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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항상 저작권 이슈가 뜨거운 곳이다. 공정이용과 도둑질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다. 동시에 인터넷에는 인터넷만의 특징을 이용해 다른 이의 데이터와 컨텐츠를 공정(?)하게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임베드(embed)와 오픈 API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의 인터넷 큐레이션(?) 서비스의 흐름은 아주 기본적인 것을 애써 무시하거나 인터넷다움마저 지키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피키캐스트 같은 신생업체부터 다음카카오 같은 대형업체까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사례 1: 피키캐스트 – 괴상한 제2의 가두리 양식장

그동안 피키캐스트의 큐레이션답지 않은 서비스 운영에 대해서는 여러 글을 적었으니 생략한다. 개인적으로 피키캐스트를 비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인터넷 서비스이면서 전혀 인터넷답지 않은 행태를 보인다는 점이다. 그중 하나인 움짤 이용에 관해 알아보자.

피키캐스트는 움짤(내용이 움직이는 이미지 파일)을 매우 잘 활용한다. 움짤은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해외에는 여러 다양한 움짤 서비스가 존재하며 페이스북도 최근 아래와 같이 지프(gif) 파일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https://www.facebook.com/christina.warren/posts/10102134718628777

피키캐스트는 전 세계의 모든 동영상과 이미지 파일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움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주로 애용하는 움짤 소스는 지피(giphy.com), 각종 텀블러 계정, 유튜브 등이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들은 모두 저작권과 관련하여 적절한 조치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피는 파트너십을 통해 500여 개가 넘는 각종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정식으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임베드와 API를 제공한다. 텀블러 역시 임베드와 API를 제공한다. 구글의 유튜브는 말할 것도 없다.

[box type=”note” head=”각종 미디어의 임베드·API 지원”]

지피(giphy.com)

텀블러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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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giphy.com)의 파트너 페이지 캡처
지피(giphy.com)의 파트너 페이지 캡처

반면 이런 곳들의 컨텐츠를 이용하는 피키캐스트는 임베드나 API를 전혀 이용하지 않고 1999년 방식이라 할 수 있는 “CTRL+C, CTRL+V” 혹은 “다운로드 후 (자기 서버에) 다시 업로드”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임베드를 지원하는 서비스의 컨텐츠라면 지원하는 임베드 방식을 활용해 해당 코드를 삽입하면 된다. API를 지원하는 곳의 컨텐츠를 이용하려면 개발을 해서 붙이면 된다. 피키캐스트가 다른 컨텐츠 업체가 지원하는 API와 임베드를 이용하지 않고 자신들의 서버에 동일한 복제파일을 굳이 다시 업로드하는 이유는 이런 인터넷 기술을 모르거나 실력이 부족해서는 절대 아닐 것이다.

[box type=”note” head=”프리부팅”]
프리부팅(freebooting)이란 온라인에 있는 미디어 파일을 가져다가 자신의 웹사이트에 다시 업로드하는 행위를 말한다. 주로 저작권 침해(piracy)나 약탈(plunder)과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 비디오를 퍼올린 동영상을 페이스북에서 보고 있으면 옆에 광고가 달린다. 그 광고 수익은 누구의 것인가. 피키캐스트가 인터넷에서 긁어 모은 짤방, 움짤로 이용자를 모아 네이티브 광고로 수익을 내고 있다. 그 광고 수익은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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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건대, 다양한 컨텐츠의 원래 속성을 최대한 지우거나 최소한으로 표기해야 방문자들이 원래 컨텐츠나 원저작자에게 신경을 빼앗기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피키캐스트는 스스로 큐레이션 서비스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컨텐츠는 기존의 다양한 리소스를 이용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의 리소스에 대한 흔적(출처나 맥락의 설명)이 적을수록 새로운 컨텐츠에 집중하기 쉽다.

결국, 그래야만 방문객이 피키캐스트를 빠져나가지 않아 피키캐스트 내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고, 그걸로 돈을 만들 수 있다. 네이버가 한국 인터넷 서비스의 원조 가두리 양식장이라 한다면 피키캐스트는 떠오르는 컨텐츠 가두리 양식장이라 할 수 있다.

