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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 우리는 이미 충분하지 않나요?

2014년 5월 13일, 유럽사법재판소(ECJ)의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에 관한 판결은 전 세계적으로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촉발했다.

곤잘레스 vs. 구글 사건 (2010년 7월)

스페인에서 있었던 ‘곤잘레스 vs. 구글 사건 (2010)’ 사건에서 스페인정보보호원은 곤잘레스의 청원을 받아들였다. 구글은 이 결정에 당연히 반발했고, 다시 사건을 유럽사법재판소로 끌고 갔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구글은 패소했다. 즉, 2010년 스페인 판결이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확정되고, 구글 패소가 재확인된 셈이다. 이것이 이른바 뜨거운 화두로 등장한 ‘잊혀질 권리’ 판결이다.

곤잘레스 vs. 구글 사건(2010) 개요

스페인에 거주하는 인터넷 이용자 곤잘레스(Mr Costeja González)의 이름을 구글 검색엔진에 입력하면, 각각 1998년 1월 19일과 3월 9일 자 ‘라 방구아르디아'(La Vanguardia) 2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를 얻을 수 있었다. 그 기사에는 사회보장채무의 집행을 위한 압류 소송과 관련한 부동산 경매와 연계하여 곤잘레스가 언급돼 있었다.

곤잘레스는 구글 스페인과 구글 본사에 개인정보가 검색결과에 포함하는 것을 중지하고, 더 이상 해당 신문으로 연결하는 링크에서도 나타나지 않도록, ‘곤잘레스’와 관련된 개인정보를 제거하거나 숨길 것을 요구하였다. 곤잘레스는 자신과 관련한 압류소송은 수 년 동안 완전히 해결되었고 현재는 전혀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2010년 3월 5일, 곤잘레스는 구글 스페인(Google Spain), 구글 본사(Google Inc.)를 상대로 하여 스페인정보보호원에 청원을 제기했다.

2010년 7월 30일, 스페인정보보호원은 구글 스페인과 구글 본사에 대한 청원을 인용했다. 스페인정보보호원의 판단(판결요지)은 다음과 같다.

  • 검색엔진의 운영자는 그들이 책임지고 있는 정보 처리를 실행하고 정보사회에서 매개자로서 활동한다면 정보보호법을 따라야 한다
  • 정보의 소재와 확산은 넓은 의미에서 정보보호의 기본적 권리 및 인간의 존엄과 절충되어야 한다.
  • 그러한 정보가 제3자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는 사람의 단순한 바람을 아우른다고 판단할 때 정보의 철회와 검색엔진 운영자에 의한 일정 정보에 대한 접근의 금지를 요구할 권한을 가진다.
  • 해당 정보가 나타나는 웹사이트로부터 해당 정보를 삭제할 필요 없이 직접 검색엔진 운영자에게 그러한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 최경진, [소위 “잊혀질 권리”에 관한 유럽사법재판소(ECJ) 판결의 유럽 법제상 의미 – 구글 사건을 중심으로](1쪽, 2쪽)을 발췌 인용.

유럽사법재판소 판결 (2014년 5월), ‘잊혀질 권리’ 전 세계 촉발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요지를 간단히 함축하면 다음과 같다.

‘인터넷 검색업체는 부적절하거나 시효가 지난 검색 결과물에 대해 해당 정보 주체의 요청에 따라 링크를 제거할 책임이 있다.’

이른바 ‘디지털 기록’이 평생 사람들을 쫓아다니는 것은 ‘대중으로부터 격리될 권리’,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

우리나라 개인정보법의 ‘개인정보’

누군가의 이름을 검색하면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해 프로파일링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진 시대에 자기정보를 지키기 위한 방어권을 인정해준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국내법은 개인정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것을 포함한다)를 말한다.”

