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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면허증을 찢은 이유: 이로운 교수 인터뷰

정부는 2022년부터 공공의대 (의료 취약지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는 조건으로 입학을 허용해 공공의료 전문인력으로 양성하는 것이 목적으로, 입학금과 수업료, 기숙사비 등은 정부가 전액 지원한다) 설립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원은 연간 10년 당 4백 명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이유는 다름 아닌 ‘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말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부족할까? 이미 여러 전문가는 미디어를 통해 의견을 밝힌 바 있고, 이 사안에 관해 수두룩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얼마 전 나는 SNS에서 흥미로운 포스팅을 접했다. 김계리 변호사(사시 52회)의 글이었다. 이하 내용은 김계리 변호사의 SNS 포스팅 일부를 인용하였다:

광복 이래 변호사들이 배출되어 만 명의 도달한 것은 2006년경으로 50년이 넘게 걸렸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후 2만 번째 변호사는 2014년, 3만 번째 변호사는 2019년 12월로 5년 채 걸리지 않았다. 로스쿨 제도 도입 당시, `지역할당`, `지방대 인원 할당` 등을 하였지만, 그 많은 변호사는 그 지역의 로스쿨을 졸업한 후 떠난다.

격오지에 변호사가 있는가?

결국,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는 변호사가 넘쳐나고, 오히려 변호사 사이 부익부 빈익빈이 커졌다. 과연 공공의대가 설립된 이후엔 어떻게 될까? 의료 취약지에서 근무하는 조건을 채운 10년 후 그 의사는 과연 정부가 말하는 ‘의사가 부족한 실정’을 메꿀 수 있을까?

전공의협회와 의사협회는 파업을 선언했다. 전공의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의사가 파업하면 여론의 반응은 중간이 없다. 그저 둘로 나뉜다. 하나는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잡은 의사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반대 여론 또 하나는 ‘오죽하면 이 코로나19 시국에 의사들이 파업했을까?’라는 지지 여론이다.

의사가 파업을 시작했다. (출처: Truthout.org, CC BY)

전공의가 파업을 시작했다. (출처: Truthout.org, CC BY)

전공의가 파업하자 정부는 ‘집단행위는 정당화할 수 없다’며 ‘의료법에 따른 진료 개시 명령에 불응할 경우 의사 면허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라는 강경한 견해를 밝혔다. 이 ‘의사 면허에 대한 법적 조치’라는 것은 우회적으로 ‘의사 면허 정지’라는 것을 의미한다. 선배 의사들과 전문의들은 이에 반발하여 ‘내 의사 면허 먼저 정지하라’며 SNS를 통해 ‘#내_면허번호는’이라는 이름의 챌린지를 시작했다.

‘#내_면허번호는’ 챌린지는 각자의 의사 면허증 또는 의사 면허 번호를 종이에 적어서 들고 사진을 찍어 포스팅으로 올리는 것이다. ‘#내_면허번호는’ 챌린지를 하며 자신의 의사 면허증을 갈기갈기 찢은 의사가 있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날 밤, 그의 포스팅은 종편 등을 통해 알려졌다. 나는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리고 파업 중인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꾸느라 바쁜 그였지만, 소중한 시간을 내주었다.

 

  • 인터뷰이: 이로운 인하대 영상의학과 진료교수
  • 인터뷰이: 글렌다박 기자

 

= 반갑습니다. 우선, 독자분들께 본인의 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이로운 입니다. 현재 인천에 있는 인하대학교 병원 영상의학과에서 진료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세부 전공은 근골격계 영상의학입니다.

이로운 인하대학교 영상의학과 진료교수 (의국장) 

이로운 인하대학교 영상의학과 진료교수 (의국장)

 

4대 의료 정책에 관하여 

 

= 우선 파업에 관해 묻겠습니다. 교수님께서 이번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이유, 그리고 이 파업이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우선 의사들이 주장하는 4대 악 의료 정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의대 정원 확대
  2. 공공의대 설립
  3.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4. 원격의료

하나씩 의견과 예시를 들어 설명해 드릴게요.

먼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에 대한 부분입니다. 정부가 기획한 공공의대 설립을 포함한 의과 대학 정원의 증원은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크게 적어 인구당 의사 수를 늘려서 낙오 지역까지 의료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데에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주 언급되는 OECD의 다른 지표들을 살펴보면, 연평균 의사 수 증가율은 현재를 유지할 시 OECD의 6배 수준이어서 조만간 의사 과잉이 되어 잉여 의료 인력을 양산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서울·경기를 포함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프라 차이와 더불어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하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모든 ‘수가’는 국가가 통제1하고 있습니다.

