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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지침을 마련한지 ‘겨우 11일만’에 스스로 핵심 조항을 삭제한 검찰, 참 대단하십니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공직자가 직무 관련 정보를 활용해 사익 추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이 법에 따르면 모든 공직자는 직무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임을 알게 되면 서면신고 및 회피신청을 해야 한다. 사적 이해관계자의 범위는 법 조문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으며, 공공기관별 업무 특성을 반영하여 그 범위를 더욱 구체화하도록 한다. 검찰의 경우 ‘검찰청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제도 운영지침‘ (이하 ‘운영지침’)을 통해 사적 이해관계자의 범위를 정하고 있다.

대검찰청 감찰1과는 지난달 23일(2022년 5월 23일) 전관예우 방지 조항을 삭제한 운영지침 개정안(예규 1282)을 공지했다. 개정된 운영지침에서 수정(‘삭제’)된 내용은 ‘사적 이해관계자의 범위’에 관한 것으로 두 조항이 삭제됐다.

  • 2년 이내 퇴직 예정인 공직자의 퇴직 후 고용주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제3조 제1항)
  • “검찰청 퇴직 공직자로서 퇴직 전 5년 이내에 시행령 3조2항에서 정하는 범위의 부서에서 같이 근무했던 사람”(제3조 제2항)

이 조항들은 검찰 업무 특성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검찰의 대표적 전관예우 행태인 수사 대상 기업으로의 취업이나 현직 검사를 상대로 한 로비 활동 등을 막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대검찰청은 삭제 이유에 대해 “향후 해석을 놓고 다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 밝혔다.

이해충돌방지법은 본래 2015년경 청탁금지법과 함께 제도화가 논의되었지만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이제야 시행되었다. 그동안 암암리에 벌어지는 검찰·법원 고위직 출신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는 사법체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의 원인이 됐다. 특히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하여 권순일 전 대법관을 비롯 박영수 전 특검, 김수남 전 검찰총장, 검사 출신인 곽상도 전 국회의원과 이경재 변호사 등 법조계 유력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시금 전관예우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어렵게 이해충돌 방지법이 시행된 만큼 공직사회 투명성 강화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 그러나 기존 지침이 제대로 시행하기도 전에 서둘러 완화시켜 버리는 검찰의 모습은 배신감마저 느끼게 한다. 검찰이 자신들을 향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려면 지침해석 문제에 따른 다툼을 걱정할 게 아니라 원천적인 전관예우 근절을 고민해야 마땅하다. 대검찰청은 지금 즉시 지침개정을 철회하고 더욱 엄격한 자정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언론에 따르면 대검이 지침을 삭제한 또 다른 이유로 다른 기관 규정과의 형평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의 지침 기준은 다른 기관이 아니라 권력기관 일수록 엄격하게 견제되길 바라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검찰이 지침 삭제를 끝까지 유지한 채 또 다시 전관예우 논란이 일어난다면 지금까지 있었던 것보다 더욱 강력한 검찰개혁 논의가 일어날 것임을 유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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