–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정의) 중 제1호 “개인정보”

즉, 우리나라에서 개인정보는 흔히 주민등록번호 등을 중심으로 이해되지만, 다양한 개인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대의 개인정보 이슈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잊혀질 권리 vs. 표현의 자유

제프리 로슨

제프리 로슨 (2008년 당시 모습, 위키미디어 공용)

제프리 로슨(Jeffrey Rosen)교수는 2012년 스탠포드 법리뷰(Stanford Law Review)에서 잊혀질 권리를 적용할 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심각한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로슨은 개인에 관한 정보가 사실임에도 당사자가 요청하면 인터넷에서 삭제하는 게 당연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로슨은 해당 개인정보가 언론보도를 위한 것, 예술적이거나 문학적이라서 허용해야 함에도 이에 관한 관리 감독에 관한 의무를 사업자 책임으로 돌릴 경우, 사업자의 검열이 본격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인터넷이 더 이상 표현의 자유를 위한 중립적인 플랫폼으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박경신 교수

박경신 교수

오픈넷 박경신 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역시 ‘표현의 자유’ 위축과 ‘역사적 사실’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고 염려한다. 프라이버시 보호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자칫 ‘잊혀질 권리’가 현실적으로 사실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다.

“명예훼손은 물론 사생활의 침해도 아닌 합법적인 정보를 안내하지 말라고? 이렇게 해석되는 ‘잊혀질 권리’는 결국 동료들이 이미 적법하게 알고 있던 자신에 대한 진실을 국가의 힘을 빌어 동료들의 기억으로부터 삭제하겠다는 시도일 뿐이다. (……중략……)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에 반대하는 견해를 냈던 검사장(Advocate General)의 말이 명징하다. “과거의 보도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과거의 보도를 새로운 내용으로 교체하는 것은… 역사를 위조하는 것(falsification of history).” (……중략……)

일제시대 때는 친일을 했지만 지금은 마음이 바뀌어 애국하고 있다는 이유로 친일인명사전 색인에서 자신의 이름을 삭제해달라는 것과 다름아니다.”

– 박경신, [경향 시론] 잊혀질 권리, 2014년 6월 9일 자 중에서

독일 ‘배우 살인사건'(2008)과 스트라이샌드 효과 

곤잘레스 사건 이전에 가장 유명한 사건은 독일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볼프강 베를레(Wolfgang Werlé)와 만프레드 라우버(Manfred Lauber)는 1990년 발터 제들마이어(Walter Sedlmayr)라는 배우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1993년 유죄 선고를 받아 15년간 복역했다. 이들은 출소 후 위키백과에 이 사건과 관련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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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베를레와 만프레드 라우버

2008년 1월, 함부르크 법정은 이들이 이미 죗값을 치렀고, 범죄자에게도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위키백과 독일어 사이트에서 이들의 이름은 삭제됐다. 반면, 위키피디아 영어판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1조를 들어 요구를 거절, 아직 위키백과에 관련 글이 남아있다.

독일 ‘배우 살인사건’ 사례는 프라이버시 논쟁과 관련한 대표적 사례로도 언급되고 있다. 당시 가디언은 이들의 시도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스트라이샌드 효과’가 나타난 사례로 보도했다. 스트라이샌드 효과는 온라인에서 열심히 지우고 삭제하려고 노력할수록,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널리 알려지는 역효과를 의미한다.

곤잘레스 역시, 아마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논란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여기서 프라이버시 보호와 표현의 자유,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지 여부는 국가와 사회마다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 이 문제가 여전히 논쟁적인 현재진행형 이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곤잘레스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곤잘레스(사진: 로이터, BBC에서 재인용)

우리나라, 이미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잊혀질 권리’의 법률적 근거를 구하고자 할 때는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우선 ‘개인정보보호법’이 당연한 검토 대상이 된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차원에서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관련 논의는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국내 현실에서 ‘잊혀질 권리’는 이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을 통해 보호받는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2(정보의 삭제요청 등)가 규정하는 ‘임시조치‘는 전 세계에 드문 제도다. 미국과 유럽 등 대다수 주요 국가에는 없는 우리나라에서만 운용하는 제도가 바로 ‘임시조치’ 제도다.