지역적으로는 서울·경기, 진료 부문으로는 피부 미용, 비만 등 비 보험과에 선호가 높고 실제로도 인력 비율이 해당 쪽으로 어느 정도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상황에서 의사 인력이 늘어난다 한들 국가가 원하는 의료 인력의 지방 분산, 또는 나아가 의료인들의 경쟁을 통한 인건비 감소로 이어질까요?

결국

결국 돈 되는 지역, 돈 되는 일부 과에 의사가 몰린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 인력만 는다고 의료의 지방 분산, 의료 인건비 감소로 이어지진 어렵다는 게 이로운 교수의 주장이다.

= 인건비는 잘 모르겠으나 수요대비 공급이 많아지니 그만큼 고객, 즉, 환자에게 비용을 절감해주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피부미용, 비만 등을 포함한 비보험과는 의사, 또는 환자에 의한 수요 창출이 무한대에 가까운 영역입니다. 아파서 병원을 방문하게 되는 질병, 즉 보험 진료 영역과는 달리 의료 기관의 유인 수요가 가능하고, 환자의 필요가 수요 요소를 결정하는데 역시 기여합니다.

결론적으로 의사 수가 늘어나면 지역까지 내려가서 힘든 과에서 경쟁하게 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보험과 쏠림 및 과도한 경쟁은 불필요한 의료 수요를 창출해 국가 및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잉여 인력 창출, 비보험과 쏠림을 배제하고 교육적인 부분에서 접근해 보겠습니다. 의대 교육이라는 부분은 정원을 늘리고, 단순히 강의실에 책상과 의자만 확충해준다고 해서 의사 수 배출을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 수에 맞는 시설과 기자재는 필수적이겠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에 맞추어 보강되어야 하는 교수진 및 그들을 수련할 수련병원의 수용력(capacity) 확충입니다.

정부는 지역 의사 및 의과학자로 배정한 의대 정원 증강에 대해서는 10년간의 장기적 계획으로 순차적인 정원 증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들을 교육할 교육 인력 및 시설의 보강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적은 수지만, 분산되어 선발되는 이들에 대해 각 병원에 교수를 충원하고, 시설을 증원함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당장 2년 이후인 2022년부터 정원을 늘려 교육하겠다는 방침은 부실 수련으로 결국 폐교에 이르렀던 ‘서남의대’ 사태를 전국 각지에서 재현하는 결과밖에 초래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그에 맞는 '교육 인력과 인프라'를 확보하는 문제인데

의대 정원 문제는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그에 맞는 ‘교육 인력과 시설 보강’이 필요하다.

= 서남의대 폐교 사태는 안타까웠습니다. 그렇다면 공공의대 수련은 어디에서 이뤄질 것 같나요?

물론, 이 증원 인력의 일부에 공공의대가 포함이 되어있는데, 공공의대 출신의 수련은 잠정적으로 국립중앙의료원(NMC)에서 시행함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건대, 지역의료에 기여할 인재의 수련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을 활용함은 기존 시설의 활용이라는 부분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이 수련기관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상급 기관이라고 보기에는 제한적이며, 지역에서 근무할 인력을 서울에서 훈련해 다시 지역으로 내려보내는 게 합리적인 것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당장 지역 의료를 위해 남원에 공공의대를 세웠는데 남원, 또는 인접 지역에 공공의료를 충분히 수행할 만한 대형 공공의료시설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 확충, 공공의대 신설보다는 각 지역의 의료원 시설의 확충 및 규모 증대와 의료진 처우 개선 등 지역 의료 인프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현존하는 의료인력에 대한 유인 수요를 끌어내 지역 공공의료 제공 체계를 개선하는 게 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어떻게 해서든 이 정책을 완수하여 10년 의무 복무의 지역 의사를 배출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의무 복무 기간에는 수련과정인 인턴, 전공의, 전임의 기간이 포함될 것이므로 이미 최소 4년에서 최대 6년의 복무 기간이 소진되게 됩니다. 통상적인 과정인 6년의 수련기간을 가정했을 때, 나머지 4년간의 의무 복무 후 지역 의사들이 계속 지역에 남아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근무하게 될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에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했고, 저와 같은 맥락의 의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의대 졸업 후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 펠로우(전임의) 2년을 하면 6년이 간다. 4년간 감염내과 전문의로 일하다 ‘의무 끝났으니 바이바이’ 하면 끝이다. 우리한테 필요한 건 감염병 분야에서 사명감을 갖고 일할 전문가다. ‘의무 기간 채운 뒤 나가서 미용성형 병원 열어야지’ 하고 일할 사람을 의대에 추가로 뽑는 건 별 도움이 안 된다. 이런 문제를 막으려면 좀 더 정밀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김우주 교수, 신동아, 2020년 9월호)

= 첩약 급여화에 관해선?  

의사협회가 첩약 급여화에 반대하는 주요 이유는 과도하게 책정된 첩약 수가 와 더불어 첩약이 과학적으로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아 국민 건강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건강보험 재정 투입 비중이 높다는 문제 때문입니다.

