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 사회 » 세월호와 돈 그리고 참 나쁜 대통령

세월호와 돈 그리고 참 나쁜 대통령

세월호 참사의 원인에 관한 해석은 차고 넘친다. 나는 앞서 대통령과 관료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다룬 바 있다. 여기서 돈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에 관해 좀 더 살펴보자.

그 이해의 결과는 엄청난 분노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미리 당부 드리겠다. 이 글은 내가 살아오면서 겪고, 관찰한 관료들의 행태와 거기에서 출발한 해석에 불과하다. 이 글은 사회과학적 근거를 확보해 논지를 펴는 학술적 가설이 아니다. 이 글은 내 체험적 진실에 바탕을 둔 개인적 해석이라는 점을 밝혀 두고 시작한다.

1. 문제는 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무능한 사고 대처, 피해자 구조 과정의 핵심 이유는 바로 ‘돈’이다.

해경, 어떤 조직인가?

일단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관할기관인 해양경찰청을 살펴보자. 대략 만 명 수준의 인력, 연간 1조 정도의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으로, 일반 경찰(해경은 일반 경찰을 육경이라 부른다)과는 전혀 다른 조직이다. (참고 자료: 2013 해양경찰백서)

  1. 인원은 만 명 조금 넘는다. (10,652명)
  2. 연간 예산은 약 1조 1천5백억 원이다. (11,538억 원)
  3. 인건비로는 1년에 약 5천억 원을 쓴다. (4,978억 원)
  4. 따라서 인건비로 예산의 약 43% 정도를 쓴다.
  5. 참고로 구조 인프라 확충에 167억 원을 썼고, 청사 신축 등에 703억 원을 썼다. (2012년 기준)

2013_n

2013_1

2013_0

해경의 장비, 얼마나 될까?

육지와 달라 해경이 쓰는 장비는 상대적으로 고가다. 즉, 육경이 경찰차 사듯이 보트를 사기 힘든 것이 해경이다. 선박 가격대를 생각해 보면, 해경들이 왜 맨날 고무보트나 타고 다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그런 장비들의 유지보수 비용도 매우 고가일 수밖에 없다.

이는, 앞서 지적했듯, 해양 재난 구조 인프라 확충에 사용한 예산은 167억 원에 불과하고, 장비 관리에만 1,503억 원을 썼다는 사실로도 유추해볼 수 있다. (물론 청사 신축에 7백억 원이 넘는 돈을 썼다는 점은 일단 논외로 하자.)

결국 약 만 명의 인원에게 주어진 1조 1천5백억 원의 예산은 그저 조직이나 겨우 유지할 수준이지 고가의 구난 장비들을 구매할 여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 돈으로 겨우겨우 꾸려가고 있는 것이 해경이다. 해경 출장소에 보트도 없고 기껏해야 제트스키 수준의 장비만 가지고 있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닌 것이다.

2013_boat

이렇게 되면 기본적으로 해경 장비만으로는 구조작업 자체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다른 지역의 해경 장비를 마구잡이로 동원할 수도 없다. 그랬다가 다른 지역에서 또 사고가 터지면 어쩌겠는가? 원칙적으로 일상적인 업무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결국, 민간 인력과 장비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

2. 결국, 문제는 다시 돈이다

그러면 추가적인 예산이 필요하다. 민간 잠수사 구조요원들, 자원봉사의 마음으로 달려오는 사람도 있지만, 이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일주일씩 매달려 있게 되면 인건비는 제외하고라도 엄청난 실제 경비가 발생한다. 그 경비는 해경에게 청구할 수밖에 없다. 청구했는데 못 주면, 안 주면 민사소송으로 이어진다.

보험금으로 부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해경이 비용을 썼다고 해서 사고 해운사에 부담을 시킬 수도 없다. 아무리 민영화가 된다고 해도 경찰은 국가 서비스이고 무료인 것이다. 결국, 해경은 다른 부서나 상위 부처에게 예산 편성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고위층의 결정이 필요한 일이다. 결재 없이 돈을 집행했다가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러면 관료들은 움직이지 못한다.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

사고 초반에 예인선을 불러 배의 전복을 막자는 아이디어, 오징어 배 아이디어, 오징어 배보다 더 현실적인 고등어잡이 어선의 수중등 아이디어, 심지어 다이빙 벨 같은 장비들, 해경이 선뜻 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돈이다.

자원봉사자들을 모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자원봉사라고 해도 실제 경비는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사건이 끝나면 다들 현실로 돌아와 냉정해지기 마련이다.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 것이 아니다. 돈이 속인다.

최고 결정권자의 결단이 공무원을 움직인다

그렇다면 대형 사고 발생 시 관료들의 구조 활동은 아예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가? 그건 또 아니다. 최고 결정권자의 결단이 있으면 된다. 만약 대통령이 직접, 이번 사고에 대한 구조작업에 예산이 문제가 된다면 얼마든지 해결해 줄 테니 고가의 민간 장비나 인력이라도 동원할 수 있는 만큼 다 동원하라고 언질을 주게 되면 그때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민간 잠수사들이 요구하던 바지선 대량 투입도 가능해진다. 이런 것들 비용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높다. 관료들이라고 해서, 국가 예산을 집행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우습게 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그럼에도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예산 신경 쓰지 말고 돈을 써도 된다는 언질을 주게 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3. 어떤 약속, “정부는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할게요”

잠시 상기해 보시라.

