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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6일 경향신문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 “한국진출 국제비영리단체들은 왜 ‘거리회원모집’에 올인할까”는 해외지원금 0원, 다단계 방식의 길거리 모금, 이상한 결산보고서 등의 키워드를 통해 국제비영리단체 한국 지부의 일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필자는 이 기사 내용에 반박하는 글을 썼고, 기자는 재반박의 글을 썼습니다.

슬로우뉴스는 이 글들과 함께 오가는 논의를 통해 한국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혹은 NGO) 전체의 모금과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바라며, 더욱 많은 토론의 장이 펼쳐지길 바랍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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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재 님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주셨습니다. 논의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비판을 해주신 것 감사합니다. 다음은 지적사항에 대한 제 의견입니다.

1. 대면 모금은 에이전시에 맡기면 안 되나?

안되는 것은 아닙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직원이나 자원봉사자들보다 에이전시가 적은 비용으로 훨씬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고려할 사항입니다. 여기서 생기는 문제는 비영리단체의 경영 문제입니다. 투자 대비 효과, 흔히 ROI라고 하죠. 기자들이 주축이 되는 언론사도 못하는 부분이지만,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는 많은 분이 익숙하지 않은 사고방식입니다. 게다가 효율성이나 성과만 생각해서는 비영리단체의 미션 자체를 왜곡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기사에서 자세히 쓰지 않았지만, 모금과 기부문화가 발달한 영국은 자선단체법(Charities Act)이 있고, 매년 조금씩 개정되어 왔습니다. 근 백 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영국의 경우 지난 2006년 개정되어 2008년부터 적용된 자선단체법에서 거리 모금을 에이전시에 맡기는 경우, 관련해 자신의 신분을 밝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의무입니다. 여기에 모금액 중 비용(fee)을 받는다면 어느 정도 비율을 받고, 또 단체는 어느 정도 비율을 지출하는지 공개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어떨까요. 앞선 기사에 게시된 사진을 보시기 바랍니다. 아무런 표식 없이 거리 모금활동을 합니다. 에이전시가 캠페이너로 활동하는 경우도 소속을 밝히지 않습니다. 불신은 그로부터 시작됩니다. 한국 시민사회의 천박한 기부에 대한 인식 수준을 이야기하기 전에 주체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에이전시는 다단계식 마케팅을 하고 있나? 이 기사는 이 문제를 잘 짚어냈는가?

다단계식 마케팅, 하고 있습니다. 관련해 다양한 ‘근거’ 자료를 확보해둔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한재 님이 예를 든 대기업도 다단계식 마케팅을 하지 않느냐면서 든 예시는 틀렸습니다. 삼성전자 마케팅1팀 실적이 좋다고 마케팅1팀장이 추가수당을 받지 않습니다. 저는 삼성전자와 갤럭시 시리즈에 대한 기사도 많이 써왔고, 영통과 서초동 조직문화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쓴 기사 예시입니다.

아래 직급의 사람이 몇 명의 후원자를 유치했는가에 따라 수당을 받는 것은 정확히 다단계입니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중 다단계의 법적 정의와 관련하여 ‘후원수당’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box type=”info” head=”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중에서”]

  • 가. 판매원 자신의 재화 등의 거래실적
  • 나. 판매원의 수당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판매원들의 재화 등의 거래실적
  • 다. 판매원의 수당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판매원들의 조직관리 및 교육훈련 실적
  • 라. 그 밖에 가목부터 다목까지의 규정 외에 판매원들의 판매활동을 장려하거나 보상하기 위하여 지급되는 일체의 경제적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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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영업방식을 한국에서 선구적으로 도입한 쪽은 애프코입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애프코 뿐 아니라 현재 10여개 이상 난립 중인 F2F 에이전시 중 비슷한 방법을 채택한 곳이 많습니다. 말씀하신 기존 국내 업체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기존 국내 단체는 차근차근 설명하고, 애프코에서는 단체의 활동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을까요.

제가 경험한 것도 그렇고, 비판받을 부분에서는 도긴개긴입니다. ‘도움과나눔’이나 ‘임팩트워커스’ 대표의 인터뷰를 넣었다고 해서 앞서의 문제의식이 무너진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확실한 것은 경쟁적인 거리모금이 많아졌고, 그로부터 오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쟁자가 적을 때는 그러면 나았을까요. 그러지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2-1. 상황에 대한 인식

에이전시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가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단체가 어느 정도 역량이 쌓이면 인하우스의 비중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실제로 F2F 사업의 경우, 인하우스와 에이전시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거리모금의 범위가 서울 시내 권역별로 확대되고,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에이전시 입장에서는 사업영역이 확대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2-2. 기사작성을 위한 문제의식의 출발

이한재 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더 근본적으로, 만약 에이전시가 다단계식 마케팅을 하고 있으며 거대 NGO들이 우월한 자본력을 앞세워 무분별하게 F2F에 뛰어들고 있다면 그 비난을 세계자연기금(WWF)이나 그린피스, 컨선월드와이드 등 신생 NGO들에게 하는 것이 정당한가?”

