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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히 퍼져나가는 마약범죄에 총력 대응하기 위해 검찰, 경찰, 관세청이 참여하는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가 4월 10일 출범했습니다. 수사 당국과 교육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서울시까지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수사 기구엔 840여 명이 참여해 청소년과 인터넷 마약 유통 등을 중점 수사 대상으로 삼고 강력한 단속에 나선다고 하는데요.

최근 ‘대치동 마약 음료’ 사건을 비롯해 마약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공동 대응은 환영할 만합니다. 하지만 마약범죄를 보도하는 언론에는 또 다시 전임 정부 책임론이 등장했는데요. 타당한 주장인지 언론보도의 사실관계를 따져봤습니다.

조선일보의 잘못된 주장, 보수언론이 받아썼다

문재인 정부가 마약 수사 약화했다는 조선일보

다양한 사안을 두고 전임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급증하고 있는 마약범죄에도 전임 정부 탓이라는 보도가 등장했는데요. 조선일보 [검찰 손발 묶인 사이, 마약이 거리로 풀려났다] (4월 7일 송원형·김수경 기자)는 국내 마약범죄가 급증하는 사이 반대로 마약범죄 대응 시스템은 약화했다며 “특히 문재인 정부는 지속적으로 검찰의 마약 수사 부서를 통폐합해 결과적으로 국가 마약 대응 역량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밀어붙”이면서 “일선 검찰청의 마약 수사부서도 하나둘씩 사라졌다”고 언급했는데요.

  1. “2018년 박상기 당시 법무장관은 검찰 마약 수사의 컨트롤 타워인 대검 강력부를 폐지”했고,
  2.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은 대검 마약과를 조직범죄과에 통합”시키고 “일선 검찰청의 강력부 6곳을 형사부로 전환시켰”으며,
  3. “2021년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마약 수사 권한도 줄”어 “500만원 이상의 마약 밀수와 마약 소지 관련 범죄만 수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경찰·관세청 840명이 합동수사… ‘자체예산 0원’ 한계도] (4월 11일 이세영·김광진 기자)에서도 “2018년 당시 문재인 정부가 검찰의 마약수사 컨트롤 타워인 대검 강력부를 없앤 것이 국가 차원의 마약범죄 대응 역량이 심각하게 약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전문가들이 지적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주장, 중앙일보·문화일보에 등장

조선일보의 ‘전임 정부 검찰의 마약 수사 약화’ 주장은 다른 보수언론도 그대로 등장했습니다. 중앙일보 [부산지검 마약 검거 1,093→634명 확 꺾인 까닭] (4월 11일 김민주 기자)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대검찰청 강력부는 반부패·강력부로 합쳐졌고, 2020년에는 대검 마약과가 조직범죄과와 통합됐다. 2021년에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마약범죄 범위가 ‘500만 원 이상 밀수’로 제한되며 마약 수사 기능이 크게 약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문화일보 [마약 수사 강화 속…검찰 ‘반부패/강력부’ 분리 목소리] (4월 11일 윤정선 기자)도 조선일보·중앙일보와 같은 주장을 반복했는데요. “마약 관련 범죄를 전담할 부서의 통폐합은 마약범죄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며 “반부패강력부를 다시 반부패부와 강력부로 분리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검찰의 마약 수사 지속·강화돼 왔다

하지만 최근 경찰청은 [보도자료/마약류 사범 집중단속 결과 5,702명 검거] (1월 30일)에서 지난해 8월~12월까지 집중 단속한 결과 경찰은 “마약류 유통 및 투약 사범 등 총 5,702명”을 검거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4,125명) 대비 38.2% 증가”한 성과라고 발표했습니다.

검찰의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 보도자료 및 앞서 언급한 경찰의 보도자료를 참고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검·경의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을 살펴보니, 버닝썬 사건으로 단속이 많았던 2020년을 제외하고 검·경 모두 꾸준히 실적이 증가했습니다. 그런데도 언론은 국가의 마약 대응 능력이 약화됐으며 전임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죠.