저는 첩약 자체에 안전성·유효성이나 첩약 수가 자체에 대해서 논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하지만 첩약 급여화에 앞서 의료 영역에도 이보다 더 시급하고 긴박한 급여 책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음에도 정부가 첩약 급여화를 우선시함은 논리적이지 못합니다.

=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근 소아용 인공혈관을 취급하는 ‘고어(Gore)’사가 건강보험 책정 수가가 낮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철수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당시 업체가 공개적으로 밝힌 한국 내 철수 이유는 보험 상한가 인하 정책에 대한 불만 즉, 공급가격이 타 국가보다 현저히 낮게 책정돼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지금 논하고 있는 수가적인 측면을 볼 때, 다른 국가 대비 현저히 낮은 공급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2016년 6월, 12월 정부가 인공혈관 제품에 보험 상한가를 인하 조치하면서 약 18.8~19% 삭감이 결정되자 결국 고어사는 한국 내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선천병 심장병으로 인해 심장 수술이 필요했던 어린이들이 수술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다행히 2019년 환우회와 전문학회의 노력으로 고어사가 재료를 다시 공급하면서 일단락되었습니다.

고어사는 2017년 9월 국내인공혈관사업에서 철수했다. 2019년 인공혈관이 바닥나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소아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할 위기에 직면하자 다시 이슈가 되어 결국 고어사는 소아용 인공혈관 11개 모델과 인조포 3개 모델 등을 국내에 공급하기로 결정하고 사태는 일단락된 바 있다. (참조: 청년의사)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5500

고어사는 2017년 9월 한국의 낮은 수가를 이유로 국내인공혈관사업에서 철수했다. 2019년 인공혈관이 바닥나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소아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할 위기에 직면하자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결국 고어사는 소아용 인공혈관 11개 모델과 인조포 3개 모델 등을 국내에 공급하기로 결정하고 사태는 일단락된 바 있다. (참조: 청년의사)

이 외에도 현재 생사를 다투는 희귀 질환 및 중증 질환, 암 등에서 신약에 대한 급여 적용이 제한적인 부분이 있어, 임상에서 많은 환자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필수 진료 재료에 대한 적절한 급여 및 수가 지급을 통한 공급 유지, 희귀 질환 및 중증 질환, 암 등에서 신약에 대한 급여 확충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첩약 급여에 예산을 투입함은 질환의 중증도를 고려해 볼 때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장기화로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부담이 커지는 심각한 상황에서 체감 가능한 실질적 지원은커녕, 수가 협상마저 결렬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당장 급한 것도 아닌 첩약 급여화를 강행하려 함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입니다.

의사 의료 수가

= 끝으로 원격의료화에 관한 입장을 설명해주세요.

의료 접근성이 우수한 우리나라에서의 원격의료의 문제점은 이미 깊이 있는 논의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원격의료의 문제점이나 현안에 대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의료 활성화를 강행하려 함은 의사, 환자 간 분쟁 사례와 더불어 기존 1차 의료 공급체계의 붕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우선 원격의료 시행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가 하는 점을 우선으로 정의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비대면 진료의 환경에 적합한 질환(고혈압, 당뇨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원격의료를 시행할지에 대한 충분한 사전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보건복지부나 정부 독단이 아닌 의사협회 및 관련 학회와의 긴밀한 논의가 이루어 져야 합니다.

원격의료

= 원격진료 시행의 또 다른 장애물은 없나요. 

원격 진료 결과에 대한 책임 한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 하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환자의 권리가 무엇보다 보호되어야 하지만 원격의료가 가지는 현실적인 한계점에 대해 의사와 환자 모두가 적절한 인식의 공유와 법적인 보호망이 구축되어 있어야 하고요.

만일 양자 간 진료에 따른 분쟁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 이를 원만하게 조정할 담당 기구를 설립하여 불필요한 의료 분쟁 소요를 조정하는 기구를 준비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철저한 준비 없이, 의료계를 무시하고 산업 육성, 고용 창출의 방안으로 기재부와 보건복지부에서 원격의료를 내놓는다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이 다시금 시작되고 있는 이 시점에 유효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저는 격오지 및 의료 소외 지역에 대한 의료 지원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가 원격의료를 생각하고 있다면, 지역 수가 개선을 통한 의료진 확보 또는 닥터 헬기와 같은 신속한 후송 시스템 등의 ‘실제로 접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좀 더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면허번호’ 챌린지 

슬펐다 분노했다 vs. 2천 원짜리 퍼포먼스 

 

= ‘면허번호’ 챌린지 이야기로 넘어가죠. 언제 처음 알게 됐나요? 