개인적으로, 기사를 쓰면서도 아주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은 “왜 세계자연기금, 그린피스나 옥스팜, 국경없는의사회 같은 단체들은 한국에 진출하지 않을까?”라는 것이었습니다. 한 15년 가까이 된 궁금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 단체는 약속이나 한 듯이 한꺼번에 몇 개월, 1년 터울로 한국에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그 진출 시기는 비슷하게 “왜 한국에 진출 안 할까…”하며 궁금해했던 글로벌 기업들과 유사했습니다. 단지 우연의 일치였을까요. G20 행사주최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한 이명박 정부의 ‘의도치 않은’ 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들의 한국 진출 계기에는 앰네스티 한국지부의 ‘변신’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기사는 이제 막 진출해 얼마 안 되는 소규모 NGO들만 골라 패기 위해 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그들은 국제적으로 성공한 단체들입니다.

3. ‘국제 구호단체’는 ‘국외지원 0원’이면서 국제 구호를 하는 척 거짓말을 하는가?

‘기부받은 돈을 국내활동에 쓰는 것이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하셨습니다.

말씀하신 그린피스의 경우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은 있습니다. 직원과 자원봉사자를 세 차례 이뤄진 결산과정에서 지속해서 늘려왔으니까요. 에이전시를 활용한 거리모금, 홍보 활동을 지양하고 인하우스(내부 직원을 통한 모금)으로 돌린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린피스 측에 이와 관련해서 질의를 드렸습니다만,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주말에 그린피스 담당자에게 내부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과정 조사에 대한 그린피스 측의 조사에 협조할 생각입니다)

이한재 님이 옥스팜을 거론해서 제가 옥스팜을 국외지원 0원 단체로 거론했나 싶어 다시 체크해보니 그러지 않았습니다. 제가 언급한 것은 그린피스, 세계자연기금, 컨선월드와이드입니다.

세계자연기금이든 컨선월드와이드든 단체의 목적이 글로벌활동이고, 직접 지원입니다. 거리 모금 때 모금의 취지에 대해서도 그렇게 밝힙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난민을 위한 변호사단체’라면 당연 기부자도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예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4. 국제기구는 ‘모인 돈보다 돈을 모으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큰’ 장사를 하는가?

예. 그들이 제출하고 있는 결산 서류상 그렇습니다.

이것은 진출 초기상황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원 기사에서 “공개되지 않았을 뿐 실상은 폭탄에 가깝다”는 말을 하신 분과 결산보고서를 검토한 회계사는 다른 분입니다. 이들은 옥스팜 결산 자료를 ‘함께 보고’ 말 한 것이 아닙니다. 기사의 전후 맥락도 그렇게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정기후원자든 일시후원자든 기부문화는 나라마다 다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은 CMS나 월정기후원금 이체의 비중이 높습니다. 19억원 대부분 할부금이라는 것과 제가 검토한 결산 서류상 수치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상식적인 반박인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월 1만 원 정기기부자의 효과가 수십만 원에 이르면 결산 서류상 수치가 달라지는 걸까요.

5. 이 기사의 근간, 인터뷰 대상

이한재 님은 원 기사가 시작부터 끝까지 인터뷰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이야기하셨는데, 기사가 중심적으로 다루는 대상을 다르게 보신 것 같습니다. 이 기사는 단체가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결산서류 분석이 중심입니다.

또한, 익명을 전제로 이야기한 분들을 포함해 넓은 테두리에서 NPO[footnote]Non-profit organization, 비영리단체[/footnote] 영역에 계시는 분들이 맞지만 ‘NGO F2F 마케팅 에이전시’이거나 그와 유사한 단체들이라고 하셨는데, 원 기사에서 말씀하신 성격의 ‘영리 업체’에 해당하는 곳은 두 곳의 모금 에이전시뿐입니다.

“다단계를 흉내 낸 외국계 에이전시”, “영업 세일즈를 전문으로 하던 회사”는 애프코가 맞습니다. 그런데 왜 “불분명한 화살”(이한재 님의 표현)을 돌릴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이분들에게 해명을 요구했고, 이분들의 해명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답변은 한국에서 할 수 없고, 본부 차원에서의 답변이 필요하다고 말하더군요.

이분들의 해명이 나온다면 당연히 이분들 문제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기사를 쓸 예정입니다. 앞서 언급한 다단계식 운영과 단기알바 문제에 대해 기사에서 자세히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들의 입장이 아직 체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사가 비판한 단체들은) 정황상 애프코의 고객사일 것으로 추측한다. 결국, 이 기사는 애프코 고객사들을 불명확한 이유로 비난하면서… (중략) 이러한 비난의 근거와 논리를 애프코와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얻고 있는 것이다.”

위처럼 말씀하셨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앞에 말씀 드린 대로 결산서류를 바탕으로 한 비판이며, 제가 검토한 단체 중 결산서류에 애프코로 국내사업비가 지출되었다는 것을 표기한 단체는 딱 하나에 불과합니다. 애프코와 경쟁 관계에 있는 이해당사자들은 기사에서 실명으로 인용한 두 영리 기관 뿐입니다.

‘엄청난 비리를 폭로하는 듯하면서 글로벌 NGO 중 가장 작은 신진 단체들만을 골라 공격하는 우스운 행태’라던가 ‘삼성 상무 인터뷰로 아이폰 발암물질’ 등은 적절한 비유도 아닐 뿐 아니라, 팩트에 기반을 두지 않은 추론에 근거한 감정적인 비난입니다. 이 부분은 유감입니다.

일단 제 의견을 드렸습니다. 건설적인 논의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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