1. 대검 강력부, ‘폐지’ 아닌 ‘이관’

보수언론 주장과 달리 검찰은 그동안 마약범죄 수사를 지속해서 강화해왔습니다. 조선일보는 2018년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마약 수사의 컨트롤 타워인 대검 강력부를 폐지해 국가 마약 대응 역량이 약화했다고 주장하는데요. 사실과 다릅니다.

강력부는 폐지가 아닌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반부패·강력부로 통합됐으며, 마약범죄도 같이 이관됐습니다. 조선일보는 과거 자사 보도 [‘권력을 겨눈 칼’이자 ‘권력의 시녀’ 중수부, 진짜로 사라졌다] (2018/7/22 오경묵 기자)에서 검찰이 “최근 반부패부를 강력부와 통합했”는데 “부패범죄와 강력범죄에 대한 수사 지휘를 단일화하겠다는 취지”라고 보도했습니다. 개편된 ‘반부패·강력부’는 수사지휘과, 범죄수익환수과, 마약과, 조직범죄과 등을 산하에 두고 있었는데요. 개편 이후 마약 수사에 적극 나섰던 검찰의 행보는 언론에도 보도됐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발간한 ‘2018년 마약류 범죄백서’는 “국내 마약류 유통량이 꾸준히 증가”해 “압수된 마약류 유통량이 2017년의 2배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2019년 조선일보는 [압수된 마약, 1년 새 2배로 급증…검찰 “밀수입·온라인 거래 수사 강화”] (2019/9/9 이지은 인턴기자)에서 검찰이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을 통해 마약류를 구입하기 쉬워지면서 마약류 범죄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으며 “인천지검에 국제 마약조직 추적수사팀을 신설하는 한편, 서울중앙지검에 온라인 마약범죄를 전담하는 ‘다크웹 전문수사팀’도”신설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조선일보의 주장과 달리 검찰의 마약범죄 대응 능력은 심각하게 약화하지 않았으며, 지속적으로 마약범죄 수사는 강화됐습니다.

2. 부서 개편 후에도 마약사범 사상 최대 적발

조선일보는 검찰의 마약 수사 부서 약화의 또 다른 사례로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은 대검 마약과를 조직범죄과에 통합시켰고 일선 검찰청의 강력부 6곳을 형사부로 전환시켰다”고 언급했습니다. 동아일보 [법무부, 검 직제 개편 강행…‘윤석열 보좌’ 대검 3자리 축소·폐지] (2020/8/20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은 “반부패·강력부 산하의 조직범죄과와 마약과는 조직범죄마약과로” 통합하고, “수사권 조정이 예고된 만큼 검찰 내 직접수사부서·전담수서부서 14개가 형사부로 전환”되는데 강력부 6개부도 형사부로 전환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더불어 법무부가 “수사 중인 사건은 직제 개정이 되더라도, 해당 부서에서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경과규정”을 둬 “수사의 연속성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전했는데요.

대검 ‘조직범죄마약과’의 마약 수사 성과는 뉴스토마토 [지난해 마약류 사범 1만8050명…사상 최다 적발] (2021/6/9 정해훈 기자)을 통해서도 확인되는데,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부장 신성식)가 발간한 ‘2020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사상 최다인 1만 8050명이 적발”됐으며 “압수된 신종 마약류는 전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전해졌습니다. “대검은 국외 유관기관과의 공조로 동시 수사를 진행해 외국에서 유입되는 마약류”를 사전 차단하고, “‘다크웹 전문수사팀’을 중심으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마약류 밀수입 감시를 강화”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대검 조직개편에도 마약 수사는 지속된 것입니다.