‘#내 면허번호는’ 챌린지의 첫 포스팅을 본 시간은 낮쯤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당일 아침에 정부에서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들에게 면허 정지를 할 수 있다고 언급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정부의 이러한 대응에 대해 저는 적절하지 못하고 부당한 대처라고 생각하여 퇴근 후에 챌린지에 동참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교수님은 파격적으로 면허증을 찢은 사진을 포스팅하셔서 모든 이들을 놀라게 하셨는데요. 

퇴근 후, 챌린지에 참여하기 위한 사진을 찍기 위해 책장에서 파일 속에 고이 보관된 면허증을 꺼내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순간 슬프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우선 저 자신의 면허를 떠나, 제가 가르쳤던, 혹은 가르치지 않았어도 의사 후배로서 존재하는 선생님들의 면허가 국가의 권력에 의해 정지될 수 있다는 사실이 슬펐고 분했습니다. 러셀 커크의 [지적인 사람들을 위한 보수주의 안내서]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정부의 권력은 엄격하게 정의되어야 하고 그 한계 또한 분명해야 한다. 공정한 정부는 고도의 시민적 사회 질서를 가능케 만드는 사적 권리를 모든 이에게 확보해 주려 한다. 그런 사적 권리를 침범하는 정부는 더 이상 공정한 정부가 아니다.”(러셀 커크)

저는 정부가 펼치려 하는 정책의 옳고 바름을 떠나, 지금 상황에의 정부의 대처(면허 정지)가 공정하지 않으며, 이러한 투쟁 속에서 정말 면허 정지가 된다면, 스승인 저도 같이 면허 정지가 되길 바랐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국가가 발급한 종이로 존재하는 제 의사 면허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갈기갈기 찢어버린 후 사진만 남긴 채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한참을 멈춰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귓전에서 희미하게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쓰레기통 속에 구겨진 내 면허가 우는 것인지, 정부에 의해 면허가 제한될 수도 있는 현실에 사는 저 자신이 우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물끄러미 찢어지고 구긴 채로 쓰레기통에 버려진 면허증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로운 교수는 이하 글귀와 함께 이렇게 갈기갈기 찢은 면허증 사진을 SNS에 포스팅했다.

이로운 교수는 이하 글귀와 함께 이렇게 갈기갈기 찢은 면허증 사진을 SNS에 포스팅했다.

“당신들이 국가라는 힘을 앞세워 부정한 방법으로 내 제자들과 후배들의 면허를 정지시키겠다면, 내 면허 또한 필요 없습니다.

당신들은 우리의 면허를 `법적으로` 정지시킬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당한 의사임은 하늘이 알고, 우리 환자가 알며, 역사가 알 것입니다.

내 면허는 필요 없으니 쓰레기통에 버리겠습니다. 전공의들 면허 정지할 때 같이 정지해 주십시오.

면허번호는 99602, 영상의학과 의사 이로운입니다.” (이로운)

= 포스팅이 올라간 이후 지지하는 댓글도 달렸지만, 또, `재발급받을 수 있다.` `2,000원짜리 퍼포먼스다.` 등 엄청난 악성 댓글도 무수히 달렸습니다. 이런 댓글을 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나요?

면허증의 재발급 비용은 2천 원이 맞습니다. 인터넷에서 뽑으면 되지 않느냐, 컬러 복사 한 거 아니냐고 비아냥대는 분들도 많았는데 사진에 보시면 알겠지만, 해당 면허는 아래 복사 방지 표기가 된 원본입니다.

의사 면허는 인터넷상으로 발급 신청은 할 수 있어도 출력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몰랐던 것 같습니다. 면허 사실만을 증명하는 ‘면허 증명서’는 그 자리에서 출력할 수 있지만 ‘면허증’은 2천 원을 결제한다고 하더라도 보건복지부에 방문해 받거나 등기를 통해 원본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실물적인 발급 비용을 넘어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제 면허증의 발급 수수료는 2천 원이 맞지만, 그 면허증을 획득하기 했던 노력과 거기에 담긴 애환은 가격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당시에는 순간 너무 화가 나서 불로 태워버릴까도 생각했지만, 경범죄가 될 것 같기도 하고 화재의 원인이 될 것 같기도 해서 그냥 찢는 데 그쳤는데요. 다시 생각해보면 분노에 사로잡혀 지식인으로서 온당치 못한 과격한 행동을 한 것 같기도 해 지금은 일부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의사로서의 주체성을 증명하는 면허증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으니까요.

악성 댓글은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있기는 했습니다. 비아냥 수준에서 저와 다른 사용자들을 인신공격하는 내용까지 다양하더군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살면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래서 공인들이 힘들어하고 심지어 자살에 이르기까지도 하는구나 하는 공감했습니다.