[box type=”info” head=”시맨틱을 기반으로: 오픈 API”]

마케팅적 수사든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든 웹2.0의 개념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로 꼽는 것은 ‘시맨틱’이다. 웹 문서에서 의미와 형식을 분류하여 인간뿐만 아니라 기계도 정보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웹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웹사이트가 의미(컨텐츠)와 껍데기(형식)를 구분하게 되면서 여러 업체는 적극적으로 오픈 API를 도입했다. 그리고 오픈 API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가 탄생했고 다양한 가치들이 생겨났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maps.google.com”에 가서 “구글 지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구글이 공개한 API를 통해 “구글 지도 정보를 이용한 제3의 지도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메르스 지도”를 만들 수도 있다. 인터넷 서비스가 가진 특징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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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info” head=”컨텐츠 유통을 효과적으로: 임베드”]

API가 날것의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한 인터페이스라고 한다면 임베드는 주로 데이터를 가공해서 컨텐츠 형태로 만든 걸 주고받는 형식이다. 따라서 오픈 API가 주로 전문개발사나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기술 규격이라 한다면 임베드는 주로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디케이션 형식이라 할 수 있다.

임베드는 대체로 컨텐츠 서비스들이 제공하는 도구다. 자사가 확보한 컨텐츠를 이미 존재하는 전 세계 웹사이트에서 쉽게 유통할 수 있다면 매우 큰 홍보 효과가 되기 때문이다. 임베드는 컨텐츠 업체가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므로 이용하는 쪽에서도 컨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느니 어쩌느니 하는 논란이 애초에 있을 수 없다.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동영상 서비스나 페이스북·트위터와 같은 소셜 서비스, 각종 위젯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가 임베드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임베들리(embed.ly)아이프레임리(iframe.ly)처럼 API를 이용해 임베드 형식으로 만들어주거나 임베드를 지원하지 않는 곳의 컨텐츠를 임베드 형식으로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업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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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 다음카카오 이슈잇슈 – 쓰리쿠션 가져다 쓰기

다음카카오의 이슈잇슈(혹은 ‘Daum 잇슈’)는 카카오톡의 “채널” 메뉴에도 일부 노출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도 한국형 컨텐츠 큐레이션(?) 서비스의 형태를 따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흥미 위주, 짤방 위주, 연예 위주라는 걸 고려하면 ‘피키캐스트 워너비’ 서비스라 할 수 있다.

다음 이슈잇슈 리스트 캡처 화면
다음 이슈잇슈 리스트 캡처 화면

워너비 서비스이지만 다음카카오의 이슈잇슈가 피키캐스트보다 3.72g 정도 나은 점이 있다. 우선 트위터의 트윗이나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소셜서비스 속 사진 컨텐츠에 넣을 때는 공식 임베드를 이용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용하기도”인 이유는 어떤 경우는 임베드 방식을 이용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불펌을 한 후 이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컨텐츠를 작성한 사람마다 차이가 나는 걸로 보아 다음카카오 측에서 이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다음이 한국에서 가장 큰 웹서비스 중 하나라는 점에서 아쉬운 지점이다.

예: 트윗을 캡처하는 형식으로 인용 (다음 이슈잇슈 중)
예: 트윗을 캡처하는 형식으로 인용 (다음 이슈잇슈 중)

두 번째는 다음과 계약한 회사의 컨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주로 다음과 계약한 언론사나 다음 팁 등 서비스 내에 기록된 것을 활용하고 있다. 피키캐스트 같은 신규 서비스가 확보하지 못한 방대한 이미지 라이브러리를 최대한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 역시 씁쓸함을 가지게 된다. 언론사들의 형편없는 저작권 인식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것처럼 한국의 많은 언론사가 해외 미디어의 사진이나 국내 방송사의 방송 화면, 유명인의 소셜미디어 사진을 마구잡이로 가져와 기사를 쓰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카드뉴스에 쓰는 사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내용을 캡처한 후 자사 로고 박고 글을 쓰는 건 싸이월드 때부터 그래왔다. 인터넷에 기사를 보낸 지 10년이 넘은 지금도 임베드 등 인터넷 컨텐츠와 관련한 최소한의 기술은 고사하고 아날로그 방식의 컨텐츠 생산만 가능한 것도 한몫할 것이다.

