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전력은 9월 23일 4분기 전기요금을 kWh당 3원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013년 11월 이후 8년 만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올해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조치입니다. 그러나 이번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탈원전 탓이라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됐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한전, 연료비 연동제 따른 전기요금 인상
동아일보 [전기요금 8년만에 인상…4인가구 月최대 1050원 더 낸다] (9월 24일 구특교·김하영 기자)는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자 올해 4분기(10∼12월)에 전기요금을 올리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2, 3분기에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서민부담과 물가상승을 고려해 요금 인상을 유보”해오다 “한전의 경영 실적 악화”로 “결국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전력은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연료비 조정단가는 3개월 단위로 산출되며 3분기 연료비 상승에 따라 인상돼야 할 4분기 연료비는 +10.8원/kWh로 산출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분기별 조정폭(+3원/kWh)이 반영됐으며, 1~3분기 -3원/kWh를 적용받고 있었기에 할인 효과가 원상회복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조·중·매·서경·한경, 전기요금 인상 ‘탈원전’과 연계
7개 종합일간지와 3개 경제일간지, 지상파3사와 종편4사 저녁종합뉴스가 ‘전기요금 인상’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한국전력 발표가 있던 9월 23일 저녁종합뉴스에서는 채널A를 제외하고 모두 전기요금 인상 소식을 전했습니다.
전기요금 인상과 탈원전을 연결해 보도한 방송은 한 곳도 없었으며, MBC [알고보니/전기료 인상은 ‘급격한 탈원전’ 탓?] (9월 23일 전중홍 기자)은 무리한 탈원전 주장에 대한 팩트체크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9월 24일 신문 지면에서는 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일보가 1면 머리기사로 한국전력 전기요금 인상을 보도했고, 매일경제·한국경제도 1면에 소식을 전했습니다. 탈원전과 전기요금 인상을 연계해 보도한 언론사는 조선일보·중앙일보·매일경제·서울경제·한국경제였고, 국민일보 [“탈원전 청구서” 비판에도 전기료 전격 인상…물가 더 자극할 듯] (9월 24일 김지애·문수정·신준섭 기자)은 국민의힘 대선주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전기요금 인상은 탈원전 청구서”라는 SNS 글을 전했습니다. 특히 중앙일보 [탈원전 손실 10년 뒤 177조…전기료 올렸다] (9월 24일 김기정, 김남준 기자)는 1면 대부분을 할애해 전기요금 인상과 탈원전을 연결한 보도를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전기료 인상→물가인상 우려한 언론
언론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SBS [전기요금 8년 만에 인상…잇단 물가 상승 우려] (9월 23일 이성훈 기자)는 “원재료비인 전기료 인상은 제품과 서비스 전반의 비용 부담으로 연결돼 도미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일경제 [공공요금부터 공산품 가격까지…도미노인상 예고] (9월 24일 전경운 기자)는 “대표적 공공요금인 전기료 인상이 각종 공공요금, 공산품은 물론 서비스업 전반의 비용 상승을 초래해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한국일보 [동시다발 전기료↑ 우윳값↑ 전셋값↑ 현기증 물가] (9월 24일 변태섭 기자) 역시 “오랜 기간 제자리를 지키며 물가 상승을 저지해 왔던 전기요금마저 8년 만에 오르면서 도시가스 등 나머지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겨레, 연료비 연동제는 전기요금의 탈정치화
한겨레 [전기요금 8년만에 인상 ‘연료비 연동제’ 정상화 첫발 뗐다] (9월 24일 김정수·최우리 기자)는 “사실상 멈춰 서 있던 ‘연료비 연동제’도 정상화의 첫발을 떼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연료비 연동제는 전기요금을 발전용 연료 가격 변화에 맞춰 조정하는 제도로, 정부와 한국전력이 올해부터 전기요금에 ‘연료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해 도입하며 1분기 전기요금을 낮춘 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전기요금 조정에 정부와 정치권이 개입할 고리를 끊어 요금 조정을 쉽게 하”고 “요금이 원가를 반영하는 구조가 만들어져 전력산업의 안정성이 확보되고 합리적 전기소비도 유도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는 이전부터 연료비 연동제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미래의 ‘전기요금 폭탄’ 막는다] (9월 20일 김정수 기자)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 “가격신호 기능이 강화되”어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소비자의 예측 가능성 제고를 통한 합리적 전기소비 유도가 가능하”며 “통제 불가능한 연료비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줄어 전력사업자들의 재무 건전성이 높아진다”는 산업통상자원부 설명을 전했습니다. 이어 “전기요금 인상이 거론될 때마다 언론에는 ‘전기요금 폭탄’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며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비판적인 언론과 소비자들의 저항이 심하지만 “연료비 연동제로 전기요금이 쉽게 조정된다는 말은 전기요금 조정에서 정치가 배제된다”는 뜻으로 전기요금의 ‘탈정치화’의 의미도 크다고 짚었습니다.
