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시대가 가시화되면서 자율주행에 따른 변화를 예측하는 다양한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발표된 리씽크엑스의 보고서와 지난 6월 발표된 인텔의 보고서는 최근 나오는 보고서 중에서 대표적이다.
리씽크엑스는 2021년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가정하고, 이에 따른 영향을 분석했다. 특히, 2030년까지 미국 내 차량이 8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텔은 완전 자율주행이 가져올 변화를 해석하기 위해서 ‘승객 경제(Passenger Economy)’라는 새로운 경제 용어를 정의하고, 이에 따른 영향을 분석했다. 인텔은 2050년 승객 경제의 규모가 무려 7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보고서 모두 완전 자율주행 이후의 변화를 예상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글에서는 최근 선보인 두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고, 이에 따른 시사점을 분석해 본다.
1. 리씽크엑스 보고서
리씽크엑스의 토니 세바와 제임스 아빕 공동 창업자는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 리씽크엑스를 설립한 바 있다. 2017년 5월에 발간한 ‘2020-2030 교통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본다(Rethinking Transportation 2020-2030)’ 보고서[footnote]James Arbib & Tony Seba, Rethinking Transportation 2020-2030, RethinkX, 2017. 5. [/footnote]에서는 2021년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가정했을 때 관련 산업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분석했다. 특히 자율주행 전기차에 따른 변화를 가정하고 있다.
개인 소유와 공유에 미치는 요소로는 어떤 항목들이 있을까? 개인 소유를 선택하게 되는 원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언급했다.
- 개인화
- 사회적 지위
- 운전의 즐거움
- 자율주행에 대한 두려움 등
한편,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공유를 선택하게 되는 원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다.
- 비용 절감
- 편의성
- 이동 속도
- 시간의 자유
- 수입
- 안전성 등
보고서에서는 결국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공유가 보편화되면서, 차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에서 2030년까지의 주요 변화로는 총 자동차 수 2억4,700만 대에서 2030년 4,400만 대로 약 80% 감소, 신차 판매량 1,800만 대에서 560만 대로 감소, 가구당 운송비 연간 5,600만 달러 절약 및 총 가계 수입 1조 달러 증가, 운전 시간 감소에 따른 GDP 1조 달러 증가 등을 들고 있다.
먼저 자율주행차는 차량 공유 시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이에 따라서 자동차 수를 크게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총 자동차 수는 4,400만 대 정도로 줄어들게 되는데, 이 중에서 60% 정도를 차지하는 공유 차량이 전체 주행 거리의 95%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수요의 감소는 중고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서 2030년에 이르면, 약 9,700만 대의 차량은 쓸모없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신차 판매량도 2020년 1,800만 대에서 2030년 560만 대로 감소하며, 2024년 이후 개인 차량 판매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량에서 얻어지는 경제 효과는 어떨까? 보고서에서는 자율주행차 공유 서비스의 이용을 통해서 운송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개인 차량의 가동률은 4%(하루 전체 시간 중 4%만 운행에 사용)인데 비해서, 자율주행차 공유 서비스 차량의 가동률은 약 40%로 예상된다.
여기에 차량 유지 비용, 에너지 가격, 금융과 보험 비용이 낮아지면서 1마일당 운송비가 크게 감소하게 된다. 1마일당 운송비는 신차 구매시와 기존 차량 이용시에 대하여 각각4~10배와 2~4배 저렴해지게 된다.
이러한 운송비 감소는 미국 한 가정당 연간 5,600달러의 운송비를 절약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으며 이는 약 10%의 임금 인상률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2030년에는 미국 전체적으로 연 1조 달러의 추가 가계 수입이 생기는 결과를 얻게 된다. 또한, 이와는 별도로 자율주행에 따른 운전 시간의 감소로 낭비되는 시간을 활용하면서 약 1조 달러의 GDP 증가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현재 우버나 리프트와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는 미래 자율주행차 공유 서비스 진화를 위한 서비스로 볼 수 있다. 2016년도 뉴욕에서만 하루 50만 명의 승객이 승차 공유 서비스를 이용했으며 2015년에 비해서 3배나 증가했다.
