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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하청업체 ㈜포운 노동자들은 지난해 4월 24일부터 임금교섭과 노동3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여왔습니다. 400일 넘는 농성에도 원청 포스코가 교섭에 임하지 않자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김준영 사무처장은 5월 29일, 광양제철소 앞 도로에 7m 높이 고공 농성장을 설치하고 협력사 노동권 보장을 요구했습니다.

고공농성 이틀째인 5월 31일, 경찰은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김 사무처장 제압에 나섰고,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간 경찰 4명이 내리친 진압봉에 머리를 맞은 김 사무처장은 피를 흘리며 끌려 내려와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조선일보·채널A, “정글도·쇠파이프 휘둘렀다” 폭력성 부각

경찰의 무리한 진압 다음 날, 조선일보 [정글도·쇠파이프 휘두른 광양 ‘망루 농성’ 진압] (6월 1일 주형식·곽래건·정해민 기자)은 일관되게 경찰 피해만을 강조해 보도했는데요. “경찰관 3명이 김 사무처장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맞아 손등, 어깨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며 “김 사무처장이 경찰을 향해 접근하지 말라며 칼날 길이가 29cm ‘정글도’를 수차례 휘두르며 위협했다”는 경찰 관계자의 주장을 전했습니다.

△ 김준영 사무처장이 정글도를 휘둘렀다고 보도한 조선일보(6/1)

이어 “경찰·소방 당국은 철제 구조물 주변에 추락사고 대비용 에어매트 등을 설치한 뒤 사다리차를 동원”해 체포했지만, “김 사무처장은 경찰에게 쇠파이프를 수차례 휘둘렀고, 경찰은 플라스틱 경찰봉으로 김 사무처장을 제압했”다며 경찰이 폭력적인 노조원을 안전하게 제압한 듯이 보도했습니다. 또한 “노조 측은 20L 경유 한 통을 로프에 묶어 철제 구조물 위에 있는 김 사무처장에게 전달하려고 했다”는 식으로 노동조합의 공격적인 모습을 부각했는데요. 피 흘리며 쓰러진 김 사무처장에 대해서는 한국노총이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오히려 김 처장이 머리를 다쳤다’고 했다”고 간단히 언급했습니다.

광양제철소 앞 농성을 과잉진압한 보도한 저녁종합뉴스 기사 제목(5/31) 제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5월 31일 저녁종합뉴스 중 유일하게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문제의식이 드러나지 않는 제목으로 보도한 채널A [쇠파이프 저항에 경찰봉 제압] (5월 31일 공국진 기자)은 김 사무처장이 경찰에 저항하는 영상을 부각했습니다. 김 사무처장이 “사다리차를 탄 경찰이 접근하자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다 경찰을 향해 던”지고 “큼지막한 흉기에 쇠파이프까지 당장이라도 던질 것처럼 위협하더니 의자도 집어 던”졌다며 “(흉기를) 몇 차례 휘”둘러 “최소한의 어떤 물리력을 행사해서 엄정하게 법을 집행”했다는 경찰의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경찰 4명에 집단 폭행당한 노동자

반면, 대다수 언론은 경찰의 무차별적인 진압에 폭행당한 노동자에 집중했습니다. MBC [경찰봉으로 ‘유혈 진압’..‘과잉대응’ 논란] (5월 31일 유민호 기자)은 보기 불편한 장면이 있지만 “공권력에 의해 발생한 상황에 대해서는 별도의 모자이크나 화면 처리 없이 방송한다는 MBC 영상 편집 기준에 따라” 영상을 그대로 보도한다고 전했는데요.

MBC는 “노조 간부는 다가오는 사다리차 난간을 쇠파이프로 내리치며 저항”했고 경찰의 진압봉은 “노조 간부를 직접 겨냥”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 영상에도 김준영 사무처장은 사다리차 난간을 때리다 경찰이 진압봉을 내려치자 주저앉았는데요. “추락할 위험이 있었는데도 경찰이 진압봉으로 노동자를 계속해서 가격했”고, 그만하라며 “지상에서 지켜보던 노동자들이 강하게 항의하지만” 경찰은 계속 때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경찰이 “설득 작업 전혀 없이 바로 체포하는 것처럼 막무가내식 긴 곤봉으로 머리를 정확하게 가격”했다는 박옥경 광양 기계·금속·운수·산업노조위원장의 목소리를 전하며 “사전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새벽에 기습적으로 진압에 나섰다”는 현장 노동자의 목격을 전했습니다.

