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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아이들을 죽이고 있나: 통계로 보는 청소년

“우리 아이들이 게임 때문에 죽어가고 있어요!”

지난 2012년 9월 28일 열린 ‘청소년 게임이용 평가계획 관련 토론회’에서 방청객의 이런 외침이 있었다고 합니다(관련 기사). 사회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고,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에도 일부 동의하지만, 게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게임 때문에 아이들이 죽어간다’는 의견대로라면 저는 아이들을 죽이는 살인 무기를 만들어내는 미치광이 과학자라는 소리니까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은 왜 죽고, 어떻게 죽는지, 게임은 아이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통계를 통해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통계로 살펴본 청소년과 게임

청소년 수와 사망자 수

먼저, 우리나라 청소년(통계청 자료를 이용하기 위해 청소년을 15~19세로 설정)에 관한 기초 통계부터 알아봤습니다. 2010년 인구총조사 결과 우리나라 15~19세는 총 3,438,414명으로 전체 인구의 7.16%입니다. 그리고 2011년 같은 연령대에서 사망자 수는 총 1,003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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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사망 원인

다음으로 1,003명의 사망 원인을 살펴봅시다. 전체 1,003명 중 자살이 317명으로 전체의 31.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질병을 제외한 689명 중에서는 자살이 46%에 달하고요. 질병(314명)과 교통사고(275명)도 우리 아이들을 죽이고 있는 주요 범인이겠지만, 우선은 자살이 우리 아이들을 가장 많이 죽이고 있으니, 자살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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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자살 충동과 그 이유

통계청 자료에서 청소년 자살에 대해 개략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전체 청소년 중 10%가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으며,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성적/진학으로 전체 53.4%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정불화와 경제적 어려움 등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이 자체로도 분명 의미 있는 자료입니다만, 이 자료는 설문 설계에서 다소 제한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응답자에게 ‘자살 충동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에 ‘있다’고 답한 사람들에게만 그 이유를 묻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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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자료로 나타내지 않았지만, 같은 연령대의 자살률(10만 명당 자살자 수)이 2006년, 2008년, 2010년에 각각 6.2, 8.0, 8.3으로 변화가 있는데도(2009년에는 10.7), ‘자살 충동 있다’에 응답한 비율은 2006년, 2008년, 2010년에 각각 10.1%, 10.4%, 10.1%로 큰 차이가 없고,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유로 성적과 진학 문제가 50% 이상을 계속 차지하고 있는 것도 어쩌면 설문 설계에서 놓친 부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살 충동의 원인과 실제 자살 원인의 상관관계도 생각보다 약할 수 있겠고요.

청소년 스트레스: 2008년 v. 2010년

좀 더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을 텐데, 이를 위해서 통계청의 스트레스 관련 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자살은 스트레스와 큰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kangim_4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청소년의 스트레스는 엄청납니다. 가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청소년도 45%대로 낮지 않지만,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는 청소년은 70%에 달합니다. 게다가 가정이나 학교처럼 특정 장소가 아닌 생활 전반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는 청소년도 많은데요. 2008년에도 60%로 낮지 않았지만, 어떤 일이 계기가 됐는지는 몰라도 2010년에는 약 70%로 훌쩍 뛰어올랐습니다.

연령대별 스트레스 인지율

같은 조사에서 연령대별로 비교해보면, 비록 사회적으로 스트레스가 극심한 중장년층에는 덜하지만, 우리나라 청소년 15~19세의 스트레스는 전체 평균을 조금 웃돌 정도로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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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스트레스 요인: 2002년과 2010년

그렇다면 이런 청소년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요인은 무엇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요. 대부분은 성적과 진학 관련 문제겠지만, 어떤 변화 양상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 시간 간격을 두고 비교해볼게요. 너무 예전 자료를 쓰면 애매할 것 같아, 2002년 자료와 2010년 자료를 비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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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된 고민 하나를 꼽으라고 했을 때 8년 새에 크게 변한 게 있는데요. 공부 관련 고민이 48.9%에서 59.5%로 크게 뛰었다는 것이죠. 직업 고민도 5.2%에서 8.0%로 늘어났고요. 대신 가장 심하게 줄어든 것이 이성 교제입니다. 공부와 진로 고민이 너무 커서 이성 교제에 대해 고민할 시간조차 없다고 봐야겠죠. 학교 폭력이나, 흡연, 음주, 인터넷과 게임 중독 등 학부모들이 염려하는 부분은 오히려 줄어든 모습입니다.

