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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이의 한걸음을 위하여: 트위터로 생활정치 실험한 홍윤희 씨 [특집]

수민: 엄마, 사찰이 뭐야?
엄마: (난감) 음.. 자기한테 나쁜 말 하는지 보려고 감시하는 거야.
수민: 그럼 정보를 도둑질하는 거네? 나쁘다.

7살 수민이(가명)와 엄마의 대화다.

학교도 아직 가지 않았지만 생각이 깊고 조숙한 편인 수민이는 그러나 걷지 못한다. 태어나자마자 “다리가 안 움직여요!”라는 간호사의 말에 구급차에 실려 간 수민이는 ‘신경모세포종’이라는 소아암 진단을 받았다.

담당의였던 세브란스병원 모 교수는 수민이의 아빠와 외조부모에게 “종양이 신경에 딱 붙어있다. 수술로 제거가 불가능하거나 심지어 항암치료를 받아 죽을 수도 있다”면서 “이런 경우 포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키울 자신도, 포기할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구급차를 타고 뛰어다니던 남편의 말에, 결국 수민이와 함께 싸우며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혹시 우리가 포기해서 애 죽으면 죄책감 가지고 평생 살 수 있니? 우리가 이 아이를 수술시키는 게 부모로서 처음이자 마지막 도리일 수 있어.”

수술과 오랜 항암치료를 통해 완치 판정은 받았지만 암세포가 척추를 눌렀던 후유증으로 수민이는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휠체어를 탄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 <아바타>를 보며, 미국에서 하반신 마비 환자를 걷게 하는 로봇 셔츠가 개발되었다는 뉴스를 보며, 언젠가 다시 걸을 수 있도록, 근육이 퇴화되지 않게 매주 아쿠아치료를 받으며 재활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수민이의 엄마는 한 온라인쇼핑 업체에서 일하는 홍윤희(39)씨다. 장애아의 엄마로서 그의 삶은 생활 자체가 투쟁이자 정치다. 특히 현재 살고 있는 상일동역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해 그는 도시철도공사, 국민권익위원회, 지역 정치인, 박원순 시장, 총선 후보 등등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했다.

장애인 울리는 행정편의주의

인터뷰 중인 홍윤희 씨

-일상생활에서 어떤 때 가장 불편한가.

“장애아와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도전이다. 아주 작은 턱도 휠체어를 탄 아이에게는 높은 벽이다.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 우리나라가 인프라 스트럭쳐를 설계할 때 사회적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사회 전체적으로 배려라는 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책에도 이러한 문제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정책의 대상이 되는 장애인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행정편의주의와 정해진 예산을 분배하는 방법만 기준이 된다.”

-행정편의주의적 정책은 어떤 것들이 있나.

“대표적인 것이 장애 등급이다. 장애 등급별로 나라에서 주는 혜택이 크게 차이가 나는데, 등급 판정이 제멋대로다. 예를 들어 수민이는 지체장애 2급인데, 이는 ‘한쪽 다리에 약간의 신경이 살아있다’는 소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약간의 신경이 살아있다고 해서 걷거나 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전혀 아니다. 신경이 살아있든 아니든 둘 다 걷지 못하는 것은 똑 같은데 2급인 것이다.

그런데 1급은 활동보조인(간병인 비슷한 제도) 비용을 국가에서 대 주지만 2급은 대 주지 않으니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우리집은 맞벌이를 하니까 이모(활동보조인. 수민이가 처음 입원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돌봐주고 있다)를 고용했지만 그렇지 않은 집은 그 비용 대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장애 등급 때문에 분쟁이 나는 경우도 많겠다.

“장애등급제는 장애인들끼리의 연대가 아닌 분란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있다. “쟤는 멀쩡한데 왜 1급이냐” 하는 식이다. 실제로 수민이랑 똑같은 증상으로 똑같은 세브란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1급을 받았다.”

-정부 지원의 기준이 매우 불합리한 것 같다.

“치료에 꼭 필요한 것인데도 이런저런 이유로 지원 대상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수민이의 경우 3~4시간마다 한 번씩 도뇨관(소변을 밖으로 배출하는 관)을 갈아줘야 한다. 제때 갈아주지 않으면 소변이 위로 역류해서 신장에 이상이 올 수 있다. 상당수 하반신 마비 환자가 신장 질환으로 사망한다. 한마디로 ‘필수품’인데 지원이 전무하다.”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봤다. 수영 치료 지원도 어렵다고.

“‘수영치료(아쿠아 치료)’도 마찬가지다. 하반신 마비 환자는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므로 가만히 놔두면 근육이 퇴화되어 상반신을 지탱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억지로라도 다리 근육이 압력을 받도록 해서 강제 운동을 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수중 치료가 필수적이다. 몇몇 장애인 복지관에서 수중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수요에 비해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대기자가 2~3년이나 밀려 있다. 바로 옆에 체육관에서도 동일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그곳은 ‘지정기관’이 아니어서 지원을 받을 수가 없다.”

