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시절 노홍철 씨가 최면에 걸려 흘린 폭풍 눈물을 기억하는가? 노홍철 씨의 최면을 진행했던 심리학자 설기문 박사가 새 책을 냈다. 그 책에서 설 박사는 사회적 거리 두기만큼이나 자기 객관화를 통한 ‘내 마음과의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에게 부정적인 자기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탈감정 혹은 내 마음과 거리를 두고 자신을 객관화하는 방법과 노하우에 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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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 설기문 박사님,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원래 심리 상담 전문가이자 대학교수로 활동하다, 기존 심리학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무의식·잠재의식에 관심을 갖고 최면과 NLP(신경언어 프로그래밍)를 공부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약 40년간 심리상담과 치료를 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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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P란?
신경-언어 프로그래밍(Neuro-Linguistic Programming, NLP)은 20세기에 개발된 실용심리학의 한 분야로 인간 행동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기법을 종합해 놓은 지식 체계의 명칭이다. (위키백과, ‘신경언어 프로그래밍’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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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공부하는 이유
= 마음, 정신(건강)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심리학도 인기고요. 물질만 강조하는 삶에 대한 반동(균형 잡기)일까요?
저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반 세기 이상 우리나라 국민이 경제 발전과 물질적 풍요에만 관심을 두고, 개인의 성공과 출세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습니다. 그 덕분에 경제 발전도 이루고 풍요도 이루게 되었지만, 반대로 외면되었던 정치 민주화에 대한 욕구의 분출과 함께 필연적으로 사회적 혼란 상태도 조성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도기를 거쳐 정치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결과적으로 개인의 인권이나 복지 차원에 대한 욕구도 생겨났습니다. 많은 사회적 사건과 사고로 인한 집단 트라우마, 인간관계의 단절과 불신 및 소외 현상, 그로 인한 자살률과 사회적 범죄율의 증가 등으로 비로소 마음이나 정신 세계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사회·문화적 현상의 하나로 마음과 힐링, 마음 건강, 인간 관계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심리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뭘까요.
모든 학문이 궁극적으로는 행복해지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심리학은 마음을 다루는 분야니까 심리학이 일정 부분 인간의 내면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런 심리를 이해하고 활용하면 인간관계에서도 도움됩니다.
그러니까 심리의 원리를 알고 이해함으로써 타인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심리학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에도 다양한 세부 분야가 있어서 각 분야에 따라 초점이나 강조점은 조금씩 다르다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 최근 출간한 책 [내 마음과 거리 두기] 서문을 보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강조하고 있는데 말이죠.
저는 40년 가까이 다양한 심리 상담과 치료의 원리, 기법들을 공부하며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상담하며 그들의 인생을 바꾸어 왔습니다. 이러한 임상 경험 과정에 제가 늘 관심 가졌던 것은 누구라도 쉽고 빠르게 현실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평생의 임상 노하우 중 일부를 이번 책에서 소개했습니다.
= 그러고보니 ‘무한도전’이나 ‘스타킹’ 등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신 모습도 떠오릅니다.
최면 치료나 전생 치료가 갖는 신비성과 효과 때문에 대중의 관심도 많이 받았고 TV 방송 출연도 많이 했습니다. MBC ‘무한 도전’에서 노홍철 씨의 어릴적 트라우마를 해결해주었던 방송이 큰 반향을 끌었습니다. 그 내용은 [내 마음과 거리 두기]에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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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감정
자기 객관화
내 마음과 거리 두기
= 박사님은 “자기 객관화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감정을 경험하는 것은 자기 눈으로 현상을 인식하는 자기 주관화 때문입니다. 나쁜 감정일수록 자신을 다른 대상이나 사람처럼 인식하는 자기 객관화를 해버리면 탈감정 상태가 되어 감정 이전의 상태로 돌아갑니다. 즉, 쉽게 평정심을 찾을 수 있습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 일상 속에서 ‘자기 객관화의 예시’를 들면요?
