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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예술 행사(카셀 도큐멘타와 비엔날레, 트리엔날레 등)를 개최하면서 전 세계 예술의 흐름을 주도하는 독일. 그중에서도 베를린은 다양한 문화가 모이는 광장으로 많은 예술가로부터 사랑받는 도시입니다.
앞으로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예술계 종사자를 만나 그들의 생각과 철학을 슬로우뉴스 독자와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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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사람들’ 여덟 번째 인터뷰를 위해 ‘핑거 페인팅’ 아티스트 지심세연 작가를 만났다. 다양한 층위의 문화가 공존하는 베를린에서 그 동안의 핑거 페인팅 기법에 대한 이야기와 이를 탈피하여 작품 표현 방식의 스펙트럼을 한층 더 넓히고자하는 그의 고민도 함께 이번 인터뷰에 담아보았다.
- 일시: 2016년 3월 초
- 장소: 지심세연 작가 작업실
-안녕하세요. 우선 ‘베를린 사람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전에 작가님 개인전에서 작품에 대해서 시간상 짧게 이야기 나눴던 게 개인적으로 아쉬웠는데, 오늘 인터뷰를 통해서 많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첫 번째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현재 베를린을 기반으로 작업을 이어나가고 계시는데요. 국내 혹은 외국의 다른 도시가 아닌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지내시면서 작업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12/13년에 벨기에 안트베르펜(Antwerpen)에서 전시가 있어 벨기에에서 머무르고 있었어요. 전시를 마무리하고 나서 베를린에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베를린에 처음으로 방문했어요. 짧은 기간 베를린에서 머물고 한국으로 들어갔어요.
한국으로 돌아와서 작업하면서 지내는데, 어느 날 문득 너무 반복된 일상 속에서 똑같은 작업만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것도 점점 흥미가 없어져서 이를 없애 줄 수 있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어요. 막연하게 어디로 잠시 떠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예전에 베를린에서의 좋은 기억들이 저를 베를린으로 이끌었어요.
-베를린에서 오시기 전에는 어디에서 어떤 작업을 해 오셨는지가 궁금합니다.
주로 한국에서 작업을 해왔어요. 개인적으로 그림 이외의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서 대학 졸업 이후에는 옷 장사, 타투, 디제잉 등. 다양한 일들을 했었어요. 짧은 간격으로 다양한 일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어릴 적부터 계속 그림을 그려와서 그런지 그림을 그리는 게 제일 좋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일들을 그만두고 작업에 몰두했었죠.
한국에서 인사동 갤러리 M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여러 번 전시를 했어요. 개인전을 꼭 해보고 싶었던 터라, 처음에는 무작정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를 대관해서 개인전을 했어요. 감사하게도 전시에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셨고, 작품 판매에서도 큰 성과가 있었어요. 이 때, 제 작품의 가능성을 봐주신 관장님께서 먼저 앞으로도 함께 전시를 진행해보자며 제안을 해주셨고, 전시를 비롯한 아트페어에도 작품을 출품하는 등. 활동을 계속 이어나갔어요.
그리고 앞선 언급했던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가졌던 전시는 타투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지인을 통해서 벨기에의 갤러리를 소개받았어요. 이 전시에서는 친구들 나눈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했던 투계 연작 작품을 선보였어요.
-최근 베를린에서 첫 개인전을 가지셨습니다. 이에 대해서 짧게 말씀해주시자면?
최근에는 베를린에 있는 AM Gallery에서 개인전을 가졌어요. 베를린에서 지내면서 가졌던 여러 가지 생각과 고민을 바탕으로 작업했던 결과물들을 처음으로 선보였어요.
‘베를린에서 예술하기’라는 페이지를 운영하는 전시 기획 및 공간 운영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이번 개인전이 준비가 됐었어요. 그리고 전시 오프닝에서는 라이브 페인팅(Live Painting)도 진행했어요.
-본격적으로 작업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작가님 작업을 살펴보다보니 붓을 사용하지 않으시고 그림을 그리시더라고요. 손가락에 직접 물감을 묻혀서 그림을 그리는 핑거 페인팅(Finger Painting) 기법으로 작업하시던데, 어떤 계기로 손가락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셨나요?
친구들이랑 재미 삼아 손가락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려봤었던 게 처음 시작이었어요. 이후에는 평범하게 붓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그런데 붓을 이용해서 계속 작업을 하다 보니 내가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붓이라는 장애물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좀 더 그림이나 관객에게 가까워 지고 싶었어요.
모든 장애물을 없애고 물감을 묻힌 손가락을 캔버스 위에서 붓처럼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이전에 붓을 사용할 때보다 작업 과정이 훨씬 재미있었고, 제가 의도하는 바가 작품에 직접 잘 전달되는 느낌이 좋았어요. 그때부터 대부분 작업은 손가락을 이용해서 하기 시작했어요. 한국에서 가졌던 첫 전시의 출품작들도 전부 손가락으로 그린 거예요.