서경·조선, 기승전 ‘탈원전 탓’
서울경제 [내달 전기료 인상…탈원전 청구서 쏟아진다] (9월 24일 양철민·우영탁 기자)는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과속 정책 등에 따라 재무 건전성이 악화일로인 한국전력이 8년여 만에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사설 [국민 부담 없다더니 날아들기 시작한 탈원전 청구서] (9월 24일)을 통해서도 “정부는 경제성 조작까지 해가며 멀쩡한 원전을 폐쇄했고 원전 공사를 중단하는 등 탈원전 폭주를 일삼았다”고 주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조선일보 [8년만의 전기료 인상, 탈원전 정책 아래선 이제 시작일 뿐] (9월 24일)은 “현 정부 출범 후 탈원전 정책이 전기료를 더 이상 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온 것이 사실”이며 “지난해 28%였던 원자력 전기 비율을 2050년까지 6~7%로 떨어뜨린다는 탄소중립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대통령 한 사람 고집만 쳐다보면서 국민생활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앙일보, 불가능한 미래를 근거로 탈원전 비판
중앙일보 [탈원전 손실 10년 뒤 177조…전기료 올렸다] (9월 24일 김기정·김남준 기자)는 1면 머리기사로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의뢰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분석한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발생’ 보고서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제목부터 ‘탈원전 손실 10년 뒤 177조’라는 보고서 내용과 ‘전기료 올렸다’는 한국전력 전기요금 인상을 한 문장으로 구성해 상이한 두 내용을 연관 있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보고서는 ‘최적시스템(원전과 석탄화력 및 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을 모두 허용)’에 비해 ‘탄소중립시스템(원전과 석탄발전기 모두 폐기,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증가)’으로 전력을 생산하면 올해 1조4,000억 원 비용이 더 발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같은 방법으로 계산했을 경우, 5년 뒤인 2026년엔 15조5000억 원, 10년 뒤인 2031년엔 21조300억 원의 비용 차이가 발생하며 10년간 발생한 누적 손실을 모두 합치면 177조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보도한 해당 보고서는 ‘손실 추정치’이며 사실과도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산업통산자원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2020/12/28)에 따르면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 비중은 현재와 비슷한 25%에 달하고 석탄발전 비중 역시 6%가 줄어들 뿐입니다. 원전과 석탄발전을 모두 폐기했을 때 가능한 177조 누적손실은 일어날 가능성조차 없는 것입니다.
중앙일보는 사설 [전기료 인상…날아들기 시작한 탈원전 고지서] (9월 24일)를 통해서도 “전력 생산에 필요한 연료비 증가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해명하지만, 근본 원인이 탈원전 때문이란 건 모두가 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앙일보는 “탄소 저감을 위해선 원전 말고 뾰족한 방법이 없”으며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서 시작된 탈원전을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탈원전≠전기요금 인상’ 짚은 MBC·경향신문
MBC [알고보니/전기료 인상은 ‘급격한 탈원전’ 탓?] (9월 23일 전중홍 기자)은 “지난해 원전 발전량, 전년도보다 10%가량 늘었”으며 “비중도 25.9%에서 29%로” 증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MBC는 “탈원전은 아직 시작도 안 됐고 오히려 원전발전량 비중은 늘고 있”다며 “요금인상이 탈원전 때문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경향신문 [8년 만의 전기료 인상, 전기료 체계 현실화 계기 돼야] (9월 24일)는 “물가상승률에서 전기료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데도 연료비 연동제를 유명무실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보수 정당과 언론은 전기료 인상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 왜곡이”며 “탈원전 정책은 향후 60년간의 장기적 계획으로 원전의 전력생산량을 보면 아직 제대로 실행되지도 않”았고 “연료비 구입단가가 신재생에너지보다 원자력이 싸다고 강조하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같은 안전비용과 폐연료관리비, 기후위기 개선비용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짚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당신이 보는 경제지가 말해주지 않는 진실⑥/기후위기 ‘인간 책임’인데, 경제지는 ‘탈원전정책’ 탓] (9월 23일)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원전 비중은 줄어들지 않았고(2024년까지 원전 설비 용량은 최대로 증가하고 그 이후로 감소), 기후위기 상황에서 원전만이 대안이라는 일부 언론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이미 지적한 바 있습니다. 보고서에 인용된 2020년 영국 서섹스대와 독일 국제경영대학원 연구팀이 과학저널 네이처 에너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원자력발전보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7배 강력해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분석됐습니다.
MBC “탄소중립 위한 전기료 인상 불가피”
MBC [전기요금 8년 만에 ‘3원 인상‥2050년 탄소중립 어떻게?] (9월 23일 김윤미 기자)는 “세계적 과제인 탄소중립 의무를 달성하려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문가 발언을 전했습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C02 배출이 전력 부분에서 37%”에 달하며 낮은 요금으로 많은 소비가 일어나면 “C02 배출을 줄이기 위해 또 돈이 들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서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일보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안정적 물가 관리에 힘써야] (9월 24일) 역시 “값비싼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리려면 당연히 많은 돈이 필요하고 이를 전기료 수입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이행하기 위해서도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하며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RPS) 이행 비용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나날이 높아지는 기후 위기로 각 나라 정부와 기업은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2050 탄소중립]을 통해 저탄소발전 전략과 실천방안을 세우고 있습니다.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탄소중립은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해 당연시 되는 노력이며 안전한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원전을 지키기 위한 무리한 주장 대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언론이 적극 역할을 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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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니터 대상:
- 2021년 9월 2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 9월 24일: 경향신문, 국민일보,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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