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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워치 사용기: 지금은 별 기능 없는, 미래의 혁신 기기

애플 워치 2015년 6월 26일 오후 2시 1분 출시

애플 워치(Apple Watch)가 한국에도 발매되었습니다. 미리 구매해서 쓰고 있었던 터라 소셜 서비스에 간단한 애플워치에 대한 소감을 적어 보았습니다. 여러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설명을 더 붙여 글을 적어봅니다.

우선, 두 줄로 요약해볼게요.

  • 지금은 “예레기(예쁜 쓰레기)”입니다.
  •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혁신이었다고 부르게 될 겁니다.

왜 웨어러블?

왜 스마트폰 다음은 웨어러블(wearable)일까요?

건강 관리나 컨텍스트 기반 서비스, 사물 인터넷 등 온갖 이유를 잔뜩 들어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런 돈 되는 이유를 찾아 붙이는 것이 중요한가요. 오래된 외화 [전격 Z작전](Knight rider)에서 손목시계에 대고 키트를 외쳐 부르던 때부터 기덕(기계덕후)들은 몸에 착용하는 기기에 대한 환상을 품고 살았습니다.

그 환상은 안성기 씨가 기차 위에서 “본부! 본부!” 를 외쳐 자동으로 전화를 걸던 20세기 말의 광고 속에도 면면히 이어져, 요새 아이들이 손목에 하나씩 차면 좋아 죽는다는 [요괴워치]가 되었습니다. 역시 몸에 걸치는 기기는 시계죠! (괜히들 웨어러블 디바이스라고 부릅니다…)

구글 글래스 인간이 몸에 뭔가를 걸치고 있어야 한다면, 그게 가능한 위치는 손목, 목, 눈을 중심으로 하는 공 간뿐입니다. (발찌도 있습니다만 생략합니다…) 눈 중심의 공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일단은 망했고, 목걸이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인간이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할 수가 없는 공간입니다.

그럼 이제 손목이 남았군요.

현실은 환상을 구현하기 위한 공간이고, 혁신은 구현된 환상에 붙이는 이름입니다. 핸드폰도 스마트폰이 되니, 시계도 스마트 시계가 될 수 있습니다. 손목에 아이팟 나노 6세대를 차는 사람들을 보며 모두 같은 생각을 했을 겁니다. 2010년에 나온 아이팟 나노 6세대의 경우 폼팩터가 손목에도 찰 만한 크기로 나와서, 아이팟 나노 6세대용 시곗줄을 만들어 파는 업체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힘내라 공돌이!

다양한 스마트워치

짜잔! 여러 종류의 스마트워치가 나왔습니다.

우리가 아는 IT 회사들은 전부 한두 개씩 내놓았어요. 개중엔 “G워치 R”처럼 꽤 마음에 드는 기기도 있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전 아직도 저 이름을 지은 분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말로 읽으면 어떻게 읽힐지 정말 몰랐을까요? (이해가 안 가시는 분들은 PO파워WER와 같은 방식으로 읽으면…)

이미지 출처: smartwatchnews.org

이미지 출처: smartwatchnews.org

“갤럭시 기어”처럼 중간에 운영체제를 통째로 바꿔준, 안드로이드 웨어 OS에서 타이젠으로 업그레이드(?)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전부 마음에 드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전화는 기본에, 건강도 체크해주고, 집에 갈 시간도 알려주고, 막 다 되죠.

애플은 한참 있다가 거의 마지막으로 스마트 시계를 들고 나왔습니다. 제일 비싼 “애플 워치 에디션”의 가격대는 천만 원대입니다.

가장 비싼 버전은 2천2백만 원입니다.

가장 비싼 버전은 2천2백만 원입니다.

물론 40만 원대 “싼 기기”도 있어요. 어떤 기능이 있는지는 몰랐지만, 5년 전 아이팟 나노 6세대에 넣어줬던 미키마우스 시계 기능도 다시 들어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하나 미리 사서 써 봤습니다.

