규범이란 것이 분명해졌다. 일본 국내법마저 노예제를 금지한 상태였다.

종군위안부

전쟁에서 생존한 한국인 위안부(1945년 9월 3일, 중국 윈난 성)

또한 1907년 헤이그에서 공표된 [육전에서의 전쟁법규와 관례존중] 3장 46조에서도 “가족의 명예는 존중되어야 한다”라고 적시하고, 여기서 “가족의 명예 수호”의 개념은 여성이 강간을 면할 권리를 포함한다고 UN보고서는 지적한다.

위안부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은 두 가지 이유

이러한 강행규범 위반에 따른 청구권은 오롯이 전 위안부 개개인이 지니고 있다. UN보고서는 두 가지 이유로 한일청구권협정의 존재가 위안부의 청구권을 소멸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1. 협정 체결 당시 일본정부는 위안소 설립 개입을 부인했다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일본정부가 위안소 설립에 개입했다는 것을 숨겼다. 따라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전 위안부의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할 권리를 잃었다.

2. 협정은 인권문제나 전쟁범죄에는 적용할 수 없다

한일청구권협정은 한일 양국의 재산과 경제적 관계에 대한 문제만을 다룬 것으로, 인권문제나 전쟁범죄 문제를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이 자명하다. 즉, 반인권적인 전쟁범죄의 피해자가 마땅히 가지는 배상 청구권을 조약이나 협정으로 소멸시킬 수는 없다.

종군위안부 소녀상

“위안부 소녀상”, 2013년 7월 미국 LA 근교 글렌데일시에서 설치.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중 수십만 명의 소녀를 위안부로 동원했다. (사진: Melissa Wall, CC BY NC)

결: 일본정부는 위안부에 대한 배상 책임 있다

UN보고서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현 보고서의 결론은, 일본정부는 현재까지도 심각한 인권 침해와 인도주의 원칙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이 있으며, 이러한 위반은 전체적으로 반인도적 범죄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반대 변론, 특히 인도주의 원칙에 의거한 노예제와 강간금지 원칙을 공격하는 변론은 50여 년 전 뉘렘베르그 전범재판에서도 설득력이 부재했으며, 현재도 설득력이 없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각종 평화조약과 협정을 통해 모든 청구권을 이미 사멸시켰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로 설득력이 없다.

이는 일본군이 이러한 강간센터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에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을 일본정부가 아주 최근까지 숨겨왔다는 사실에 크게 기인한다. 전후 일본 정부는 기타 아시아 정부와 평화 및 배상 협정을 맺었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였기 때문에, 오늘에야 그러한 평화협정에 의존하여 법적 책임을 소멸시키려는 것은 법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난다.

이보다 더 분명하게 전 위안부에 대한 일본정부의 법적 책임을 선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강조하면, 위안부에 대해 일본정부는 국제법적으로 배상할 책임이 있으며, 이는 이미 예전에 국제사회에서 논의가 끝난 사안이다. 위안부 문제라면 목소리가 높아지는 세태 속에서, 이렇게 오래전에 정립한 내용을 상당수 국민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현실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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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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