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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많고 많은 직업 중에 ‘게임 대신 해주는’ 사람이 있다. ‘심시티’, ‘다크소울’, ‘워킹데드’, ‘돈스타브’, ‘러스트’, ‘아웃라스트’ 등등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게임을 직접 실행하며 게임 방법도 알려주고 계속 수다를 떠는 남자, ‘대도서관 (Great Library)’이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나동현 씨는 게임 대신해주며 대기업 임원급의 수익을 올린다. 대기업 임원과 다른 점은, 머리 조아려 모셔야 할 ‘회장님’이 없다는 것. 대신 그의 수다를 기다리는 67만여 명의 팬들이 있다. (2014년 3월 20일 현재 유튜브 구독자 기준)

YouTube 동영상

삼십 대 중반의 나이(1978년생)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팬을 거느리며, 어떻게 이토록 엄청난 수입을 올릴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전 세계의 방송국 유튜브(Youtube)에 있었다. 그는 2010년부터 다음 TV팟에서 게임방송을 시작했고 아프리카 TV 등을 거쳐 유튜브에 ‘대도서관 TV’ 채널을 열었다.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그가 올린 동영상에 광고를 붙여 광고액 일부를 받는데 그 금액이 월 수천만 원에 달한다.

“유튜브는 참 공평한 시장입니다. 큰 기업이 많은 돈을 들여 제작한 광고나 제가 집에서 직접 촬영한 동영상이나 공정하게 ‘시청자의 선택’을 기다릴 수가 있죠. 대기업의 광고보다 제가 우리 집 강아지 데리고 수다 떠는 동영상이 더 조회수가 높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에요!”

다채널 시대 다양해진 수용자 욕구를 충족하다 

그는 인기의 비결을 ‘개인화 성향’에서 찾았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개인들이 즐기는 취미나 관심사가 너무나 많아지고 다양해졌는데 대중 매체는 그 욕구를 다 맞춰주지 못한다는 것. 게임만 해도 일부 케이블 방송에서 게임 중계를 하는 곳도 있지만 모든 게임을 다루지는 못하지만, 그는 자신의 인터넷 방송국을 통해 정말 다양한 게임을 소개하고 팬들과 함께 즐기기 때문에 꾸준히 구독자를 늘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덧붙여 ‘대도서관’만이 가진 맛깔나는 입담도 인기의 비결이다. 그는 단순히 게임의 전개를 설명하는 것 뿐 아니라 스토리로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게임 보다는 대도서관의 말이 재미있어 듣는 여성 시청자도 팬으로 확보하고 있다.

“제 채널 구독자의 45%는 1020 여성들이에요. 전통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층은 아니죠. 하지만 여성분들 중에는 제가 전하는 게임 스토리를 그야말로 오락 프로그램으로 생각하고 자주 듣는다고 얘기하세요.”

대도서관 TV를 운영하는 '게임 대신 해주는 남자'
대도서관 TV를 운영하며 ‘게임 대신해주는 남자’ 나동현 씨

그가 유튜브의 인기 BJ(Broadcasting Jacky)로 명성을 얻기까지는 3년 넘게 걸렸다. 이전에는 이러닝(e-learing) 회사인 이투스에서 컨텐츠 기획자로 일했다. ‘기획’일을 하다 보니 세상 흐름에 관심을 갖게 됐고 온라인 기반의 회사에서 기본적인 영상 촬영, 편집 등을 익힐 수 있었다. 처음 게임 방송을 시작했을 때부터 1천 명 이상 접속하는 등 반응이 좋았다. 위험 요소는 있었지만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게임 방송에 매진했다.

두 가지 성공 비결은 성실함과 개성 

그는 자신이 운이 좋은 편이었지만 ‘누구라도’유튜브를 기반으로 자신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거두기를 바란다며 그동안 자신이 터득한 ‘비법’을 전했다.

“컨텐츠는 무엇보다도 성실성이 담보돼야 합니다.”

그는 유튜브 채널과 같이 구독자를 확보해야 하는 개인 방송에서는 꾸준하게 컨텐츠를 발행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꾸준함이 컨텐츠‘질’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설명. 그의 경우도 처음에는 말도 버벅대며 마음에 안 든 적도 있었지만, 꾸준히 매일 하나 이상의 영상을 올리다 보니 더 잘하게 되었고 조금씩 조금씩 구독자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대도서관 TV 유튜브 채널에는 1천 개가 넘는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대도서관 TV 유튜브 채널에는 1천 개가 넘는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그가 전하는 두 번째 비법은 ‘개성’을 살려야 한다는 것. 그는 수다라는 포맷과 목소리 연기로 시청자들이 ‘대도서관TV’에서 기대하는 자신만의 독특함을 만들어 냈다. 결국, 1인 방송도 브랜드로 승부해야 하는 만큼 개성과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키즈 채널과 요리 방송에 도전하고 싶다

1인 게임 방송으로 ‘대도서관TV’라는 브랜드를 구축한 나동현 씨의 다음 스테이지 미션은 과연 무엇일까? 그는 ‘채널 다양화와 콜레보레이션(Collaboration)’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선 키즈(Kids) 채널을 열어보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송을 위해서 동화책을 읽어준다든지 아이들에게 좋은 장난감을 소개한다든지 하는 다양한 컨텐츠를 구상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방송도 그가 생각하는 아이템 가운데 하나다.

“고독한 야식가 어때요? 제가 요리를 한다면 격식을 갖춘 이탤리언이나 궁중요리는 어렵겠죠. 하지만 야식으로 먹을 수 있는 계란말이나, 간단한 것은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예요. 일본만화 심야 식당 같은 거요.”

키즈채널이든 요리방송이든 그가 얘기하면 될 것 같다. 활기찬 목소리에 묻어있는 자신감이 상대를 설득하는 그의 무기인 듯했다.

사실 난 누군가를 인터뷰하면서 그의 수입을 내용으로 담는 것이 왠지 불편했다. 하지만 대도서관의 ‘수입’은 그의 발랄함과 자신감, 맛깔진 수다의 가치를 웅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본인 입으로 표현한 대로 ‘스펙이 좋지 않은’ 젊은이가, 역시 그의 표현대로 ‘공평하게’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장을 발견했다는 것이 그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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