태안에 삼성 선박 기름 유출 사고(2007)가 났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거듭 강조했던 말을 기억하실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하소연하는 어민에게) “정부는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할게요. “

(비용 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말하는 청장에게)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청장이 모든 비용을 혼자 좌우할 수 없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건 알겠는데, 그러면 안 됩니다. 나중에 비용을 받는 것은 받는 거고, 못 받는 것은 못 받는 것이니, 그것은 재판에 맡길 일이고, 필요 없는 것은 나갈 필요가 없겠지만, 필요한 만큼은 관계없이 다 동원하라는 겁니다.

최고 권력권자가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동원하라는 말을 명시적으로 현장 책임자에게 얘기해 주고 있다. 이러면 관료는 움직인다. 돈을 얼마를 쓰던지 현직 대통령이 직접 쓰라고 했는데, 못 쓸 일이 없다. 이 때문에 자신이 잘릴 이유가 없어진다.  그러면 관료들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신속한 행정 결정, 그래야 움직인다 

태안에 유출된 기름이 퍼지는 것을 막고, 해안가에 떠내려온 기름을 제거하는 것에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투입되었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방제복, 장갑, 흡착포 등은 아낌없이 관청에서 나왔고, 순식간에 기름은 제거되었다. 물론 모래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이 아직도 나오고 있지만, 그것은 불가항력이었으니 논외로 하자.

이런 것이다. 관료는 마음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 확실하게 권한을 줘야 일하는 게 관료다. 이 점은 비난해서는 안 될 일이다. 공무원으로 복무하는 것도 힘든 지경인데,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 해도 자신의 권한을 넘어 자원과 돈을 동원하지는 못한다. 이럴 때 분명히 상급 결정권자, 최고 권력자가 명확한 지시를 해 줘야 한다.

이런 최고 결정권자의 강한 의지는 신속한 행정 결단으로 이어진다.

4. 나쁜 대통령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그저 지키기 힘든 애매한 약속만을 남발한다. 그러고선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여기 있는 모든 관료는 옷 벗을 줄 알라고 협박한다. 그리고 이어서 말한다.

이렇게 많은 인력과 장비가 총동원됐는데 구조가 더뎌서 걱정이 많다”(박근혜 대통령).

<여객선침몰> 朴대통령 진도체육관 찾아…실종자가족 항의(종합3보), 연합뉴스, 2014년 4월 17일

이렇게 되면 더는 돈 쓰지 말라는 얘기이다. 아무것도 규정에 의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다. 그래서 해경은 움직이지 못했다. 나아가 돈하고 관계없는 자발적인 민간 구조요원들의 투입도 막힌다. 저들이 언제 비용을 청구할지 모르는 일 아닌가.

정말 필요한 한마디

아직 우리 정부는 이런 사고가 터졌을 때 아무런 지시나 보장 없이 자발적으로 움직여서 문제를 해결할 만한 장비와 자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런 완벽한 시스템은 아직 우리에게 없다. 그러나 사고는 터졌고,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면, 대통령이나 장관들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명확해진다.

‘지금 너에게 없는 장비와 인력을 마음껏 동원해서 써라.
뒷감당은 내가 해 주겠다.’

이 한 마디면 충분하다. 이게 권력자가 해야 할 일이며, 해야 할 일의 전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관료는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일 방법이 없었다.

더 화나는 이유

더 분통이 터지는 것은, 그래놓고 관료에게 온갖 비난의 화살을 돌려 버리고, 자신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모두발언), 2014년 4월 21일, 청와대 사이트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모두발언), 2014년 4월 21일 (출처: 청와대)

현장에서 피해자 가족들 앞에서 라면을 먹는 장관, 중대본에서 밤에 몰래 치킨을 시켜 먹는 것, 복지부 직원들이 구급차를 타고 다니는 것, 이런 짓들은 오히려 애교에 가까운 일이다. 오히려 지원 차량도 없어서 구급차를 타야 하는 공무원들에게 연민이 느껴질 정도다. 물론 그런 행동을 잘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참 나쁜 대통령

대통령은 일을 잘하는데 관료들 기강이 해이해져서 안 움직인 것이 아니다. 그건 선동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을 신으로 모시는 분들에게나 통할 얘기다.

우리는 관료를 움직이는 방법을 모르는 대통령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게 아니라면, 진짜로 그 수많은 어린 생명보다 몇십억 원, 몇백억 원 예산이 더 중요해서 아끼려 드는 대통령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양쪽 모두 마찬가지다 .

우리는 참으로 나쁜 대통령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좋은 기사 공유하고 알리기
슬로우뉴스에 커피 한잔의 여유를 후원해주세요. 필자 원고료와 최소한의 경비로 이용됩니다.

필자 소개

물뚝심송
초대필자, 딴지일보 정치부장

월간 더딴지. 딴지 라디오 "그것은 알기싫다", "딴지 이너뷰"

작성 기사 수 : 11개
필자의 홈페이지 필자의 트위터

©슬로우뉴스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슬로우뉴스 안내 | 제보/기고하기 | 제휴/광고문의
등록번호: 경기아51089 | 등록일자: 2014년 2월 10일 | 발행일: 2012년 3월 26일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동판교로 153 802-902 | 발행인: 김상인 | 편집인: 강성모 | 청소년보호책임자: 강성모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