-핑거 페인팅 기법으로 작업하시면서 이 기법의 장·단점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실 것 같은데요. 핑거 페인팅 기법의 장단점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해주시자면?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손으로 직접 물감을 묻혀서 캔버스에 직접 접촉하면서 그림을 그릴 때, 작품과 제가 더욱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고 나아가서는 관객들과도 더 가까워지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미세한 부분을 표현하고 싶은데 손으로 표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전체 그림의 크기가 커져 버리게 되는 것이 굳이 꼽자면 단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지워지는 수용성이긴 하지만 아크릴 물감을 손에 계속 묻히는 게 건강에 좋지는 않은 것 같아요. (웃음)
-전체적인 작업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혼자서 작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구도 및 어떤 색깔의 물감을 어떻게 그릴지에 대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적으로 해요. 이미지 트레이닝이 주된 작업 준비과정이지만 종종 머릿속에 있는 작업의 과정을 종이 위에 스케치(sketch)하기도 해요.
-앞으로도 계속 핑거 페인팅 기법으로 작업을 이어나가실 생각이신가요?
당분간은 손가락에 직접 물감을 묻혀서 그림을 그릴 것 같아요. 주변에서 제 작업 스타일을 보시고 핑거 페인팅 아티스트라고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앞으로 계속해서 이 기법으로 그림을 그릴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대답을 할 수 가 없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핑거 페인팅 아티스트로 불리는 것에는 약간의 불편함도 없지 않아 있어요. 지금은 붓 대신에 손가락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제 감정과 흐름들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발견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새로운 방법을 택할 거예요.
저는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로서 내 감정과 생각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핑거 페인팅을 선택한 것이지, 그게 제 작업의 전부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베를린에서 지내면서 계속해서 ‘제 감정의 표현 영역을 어떻게 하면 더 넓힐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하고 있어요.
-앞서 잠시 언급했던 라이브 페인팅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라이브 페인팅에 관해 이야기해주시자면?
라이브 페인팅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짧은 시간안에 제가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걸 그리는 걸 말해요. 코리아번이라는 행사에서 처음으로 라이브 페인팅을 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혼자 방에서 그림을 그릴 때보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림을 그릴 때, 작업 진행의 흐름도 재미있고, 사람들과의 교감도 크게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라이브 페인팅이라는 매개체가 작가인 저와 사람들과의 소통의 접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러한 점들에 매료돼서 그 이후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라이브 페인팅을 하고 있습니다.
-작업에 있어서 어떠한 요소들이 영향을 주나요?
작게는 주변 친구들이랑 이야기했던 내용부터 시작해서 영화, 음악, 디제잉 등 까지 작품에 영향을 주기도 해요. 최근에는 힙합 음악을 즐겨듣곤 하는데, 숨김없이 감정을 표출하는 부분에서 큰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단순히 매력을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 작품과의 협업까지도 고민하고 시도하는 중이에요.
음악, 영상, 디제잉, 타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시도함으로서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표현의 영역에 대해서 알 수도 있다는 점이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서 다른 분야와 협업의 결과물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굉장히 기쁠 것 같아요.
-작업을 통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혹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이 있다면?
단순 명료한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렇다 보니 작업을 통해 대상의 본질 그 자체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어떤 대상에 대해서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인 것도 아닌 그냥 그런 것.
처음 붓을 두고 핑거 페인팅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히 재미있어서였다. 손은 붓보다 자연스럽고 좀 더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고, 그래서 좀 더 주제와 마주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림을 보는 이에게도 그 순간의 힘이나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더 잘 전달될 거라고 생각도 했고, 원초적이고 거친 느낌 역시 마음에 들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작업의 연장이면서 이곳에서의 시작이다.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쉽게 표현했다. 단순하게 고기가 먹고 싶으면 고기를 그리고, 섹스를 하고 싶으면 섹스를 그리면 된다. 복잡하고 예쁘게 포장하고 싶지 않았다. 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불편하게 하고 싶었다. 설마 이거겠어 할 때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게 맞아”라고 하고 싶었다.
-지심세연 작가 노트 중에서
- 아래 네 개의 이미지는 베를린 개인전(2016)에서 선보인 작품들이다.
또한, 주변의 여러 가지 대상들의 흐름과 서로 간의 연결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앞으로 작업을 통해서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현재 베를린에서 작업을 이어오고 계시는데,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베를린은 어떤 곳인가요?
베를린은 내부에서 무엇인가가 항상 벌어지고 있지만, 겉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것 같아요. 도시 내부적으로는 수많은 요소의 흐름이 존재하고 서로 교차함으로써 굉장히 복잡해요. 그렇지만 멀리서 이 도시를 바라봤을 때는 이런 복잡한 흐름이 서로 조화를 이뤄서 단순하면서도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아요. 그리고 베를린에서 지내면서 수많은 흐름 속에서 저 자신과 제 작업에 대해서 고민하고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으로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계획들이 있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작품을 통해서 꾸준히 내 생각을 표현하고 더욱더 효과적인 표현 수단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계획이자 목표입니다.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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