실제로 우리는 일상에서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자기 객관화를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가장 쉬운 예로 들 수 있는 것은 우울하고 불안할 때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맛있는 음식 먹는 것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수다 떠는 것 등도 모두 자기 주관화 상태에서 벗어나는 일종의 자기 객관화의 예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엄마는 몸이 아파도 아이에게 밥을 해 먹이고 등교를 시키기 위해, 남편 출근을 시키기 위해 아픈 것을 잊습니다. 급한 숙제가 있거나 시험을 코앞에 두고 있는 학생이라면 친구들과 놀러 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놀러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엄마는 몸이 아픈 고통에 빠지는 자기 주관화 대신에 아이나 남편 생각으로 자신의 상태를 잊거나 자신의 고통에 몰입하지 않는 자기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숙제나 시험이라는 것 때문에 잠시 놀고 싶은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휴대폰을 보고 전화 통화를 하느라 운전 중에 신호를 놓쳐 사고를 내는 일, 지하철이나 버스의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잠시 동안 현실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자기 감정에 빠지지 않는 예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의식적으로 잘 활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개인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우리가 인격적으로 성숙되었다고 하는 사람은 이런 걸 잘 활용하는 사람입니다.
= 자기 객관화 습관 한두 개를 자기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했습니다.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사실 머리로 아는 것은 의식적 차원, 실천하는 것은 무의식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것이기에 이 두 가지는 서로 별개의 것입니다. 그래서 지식을 실천으로 연결하는 게 항상 어렵습니다. 실천을 잘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자각과 함께 의지를 가져야 하는데, 이때 무의식의 동조가 요구됩니다. 통상 자각까지는 문제 없이 옵니다. 그래서 한두 번 시도는 해보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것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의식 상태로 습관이 넘어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사실 쉽게 형성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주 반복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 좋은 습관은 만들기도 어렵지만, 그걸 유지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좋은 습관을 잘 만들고, 또 잘 유지하기 위한 노하우가 있을까요?
습관은 무의식 수준에 도달할 때 강력해집니다. 왜냐하면 행동을 지배하고 그 행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도록 그래서 습관적인 행동이 되도록 통제하는 것이 바로 무의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무의식에 관해 지식적으로라도 알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반복적인 실천입니다.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반복 실천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그런 실천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자신에 대해, 자신의 문제에 대해 각성을 하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위해 실천을 해야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것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 자신을 분석하고 되돌아보는 것이 좋은데, 그래서 명상이나 자기최면이 도움될 것입니다. 아니면 그러한 필요성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자기 자신에게 주입하는 것, 실천하는 것을 상상하고 실천의 결과로 일어나는 변화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도 도움될 것입니다.
= 요즘 MBTI가 유행인데요. 이것도 일종의 자기 객관화라고 보시나요?
물론입니다. MBTI의 가장 큰 장점이 아주 쉽고도 간단한 자기 객관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이해에 대한 욕구가 있습니다. 자기를 객관적으로 알고 싶은 거죠. 각종 심리테스트가 유행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MBTI는 원리 심리 전문가들이 만든 것이 아니어서 초기에는 심리학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치 ‘훈민정음’처럼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고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실제 자기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남들과 어떻게 다른지 알기 위해서는 심리 상담가를 통하지 않고서는 알기 어렵지만, MBTI 같은 테스트를 활용하면 누구나 쉽게 자신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심리 테스트 중독’ 같은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현상도 자기객관화의 욕구일까요?
MBTI에 대한 답에서 설명한 바와 마찬가지로 원래적으로 존재하는 인간의 자기 이해에 대한 욕구는 많은 심리 테스트를 낳았습니다. 어떤 심리적 문제가 있을 때 자신이 왜 그런 문제를 갖게 되었고 왜 그런 문제가 생겼는지, 어떻게 해서 그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를 연구하다 보면 결국 자신의 성격이나 심리적 특성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현대는 스트레스가 많은 시대입니다. 스트레스도 성격과 관련된 것이기에 잘 대처하려면 역시 자기 자신에 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그런 현상들 때문에 심리테스트에 대한 관심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박사님은 주로 우울, 불안, 화 같은 부정적 감정을 치료하는 수단으로 ‘자기 객관화’를 사용했습니다. 반대로 긍정적인 감정을 고양하는 방법으로도 자기 객관화가 도움이 될까요?