직접 대면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단순한 논쟁이 아닌 상대방에 대한 모욕이나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함은 가면 뒤에 숨겨진 인간 내면의 잔혹한 본성을 드러내는 저열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을 그렇게 공격해 얻는 것은 그분들의 승리가 아닐 겁니다. 사람인 이상 자신의 행동과 언행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니까요.

= 결국, 악성 댓글 혐의자에 대해 법적 고소하겠다며 칼을 빼 들었습니다. (이로운 교수는 악성 댓글 혐의자 일부를 법적 대응 하였고, 기소된다면 민사합의금은 100%는 심장병 어린이 재단에 기부하겠다 밝혔다) 현재 법적 대응에 진척된 상황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초반에 과도한 악성 댓글이 달려서, 강경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을 추가로 게시물에 표기하였습니다. 그러니 악성 댓글이 달리는 수가 급감하더군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용감하게 계속 저와 타 사용자에 대한 도가 지나친 비방 및 허위사실(‘복사본이다’, ‘방금 뽑은 것이다’, ‘면허 취소해라.’ 등)을 쓰시는 분들이 있어서 주말 간에 법무 법인에 고소가 가능한 사항인지 확인하였고, 법적 대응 시 필요한 자료 수집을 권유받아 문제가 되는 자료들을 캡처 해 두었습니다.

그 외에도 메신저로 자진해서 삭제하면 법적인 대응까지는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못 보신 것인지 무시하시는 것인지 끝까지 두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정말로 소를 제기하여 합의나 보상을 받는 일이 있다면 전액 심장병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공지해 두었습니다. 제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돈으로 치유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분들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얻어지는 게 있다면 공익을 위해 쓰이는 게 좀 더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의사이지 인플루언서나 정치가가 아닌 관계로, 병원 일에 몹시 바쁩니다. 지금은 그리 악성 댓글이 많지 않아 간혹 올라오면 지인들이 캡처해서 보내주곤 하는데, 가능하면 법적인 분쟁까지 가지 않기를 원합니다. 그분들도 그분들 나름의 진실을 믿고 저에게 투사함을 일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와 의견이 다르거나 반감이 있으시더라도, 저나 다른 사람 앞에서 직접 말한다고 하더라도 부끄러움이 없을 만한 예의는 지켜 주셨으면 합니다.

 

국민만 희생… 한 발씩 양보 필요

 

= 전국 40개 의과대학 4학년생 3,036명 중 91%인 2,782명이 2021년도 의사국가고시 접수를 철회하면서 그들은 자동으로 내년도 의사자격증을 받지 못한 채 졸업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공의 후배들은 의사 면허가 정지될 각오를 하고 파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발표한 정책에 대해 단호할 뿐 물러서지 않고 있는데 끝이 어떻게 되리라고 생각합니까?

정부와 의사 두 집단은 현재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정부 나름에 생각이 있으므로 추진한 정책이겠지만, 의사집단에서는 해당 정책에 불합리함과 실효성에 문제가 있으며 이와 관련된 전문가, 학회와 의사 단체를 ‘패싱’(무시) 하였다는 이유로 파업 전선에 나섰습니다.

현재 국내 및 세계 상황은 좋지 못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해외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국내에서 다소 소강기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8월 중순을 기점으로 다시금 강력한 대유행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정책을 밀고 나가려고 하는 정부도 문제지만, 실질적인 최후 방어선인 의사들마저 이탈한다면 국내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이 악화 되리라 판단합니다.

저는 저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근거해 이번 ‘4대 악 의료정책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첩약급여화, 원격의료)’을 반대하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누가 승리하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부가적으로, 장기간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2차적으로 각자간 의견 분열로 인한 극도의 사회 내 대립으로 촉발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한발의 양보’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정부는 언론 보도 상에서만이 아닌 실제로 진지하고 열린 태도로 협상에 임해주길 바랍니다. ‘유보’, ‘보류’ 등 하루 사이에 수사만 바꾸어 가며 젊은 의사들을 구슬리려 함은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정부와 의료진 앞에는 당장 해결해야 할 ‘코로나’라는 공동의 적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저 ‘의료 4대 악’이라 불리는 정책을 강행하는 것이 꼭 필수 불가결한 것인지 정부에게 저는 묻고 싶습니다. 코로나를 종식할 수 있을 때까지 만이라도(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전면적인 정책 중단’ 등 확실한 표현을 통해 의료진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것이 중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의사입니다만, 저는 우리가 가진 의견을 정부에 모두 관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진정성 있게 협상 테이블에 임해준다는 가정하에, 정부와 의사 단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정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정부정책에 대한 대안이 있다면 직역 내 전문가들의 협의 및 조언을 통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 다 평행선을 끝까지 달린다면 마지막에는 가운데에 끼인 국민만 희생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두 개의 선(정부, 의사)이 약간씩만 안쪽으로. 아니, 1도씩만이라도 안쪽으로 향한다면 언젠가는 교차점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합의점을 모색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만약 교수의 파업이 결정 난다면, 그로 인해 교수 지위 박탈이나 의사 면허 자격 정지 위험이 있더라도, 그것을 감수하고 파업에 참가할 의사가 있으신가요?