임시조치는 '블라인드(blind, 눈 가리개)'조치라고도 불린다. (사진: marsmet463, CC BY NC SA)

임시조치는 ‘블라인드(blind, 눈 가리개) 처리’라고도 불린다. (사진: marsmet463, CC BY NC SA)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정보의 삭제요청 등)

①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이하 “삭제등”이라 한다)를 요청할 수 있다. (권리침해 주장자를 보호하는 규정)

②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해당 정보의 삭제등을 요청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ㆍ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를 한 사실을 해당 게시판에 공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서비스 사업자, 즉, 포털 의무 명시한 조항: 제1항 요청을 받으면 포털은 ‘삭제’하거나 ‘임시조치(블라인드 처리)’하거나 둘 중 하나를 반드시 해야 함.)

④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정보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하 “임시조치”라 한다)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시조치의 기간은 30일 이내로 한다. (‘임시조치’ 조건과 내용을 규정)

이 법의 핵심은 ‘누구나’ 권리침해 신고를 할 수 있고, 이 경우에 사업자는 어떤 조치든 취해야 한다는 것에 있다. 현재 각 사업자는 불법성이 명확할 경우, 곧바로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다.

다만 명예훼손이 이슈라면 어떨까? 일개 사업자가 불법성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즉,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론) 복원이 가능한 (현실적으론 영구적인 삭제 효과가 큰) ‘임시조치’한다.

당사자 신고 만으로 최소한 임시조치, 혹은 삭제 처리가 이뤄지도록 법에서 규정하는 것은 주요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제도다.

임시조치 남용이 오히려 문제

명예훼손 자체가 판단하기 어렵다 보니, 대개 권리침해 신고자들은 해당 게시물에 자신의 이름이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문제 삼는다. 임시조치 남용 문제가 발행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는 셈이다.

실제로 임시조치 오남용이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키면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키소’)는 공인의 경우, 공공의 알 권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해당 게시글이 명백하게 허위로 소명되지 않는 한 처리를 제한하는 ‘정책결정’을 했다. 그러나 이는 공인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이번 사건에서 곤잘레스를 대입하면, 곤잘레스는 그냥 민간인일 뿐이다.

곤잘레스가 만약 국내 포털 사업자에게 같은 요청을 했다면 국내 사업자들은 위 조항에 근거해 ‘임시조치’를 해야만 한다. 곤잘레스에 관한 게시글은 다 지웠을 것이다. (참고로 언론사 링크를 지우는 건 아니다. 포털과 언론사간 계약 관계에 따라 포털은 언론사 링크를 검색 결과에서 제외할 수 없다. 이 부분은 ‘언론의 표현의 자유’라 좀 다른 조건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 게시물을 규율하기 위한 제도였으나, 사실상 ‘누구나 손만 들면’ 게시글 처리가 가능하도록 해준 제도다. 공인을 제외한 것은 법적 위험을 감수한 키소 회원사들의 선택이었을 뿐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국내 사업자들(포털)은 검색 제외 요청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결 등 명백하게 불법이 확인된 경우, 검색결과에서 노출을 제외한다. 일차적으로는 해당 원본 게시글이 있는 사이트에 44조의 2에 따라 처리 요청을 하도록 권하지만, 원본 사이트가 영세하거나 연락 자체가 어려운 경우 등에는 검색제외 방식도 가능한 절차로 마련돼 있다.