환경적인 면에서 자율주행 전기차의 도입은 운송에 따른 대기오염과 온실 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운송 분야는 미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6%를 차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자율주행 전기차 공유 서비스를 통해서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90%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정적인 영향으로는 자율주행차 공유 서비스 사업자의 독과점 가능성이 존재하는 점, 일자리 감소 정부 수입 축소 등을 들 수 있다.
2. 인텔 보고서: ‘승객 경제’ 개념 제시
인텔은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터지 애널리틱스를 통해서 2017년 6월 ‘미래로의 가속화: 다가오는 승객 경제의 경제적 영향(Accelerating the Future: The Economic Impact of the Emerging Passenger Economy)’ 보고서[footnote]Roger Lanctot, Accelerating the Future: The Economic Impact of Emerging Passenger Economy, Strategy analytics, 2017. 6[/footnote]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완전 자율주행에 따른 경제 변화를 승객 경제(Passenger Economy)로 정의하고, 이에 따른 변화를 정리했다.
‘승객 경제’는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따라 변화하는 경제 및 사회적 가치를 의미하는 용어로, 인텔이 새롭게 만든 용어이다. 완전 자율주행차량이 가져오는 파괴적인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용어로 볼 수 있다.
승객 경제가 가져오는 시장 규모는 2050년에 총 7조 달러로 예상했다. 개인 승객에 대한 이동성 서비스의 비율이 55%(약 3조7000억 달러), 비즈니스 및 B2B 모델의 이동성 서비스 비율이 43%(약 3조 달러), 기타 새롭게 등장하는 서비스 비율이 2%(약 2030억 달러) 정도를 차지한다.
개인 승객에 대한 이동성은 리씽크엑스 보고서와 유사한 주문형 자율주행차 서비스에 해당하고, 비즈니스 및 B2B 이동성 서비스는 대중교통, 화물운송, 상품 판매용, 서비스용 등이 해당한다. 또한, 새롭게 등장하는 서비스로는 호텔, 식당, 관광, 엔터테인먼트, 건강관리, 서비스 배송 등 자율주행차량을 통해서 새롭게 창출될 수 있는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승객 경제로의 변화를 이끄는 주요 요인으로는 연결성, 도시화, 이동성 서비스, 규제를 들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2050년에 인구의 66%가 도시에 밀집하게 되는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자율주행-카셰어링이 접목된 주문형 자율주행 서비스가 이동성을 크게 바꾸면서 승객 경제로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일부 도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도심 통행 제한 정책이 주문형 자율주행 서비스와 맞물리면서 제도와 규제도 결국 승객 경제로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의 대중교통이 주문형 자율주행 서비스로 대체될 지도 모른다는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승객 경제를 통해서 다양한 산업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특히, 차량 소유를 이동성 서비스로 대체해 나가고, 컨시어지 서비스와 택시 서비스를 재정의하고, 배달 및 장거리 운송에 자율주행차가 사용되면서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를 승객으로 바꾸기 때문에 뒤따르는 변화상은 매우 커지게 된다.
승객 경제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서비스 모델로는 역시 주문형 교통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곳으로 자율주행차를 이용해서 이동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또한, 출퇴근 시의 카풀 서비스도 주요 서비스로 들 수 있으며 콘도, 아파트, 호텔 등에서 사용자 편의성을 위해서 별도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벤트나 테마에 맞게 최적화된 차량도 관광, 레저, 미디어, 호텔 등 여러 산업군에 맞게 제공될 수 있다.
