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2023년 8월 29일 (화)
“나라 거덜나기 직전이었다.”
- 윤석열(대통령)이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한 말이다. “국정 운영권을 가져오지 않았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됐겠나 하는 아찔한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갈수록 말이 거칠어지고 극단으로 치닫는다.
-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는 말도 했다. 일본 오염수 관련해서 공개적인 발언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국민 상당수를 적으로 내몬 셈이다.
독립운동가 흉상, 홍범도만 옮긴다.
- “공산주의 세력과 손잡은 적 있는 인사의 흉상이라 부적절하다”는 이유다. 한발 물러선 건 그만큼 반대 여론이 거세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지시는 따로 없다”면서 “국방부와 육사에서 검토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발을 뺐다.
- “육사판 분서갱유”라는 말도 나왔다. 이준식(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대표)은 “과거 어떤 정부에서도 시도하지 못했던 역사전쟁을 윤석열 정부가 벌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우원식(민주당 의원)은 “독립운동가에게 모멸감을 심어주는 행위”라며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분노했다”고 말했다.
- 신주백(역사학자)은 “다짜고짜 반공을 선택하고 항일을 배제하는 선택적이고 적대적인 기념 방식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만 일으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 보수 언론에서도 조심스러운 반응이 많다. 최민우(중앙일보 정치부장)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폭넓게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이라며 “반대편이라고 가차 없이 숙청하는 건 공산전체주의, 반국가세력이 저지르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 최민우는 “정율성을 부정하는 건 그가 공산주의자어서가 아니라 전쟁 범죄자였기 때문”이고 “홍범도를 예우하는 건 그가 공산주의자였지만 항일 무장 투쟁의 최선두에 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박민식(보훈부 장관)은 “장관 자리를 걸고 정율성 공원을 막겠다“고 했고 강기정(광주시장)은 “철 지난 매커시즘”이라며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라”고 했다.
대통령실 구내 식당 모둠회가 25분 만에 동났다는데.
- 직원들은 3000원, 외부 방문객은 5000원이다. 28일 점심 메뉴가 광어와 우럭 등 모둠회와 고등어구이였는데 25분 만에 소진됐다는 게 중앙일보 기사다.
- 이 기사가 의미하는 건 뭘까. 대통령실 직원들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걸까. 애초에 지난주 목요일에 방류를 시작했기 때문에 방사능이든 뭐든 이번 주 월요일 점심 메뉴에 영향을 미칠 이유가 없다. 이런 의미 없는 이벤트에 매달릴 만큼 대통령실이 다급하다는 이야기다.
- 조선일보는 “광우병 때와 다르다”는 기사를 1면에 내보냈는데 역시 프레임 왜곡이다. 사설에서는 “차분한 수산 시장, 괴담이 안 먹혀 들고 있다”고도 했다. 광우병 소고기는 하루 만에 도착했지만 오염수는 몇 년이 걸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때도 생선회와 문어로 회식할 것인가.
오염수 희석 비율 700 대 1로 줄었다.
- 첫날 1200 대 1이라고 발표했는데 한겨레 등이 해수 펌프 용량이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일본 정부는 “이 정도도 충분한 비율”이라고 해명했지만 한국일보는 “방류 첫날 국제 사회를 안심시키기 위해 눈속임을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 후쿠시마 사고 현장에는 녹아내린 핵 연료봉 잔해가 뒤엉켜 있다. 폐로를 하려면 데브리를 모두 꺼내야 하는데 아직 한 조각도 꺼내지 못한 상태고 날마다 오염수가 90톤씩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 30년이 아니라 최대 100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폭주하는 이동관 방통위.
-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는 5명의 상임위원 체제다. 정부와 여당이 3명을 추천하고 야당이 2명을 추천해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 지난 3월 민주당이 추천한 최민희(전 민주당 의원)를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계속 파행 상태다. 김효재와 김현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둘밖에 없는 상태다.
- 정부 여당 추천 2명 만으로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등을 임명하는 건 “방통위의 합의제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과거에는 임기 만료 등으로 상임위원이 둘만 남았을 때는 회의를 열지 않았다.
- 취임 첫날 “’가짜 뉴스’의 생산 및 유포를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 한편 KBS 이사회는 이달 말 김의철(KBS 사장) 해임안을 긴급 안건으로 올렸다.
“인당수에 뛰어들어야.”
