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한 수출업체 통관팀에서 근무했던 시절에 다급한 문의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다. 중국으로 출장 간 다른 팀의 동료직원이 현지에서 사고사를 당했는데 시신을 국내로 들여오려면 어떻게 통관해야 하느냐는 전화였다. 흔치 않지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경우이다.
장례를 위한 유해는 무가치물로써 거래의 대상, 즉 상품이 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수입통관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국내 입항 후 B/L[footnote]bill of lading: 해상운송에서 운송화물의 청구권을 나타내는 유가증권으로서 항공운송의 경우 AWB(air waybill)이라고도 칭함. 화주의 청구에 의하여 선주 또는 그의 대리인이 발생하는 것으로서 운송화물의 수취 또는 선적을 증명하는 증명서가 되며 해운업자와 화주간의 운송계약서가 됨. 운송 후 증권의 정당한 소지자에게 그 운송품의 인도를 약속한 화물인수증이 가장 기본적인 역할임.[/footnote]만 제시하면 유족 등 관계자의 신분을 확인함으로써 물품보관장소에서 즉시 인도가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절차상 특례에는 고인에 대한 예우이자 유족에 대한 배려도 담겨있을 것이다.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는 예외들
앞선 글에서 밝힌 바대로 모든 수입물품은 수입통관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에는 수입신고를 생략하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다.
유해의 경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인간의 유해는 시체와 유골로 분류되며 항공화물 처리 시 특수화물로 분류된다. 일반적인 시신의 예로 보면 앞서 말한 B/L과 함께 사망확인서, 사망자 여권, 방부처리증명서(검역감염병으로 사망 시) 등 확인 가능 서류를 제출하면 국내 반입이 가능하다. 특성상 선박이 아닌 항공편으로 많이 운송되는데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올 경우 여행자 출입국 통로인 여객청사로는 반입이 안 되고 그 옆에 있는 화물청사에서만 반입할 수 있다.
영화사가 촬영한 필름의 과세 문제에 관해 한 차례 글을 썼었는데 영화 필름은 수입통관 및 과세의 대상이지만 신문이나 뉴스를 취재한 필름·테이프로서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언론기관의 보도용품이라면 수입신고 생략 대상이 된다. 이 부분은 영화의 상업성 또는 예술성 논란과 더불어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사실 전달 차원으로 넘어가겠다. 말 그대로, 법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외교행낭으로 반입되는 관세 면세대상물품, 한국에 방문하는 외국의 원수와 그 가족 및 수행원이 들고 오는 면세대상물품, 재외공관 등에서 외교통상부로 발송되는 자료, 외국에 주둔하는 국군으로부터 반환되는 공용품 등은 모두 수입신고가 생략된다. 수입신고는 생략되지만 국가안보보장 및 위해방지 차원에서 세관 공무원 주도하에 무작위선별방식으로 검사는 가능하다.
수입 자체가 금지되는 품목도… 예를 들면 성인용품
수입신고가 생략되는 품목이 있는 반면에 수입 자체가 금지되는 품목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성인용품이다.
[box type=”info” head=”관세법 제234조 (수출입의 금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물품은 수출하거나 수입할 수 없다.
-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풍속을 해치는 서적·간행물·도화, 영화·음반·비디오물·조각물 또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물품
- 정부의 기밀을 누설하거나 첩보활동에 사용되는 물품
- 화폐·채권이나 그 밖의 유가증권의 위조품·변조품 또는 모조품
[/box]
성인용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은 남성이나 여성의 성기 등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각종 성인용품(자위기구) 등의 통관을 원칙적으로 보류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법원 등에서 풍속저해물품이 아닌 것으로 최종판결이 난 당해 물품 및 당해 물품과 동일한 물품에 대해서는 통관을 허용하는데 이에 관해 법원은 성인용품에 대한 한국의 인식 변화와 함께 일반의 건전한 통념과 가치 질서,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개인의 기본권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정부기밀을 누설하거나 첩보활동에 사용되는 물품, 화폐·채권이나 그 밖의 유가증권의 위조품·변조품 또는 모조품 또한 수출입이 금지된다.
수입 금지된 품목인 짝퉁을 조심해야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직구가 활성화되어 명품부터 생필품까지 전자상거래로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정품이 아닌 모조품의 불법수입 건수도 상당수 늘고 있다. 인터넷 뉴스를 보다 보면 ‘정품가격의 10%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하는 식의 현혹광고를 볼 수 있는데 불시 조사를 들어가면 대개는 모조품 수입대행업체의 불법수입 형태임을 알 수 있다.
관세법에 따라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소위 짝퉁 물품은 수출입이 전면 금지되며 적발될 경우 해당 수입업체는 처벌되고 해당 구매물품도 반송 또는 폐기처분 되니 속아 넘어가거나 손해를 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짝퉁 물품이 폐기되는 과정에서 재활용 가치가 없는 상품들은 전량 폐기되지만, 상품성을 가진 일부 물품의 경우 상표 제거 작업 등을 거쳐 공매되거나 사회단체에 기증되기도 한다. 불순한 목적(?)으로 제조된 물품이 환골탈태하여 바람직한 용도로 쓰이니 구매자나 유통자 입자에선 의도하지 않게 사회에 공헌할 기회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