제도 자체보다는 이를 악용하고, 오남용하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미지: Warm 'n Fuzzy, CC BY NC ND)

임시조치 제도 자체보다는 이를 악용하거나 오남용 하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미지: Warm ‘n Fuzzy, CC BY NC ND)

저작자 요청시 “지체 없이 즉시 삭제”하라는 망법 개정안 

2013년 2월 이노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제44조2에 제7항을 신설하는 안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용자가 자신의 저작물로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한 정보에 대하여 해당 정보를 취급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지체 없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확인 절차를 거쳐 해당 정보를 삭제하고 즉시 신청인에게 알려야 한다”

현행법이 사생활 침해 혹은 명예훼손 등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 한하여 게시물 처리를 규정함에 따라, 개인이 자신과 관련된 내용 또는 과거 자신이 작성한 글 등에 대해서는 삭제 요구가 어려울 수 있다는 고민을 담은 내용이다.

타당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내용이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당사자’가 내용 여부에 상관없이 문제가 있다고 ‘손만 들면’ 처리해주는 상황이다. 또 당사자가 쓴 저작물에 대해서는 현행 저작권법에 따라 처리할 수 있다. 창작물이어야 한다는 ‘저작물’의 규정으로 인해 모두 처리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문제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정교하게 판단이 이뤄지지 않는다. ‘당사자’의 ‘요청’을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고려해 대부분 처리한다.

그 덕분에 저작권 침해가 아닌데 무리하게 삭제됐다는 이유로 송사에 휘말려, 결국 사업자가 패소한 사례도 있다. 검색 사업자의 책무가 강화되는 것은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삭제

권리자나 권리침해 주장자의 말만으로 바로 삭제(delete)하는 게 능사일까? (사진: M i x y, CC BY NC SA)

합법정보까지 관리의무 강화? 포털은 소극 유통 정책 펼 수밖에

이번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은 ‘잊혀질 권리’에 더해 원본 게시글이 살아있더라도 검색사업자의 책무를 다르게 규정했다. 검색 엔진의 통상적 데이터 수집, 처리를 개인정보 수집, 처리로 인정함에 따라 검색서비스 사업자에게 ‘정보 관리자’의 책임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즉, 원본 게시글이 존재하더라도, 불법 정보가 아니라 합법적인 언론 보도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검색되지 않도록 할 책무가 경우에 따라 발생하는 구조다.

그러나 OECD는 그동안 인터넷 업체가 각종 콘텐츠의 중간 통로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불법복제 콘텐츠가 이동하게 되지만, 정부는 이런 ‘중개 역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정보를 매개하고 중개하는 서비스에 대해 직접 책임을 물을 경우, 정보 유통을 제한하려는 필요성이 발생하며, 이는 사업자의 검열 논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주요 인터넷 기업은 관련 제도 준비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적지 않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보도한다. 단순히 비용 문제로만 볼 수 없다. 다양한 정보를 수집, 처리하는 과정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사업자들로서는 서비스 리스크를 낮추는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합법 정보라도 검색되지 않도록 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하면, 정보 유통을 차단하는 편이 쉽고 타당한 결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비드상 검열

정보 유통에 관한 정부 규제가 강화하면 사업자는 법적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을 강하게 띨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사업자의 검열’ 논란을 일으킬 위험을 지닌다. (이미지: RedDawn Bade, CC BY NC SA)

공공의 이익은 어디까지?

검색서비스 사업자로서 ‘잊혀질 권리’는 어느 수준에서 보호해야 하는지, 적정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일단 공공의 이익을 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잊혀질 권리’보다 ‘공공의 이익’이 우선시 되어야 할 사안은 어디까지일까? 현재 키소는 ‘공인’이라는 기준을 중요하게 보지만, 때로는 평범한 민간인이라도 ‘공공의 알 권리’가 더 가치 있는 경우가 발생한다.

정치인 병역 비리는 공인이라서 ‘알 권리’에 해당하고, 연예인 병역 비리는 공인이 아니라서 상관없을까? 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잊혀져도 되는 걸까? 특정 사건이 발생하고 몇 년이 흐르면, 노출하지 않는 것이 타당할까? 1년 전이든, 10년 전이든 상관 없는 문제일까? 이해가 상충하는 상대방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잊혀질 권리’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까?