- 설훈(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워크숍에서 이재명(당 대표)을 겨냥해 한 말이다. 체포동의안이 오면 통과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 물론 반대 의견도 많았다. 양경숙(민주당 의원)은 “당이 똘똘 뭉쳐 맞서 싸워야 한다”면서 “당론으로 부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 검찰이 30일 출석을 요구했는데 이재명이 다음 달 11~15일 사이에 출석하겠다고 통보했고 검찰이 다시 9월 4일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9월1일에 회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체포동의안 표결을 피할 수는 없다. 민주당 의원들이 당론으로 부결시키거나 단체로 퇴장하는 등의 시나리오가 거론되지만 결정된 건 없다.
- 장인철(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1년 동안 국내 정치는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채 옴짝달싹도 못 했다”면서 “당장 신냉전의 전개와 한반도 긴장, 북한의 이상 조짐 등 비상한 안보 현안은 물론, 글로벌 반도체전쟁, 경제활성화 같은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정치적 담론도 실종되다시피 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오늘의 TMI.
“결혼 하는 것이 좋다”, 36%뿐.
- 통계청 조사 결과다. 남여 차이도 컸다. 여성은 28%, 남성은 44%였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성은 22% 포인트 줄고 여성은 19% 포인트 줄었다.
- 결혼해도 아이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비율이 여성은 65%, 남성은 43%였다.
트럼프 머그샷 효과, 지지율 60% 육박.
- 미국 대선은 바이런 Vs. 트럼프의 맞대결로 갈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여론 조사에서 52~62%의 지지율을 보였다.
- 크리스 크리스티(전 뉴저지 주지사)는 “그가 공화당 후보가 된다는 건 조 바이든이 4년 더 재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본선 경쟁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추세를 흔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근마켓’ 말고 그냥 ‘당근’.
- 누적 가입자가 3500만 명. 기업 가치가 3조 원이 넘는데 아직 이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99억 원에 540억 원의 손실을 냈다.
- 회사 이름에서 마켓을 떼고 가게와 가게를 잇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당장이라도 거래 수수료를 받으면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일단은 시장을 확장하는 전략으로 간다는 입장이다.
부채 201조 원, 한전 사장에 김동철.
- 공공기관운영위가 추천했고 이사회와 주총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 정치인 출신 사장은 처음이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정치인 사장이 취임하면 정치가 개입할 여지는 줄긴커녕 더 커질 수도 있다”면서 “전 정권이 저지른 실수를 똑같이 반복하는 것이고, 위기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 김동철은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특별고문을 지냈다. 에너지 분야 경력은 전혀 없다. 한국가스공사 사장 최연혜도 캠프 출신이고 한국난방공사 사장 정용기는 새누리당 의원 출신이다.
더 깊게 읽기.
“가판 대응하지 마라”, 노무현의 질책.
- 이정우(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참여정부 천일야화’의 한 대목이다. 노무현(당시 대통령)이 보수 언론에 맞서면서도 “가판에 대응하면 문책하겠다”, “다음날 조간 나오기를 기다려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가판은 다음 날 아침 지역에 배달할 초판을 미리 받아보는 걸 말한다. 저녁 7시쯤 받아볼 수 있었다.)
- “신문 논조를 유리하게 조절하려고 애쓰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언론을 대하라”는 지시였다.
- “고위 관료들은 가판에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와 관련한 불리한 기사가 나지는 않는지 신경을 곤두세운다. 혹시 불리한 기사가 있으면 즉각 식사 중단, 작전 개시다. 신문사에 연락해 기사 삭제나 표현 수정을 부탁한다. 이런 부탁이 통하려면 평소 술자리, 골프, 향응 등으로 친분을 유지해 둬야 한다. 친소 정도에 따라 수위가 조절된 보도가 이튿날 아침에 깔린다. 이걸 잘하는 관료는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벌 대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가판에 실린 폭탄의 뇌관을 제거하는 것은 공무원과 대기업 홍보파트 임직원들의 능력 지표였다. 이런 가판 관행은 신문사를 일방적으로 우위에 서게 만드는 무기가 됐다. 신문사는 ‘갑’이고, 관계, 재계는 ‘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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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과 대안.
안부 묻는 우유.
- “우유가 두 개 이상 남아있으면 주민센터로 연락해 주세요.” 독거노인들에게 배달하는 우유 사업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 2003년 서울 옥수중앙교회가 한 우유 배달 봉사가 시작이다. 우유 배달을 하다 고독사한 노인을 발견했다고 한다.