바로 위의 스트레스 인지율과 함께 엮어보면, 최근 우리나라 청소년의 약 68%가 공부와 직업에 관해 고민합니다. 즉, 청소년 약 70%가 공부와 직업 문제로 스트레스를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한창 꿈 많을 나이인데 이런 모습이 과연 정상적인지 의문이고, 이 부분도 기회가 되는 대로 좀 더 살펴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이젠 다음 주제로 넘어가죠. 이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공부와 직업만을 생각하는 청소년들은 어떤 여가 활동을 하는지 말이죠.

청소년 주말/휴가 여가 활동 

2011년 자료를 보면, 청소년(13~19세)의 주말/휴일 여가 활동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31%의 TV 시청이며, 그다음으로 컴퓨터 게임 또는 인터넷 검색 등이 26.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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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시청은 31%로 꽤 높은 부분이지만, 같은 자료에서 볼 때 전 연령대에서 36.1%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나 다른 사회에서 봤을 때 청소년의 TV 시청은 익숙한 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 검색인데요.

청소년 여가 활동 중 ‘게임’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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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조사에서 각 연령대별로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 검색이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십대에서는 전체 여가 생활에서 게임/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를 찾을 수 있겠죠. 아무래도 저연령층이 상대적으로 최신 기술에 익숙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게임이 재미있어서 좋아할 수도 있겠고, 일각에서 얘기하듯이 게임이 중독적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럼 다른 통계를 한 번 볼까요?

kangim_9 같은 조사에서 ‘앞으로 하고 싶은 여가활동’도 묻고 있습니다. 덕분에 13세~19세 청소년이 ‘하고 싶어하는 것’과 ‘실제 하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여가 활동은 여행으로 28.3%에 달합니다. 문화 예술 관람과 스포츠 활동이 그 뒤를 잇고,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은 9.0%로 ‘하고 싶은 여가 활동’에서는 고작 4위에 머무르고 있을 뿐입니다.

연령대별 여가 활동 불만족 이유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이상’과 ‘현실’이 달라졌을까요? kangim_10같은 조사에서 연령대별로 현재 여가 활동에 만족하지 않는 이유도 적게 했는데요. 가장 왼쪽 그래프(청소년, 13~19세)에 주목해보죠. 청소년은 경제적 부담이 가장 부담스럽지 않을까 혼자 생각했었는데, 실제 결과를 보면 경제적 부담은 34.2%로 2위이고, 1위는 45.1%인 시간 부족입니다.

십대면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전이니 시간 여유가 많을 것이라 예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가장 시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연령대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회의 중추를 담당하는, 그래서 제일 바쁠 30~39세가 시간 부족을 30.7%로 꼽았거든요. 십대가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도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이겠죠.

통계가 말하는 것들… 정말 아이들을 죽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한참 통계를 갖고 얘기를 해봤는데, 이제 한 번 나름대로 결론을 내보겠습니다.

  1. 질병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제 1 사망원인은 ‘자살’입니다.
  2. 우리나라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70%대로 전체 연령대 평균을 아주 약간 웃돕니다.
  3. 청소년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공부와 직업(합 68%)입니다.
  4. 청소년은 여가활동으로 여행과 문화 예술 관람을 하고 싶어합니다.
  5. 하지만 청소년은 여가 시간이 부족하고, 경제적 부담도 있습니다.
  6. 이에 따라, 청소년은 TV 시청과 컴퓨터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통계를 개략적으로 훑어보며 제가 일차적으로 내린 결론입니다. “게임이 우리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고 외친 분께 여쭙고 싶습니다.

정말로 우리 아이들을 죽이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막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습니까?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대체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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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강임성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어쩌다 보니 게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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