자동차사의 변화 방향을 제시한 점도 눈에 띈다. 결국 자동차사는 차량 판매가 줄면서 이동성 서비스로의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 다만, 여러 관련 산업에서 이동성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자동차사가 자동차 브랜드를 이동성 서비스에 그대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소유의 변화로 개인이 얻게 되는 이익은 어떻게 될까? 현재 주유비나 보험, 감가상각 등의 여러 요인으로 연간 지불하는 비용은 독일의 경우에 8800달러, 미국의 경우에 1만2544달러로 추산된다. 앞으로 이동성 서비스로의 변화가 가속화되면 이 비용의 상당 부분이 감소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보고서에서는 개인이 소유할 경우에도 새로운 소유 모델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바로 개인차량공유네트워크(PVSNs, Personal Vehicle Sharing Networks) 모델과 지분 소유(Fractional or Micro Ownership) 모델이다.
개인차량공유네트워크 모델에서는 모든 차량이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네트워크에 연결되기 때문에, 서비스 사업자가 주문형 이동성 서비스 모델을 쉽게 이용이 가능하다. 소유자가 사용 시간을 명시하면, 서비스 사업자가 개인 차량을 이용하고 비용을 계산해 주는 모델이다.
지분 소유 모델에서는 여러 명의 사용자가 한 차량을 동시에 소유하는 모델이다. 지분 소유 모델에서는 요일, 이동거리, 사용 주기, 사용 형태에 따라서 차량을 공유하거나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비즈니스용 이동성 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자율주행 트럭에 기반한 물류 배송 서비스를 들 수 있다. 현재 각국의 운송협회에 따르면, 사회의 고령화에 따라서 앞으로 장거리 트럭 운전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을 자율주행 트럭으로 보완이 가능하며 오히려 새로운 운송 서비스를 통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보고서에서는 향후 자율주행 트럭에 기반한 장거리 운송 서비스 시장이 총 2조6,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출퇴근 시간을 자유시간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다양한 사회적 이익을 가져오게 된다. 특히 맞춤형 미디어와 컨텐츠 개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광고주와 대행사에게도 새로운 시장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리 및 시사점
리씽크엑스와 인텔의 보고서는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가 가져 올 변화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완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가정했을 때 10년 내에 미국의 자동차 수가 20%로 줄어들게 되는 점(리씽크엑스)과 2050년 관련 시장 규모가 7조 원으로 커진다는 점(인텔)이 주목된다.
물론 리씽크엑스가 가정한 2021년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2025-2030년 정도에 이루어진다고 가정하면, 그 변화가 가져올 파급 효과는 매우 큰 게 사실이다.
최근 주요 회사들의 자율주행 진화는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모두 주문형 교통 시스템과 자율주행 트럭, 버스 시스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footnote]정구민, ‘자율주행, 미래 이동성의 끝은 주문형 교통시스템’, 테크엠, 2017.3[/footnote]
특히 주문형 교통 시스템은 도시 내 이동성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리씽크엑스와 인텔의 보고서도 모두 주문형 교통 시스템 또는 주문형 자율주행차 서비스로의 변화를 예상하고 있다. 인텔이 새롭게 만들어 낸 용어인 ‘승객 경제’도 앞으로 자율주행 시장이 운전자 중심에서 승객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주문형 교통 시스템 시장 장악을 위해서 기존 자동차사 뿐만 아니라, 승차 공유 업체, IT사, 전기차 업체 등 관련 모든 업체들이 노력하고 있다. 보고서에서 지방자치단체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최근 구글 웨이모가 발표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의 주문형 자율주행차 시범 서비스, 앰버 모빌리티가 발표한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의 주문형 자율주행차 시범 서비스, 싱가포르의 자율주행 택시, 트럭, 항만 연결 시스템에서는 모두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으며, 영국 밀턴 케인스시의 인공 지능 기반 신호등 시스템도 같은 사례로 볼 수 있다.[footnote]정구민, 미리 보는 구글과 엠버 모빌리티의 주문형 자율주행차 시범 서비스, 테크엠, 2017.6[/footnote]
우리나라에서도 주문형 자율주행 서비스 진화를 위한 시장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승차 공유 서비스 허용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한 주문형 자율주행차 서비스의 상용화가 빨리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모쪼록, 관련 업체들과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을 바탕으로 향후 주문형 교통 서비스 진화가 빨리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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