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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6월 17일 1면 머릿기사로 [네이버·다음 ‘뉴스 편집’ 완전히 손 뗀다] (곽희양·박광연 기자)를 보도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뉴스 추천’ 등 포털사이트 내 뉴스편집권을 완전히 없애기로 포털사업자와 사실상 합의했다는 내용입니다.

경향신문은 3면에 포털 알고리즘이 불공정성 논란으로 직접 편집권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돼 왔고 이제는 논란 소지를 원천 차단하기로 판단한 것이라며 ‘포털 뉴스편집권 폐지’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이날 오전 당사자 반박으로 기사를 수정했고, 해당 기사는 오보로 밝혀졌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경향신문 오보 내용을 정리하고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 오보로 확인된 경향신문 ‘포털 뉴스편집권 폐지 합의’ 보도(6/17)
△ 오보로 확인된 경향신문 ‘포털 뉴스편집권 폐지 합의’ 보도(6/17). 현재 온라인판(6월 23일 오전 11시 기준)은 “다만 17일 양현서 카카오 커뮤니케이션부사장과 김진규 네이버 정책홍보실장은 경향신문에 “합의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는 구절이 더해졌다. 보도내용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당사자의 발언을 보충해 수정했음에도 제목과 나머지 내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경향 ‘민주당-포털 뉴스편집권 폐지 합의’ 오보

경향신문 [네이버·다음 ‘뉴스 편집’ 완전히 손 뗀다] 내용은 제목과 같이 포털사이트가 뉴스편집권을 내놓는다는 것입니다. 익명의 “민주당 관계자”를 출처로 “특위(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의 알고리즘 뉴스 폐지안은 포털이 운영하는 알고리즘 뉴스 제공 서비스를 전면 폐지하는 것”이며 “네이버·카카오 등 사업자들과 수차례 논의”를 통해 “사실상 이 방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네이버·카카오 등도 이를 전격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도 표현했습니다. 경향신문은 “포털사이트가 뉴스 화면을 편집하지 않고, 이용자가 포털에서 구독을 선택한 언론사의 뉴스만 제공받는 식”이라며 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이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포털이 ‘뉴스 알고리즘’을 내세워 여론지형과 시장을 자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아 “직접 뉴스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발언한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포털의 뉴스 제공이 전면적으로 ‘언론사 구독’ 방식으로 바뀌면 ‘클릭 수’ 높이기 위한 자극적인 기사는 사라질 것”이라는 익명의 “특위 관계자”와 “군소 언론사의 진입 장벽이 더 높아져 여론의 다양성이 축소될 수 있다”는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의 의견도 전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사 입장은 없었습니다. 익명 취재원을 통해 입수한 정보 → 정보와 관련된 송영길 대표 발언 → 정보에 대한 전문가 평가로 구성된 기사였습니다.

(특위) "관계자"를 굳이 숨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측근"과 "관계자"로 점철된 무책임한 취재원 보도 관행이 오보를 낳습니다.
“관계자”는 도대체 누구였을까요? 더불어 (특위) “관계자”를 굳이 숨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측근”과 “관계자”로 점철된 무책임한 취재원 보도 관행이 ‘오보’를 낳습니다.

왜 당사자 취재를 하지 않았나

경향신문 보도는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과 포털사에 의해 반박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가 오보라는 공식 입장을 냈고, 당사자인 네이버 측은 경향신문이 입장조차 묻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경향신문은 당사자 반박에 기사를 수정했고, “합의를 한 건 아니다”라는 카카오 측 입장을 추가했습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는 포털사가 뉴스편집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고, 구독형태로 이용자가 언론사를 선택하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포털과 합의는 없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경향신문 오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입니다. 경향신문이 전한 정보 출처는 익명의 “민주당 관계자” 한 명이 전부입니다. 기사에선 ‘양측 합의’라고 표기하고도 교차검증을 위한 당사자 취재는 없었습니다. 포털 뉴스편집권에 대한 의견을 다른 취재원에게 물었지만, 뉴스편집권 폐지 합의를 확인시켜주는 취재원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이름과 직책조차 표기되지 않은 “민주당 관계자” 주장만으로 작성된 기사였습니다.