△ 경찰의 과잉 진압 상황을 생생하게 전한 MBC(5/31)

JTBC [경찰봉으로 머리 내리쳐 제압] (5월 31일 임예은 기자)도 “고공농성 중이던 노조 간부가 쇠파이프로 난간을 치며 저항”하자 “사다리차에 나눠탄 경찰 4명이 한꺼번에 경찰봉을 휘두”르며 “어깨와 머리를 맞고 휘청이자 주저앉을 때까지 내리”쳤다고 보도했습니다. 전날에도 “경찰 여러 명이 노조 간부 한 명을 둘러”싸며 “힘으로 제압해 넘어뜨리더니 무릎과 손으로 목을 짓누”르고 “뒤로 꺾인 팔에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등 “경찰은 정당한 대응이라고 했지만, 과잉 진압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노총 “정글도는 현수막 제거용, 경찰 향해 휘두르지 않아”

김 사무처장이 휘둘렀다는 정글도가 경찰을 향해 휘두르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한겨레 [휘두르지 않은 ‘정글도’…휘둘렀다 둔갑시킨 경찰] (6월 2일 방준호 기자)은 김준영 사무처장을 직접 인터뷰해 당시 망루 상황을 직접 전했습니다. 김 사무처장은 “정글도는 망루를 고정한 끈을 잘라서 나를 위험하게 만들면 진압이 지연되지 않을까 싶어서 가지고 갔”으며 “밑에 있는 에어매트”도 “뚫으면 조금이라도 (진압 작전이) 지연되지 않을까 싶어 커터칼이나 니퍼를 던져봤지만 안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겨레는 스스로를 “‘위험하게 만들어 진압을 늦춰보려’던 행동을 두고 경찰은 ‘정글도를 휘둘렀다’는 등 김 처장의 위협을 강조하는 자료를 냈다”며 “동영상에서 김 처장은 경찰에 쇠파이프만 휘”두르다 그마저도 “순식간에 제압당했”으며 “(김 사무처장은) 현재 머리를 세바늘 꿰매고 팔과 다리가 부은 채 병원에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MBC [경찰 “공무집행”..한국노총 “대정부 투쟁”] (5월 31일 차주혁 기자)도 정글도를 “현수막을 떼고 청테이프를 떼고 하는 데 사용”했다는 한국노총 설명과 함께 당시 장면을 영상으로 내보내며, 김 사무처장이 허공을 향해 휘두르다가도 “경찰이 다가오자, 정글도를 바닥에 내려놓”는 장면을 보도했습니다.

△ 정글도를 경찰에 휘두르지 않았다는 한국노총의 주장을 전한 MBC(5/31)

최대 물리력 동원한 경찰, 비판받아야

한국경제 [여 “민노총, 우월적 주권 가졌다고 착각”] (6월 2일 양길성 기자)는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이 “정글도와 쇠파이프를 휘드르는 노조를 대체 경찰이 이보다 더 어떻게 친절하게 진압해야 하는 것이냐”고 쏘아붙였다며 노동조합 집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국민의힘 입장을 전했는데요. 하지만 장예찬 최고위원의 주장과 달리 이번 경찰의 진압은 물리력 행사 단계 중 가장 높은 ‘고위험 물리력’에 해당합니다.

노컷뉴스 [“경찰봉 가격이 최소한의 물리력? 경찰 매뉴얼엔 ‘권총’ 수준”] (6월 2일)은 “경찰은 방패나 헬멧 그런 보호 장비를 다 착용한 상태”였으며 인원도 4:1이었다며, “최소한의 물리력을 행사해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한” 것이란 경찰 관계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봉으로 신체 중요 부위를 가격하는 것은 권총이랑 같은 급의 ‘고위험 물리력 행사’”이며 경찰이 “보호해야 할 시민이 아니라 제압해야 할 범죄자로 보고” 제압한 것으로 “다른 시민들에게 무슨 해를 끼쳤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경찰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2019년 5월 23일 경찰청 브리핑 자료인 [전국 경찰이 통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리력 기준 만들어]에 따르면 경찰은 “이미 경찰 목적 달성으로 물리력 사용 필요가 없는 경우 즉시 사용 중단”하며 “오직 상황의 빠른 종결, 직무수행의 편의 목적으로 물리력 사용은 금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경찰은 김 사무처장이 주저앉은 이후에도 계속 진압봉을 내리쳤고, 현장에서 사전 고지도 없이 기습적으로 진압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빠른 종결을 위해 무리하게 진압에 나섰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조합을 지속해서 탄압하며 악마화하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공권력 남용에 대한 언론의 적극적 감시가 필요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5월 31일~6월 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뉴스7, 채널A [뉴스A], MBN 뉴스7/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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