피할 수 없는 질문이군요. 예상하였습니다. 저는 투쟁의 장으로 나간 전공의들과 의대생, 다시금 총파업에 나설 의사협회의 의견을 저 자신의 지식과 신념으로 지지합니다. 현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4대 정책이 시간이 흘렀을 때 국민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또한 이것보다 더 급한 사안들이 의료계에는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급한 것이 당장 눈앞에 닥쳐 있는 코로나19의 유행입니다.

저는 면허 정지는 두렵지 않습니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면허 정지로 인해 돈을 벌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점도 크게 개의치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자의든 외부의 규제든 환자를 보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매우 두렵습니다.

의사 면허 정지는 두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환자를 볼 수 없다는 걸 생각하면 두렵습니다.

의사 면허 정지는 두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환자를 보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몹시 두렵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현재 전공의 파업이 3일째에 접어들고 있는데, 상급종합병원, 대학병원과 수련병원에서는 이미 많은 진료의 지연과 제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스텝으로서 전공의들의 공백을 막아내고 있음에는 보람을 느끼지만, 이마저도 관두고 투쟁에 나서야 한다면 환자들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교수나 스텝들 사이에서도 각자의 의견이 다 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다 하여도, 그 목적을 위해 파괴적인 수단이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저 자신의 신념에 근거해 병원을 지키는 쪽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사들의 도덕성을 악용해, 환자가 위험에 처할 상황까지 정부가 끌고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대학 병원 대부분은 응급 환자 이외에는 수술이 미뤄졌고 교수님들이 파업 중인 전공의들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야간 당직을 서고 계십니다. 현재 인하대 병원 영상의학과는 어떤 상황인가요?

인하대 병원 영상의학과는 교수 10명, 전임의 2명 및 전공의 8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 전공의 전원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고, 현재 다른 병원 전임의 선생님들은 파업 전선에 동참하고 있지만, 저희 과 전임의 선생님들은 본인들마저 파업에 동참하게 되면 과 업무에 심각한 제한이 따를 것을 우려해 스스로 병원에 남는 길을 택했습니다.

우선 저희 과의 사정만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대학병원 영상의학과는 야간/주말 응급 판독 당직에서 전공의가 ‘기본 전화'(Primary Call)을 받고 있고, 전공의 선에서 해결되지 않는 경우 백업 당직 스텝(Staff)이나 이미지가 해당하는 담당 세부 전공 스텝에게 문의하여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예: 흉부 CT에 문제가 있는 경우 흉부 담당 교수에게 의뢰).

일부 대형 병원은 ‘응급 영상의학’ 분야가 따로 있어, 해당 분야의 스텝과 전공의를 중심으로 당직을 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파업으로 인해 전공의 전원이 없는 상태이므로, 과 내에서 참여 가능한 선생님들을 자원 받아 스텝이 직접 ‘기본 전화’를 해결하기로 하였으며, 현재 저는 이틀째 연속 당직을 서고 있습니다.

또한, 주간에 전공의가 참여하는 투시(Fluoroscopy) 및 초음파 검사 또한 인력 부족으로 제한되어, 저희 과는 현재 사전에 검사 예약을 받았던 환자와 응급 환자에 대해서만 검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영상의학과는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모든 영상의학 판독은 전문의인 교수에 의해 확정판독(aprroval)되기 때문에, 전공의가 없다고 해도 판독할 수 있는 총 검사나 이미지의 수가 줄어들 뿐 검사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은 없습니다.

하지만 임상과의 경우 당장 전공의가 빠지게 되면 기존에 전공의 선생님들이 맡고 있던 병동 1차 주치의 및 야간·응급실 당직에 스텝이 투입되어야 하며, 이는 외래·수술을 중점적으로 맡고 있었던 스텝들에게 심각한 업무의 압박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은 병원 업무 전반에 지장을 초래하게 되므로 외래뿐만 아니라 병원의 응급 및 중증 환자 수용 능력에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아직 전공의 파업이 시작된 지 3일 남짓인데, 이미 지난 주말부터 응급실에서 중환자를 받지 못하는 병원도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2013년 서울아산병원 인턴 시절, 응급실 야간 근무 중. 전공의 특별법이 없던 시절에는 야간 근무, 연속근무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전공의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전공의들은 여전히 과도한 근무와 당직에 시달리고 있다.

2013년 서울아산병원 인턴 시절 응급실 야간 근무 모습. 전공의 특별법이 없던 시절에는 야간 근무, 연속근무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전공의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전공의들은 여전히 과도한 근무와 당직에 시달리고 있다.