같은 날 미디어전문지는 경향신문 보도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당사자들을 취재했습니다. 미디어스 [경향신문 1면 오보 “네이버·다음 뉴스 편집 손 뗀다”] (6월 17일)는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김용민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과 통화 후 오보임을 확인했다”는 발언과 “민주당과 뉴스편집권을 없애기로 합의한 사실이 없다”, “오해를 살 만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는 포털사 입장을 전했습니다. 미디어오늘 [네이버·다음 뉴스편집권 폐지 합의 보도에 “사실무근 오보”] (6월 17일) 역시 한준호 원내대변인 발언과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김승원, 조승래, 김남국 의원의 입장을 전했고, 네이버 측 입장도 확인했습니다.

‘관계자발’ 보도 관행 바꾸자

경향신문이 3면에 배치한 관련기사 [포털 아닌 구독자가 뉴스 선택…여론시장 왜곡 바로잡기] (6월 17일 곽희양·박광연 기자)를 보면 교차검증이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 더 의문입니다. 해당 기사는 뉴스편집 알고리즘 비판에 관해 “알고리즘을 통한 뉴스 편집에 특정 의도를 반영한 적이 없다”라는 포털사업자 반박을 전했습니다. 포털사 취재가 가능한 환경이었던 것입니다.

이번 경향신문 오보 본질은 ‘익명의 관계자발’ 보도 문제입니다. 독자 입장에서 신뢰할 수 없는 익명 취재원을 “관계자”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포장하고, 사실관계 확인조차 하지 않고 보도하는 한국 언론의 오래된 취재 관행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민언련은 2월 28일 발표한 [‘관계자’로 시작해 ‘관계자’로 끝난 신현수 수석 사의 표명 보도] 보고서를 통해 신현수 민정수석 사퇴설 관련 보도의 정보 출처 중 익명 취재원이 86%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관계자”, “측근”과 같은 표현은 정보 객관성을 보장해줄 수 없습니다. 독자 신뢰를 떨어뜨리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경향신문의 이번과 같은 오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검증하는 언론사 노력과 함께 취재원 투명성을 확보하는 언론계 차원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취재원 실명보도를 원칙으로 두고, 취재원 보호가 필요한 경우 극히 제한적으로 익명성을 보장해주는 변화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관계자" "측근" 등의 무책임한 가면을 씌우는 취재원 인용 보도 관행은 사라져야 합니다. 취재원을 특별히 보호해야 하는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취재원 실명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원칙입니다.
“관계자” “측근” 등의 무책임한 가면을 씌우는 취재원 인용 보도 관행은 사라져야 합니다. 취재원을 특별히 보호해야 하는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취재원 실명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원칙입니다.

오보로 밝혀진 뒤에도 당사자 취재 없어

경향신문은 오보 하루 뒤인 6월 18일에도 별도 사과 없이 관련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언론이 포털 횡포에 당하는 상황” 민주당 ‘뉴스편집권 폐지’ 공식화] (6월 18일 박광연 기자)는 “미디어특위에 따르면 네이버는 뉴스편집권을 내려놓는 데에 큰 틀에서 동의했다. 다음은 내부 이견이 있어 향후 사회적 논의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사자에 의해 반박된 어제 기사와 유사한 내용을 다시 보도한 것입니다.

하지만 후속보도에서도 네이버와 다음 측 의견은 실리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경향신문이 더불어민주당 발표에 대해 설명한 포털사 반응이 다른 언론 보도와 다른 데도 당사자 취재가 없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실은 것입니다. 네이버 김진규 정책홍보실장은 더불어민주당 발표를 두고 6월 17일 미디어오늘에 “공청회에서 일반론적인 얘기로 ‘사회적 합의가 되면 검토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정도로 얘기한 것뿐 구체적 계획을 갖고 언급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번 보도는 언론사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이라는 점에서 경향신문은 더 철저하게 취재 기본원칙을 지켰어야 합니다. 그러나 ‘관계자발’에 의존해 만들어진 오보와 더불어민주당 발표를 그대로 전하는 보도, 당사자 취재가 없는 부정확한 보도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경향신문은 오보에 대한 책임 있는 성찰과 함께 앞으로 포털사이트 뉴스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시각을 다뤄야 할 것입니다.

경향신문은 왜 오보로 밝혀진 보도에 관해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유사한 후속보도를 했을까요.
경향신문은 왜 당사자에 의해 반박되어 오보로 밝혀진 보도에 관해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그에 더해 유사한 후속보도를 했을까요.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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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대상:

  • 2021년 6월 17~18일 경향신문 지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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