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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 A에게 들은 이야기다.

지방에 살면서 혼자 매일매일 클래식 기타를 연습하던 아저씨가 있었다고 한다. 지역 아마추어 대회 같은 것도 나가서 작은 상도 타오곤 했고, 유튜브에도 자신의 연주를 올려서 사람들의 칭찬도 꽤 들은 모양이었다.

그러던 그는 꽤 큰 콩쿠르의 예선을 운 좋게 통과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기타를 들고 순서를 기다리며 젊은 경쟁자들의 연주를 듣는다. 한 명, 한 명 더. 그는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결국은…

“엉엉 울었어요. 정말 서서 소매로 눈물을 닦으면서 어린아이처럼 펑펑 우시더라고요. 한참 울다가 결국은 돌아서서 나가셨어요.”

우리는 동시대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왜죠?”

“자기가 ‘컨템포러리'[footnote]contemporary; 동시대의[/footnote]가 아니라는 걸 깨달으신 것 같아요.”

“납득이 안 가는데요? 공연도 많이 봤을 거고, 음반도 많이 들었을 거잖아요. 컨템포러리라는 게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

“아니에요. 컨템포러리는 실제로 그걸 눈앞에서 보지 않으면 두려움을 몰라요. 열심히 연습하는 자신을 놔두고 동시대가 휙 지나 가버렸다는 걸 갑자기 깨달은 거예요.”

노인 고독 외로움 슬픔 눈물 회상 과거 기억

“철학자 장 아메리[footnote]Jean Amery, 1912년 ~ 1978년[/footnote]가 오스카 코코슈카[footnote]Oskar Kokoschka, 1886년 ~1980년[/footnote]의 말년에 대해서 쓴 글이 있어요. 한때는 가장 실험적인 예술가였던 코코슈카가 환갑이 넘어서 새로 등장한 젊은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을 봐버린 거예요. 그의 행동이 사뭇 흥미로운데…”

“질투하거나 무시하지 않았을까요?”

“그 이상이죠. 장 아메리는 코코슈카가 ‘격분’했다고 쓰고 있어요. 맹렬하게 공격하고 저주해요.”

“그 마음 알 거 같아요. 저도 그럴 것 같은데요.”

“결국, 그것도 노화의 한 양상이라고, 아메리는 써요. 인간은 단지 몸과 마음만 늙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늙어간다는 거죠.”

“다행히 그렇지 않게 나이를 먹은 선배들이 제겐 좀 있네요.”

“저도요. 많지는 않지만.”

“저도 두 명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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