3. 검찰의 직접 인지수사 감소는 관세청 단독 송치 때문

조선일보는 [검찰 손발 묶인 사이, 마약이 거리로 풀려났다] (4월 7일 송원형·김수경 기자)에서 “2021년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마약 수사 권한도 줄” 어 직접 인지 마약범죄가 전년 대비 73.2% 감소했으며, “경찰이 마약범죄 수사 대부분을 떠맡았지만 국제 특송 화물과 공해상 밀수 등으로 반입된 마약이 다크웹, 텔레그램 등을 통해 확산되는 것을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조선일보의 걱정과 달리 연합뉴스 [수사권 조정에 마약 수사도 변화…검경 평가는 극과 극] (2022/2/20 이정현 기자)은 “대검의 ‘2021년 12월 마약류 월간동향’에 따르면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단속이 많았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검경의 전체 마약사범 검거 인원이 역대 최다(1만 6천153명)였고, 마약류 압수 실적”도 지난해 3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검찰의 마약범죄 인지가 지난해보다 73.2% 준 것도 “관세청이 지난해 마약사범을 단독 수사·송치할 수 있도록 절차”가 변경된 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연합뉴스는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가 줄고 “수사 연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주장과 검찰이 “마약범죄 범위와 수사 공백을 과장되게 해석한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흐름을 마약 수사가 경찰로 넘어가는 과도기”로 판단하고 있으며, 손병호 법무법인의 현 변호사는 “경찰은 잠복 등을 통해 일선 바닥에서 정보원 접선과 관리 등에 능한 측면이 있고, 검찰은 기소권이 있으니” 경찰은 수사를 전담하고 검찰은 기소와 보완 수사 요구, 공소 유지하는 본연의 기능으로 가는 게 맞다고 언급했습니다.

한동훈 장관에게 ‘아이들 지켜달라’고 호소한 매일경제

문재인 정부 검찰의 마약 수사 전환 과정을 살펴보니 “지속적으로 검찰의 마약 수사 부서를 통폐합해 결과적으로 국가 마약 대응 역량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갔다”는 조선일보 주장이나 “마약범죄 증가의 주요 배경”이라는 문화일보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마약 수사는 검찰의 전유물이 아닌 만큼 검찰 수사만을 가지고 국가적 역량이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검찰도 보도자료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 구성] (4월 10일)에서 “비대면 온라인 마약 거래 활성화와 의료용 마약류 불법유통 확산”으로 “모든 연령과 계층”으로 마약이 퍼지면서 “마약범죄가 폭증하고 2차 강력범죄가 빈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연합뉴스 [한동훈, 대검 ‘마약·강력부’ 설치 지시…“대응 역량 회복해야”] (4월 12일 이대희 기자)처럼 한동훈 장관이 직접 “지난 정부에서 검찰이 마약범죄를 직접 수사하지 못하도록 조정하면서 검찰의 마약범죄 대응 역량이 크게 훼손됐다고” 주장한 발언 위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언론은 아무런 확인 없이 한 장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만 쓸 것이 아니라 과거 본인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부장 당시 이룬 마약 수사 성과는 무엇이었느냐고 묻는 게 우선일 것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매일경제 박준형 사회부 차장은 [충무로에서/한동훈 장관님,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4월 11일)에서 “살인, 강도, 강간 등 흉악 범죄 뉴스”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대치동 학원가의 “‘마약음료수’ 사건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며 “국민이 이제는 마약에 떨고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박 차장은 아예 “한 장관님, 대한민국이 마약 청정국이 맞는지요.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라고 호소했습니다. 언론이 마약범죄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장관에 호소하는 게 먼저인지 안타깝습니다.

마약으로 안전한 사회, 모두의 관심 필요

언론은 전임 정부 탓에 몰입해 검·경수사성과를 폄훼하는 주장에 동조할 게 아니라 YTN [단독/중독자 치료지정병원 90%가 “마약환자 안받아요” 왜?] (2022/10/6 안동준 기자)나 동아일보 [마약성 진통제, ‘처방 잘해주는 병원’ 리스트 돌기도] (2022/10/10 전혜진·김소영 기자)와 같이 부족한 마약치료 병원 문제, 병의 처방남용 등 마약 범죄에 도움 되는 보도에 집중해야 합니다.

연합뉴스 [연합시론/‘마약범죄 특수본’ 출범, 국민적 동참도 필요하다] (4월 10일)는 갈수록 “첨단 기술 발전과 맞물려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범죄 수법을 막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사 인력을 늘리는 것이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고 짚었는데요. 일상에 파고든 마약을 뿌리 뽑기 위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촘촘한 신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마약의 위해성을 고취하는 교육을 강화하”며 정치권은 수사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실에 맞는 법률 제·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소년까지 범죄 대상이 되는 현실에서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언론의 책임 있는 보도가 절실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4월 1~11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마약’으로 검색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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