- 대전 새로남교회가 달마다 300만 원을 후원해 105명에게 주 3회 우유 배달을 하기로 했다. 부산 동래구와 강원도 속초 등 전국 3715가구로 늘어났다.
- 골드만삭스가 후원 기업으로 참여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골드만삭스는 배달의민족의 주요 주주인데 배민이 우유를 배달하는 단체에 달마다 500만 원을 지출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현장 감사를 했다가 “이 사업이야 말로 우리가 투자해야 할 사업”이라며 여러차례 억 단위 후원을 했다고 한다.
증평의 ‘20분 도시’ 프로젝트.
- 읍내 거점에 주거와 복지, 문화, 교통 등의 공공시설과 서비스를 집적화한다는 압축도시 프로젝트다.
- 2003년 괴산군에서 분리하면서 전국에서 두 번째로 작은 자치단체로 출발했다. 인구는 3만7410명인데 청년 인구 비율이 25%로 높은 편이다. 아파트 비율이 95%, 도시화율도 84%나 된다.
- 군청을 중심으로 도보나 자전거로 20분 안에 역과 도서관, 스포츠센터 등의 접근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60세 이상만 채용합니다.”
- 동아일보가 소개한 일본 나카쓰가와의 가토제작소(加藤製作所). 직원 90명 가운데 45명이 60세 이상이다. “노년층 사원들은 웬만해서는 그만두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인력 운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 일본이 한국의 미래다. 지방 소도시에서는 젊은 인력도 외국인 노동자도 찾기 힘들어 고령층을 채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 일본은 60~64세 고용률이 73%나 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동자의 37.9%가 기존 월급의 60~80%를, 35%는 60% 미만의 급여를 받았는데 이런 차별도 줄어드는 추세다.
- 이지평(한국외대 교수)은 “한국도 60세 이상에게 일할 기회를 주면서도 임금 수준은 확 낮췄던 일본의 초기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이 든 직원의 고용을 유지하되 노동 비용을 절감해 젊은 층의 일자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 김명중(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도 “젊은이와 노인이 일자리를 두고 다투는 ‘치환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령자들의 근무 방식, 시간, 급여 등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가짜 뉴스’라고? 수산물 수입 요구하면 어쩔 건가.
- 정부가 2000억 원을 어민 피해 지원에 쓰겠다고 했는데 윤재옥(국민의힘 원내대표)이 “’가짜 뉴스’ 피해자 지원금”이라고 했다.
- 일본이 ‘풍평 피해’라는 말을 쓰는 건 오염수 방류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지만 한국이 오염수에 대한 우려를 ‘가짜 뉴스’ 취급하면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 결과가 될 수 있다.
- 당장 일본이 한국에 수산물 수입 규제를 철폐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정남구(한겨레 논설위원)는 “윤석열 정부는 거부할 명분까지 이미 내다 버린 상태”라고 지적했다.
- 길윤형(한겨레 국제부장)은 “당장 걱정되는 것은 일본산 가리비의 한국 폭격”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지난해 911억 엔어치의 가리비를 수출했는데 절반 이상을 중국이 사 갔다.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을 전면 금지했는데 저 가리비를 다 어디에 갖다 팔 것인가.
판사 맘대로, 작량감경이 불신의 원인이다.
- 성범죄 피고인 70%가 잘못을 뉘우쳤다는 이유로 형량이 줄었다. 반성문 대필 시장이 성행한다고 한다. 전관 변호사를 써야 작량감경이 가능하다는 말도 나돈다.
- 법원 판결에 일관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86%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것도 이런 고무줄 양형과 무관하지 않다.
- 장택동(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를 최소화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왕의 DNA’ 사건, 핵심은 부실한 소아정신과 의료.
- 강병철(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절박한 사람일수록 사이비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소아정신과에 예약하면 6개월에서 1년 뒤에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두 살 이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데, 어떻게 1년을 기다린단 말인가?”
- 자폐 아이를 둔 부모가 담임 교사에게 “왕자에게 말하듯 듣게 좋게 돌려서 말하라”는 등의 갑질 논란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정신질환판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같은 사이비 연구소의 논리였다.
- 강병철이 제안하는 대안은 다음과 같다. 어린이의 발달장애와 정신과적 문제는 우선 소아과 의사가 진단하고 바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한다. 접근성이 높은 소아과가 구심점이 돼서 소아정신과 의사와 소통한다면 ‘정신과에 다닌다’는 낙인도 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사방에서 어둠이 밀려올 때 헤쳐갈 방법은 어둠에 ‘강력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불을 밝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