예컨대 A 씨와 B 씨가 소송을 벌였고, 기사화됐는데, 몇 년 뒤 A 씨가 정보 삭제를 요청할 경우, B씨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냥 삭제를 진행해도 괜찮을까?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등 현행법상 불법인 정보가 현재 처리되는 절차를 갖추고 있다면, 앞으로는 불법이 아닌 합법 정보도 당사자가 요청하기만 하면 모두 ‘잊혀질 권리’에 포함해야 하는 것일까?

물음표

‘잊혀질 권리’는 공익과 사익의 조화 문제, 표현의 자유와의 조화 문제, 사기업에 의한 검열로 왜곡될 수 있는 위험 등 수많은 질문과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사진: Oberazzi, CC BY NC SA)

잊혀질 권리, 그 범위는 어디까지?

잊혀질 권리의 물리적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문제가 된 사안을 검색 제외 처리했는데, 계속 이용자들이 관련 게시물을 추가로 생성하고, 계속 그 사안이 논란거리가 되면 수시로 지켜보면서 모두 제외 처리해야 할까? 원본, 복사본, 2차 저작물 등 다양한 게시물에 대해 모두 같은 기준으로 처리하면 될까?

당사자 요청과 상관없이 해당 이슈는 절대로 잊혀서는 안될, 기억해야 할 문제라며 누군가 계속 게시물을 작성하여 새로 올린다면, 그 사람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있을까?

곤잘레스 사건이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 논쟁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라는 이유로 전 세계에서 곤잘레스와 관련한 글을 올리는 상황에서, 곤잘레스가 또다시 ‘잊혀질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언론사는 ‘잊혀질 권리’ 예외, 이용자 콘텐츠만 삭제?

“대부분의 언론사는 ‘잊혀질 권리’의 저널리즘 영역에의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잊혀질 권리’ 토론회에서 한 발제자가 이렇게 지적했다. 이번 ‘잊혀질 권리’ 판결도 언론사 원본 기사는 보호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지상파와 라디오, 신문과 잡지로 분류되던 미디어는 이제 누구나 올리는 유튜브 동영상, 블로그 게시글, SNS로 확장한다. 언론사 콘텐츠는 ‘잊혀질 권리’에서 벗어나 예외적으로 보호되는 반면, 이용자들이 만드는 콘텐츠는 언제든 ‘잊혀질 권리’에 따라 삭제할 수 있는 현실은 부조리하다.

표현의 자유

디지털 시대는 협의의 언론과 이용자(독자)의 경계가 희미해진 시대지만, ‘잊혀진 권리’는 이용자 콘텐츠만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 Looking Glass, CC BY SA)

이는 현재 국내에서는 ‘임시조치’ 제도와 관련해서도 이미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미’ ‘너무’ ‘과하게’ 잊혀지는 대한민국 

검색서비스는 사람들이 찾고자 하는 정보를 더 정확하게, 더 적합하게 찾아주기 위해 계속 진화한다. 개인의 프로파일링 정보를 공권력이나 거대 자본이 악용할 가능성을 우려해야 마땅하다. 그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용자의 편의 등을 위해 온 세상 정보를 찾아주는 게 검색 서비스의 존재 이유다.

국내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인터넷상의 표현이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을 더 무겁게 보고, ‘임시조치’를 비롯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이미 마련해두고 있다. 이런 제도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논란이 오히려 더 큰 실정인 것이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임시조치된 게시물은 23만 건, 2013년에는 8월까지 이미 22만 건에 달했다. 임시조치 제도는 우리 사회의 합의에 따라 도입된 제도인 동시에 전 세계에 드문 제도라는 점은 여러 가지 고민을 불러온다.

‘잊혀질 권리’에 대해 전 세계가 고민에 나섰다. 이용자와 사업자를 포함한 전문가 그룹에서 더 많은 논의를 통해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잊혀질 권리는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숙제를 우리에게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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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마냐
초대필자, 인터넷정책

인터넷 정책에 대해 공부하고 커뮤니케이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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