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하루에도 정말 많은 뉴스가 만들어지고, 또 소비된다. 하지만 우리가 소비하는 뉴스들은 정해져 있다. 굵직굵직한 정치 이슈나 자극적인 사건 사고, 주식과 부동산이 얼마나 올랐느니 하는 소식이 대부분이다. 그 와중에 좋은 기사는 묻힌다. 그래서 ‘의미 있는’ 기사들을 ‘주간 뉴스 큐레이션’에서 선별해 소개한다.
소소하지만 우리 삶에 중요한 이야기, 혹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목소리에 귀 기울인 기사, 그리고 지금은 별 관심이 없지만 언젠가 중요해질 것 같은 ‘미래지향’적 기사들, 더불어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 ‘그 이면’에 주목하는 기사 등이 그 대상이다. (필자)[/box]
2016년 12월 마지막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열린 정치의 주인공은 세월호 유가족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면모가 드러나고, 탄핵까지 이어지면서 이 엄청난 일련의 사건이 발생한 원인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누군가는 정운호를 비롯한 법조비리 게이트가 최순실 게이트로 이어졌다고 하고, 누군가는 이화여대 학생들이 고구마를 캐려다 무령왕릉까지 발굴됐다고도 한다. 최순실 일가와 고영태가 강아지 때문에 다퉜다는 점에 착안해 ‘강아지 게이트’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우연의 연속 같았던 이번 사건에서 우연 같은 것을 믿지 않고 꿋꿋이 자리를 지킨 이들이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다. 한겨레는 닫힌 정치를 열린 정치로 만든 주인공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을 꼽았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조직적인 방해, 무기력한 야당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계속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유가족들은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을 찾으면서도 “부결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순간을 너무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년 8개월 만에 ‘세월호 7시간’이 공론화됐고, 대통령과 국가의 책임이 탄핵 사유에 적시됐다.
탄핵 이후 촛불이 갈 곳이 어디인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이미 정해져 있고, 그 주체도 정해져 있다. 2년 8개월 만에 “싸울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 세월호 유가족들이다. 다가오는 1월 9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0일 되는 날이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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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천만 평화집회’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 두 달 간 천만 명이 광장에 나왔다. 그리고 이 천만 명은 놀라울 정도로 평화집회를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우연의 결과가 아니다. 배후세력은 없었으나 천만 명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판’을 만든 집회 전문가들은 있었다. 경향신문이 이름 없이 헌신한 90여 명의 활동가를 집중 조명했다.
“전문 시위꾼이 나서면 실패한다.”
성공한 집회를 두고 흔히 하는 말이다. 집회가 ‘전문 시위꾼’만으로 성공할 순 없지만, ‘전문 시위꾼’ 없이 성공할 수도 없다. 집회기획 전문가들은 매주 집회신고를 내고 경찰이 반려하면 법원에 가처분소송을 걸었다. 그 결과가 청와대 100m 앞까지의 전진이다. 그들은 무대를 세우고 연사와 가수들을 세우지 않았다면, 천만 시민이 자유롭게 두 달 간 집회를 이어갈 수 있었을까.
활동가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집회 내용과 기자간담회, 성명서 발표 등을 공지한다. 사안이 터질 때마다 사안을 파악하고 성명서와 입장을 발표한다. 참가인원을 정확히 파악해 알리는 것도 활동가들의 몫이다. 90명 활동가의 주당 40시간 노동, 이 3,600시간이 모여 4시간의 주말 촛불집회를 만들었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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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재해와 그 이후, 바뀐 것은 없었다
재해가 발생하면 모두가 안타까워하며 온정의 손길을 보낸다. 사회 비리를 폭로한 공익제보자가 나타나면 모두가 칭찬하며 그의 말에 주목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 재해가, 사건이 잘 마무리됐는지는 알지 못한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작지만 큰 사건들의 그 이후를 추적했다.
지난 10월 태풍으로 울산의 태화시장이 큰 홍수피해를 입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자원봉사들의 도움으로 복구는 이루어졌다. 하지만 상인들은 모두 빚을 지고 있다. 노래방,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들은 저금리 대출 혜택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비만 오면 노이로제에 걸려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가게를 지키는 상인들도 많다. 언제 또 물이 넘칠지 모르는데 진상조사는 3~4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방문했던 대구 서문시장도 아직 화재의 피해를 벗어나지 못했다. 화재현장은 복구가 전혀 되지 않았지만 지급된 생계비는 2인 기준 71만 원에 불과하다. 우울증으로 장사도 하지 못한 채 누워 있는 상인들도 있다.
썩은 밀가루로 전분을 만든다고 폭로했던 공익제보자의 처지도 비슷하다. 그는 참여연대가 주는 올해의 의인상을 받았으나 ‘달갑지 않았다’고 말한다. 6개월간 이어진 경찰 조사와 재판, 그리고 바닥난 통장 잔고는 오롯이 그가 부담해야 할 몫이었기 때문이다.
● CBS ‘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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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총선도, 미국 대선도 예측하지 못한 중앙일보의 반성
언론이 저지르는 오보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팩트가 완전히 틀린 오보에 대해서는 대개 오보를 인정하고 정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론이 흔히 오보라 부르지 않는 오보들도 있다. 중앙일보가 이런 ‘넓은 의미의’ 오보에 대해서도 ‘바로잡습니다’를 표기했다.
4·13 총선에서 대다수 언론은 새누리당이 과반일지, 180석 이상일지에 대해 전망했다. 이 예측은 모두 엇나갔다. 중앙일보도 새누리당이 158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틀렸다. 결과는 여소야대였다. 언론은 바다 건너 영국의 브렉시트도 예측하지 못했다. BBC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 언론들은 영국의 EU 잔류 당위성을 주장했으나 틀렸다.
밑바닥 민심을 읽지 못한 언론의 실수는 11월 미국 대선에서도 똑같이 반복됐다. 트럼프의 당선에 미국 언론을 포함한 세계의 저명 언론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검색엔진과 SNS 등에서 2,00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인공지능(AI) 컴퓨터만이 당선인을 정확히 예측했다. ‘보고 싶은 것만 보지 않았을까’라는 의문과 반성이 정확한 예측의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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