“장애인은 뒤로 돌아가서 두 번 갈아타세요”

황당한 안내문. 비장애인은 계단 하나 오르면 되는데 장애인은 뒤로 되돌아가 두 번 갈아타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런 불합리한 일을 겪었을 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공론화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점이 항상 존경스러웠다. 언제부터 그런 활동을 하게 됐나.

“맨 처음 장애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는 지난해 4월 상도동에 살던 시절 고속터미널 역 엘리베이터 사건이 기사화되고 나서였다. 당시 건대 병원에서 정기 치료를 받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9호선 고속터미널 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려고 했는데 갈아타는 곳에 계단만 있고 엘리베이터는 없었을 뿐더러, 휠체어 리프트도 고장났던 것이다. 무엇보다 가관인 것은 A4용지에 씌어 있는 설명이었다.

  • ‘휠체어 리프트가 고장입니다. 7호선 환승은 9호선 동작→4호선 이수역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글자 그대로 (비장애인은 계단 하나 올라가면 갈아탈 수 있지만) 휠체어 탄 사람들은 뒤돌아서 먼저 9호선 승강장으로 간 뒤 동작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고 이수역으로 가서 다시 7호선을 갈아타라는 것이었다.”

-역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어이가 없어서 역무실에 전화를 했더니 다짜고짜 묻는다는 게 “계단 어디쯤에 있어요?”라는 거였다. 계단 위쪽에 서 있으면 3호선이나 9호선 역무실에 전화하고, 계단 아래쪽이면 7호선 역무실에 전화하라는 것이었다. 만약 가운데 있다면 어디로 전화해야 하는 것인가?

이 사건을 겪은 후 너무 화가 나서 평소 친분이 있던 서울신문 기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얼마 후 기사화가 되었다. 해당 기자는 처음에 올렸던 기사 아이템이 자꾸 미뤄지자 해당 부서 부장이 “인터뷰해 준 6살 아이한테 미안하지도 않냐”고 편집회의에서 항의해서 대문짝만하게 기사를 실을 수 있었다고 한다.”

-기사가 나가자 반응이 있었나.

“다음날 지하철 측에서 기자한테 전화가 왔는데 책임 회피형 전화였다고 한다. 기사의 일부 팩트가 사실과 다르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기자가 다음날 ‘기자의 눈’으로 다시 한번 지적하자 국토해양부에서 ‘해명자료’까지 내고 해당 공고문은 치워졌다.

역장은 규칙위반으로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수민이가 큰 혜택을 본 것은 아니지만 이 때부터 ‘부당하다고 느낄 땐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고쳐가야 차이를 만들어 갈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느꼈다.”

-상일동 역 엘리베이터 설치 청원은 꽤 전부터 해 왔던 것 같다. 언제부터 시작했나.

“작년 7월 현재 살고 있는 강동구 강일동으로 이사 왔을 때부터 시작됐다. 사실 여기에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혁신학교가 있기 때문이었다. 유치원도 장애아들을 위한 특수교사가 따로 배치된 유치원이 근거리(지하철 세 정거장)에 있었다. 어린이집을 알아보면서 “다른 애들이 밟아도 책임 못 집니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상도동에 비하면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막상 이사를 오자 전혀 생각지도 못한 현실에 질겁해야 했다. 상일동 역에 장애인, 노약자용 엘리베이터가 없었던 것이다. 지하철을 타려면 3~4 정거장을 저상버스가 올 때가지 기다렸다가 타고 이동하고 고덕역에서 내려서 엘리베이터를 타야 했다. 매일 유치원 갈 때마다 저상버스를 평균 15~20분 정도 기다려 탄다.

일주일에 두 번 가는 병원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해야 할 때는 상일역까지 걸어서 갈 수 있음에도 저상버스를 기다려 3~4정거장 걸리는 고덕역까지 가서 지하철 타야 한다. 상일동 역 주변 아파트단지에는 6,000세대와 3,000세대 아파트 단지가 새로 생겼다. 이 단지에 노약자, 임산부 등 교통 약자가 얼마나 많겠는가. 결국 상일동 엘리베이터 설치를 청원하기로 했다.”

“재개발될 때까지 기다리세요”

-가장 먼저 전화한 곳은?

“물론 도시철도공사였다. 그런데 ‘여기는 재개발 예정지역이다. 재개발이 되면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길도 넓히고 역사 입구도 만들어질 텐데 지금 설치하면 나중에 중복투자했다고 감사 나온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언제 재개발하는데요?’ 하고 물었더니 ‘언제 될지 모르죠.’ 하는 무성의한 대답이 돌아왔다.”

-재개발이 되려면 빨라야 3년일 텐데 그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은 너무한 것 같다.