자기 객관화가 필요한 이유는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긍정적인 감정을 고양하기 위해서는 그 반대인 자기 주관화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자기가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차원에서 어떤 상황에 몰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오감적 자극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감을 갖고 싶다면 과거에 칭찬받거나 인정받았던 일, 성공했거나 상 받은 일을 생각하면서 그때 보았던 장면, 그때 들었던 축하와 격려의 말들을 떠올리고 그때의 기분을 실제처럼 상상하고 느껴보면 좋습니다. 이왕이면 그때 장면을 좀 더 크고 선명하게 떠올리고 소리를 더 크게 들어보면, 감정과 기분이 더 확대되어 기분 좋은 감정과 자신감이 더 크게 증대됩니다. 이것이 자기 주관화의 좋은 예입니다.
= 최근 ‘성장’을 주제로 한 각종 챌린지(@@@ 100일 프로젝트 등) 컨텐츠가 많습니다. 자신의 도전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기도 하죠. 이런 ‘인정 욕구’나 ‘확인 욕구’도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기 위해서일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 주관화에 해당합니다. 자기 객관화가 되면 감정뿐만 아니라 심지어 욕심에서도 벗어나고 무심한 상태가 됩니다. 이것은 탈감정의 상태이기에 우리가 부정적인 감정에 빠졌을 때는 당연히 이 상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성장’, ‘인정’ 모두 ‘긍정적’ 감정의 발현입니다. 긍정적 감정에 몰입해야 하므로 자기 객관화의 반대 차원에서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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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의 효용
= 최면으로도 유명하신데요. 방송 출연도 여러 번 하셨고요.
실제로 최면과 전생은 신비성이 있어 사람들이 쉽게 호기심을 관심을 갖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볍게 취급되기도 합니다. 최면과 전생 체험은 기본적으로 무의식을 전제로 하는데 그 무의식은 모든 것의 근본이 됩니다. 최면은 무의식을 다뤄 문제 행동을 고치거나 고통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무엇보다 내면 깊숙이 들어가 자신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자신이 가진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게 합니다. 불안, 우울과 같은 심리적 문제가 있을 때 근본 원인을 찾고 치료합니다. 긍정적인 차원에서는 잠재 능력을 끄집어 내서 실제 능력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의학적으로 풀 수 없는 문제들도 해결해줍니다. 왜냐하면 이들 문제의 원인도 무의식에 있기 때문입니다.
= 매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는데요.
삶의 문제, 현실의 문제와 고민은 라이브 방송의 중요한 주제가 됩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와 해결과 관련해서 최면의 효과성에 대해 대부분 구독자들은 공감하기에 관심을 갖고 질문도 많이 합니다. 그들은 자기 자신에 관해 좀 더 근본적으로 알고 싶고 또 이해를 하고 싶다는 욕구들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면뿐만 아니라 전생에 관한 관심도 많이 갖고 그래서 직접적으로 전생체험을 해보고 싶어하고 관련되는 질문들도 많이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것들은 어디에서도 시원하게 답을 얻기 어렵고 또 실천적으로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라이브 방송에 관심을 갖고 참여합니다. 우리 라이브 방송의 주된 시청자들은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이 큰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박사님의 유튜브를 보면, TV 출연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무척 활달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더군요. (^^) 평소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평소 걷기 운동과 등산을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건강식 위주로 식사를 하며 충분한 수면 시간을 갖는 편입니다. 그리고 낙천적인 성격이라서 스트레스를 빨리 털어내면서 쌓아두지 않는 편입니다. 한마디로, ‘내 마음과 거리 두기’를 잘하는 편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