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셋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그것이 알고 싶다’가 입증한 물대포의 위험성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물대포를 맞고 백남기 농민이 쓰러졌고, 끝내 사망했다. 하지만 경찰은 물대포의 위험성에 대한 검증조차 거부했고, 주치의는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을 ‘병사’로 만들었다. 몇몇 언론, 몇몇 국회의원들이 가세해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은 어느새 논란거리가 됐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경찰과 정부가 거부한 물대포의 위험성에 대해 직접 검증에 나섰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3D 입체영상 시뮬레이션을 사용해 그날 민중총궐기 당시의 거리와 높이, 수압을 그대로 재현하고 물대포의 위력을 실험했다. 책상 위에 고정해놓은 수박을 향해 물대포를 쏘자 수박은 물론 책상까지 박살 났다. 판자는 물론 쌓여 있던 벽돌까지 깨지고 밀려났다.
경찰은 2008년 물대포 안전성 테스트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백남기 농민을 향했던 물대포는 ‘별다른 충격이 없는’ 정도로, 유리도 뚫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같은 환경에서 실험한 결과, 유리는 물론 강화유리까지 박살 났다. 이런 물대포를 사람을 향해 쐈다. 더 이상의 ‘원인 규명’이 필요할까?
● SBS 그것이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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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부예산, 이제 시민이 검증하자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가장 열심히 싸우는 분야가 있다. 예산이다. 국회는 정부가 지난달 2일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조만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의원들은 각자의 지역구, 나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예산을 반영하기 위해 피 터지게 싸운다. 경향신문이 예산 관련 시민단체인 ‘나라예산네트워크’와 함께 2017년 정부 예산안을 살펴 문제사업 50개를 추렸다.
사회안전망 예산은 줄어들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 사회안전망 확충 요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저소득층에 긴급지원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장애인 의료비 지원사업 예산도 줄었다. 반면 권력형 사업은 예산이 대거 증대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이 개입한 미르재단이 주도한 코리아에이드사업은 예산이 160억 원으로 늘어났다. K스포츠재단의 국가 이미지 홍보 사업 예산은 164억 원으로 늘어났다.
효과도 필요성도 모호한 경기 활성화 명목의 투자사업 예산은 늘어났다. 예산에서 일관성도 보이지 않는다. 신축할 어린이집 수는 줄이면서 출산장려 광고 예산은 늘어났다. ‘나라예산네트워크’는 50개 문제예산을 공개해 시민들의 온라인 투표를 거친 뒤 10개로 압축해 국회에 예산안 수정 청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 경향신문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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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회도 언론도 놓친 삼성의 ‘갑질’
이재용 체제의 삼성은 ‘조직 혁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구태의 모습들은 여전히 즐비하다. 삼성전자 구매팀 현직 직원이 뉴스타파에 제보한 내용을 보면 그렇다. 지난 1년간 ‘상생 협의’를 통해 9천억 원을 절감했으나, 이마저 목표치에 부족하다며 직원들에게 단가인하를 강요했다. 하청업체에게 돌아갈 몫 3천억 원을 빼앗았다. 업체의 제안서를 사실상 위조하고, ‘준법리스크’가 예상되는 문서는 모두 삭제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제보자는 국정감사를 기대했다. 하지만 국회는 삼성전자의 불법을 검증하지 못했다. 삼성은 하청업체인 태정산업의 공장설비를 매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시민단체, 언론, 국회, 공정거래위 등이 개입하거나 조사하면 합의가 취소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였다. 삼성은 이 합의서를 들고 삼성전자 부사장을 부르려 한 이학영 민주당 의원실에 접근했다. “노력하겠다”는 확약서를 받고 결국 삼성은 국감에서 풀려났다.
언론도 삼성에 대한 감시에 실패했다. 갤럭시노트7이 출시되자 언론은 이를 ‘이재용 폰’으로 불렀다. 그러나 폭발사고가 이어지고 삼성이 생산중단을 선언하자 언론은 이재용 책임론 대신 ‘모두의 잘못’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성공하면 경영자 덕분, 실패하면 모두의 책임. 이것이 ‘황제경영’이다.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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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욕설하면 먼저 끊어라” 정책이 가져온 놀라운 변화
온종일 전화하는 게 일인 상담원을 가장 괴롭히는 건 일부 고객들의 폭언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현대카드 콜센터 상담원들을 상담하며 회사 측에 상담사가 위협이나 인격 모독 언어, 욕설을 들으면 전화를 먼저 끊는 ‘단선 정책’을 제안했다. 중앙일보가 단선 정책 8개월의 변화를 짚었다.
현대카드는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고 혹시 민원이 발생해도 상담사에겐 아무 책임도 묻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 결과 직원들은 욕설이 들리면 경고하고, 전화를 끊을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하루 80건이던 악성 전화가 절반으로 줄었다. 설문조사에서 새 제도 도입 이후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는 응답이 53%, 원활한 업무 처리에 도움이 된다는 답변이 79%에 달했다. 문제성 전화를 받은 경우엔 무조건 30분간 휴식을 보장토록 했는데 덕분에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더 놀라운 점은 전화를 끊긴 고객의 변화였다. ‘감히 전화를 끊냐’고 난리를 칠 줄 알았는데 정반대였다. 단선을 이유로 금융감독원에 제기된 민원 건수는 8개월간 6건에 불과했고, 전화가 끊긴 뒤 다시 전화를 걸어온 고객의 97%는 아무런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상담을 진행했다. ARS로 전화가 끊긴다는 안내를 듣는 몇 초 동안 ‘아, 내가 실수했구나’라고 깨닫고 반성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