“그래서 국민권익위원회에 전화했다. 그랬더니 ‘지역 국회의원 쪽을 잘 활용해 보아라. 서명을 받고 예산을 받고 힘 있는 사람이 예산을 가진 도시철도공사를 설득하도록 해 보아라’ 하는 것이었다. 남들이 다 누리는 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내가 일일이 다니면서 서명을 받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일단 아파트 커뮤니티에 이 상황을 올렸더니, ‘고생한다, 수고한다’는 댓글이 쇄도했다.”

-‘높은 사람’에게는 말해 보았나.

“지역 국회의원(당시 한나라당)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보좌관이 ‘고덕역에 엘리베이터를 놨을 때도 반대가 많았다’는 것이었다. 고덕역에는 장애인 복지관과 노인들이 많이 다니는 병원인 경희병원도 있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 했지만 일단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국회의원이라 별 생각이 없을 듯해 참았다.”

-다음이 박원순 서울시장이었나.

“서울시장 선거 끝나고 박원순 시장 트위터에 멘션을 했다.

“시장님 장애아 딸을 둔 엄마인데 이곳에 혁신학교 때문에 이사 왔는데 5호선 상일동 역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너무 불편합니다. 그리고 장애인 콜택시도 너무 늦게 옵니다”

장애인 콜택시는 보통 부르면 2시간 뒤에 오기 때문에 2시간 반 전에 부를 정도다. 그런데 이틀 뒤 뉴스에 박시장이 동영상으로 시정보고를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거기에 민원 몇 가지를 뽑아서 포스트잇에 적어서 붙이면서 기억하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때 내 사연이 소개된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교통약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현실은 잘 알고 있다. 자세히 알아보겠다. 또 장애인 콜택시는 알아보니 마침 증설 계획이 있다고 한다.”

‘소통이 된다’는 사실 자체가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줄여주었다. 바꾸려는 ‘성의’를 보인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된 것이다. 그래서 “시장님 때문에 이민 가고 싶다는 생각을 접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트윗을 했다. 하지만 당장 이뤄지지는 않았다. 인도가 좁아서 길을 넓혀야 하고 승강장이 여러 개라 엘리베이터를 여러 대 설치해야 하는 등의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고 한다.”

트윗 소통의 네 가지 덕목: 신속성, 진정성, 현실성, 성의

-이번 총선에서 후보자들에게 물어본 내용을 자세히 쓴 글이 화제가 됐다.

“시작은 내 트위터 계정을 새누리당 신동우 후보가 팔로우하면서부터였다. 아마 강동구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검색해서 팔로한 게 아닌가 한다. 상일동역 엘리베이터 설치와 관련한 트윗을 보내보았다. 며칠 지나도 답이 없길래 뭐라고 했더니 충분히 알아본 후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민주통합당 이부영 후보도 팔로하고 같은 질문을 넣었더니 한밤중에 바로 트윗으로 답변을 보내온 것이었다.

“내일부터 서울시 도시철도공사, 시의회의 담당자와 논의해서 해결방향을 확인해보겠습니다. 늦은 밤이어서 정확한 답변을 드리지 못한 점 죄송하며, 빠른 시일 내에 솔직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천사같은 공주님께 즉각적인 답을 못줘서 미안하다고 전해주세요”

신동우 후보에게 다시 트윗을 하니 이번에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제가 직접 도시철도 공사와 구청에 알아본 결과 한정된 예산과 공사시 발생되는 교통문제로 인해 당장 착공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당장 뾰족한 수를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만족스럽진 않아도 성의는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부영 후보의 추가 답변은 더욱 성의가 있었다.

“오늘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이정훈 시의원을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상일역의 경우, 현재로서는 인도의 넓이 때문에 엘리베이트 건립이 힘들고, 재건축이 추진될 때 엘리베이터를 건립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 전까지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해두었습니다”

둘 다 상일역에 엘리베이터를 놓지 못한다는 답변은 같았지만 성의가 달랐다. 이 글을 자주 가는 카페에 올렸더니, “투표 안 할까 했는데 님 글 보고 투표 꼭 하기로 했어요. 힘내세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할 동기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매우 뿌듯했다.”

-총선 결과는 어떻게 됐나.

“출구조사는 이부영 승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신동우 승이었다. 박빙이었다.”

-총선 후보에 대한 트윗 소통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애초 기대는 반반이었다. 다만 정치인의 SNS 소통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다. 나도 홍보인으로서 말하건대 트윗을 할 때는 신속성, 진정성, 현실성, 성의. 이런 요소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성의다.”

장애를 가진 딸을 가진 워킹맘 홍씨. 언제부터인가 ‘생활 정치’란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지만 일부 활동가들이 주도하는 운동이라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홍씨야말로 진짜 ‘생활정치인’이 아닐까.

 

* 이 글은 슬로우뉴스 2호 특집, ‘온라인, SNS 그리고 4.11 총선’ 일곱 번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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