 

영상의학과에 관하여  

 

= 많은 사람이 병원에서 진료와 더불어 초음파, CT, MRI 등의 검사를 받지만, 정작 영상의학과 의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아시는 분들은 드문 것 같습니다. 영상의학과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요?

영상의학과는 일반인들에게 병원을 구성하고 있는 진료과 중에서는 충분히 생소할 수 있는 과인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영상의학과에 찾아와서 단순촬영(Plain X-ray), 초음파, CT 및 MRI 등의 검사를 받고 임상과 의료진에게 결과를 듣게 되지만, 정작 영상의학과 의사가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아는 분들은 많지 않아요. 일반 촬영실이나 CT/MRI실에서 영상을 촬영하는 분들이 의사라고 잘못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시죠. (웃음)

영상의학과 의사는 의학 진단에 활용되는 다양한 최첨단 영상 장비(X-ray, 초음파, CT, MRI 등)를 이용하여 환자의 질환을 진단하는 과로서, 해당 장비를 통해 생성되는 이미지를 판독함으로써 임상의사들이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방침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이미지의 품질 관리 및 의료 영상 관련 특수 장비의 정도 관리 또한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단순히 판독실에서 사진만 판독하는 과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최근에는 외과적 절제가 불가능한 간암 환자에게서의 간동맥 화학 색전술(TACE), 담도 환자에게서의 경피적 담관 배액술(PTBD), 동맥경화성 혈관질환 환자에서 혈전용해술(Thrombolysis) 등의 중재적 영상의학 시술을 통해 직접적인 환자 치료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4년 강릉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전공의 시절. 영상의학과 의사는 평면적인 이미지 속에서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이바지한다.

2014년 강릉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전공의 시절. 영상의학과 의사는 평면적인 이미지 속에서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이바지한다.

= 세부전공이 근골격계 영상의학이라고 하였는데 세부전공에 대해 더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저희 과는 앞에서 언급 드린 중재와 더불어 신체 각 부위를 기준으로 복부, 뇌 신경계 및 두경부, 흉부, 근골격계, 심혈관계, 소아계, 비뇨생식기계, 유방 등의 분야로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저는 근골격계 영상의학을 세부 전공했기 때문에 주로 관절이나 척추에 대한 검사와 판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신경외과나 정형외과, 또는 응급실에서 근골격 관련 질환으로 진료받고 영상 검사를 받게 되신다면 저의 판독을 거쳐 가게 됩니다.

= 진료교수이면서 의국장이십니다. 의국장은 무엇을 하나요?

의국장, 무언가 그럴듯해 보이는 직함이지만 사실과의 살림꾼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각 과에는 해당하는 명칭(내과, 외과, 정형외과, 영상의학과 등)이 존재하지만, 실제 진료와 전공의 수련의 주체가 되는 장소를 병원에서는 ‘의국’이라고 칭하며, 모든 과는 의국을 가지고 있습니다.

병원 내 각 과의 수장은 과장이 되고 그 밑에 의국장, 책임 지도 전문의 등의 보직을 맡은 교수님들이 계신 데요, 의국장은 과 내 행사 및 행정을 총괄함과 동시에 책임 지도 전문의를 도와 전공의 및 학생 수련에 일부 책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전공의들에게 많은 애착과 관심이 있는 것도 의국장의 임무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영상을 판독하는 데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제가 영상의학과 의사로서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관은, 환자에게 정확한 진단과 최고의 치료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 정밀한 판독과 최대한 완벽에 가까운 술기(‘기술’)2를 제공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입니다.

= 영상의학과 의사로서 자부심 넘치는 일도 많을 것 같아요. 언제가 가장 보람 있나요?

의료 영상 이미지는 단순히 2D로 구성된 사진, 또는 영상의학과 의사에게 있어서는 끝없는 업무 로딩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 이미지가 환자로부터 근거한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한장 한장의 이미지 속에는 환자의 고통이 담겨있고, 환자를 괴롭히는 질환의 소견이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작지만 중요한 소견들을 찾아내고, 편견은 배제하며, 환자의 임상적 상황과 이미지 속의 정보를 통합하여 최종적인 판독을 제시하게 됩니다. 이러한 판독이 환자의 치료 계획과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저는 영상의학과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영상의학과 의사는 영상 유도 하에 다양한 술기(기술)들을 시행하기도 하는데요, 이때에는 검사 도구에 대한 섬세한 조작과 힘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내과로부터 척추체에 있는 종양 조직을 채취하여 조직검사를 하기 위해 CT 유도하 골 생검(생체검사, CT-guided bone biopsy)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요, 검사가 아주 잘 되어서 스스로 흡족해하고 있었는데 타자를 하려다 보니 손가락에 통증이 심해서 확인해보니 검지에 큰 물집이 잡혔더군요.

