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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동통신 3사가 공동으로 메시징 서비스인 조인(joyn)을 지난 2012년 12월 26일 출시했다. 조인은 스마트폰 앱의 형태로 사용자간에 채팅, 사진,동영상 전송, 화면 공유 등을 지원한다. 세부적인 차이점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카카오톡, 마이피플 등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각 언론들이 ‘카톡 대항마’, ‘카톡 섰거라’와 같은 구태의연한 제목으로 말하는 것처럼 기본적으로 카카오톡에 대응하는 서비스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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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는 ‘조인티(joyn.T)’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출시했다. (출처: SK텔레콤 T world 블로그)

조인은 2013년 5월 31일까지는 채팅과 문자메시지 발송, 실시간 화면 공유에 대해 요금제에 포함된 문자메시지 건수도, 데이터 용량도 차감하지 않는다. 파일(사진, 동영상) 공유의 경우 데이터 용량이 차감되지만, 카카오톡이 채팅을 할 때도 데이터 용량이 차감되는 것에 비하면 조금의 장점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SKT의 경우 이 기간동안 앱을 받아 서비스에 가입한 사용자들은 5월 31일 이후에도 계속해서 무료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며, 그 외 이통사의 경우는 5월 31일 이후에는 과금을 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시간이 많이 남았으므로 향후 정책이 어떻게 변경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이렇게 이동통신 3사가 공공연하게 카카오톡을 넘어서겠다고 주장하며 조인 서비스를 출시한 배경을 살펴보자.

문자메시지를 돈주고 보내는 시대가 끝나고 있다.

SMS의 경우 2010년 이후 2년 사이에 발송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으며,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이 60% 가까이 상승했다. 또한 카카오톡 등의 메시징 서비스 사용자의 60% 이상이 문자 메시지 이용량이 감소했고 40% 이상은 통화 시간까지 감소했다. 이렇게 보면 SMS의 매출이 엄청나게 줄어든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작년부터 이통사의 SMS 매출이 떨어졌다는 기사도 보이지만, 이것이 심각한 사실일까.

실제로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경우 대부분이 일정량의 SMS 발송 건수가 포함된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사용자들이 카카오톡 등을 사용하게 되면서, 요금제에 포함된 SMS 건수는 40% 정도밖에 사용되지 않고 있다. 물론 요금제를 설계하면서 사용자들이 포함된 데이터 용량, 통화시간, SMS 건수를 모두 사용한다고 가정하고 설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보는 것처럼 요금제에 포함된 통화 시간과 SMS 건수를 절반도 사용하지 못한다면, 단순히 발송량이 줄어서 이에 따라 매출이 ‘급격히’ 하락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KT는 그냥 '조인'으로... LGU+는 블로그에도 관련 내용이 없어서 패스(...)
KT의 서비스명은 ‘조인’ (출처: olleh 스마트 블로그) LG유플러스는 자사 홍보 블로그에 내용이 올라와 있지 않음

만일 SMS 관련 매출의 감소가 그다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카카오톡 등의 메신저 서비스가 흥하는 것을 바라보는 이동통신사들의 입장은 ‘주도권의 상실에 대한 위기감’이 더 가까울 것이다. 이는 SMS 뿐 아니라 아이폰의 등장 이후 스마트폰이 확산됨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이동통신사들로서는 예전처럼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일일이 제어하고 과금할 수 없다는 것은 충분히 두려운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동통신사가 아니라 어떤 사업자라도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쥐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에 이것을 추구하는 것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는 조인을 통해 주도권의 회복을 추구하면서도 매출에 대한 직접적인 욕구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왜 굳이 5월 31일까지 무료(혹은 그때까지 가입해야 평생 무료)를 내세우고 그 이후에는 사용자에게 비용을 요구할 것이라는 속내를 드러낼 수밖에 없을까. 물론 이동통신사들로서는 5월 31일까지 사용자들이 조인에 길들게 만들어, 그 이후에 과금을 하더라도 계속해서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결말이겠지만, 그게 과연 쉬울지, 현재의 조인 서비스가 비용을 지불할 만큼의 효용이 있는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조인의 미래는 이동통신사에 달렸다

현재의 기준으로 조인 서비스의 결말을 예상해 보자면 이렇다. 첫째는 유료 전환과 함께 사용자들이 조인을 버리고 카카오톡, 마이피플 등과 같은 기존 메시징 서비스로 돌아가거나, 둘째로 이동통신사들이 사용자들을 붙잡기 위해서 무료 정책을 연장하거나(혹은 건당이 아닌 데이터 과금으로 전환).

이 두가지 예측이 틀리지 않다면 둘 중 어떤 결과가 되더라도 문자메시지의 유료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용자들이 조인을 버린다면 (데이터 용량 차감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 등의 무료 메시징 서비스가 대세가 된다는 것이고, 무료 정책을 연장한다면 이동통신사로서도 더 이상 문자메시지에서 매출을 기대할 수 없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셈이다. 아마도 이 점이 조인 서비스의 가장 큰 역사적 성과(?)가 될 수도 있겠다.

어떤 경우에라도 문자메시지를 건당으로 과금하여 돈을 버는 시대는 조만간 끝이 난다. 그 다음엔 통화 매출의 시대가 저물고 모든 것이 데이터로 취급되는 올 아이피(All IP)의 시대가 될테고. 이동통신사들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좀 더 선제적으로 시장에 대응하면 좋겠다. 망중립성을 왜곡해서 해석하고, 보이스톡 같은 서비스 막으려 들고, 조인처럼 기본적으로 나쁘지 않은 서비스를 내 놓고도 ‘한시적 무료’니 하면서 사용자들 간보는 짓은 좀 그만 하고.

_카카오톡
여전히 웃고있는 시장의 강자

[box type=”info” head=”조인(joyn)은?”]조인은 RCS (Rich Communication Suite)라는 기술을 사용자 친화적으로 브랜드한 서비스이다. 주소록, 채팅, 파일 공유, 비디오 공유를 IP로 지원하는 RCS는 에릭슨이 제안했고 세계이동통신협회(GSMA)는 2008년부터 이를 도입하기 위해 표준화 작업을 벌였고, 전세계 15개 이통사 및 단말기 제조회사가 기술 표준 작업을 해왔고, 2012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2 (MCW2012)에서 조인을 처음 선보였다.

참고로 국내에는 2012년 7월에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루머들이 있었으나 2012년 12월에 안드로이드 기반으로만 출시된 상태이며 일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을 지원한다. 다운로드는 티스토어올레마켓, U+ 스토어에서 가능하다.[/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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