파파치샷을 버젓이 자사 로고를 달고 기사로 쓴 언론사의 사진을 인용한 형태 (다음 이슈잇슈 중)
파파라치샷을 버젓이 자사 로고를 달고 기사로 쓴 언론사의 사진을 인용한 형태 (다음 이슈잇슈 중)

다음카카오 이슈잇슈는 이런 사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엄밀히 따지면 언론사의 기사 속 이미지를 부분 인용하고 출처도 비교적 상세하게 밝히고는 있지만, 그 기사의 이미지라는 게 피키캐스트의 불펌 수준을 넘지 않는 게 상당수다.

[box type=”note”]흥미로운 예를 하나 들자면, 이슈잇슈의 “‘비정상’ 신G6에 습격당하다!”라는 컨텐츠를 보자면 방송 일부를 요약하면서 방송화면 캡처를 10장 이상 보여주고 있는데, 그게 모두 감상문 수준의 인터넷 신문기사에 들어간 사진만을 재인용한 것이다.[/box]

참담한 컨텐츠 비즈니스의 현장

생각해 보자. 관련 영상이나 이미지가 없더라도 어제 방송한 TV 프로그램 내용을 전달할 수는 있다. 매혹적인 몸매의 여성 사진이 없어도 그 여성의 섹시함을 표현할 수는 있다. 단지 높은 확률로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외면당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미디어가 허가받지 않은 짤방을, 이용 범위를 훨씬 넘어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더 많은 자극과 조회수를 위해.

언론사들은 보도 목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베껴 쓰고 타인의 이미지 컨텐츠를 마구잡이로 가져다 기사를 써왔다. 트래픽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분위기 때문인지 자극적이고 유흥에 어울리는 컨텐츠가 한국 인터넷을 점령하고 있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이 두 가지가 섞여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 컨텐츠 큐레이션(?) 미디어는 한국에서 갈 길을 잃고 선배 미디어(언론)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며 자리를 잡고 있다. 문제없어 보일 짤방과 움짤을 주워서 트래픽과 돈을 모으는 고물상 비즈니스가 되어가는 중이다.

뭘 어떻게 이용하든지 간에 버즈피드 CEO의 말마따나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었으니, 그걸로 세상에 이로운 걸까? 한쪽에서는 소설 컨텐츠에서 몇 문장이 비슷하다고 사회적 문제로 일이 커지고, 음악 컨텐츠에서 몇 마디를 허락 없이 베껴 썼다고 판정되면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하지만, 인터넷에서는 남의 컨텐츠를 무단 전재하며 성장한 미디어들이 트래픽을 모아 돈을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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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1. “다음이 한국에서 가장 웹서비스 중 하나라는 점에서 아쉬운 지점이다.” 뭔가 단어가 빠진 것 같네요.

  2. 한쪽에서는 소설 컨텐츠에서 몇 문장이 비슷하다고 사회적 문제로 일이 커지고, 음악 컨텐츠에서 몇 마디를 허락 없이 베껴 썼다고 판정되면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하지만,
    >> 이건 전혀 아닌 것 같습니다. 문학과 음악에서 표절 문제는 매우 심각하지만, 실제로 이틀 정도 실검에 올랐다 내려가면 끝입니다. 온라인 컨텐츠의 불펌 문제를 강조하시려고 한 건 알겠는데, 현실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온라인 컨텐츠는 불펌을 해도 실검에 오르내리지도 않죠. 그걸 지적하시려고 한 거면 동의합니다만, 앞의 두 개의 문장은 납득이 안 가네요.

  3. 그건 표절 때문이 아니라, 표절곡을 이효리 측에게 팔았기 때문에 ‘사기’ 혐의로 기소 받고 선고 받은 겁니다.
    프라이머리도 슬슬 나와서 음원차트 장악한 거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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