별 기능 없는 애플 워치

애플 워치는 참 잉여로운 스마트 시계입니다. 되는 게 별로 없어요. 그동안 예측 기사들을 보면 애플 워치가 뭔가 많이 해 줄 것 같았는데 말이죠. 그나마 되는 것들을 살펴볼까요?

‘건강 관련 기능’이래야 심박 측정과 그걸 바탕으로 한 필요 칼로리 계산, 운동량 계산 정도입니다. 분당 심박수가 높으면 에너지 소모가 많다고 가정할 수 있어서 이런 게 가능합니다. 그 외에 시계 기능 있습니다. 앱 기능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애플이 직접 만든 앱들을 제외하면, 전부 아이폰에서 스트리밍으로 실행되는 앱들입니다.

느린데 기능도 몇 개 없어요. 알림 기능 됩니다. 좋습니다. 잊지 않고 일정 챙길 수 있습니다. 영화 보면서 문자메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답변은 음성 인식 기능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전화기 꺼내기 번거로울 때 전화 바로 됩니다.

끝입니다.

산소 포화도 측정, 자체 GPS, 수면 모니터링 기능, 일주일씩 가는 배터리 같은 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아마 3년 정도 지나면 혁신이었다고 불리게 될 것 같습니다.

감성에 소구하는 예쁜 시계

왜냐면, 우선 예뻐요.

농담 같지만 나머지 좋은 이유는 대부분 이 “시계답게 예쁘다”는 점을 기반으로 팔린 애플 워치가 각 사용자와 맺을 개인적인 관계에 의해 사람마다 다르게 만들어질 겁니다. 기기 마감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대해서는 굳이 이야기를 따로 하지 않아도 앞으로 많은 언급을 보시게 될 것이니 생략합니다.

애플의 마케팅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일단 애플 워치를 착용한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애플의 마케팅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일단 애플 워치를 착용한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애플 워치를 기능성의 측면으로 접근하면 이게 혁신은커녕 혁신과는 20촌 친인척 관계도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아이폰 4S의 성능을 가진 사실상의 컴퓨터’를 엄청난 수의 이용자들이 스스로 비싼 돈을 내고 구입하고 손목에 착용하게 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스크린 해상도는 아이폰 4S보다 훨씬 낮으므로 실질적 성능은 더 높다고 봐도 됩니다.

스마트 시계는 아직 필요성이 낮기 때문에 구입의 정당성을 이성으로 이해시키거나 유도할 수가 없습니다. 애플은 그걸 알았어요. 그래서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에 더해 철저하게 감성에 소구하는 부분들을 설계해서 그걸 애플 워치 기능의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애플워치, 처음엔 좀 무겁습니다. 두툼합니다. 그런데 조금 쓰다 보면 손목에서 풀 수가 없습니다. 알림 기능이 좋습니다. 알림 자체보다 그걸 탭틱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독특합니다. 손목을 톡톡 치는데, 이건 누군가가 “저기요” 하고 치는 느낌입니다. 한 번 차보는 것을 권합니다.

내 폰이 진동할 때면, 그건 폰이 나에게 ‘이봐, 지금 날 보라구.’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반면 애플 워치가 나에게 탭을 할 때면, 그건 마치 워치가 나에게 ‘이봐, 네가 괜찮다면 내가 할 말이 있어.’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When my phone vibrates, it feels like it’s telling me, Hey, I need you now. When the Apple Watch taps me, it feels like it’s telling me, Hey, when you get the chance, I’ve got something for you.

데어링 파이어볼 – 애플 워치 중에서 (번역: 윤지만)

운동 앱이 미묘하게 중독성이 있습니다. 링이 예쁩니다.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경고를 하는 대신 목표치를 낮춰줍니다. 링 좀 더 돌아가게 하려고 집에서도 계속 차고 있게 됩니다. 하루 정도는 차고 있어도 배터리 다 닳지 않습니다.