검사가 너무 잘되었고, 위험한 검사인데 환자에게 합병증도 전혀 없어서 기뻤던 나머지 아픔을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환자에게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면 저런 영광의 상처는 사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덕분에 물집이 가라앉는 동안 휴대전화 지문 인식이 안 되어 고생했지만요.

2020년, CT-guided bone biopsy (CT 유도하 골 생검, 좌측) 이후 손에 물집이 잡힌 사진(우측).

2020년, CT-guided bone biopsy (CT 유도하 골 생검, 좌측) 이후 손에 물집이 잡힌 사진(우측).

= 의료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는 인식도 많아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의료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는 실존하고 있지만, 저는 이를 저희 과에 위기가 아닌 기회로 생각하며 향후 기술 발전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어요. 현재 의료 인공지능은 영상획득 단계에서부터 과거 데이터와 임상 소견을 바탕으로 수초 안에 영상에서 정상, 비정상은 물론 이상 소견 부위와 진단까지 내릴 수 있는 단계까지 와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 인공지능은 영상의학과 의사에게 있어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영상의학과 의사는 의료 영상에 있어서는 최고의 전문가들로, 의료 영상 기반의 인공지능 발전을 위해 공학과 산업 분야를 선도하는 역할은 결국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가장 뛰어날 것으로 생각되며, 오히려 저희의 역할이 확대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무적인 차원에서는 의료 인공지능의 발달이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업무 효율을 향상하고 업무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의료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의료 영상 장비의 발전과 더불어 CT, MRI 및 초음파 검사의 건강보험 급여 확대로 대부분의 영상의학과 의사는 많은 판독량 속에 ‘번아웃’(탈진, 소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 인공지능의 발전은 영상의학과 의사의 과도한 로딩을 줄이고 빠른 판독 결과를 제공하는 데에 도움을 줌으로써 환자에게 최고의 의료경험을 제공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2019년 인하대 병원 영상의학과 판독실. 인공 지능을 이용한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와 골연령 진단 프로그램을 통해 판독하고 있는 모습. 인공 지능은 이미 여러 의료의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2019년 인하대 병원 영상의학과 판독실. 인공 지능을 이용한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와 골연령 진단 프로그램을 통해 판독하고 있는 모습. 인공 지능은 이미 여러 의료의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 긴 인터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로운 교수는?

  • 부산 금성고등학교 졸업
  •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의학사)
  • 가톨릭 관동대학교 일반대학원 의학과 석사과정 졸업 (전공: 예방의학)
  • 서울아산병원 수련의 수료
  • 강릉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전공의 수료
  •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근골격계 영상의학 임상강사
  • 現 인하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근골격계 영상의학 진료교수
  • 대한영상의학회 정회원
  • 대한근골격영상의학회 정회원
  • 대한통증척추영상의학회 정회원
  • 대한초음파의학회 평생회원
  • 대한자기공명영상의학회 정회원
  • 대한류마티스학회 정회원
  • 한국심초음파학회 정회원

 

  • 2009년 대한의사협회 회장상 수상
  • 2016년 강릉아산병원 우수전공의 수상 (2016, 강릉아산병원장)
  • 2016년 대한근골영상의학회 전공의 우수논문상
  • 2018년, 2019년, 2020년 Marquis Who’s Who 세계 인명사전 등재

 

  • 주요 논문:
  • Diagnostic accuracy of 3T conventional shoulder MRI in the detection of the long head of the biceps tendon tears associated with rotator cuff tendon tears. Lee RW, Choi SJ. Skeletal Radiol. 2016 Dec;45(12):1705-1715.
  • An Unrecognized Foreign Body Retained in the Calcaneus: A Case Report. Lee RW, Choi SJ. J Korean Soc Radiol. 2017 Jun;76(6):434-437.

 

  • 학회 발표:
  • Metal artifact reduction with MAVRIC SL at 3-T MRI in postoperative cervical spine, with porcine cadaver model. (ISS, 2019) 외 4건
  • 방송 출연
  • SBS 스페셜 [인공지능 헬스케어, 또 다른 ‘신의 한 수’]편 출연 (2019.10.20.)


  1. 이로운 교수의 발언은 ‘사실상’ 국가가 수가를 통제하고 있다는 취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적으로 의료 수가는 2000년부터 ‘수가계약제’가 도입되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병원 대표단체들이 협상을 통해 정한다. (편집자)

  2. 맥락상 ‘정확한 자료, 좋은 자료’ 정도의 의미로 보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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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글렌다 박
초대필자, 기자, 작가

[AVEC G] (www.avecg.net) 발행인. 'CALAMUS GLADIO FORTIOR(펜은 칼보다 강하다)'; 글의 힘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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