“소통용 기기”라는 분명한 목적의 스마트 기기

예쁜 것 다음의 이유는 애플 워치가 분명한 목적성을 제시하는 스마트 시계라는 점입니다. 이건 “다 돼요” 대신 “소통용 기기”라는 목적성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에게 명확하게 주장합니다.

지금까지 출시된 대부분의 스마트 시계들은 스마트폰의 패러다임의 연장 선상에서 다양한 기능이나 확장성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애플 워치도 이후 적당한 시점에서 아마 그렇게 가겠지만, 초기 시장 진입의 방법이 좀 다릅니다. 기능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3차원 이모티콘 보내고 스시 그림 그리는 걸 보여주죠.

버튼과 크라운, 애플 워치의 ‘물리 버튼’은 이렇게 달랑 두 개입니다. 그중 버튼을 그림 그리고 전화하고 문자 보내는 커뮤니케이션 바로가기에 할당해 놓았습니다. 뭐가 중요하길래 그렇게 해 놓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막상 써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가장 많이 누르는 버튼이 됩니다. 배우자나 연인이 함께 쓰는 경우 재미있는 아이콘들 보내고 그림 그리고 받는 것 때문에 계속 차고 있게 됩니다.

애플 워치 발표 키노트에서 그림 그리는 기능을 보고서는 엄청나게 쓸데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만, 막상 아내와 그림을 주고받다 보면 참으로 함축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받게 됩니다. 이게 중독성이 있는 데다 실제로 편하기도 합니다. 물론 컨텍스트를 이해할 수 있는 관계 사이에서 의미가 있는 기능이죠. 가령,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세요.

– 뭐해요?

“영화 봅니다.”

– 무슨 영화요?

애플 워치 스케치 기능으로 그린 공룡

“[쥬라기 월드]요.”

– 우와~ 부럽다. 흑흑. ㅠㅠ

이런 종류의 대화는 ‘스케치’ 기능만으로 (엄청나게 웃기게) 전부 가능합니다.

그래서 두 대를 사야 하는 기계입니다.

현재까지의 결론: 개인화한 커뮤니케이션 기기

지금의 애플 워치는 스마트워치라기보다는 진짜 완전히 개인화한 ‘아이폰 이용자 또는 애플 워치 이용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기기’입니다. 그리고 그 용도가 전부입니다. 아이폰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하려 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애플 워치는 그냥 완전히 다른 기기입니다.

제 경우 애플 워치는 그냥 그런 식으로 손목에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정도 두께의 무엇인가를 손목에 계속 차게 될 줄 몰랐습니다. 애플은 이렇게 몸 위에서 기기가 자기 자리를 찾게 한 후 별걸 다 시도해 볼 수가 있죠.

심지어 애플이 직접 시도하지도 않을 겁니다. 애착을 갖고 시계를 착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누군가는 그 시계를 이용해 말로 커피를 끓이거나 주차장에서 차를 불러오는 기능을 만들어 넣겠지요. 그 때가 되어 지금을 돌아보면 ‘당시 애플 워치는 혁신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봅니다. 기능적인 혁신이 아닌 시장 진입 전략과 시장 창조의 측면에서 말이죠.

©NBC (전격 Z작전; Knight Rider)

©NBC (전격 Z작전; Knight Rider)

애플 워치가 아이팟 이후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시계”가 될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볼 일입니다.

구매 추천

배우자나 연인이 있는 사람 중 커플로 구입하는 분들이라면 애플 워치를 좋아하게 될 겁니다. 그런 종류의 기계입니다. 이제는 기계까지도 커플을 차별 우대합니다.

구매 말림

주위 다 둘러봐도 혼자만 차고 있게 될 것이 예상되는 사람들은 사봐야 그냥 ‘예레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단계에선 커뮤니케이션 기기라서 자체적으로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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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신정규
초대필자. 물리학자

잉여로운 세상이 되려면 나부터 잉여로워야 하지 않겠어요? → TNF 10년, 블로그를 사랑한 물리학자(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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