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2015년 4월 폴라(Pholar)라는 서비스를 정식 런칭했다. 사진 기반의 관심사 SNS 서비스로 해시태그(#)를 활용한 서비스 방식은 해외의 인스타그램과 흡사하다. 후발주자인 만큼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활성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폴라가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마케팅이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5월 20일 네이버 폴라는 ‘#대충폴라공모전’이라는 이벤트를 열었다. 그런데 이 공모전의 방식과 과정 그리고 결과가 모두 우리 사회의 적폐(積弊;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 그 종합판이다.
- 해당 이벤트 링크: ★ [대충 폴라 공모전] 인턴 6명 걸린 글빨 빅매치★ [포스터를 눌러서 보면 더 선명해요!] 네이버 폴라팀 인턴 6명 걸고 펼치는 가.내.수.공.업 글빨 배틀!!
네이버 인턴이 되려면 학교에 광고를 걸어라?
우선 참여 방식부터 문제다. ‘#대충폴라공모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대학생들이 자신의 손으로 ‘폴라’라는 문구가 들어간 대자보나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광고를 대학교 어느 공간에 직접 부착해야 한다. 거기에 무시무시한 단서도 달았다.
“폴라팀이 부착 장소에 불시 방문했을 때, 포스터가 부착되어 있지 않으면 패널티를 받을 수 있음.”
아, 꼼꼼하다.
이런 과한 제한에 참여할 대학생이 있을까? 그러자 우리나라 대기업 비장의 무기인 ‘인턴십’을 꺼내 들었다. 네이버는 이번 공모전에 수상할 경우에 상금 외에도 “네이버 폴라 마케팅 인턴십 자격”을 준다고 단서를 걸었다.
물론 대학생들을 활용해 공모전을 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이 이벤트는 말만 공모전이지 사실은 대학생을 인턴십으로 유혹해 공짜 마케팅에 동원하는 일에 가깝다. 네이버 인턴십이라는 무시무시한 유혹을 활용해 적은 돈으로 모든 대학에 홍보할 수 있다. 게다가 홍보물은 철거하지 못하도록 참여하는 대학생 스스로 지키도록 했다.
폴라 마케팅팀은 400만 원 정도의 돈과 인턴십 몇 개월을 미끼로 수많은 대학에 자발적인 마케팅을 할 기회를 챙겼다. 네이버 폴라 마케팅팀은 특별 보너스를 받기에 충분할 정도로 영리했다. 다음이 왜 그동안 네이버를 이기지 못했는지 이해가 간다.
수상자 선정 직후에 더 큰 논란
놀라운 마케팅 뒤에는 참가자의 놀라운 대응이 뒤를 이었다. 네이버는 지난 29일 수상자를 뽑았는데, 수상 직후부터 논란이 시작됐다. 수상자 대부분이 인위적으로 조회 수와 댓글을 늘렸다는 항의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아래와 같은 수상 기준이 어뷰징이나 불법을 막지 않고 오히려 무제한 경쟁을 유도했다.
- 폴라팀 수상 기준: ‘참가 기간 동안 포스팅된 게시글 중 가장 많은 좋아요와 댓글을 받은 3개 광고 안’
참가자들도 이 부분을 잘 활용했다. 공모전에서 일등을 한 곽 모 씨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광고를 통해 자신의 게시글에 댓글을 유도했다. 자신의 폴라 이벤트 게시글에 ‘좋아요’를 눌러주고 스크린샷을 보내면 기프티콘을 주는 형식이다. 그 결과, 곽 모 씨는 공모전에서 1등인 ‘핵꿀잼상’을 수상했고 네이버 인턴십에 합격했다.
응모자의 항의에 곽 모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 공모전의 의도는 신규 유저 유입이다. 따라서 나 역시 폴라팀과 마찬가지로 100만 원을 리워드로 주는 방식으로 같은 맥락의 마케팅을 펼쳤다. 이러한 홍보 방법도 개인의 능력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네이버의 쿨(?)한 대응 vs. 이벤트 참가자의 반응
놀랍게도 네이버 측은 곽 모 씨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아마도 폴라의 의도와 잘 맞는 인재가 발굴됐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참여자의 항의로 인해 추가로 4명의 합격자를 더 뽑으며 공모전을 마무리 지었다. 아래는 네이버 측 결과를 본, 이벤트 참가자들의 반응이다.
그러나 이런 결정을 내린 것도 이해가 된다. 네이버의 수상 취소 요건은 아래 단 두 가지였기 때문이다.
- 게시글이 ‘대충폴라공모전’을 홍보하지 않은 경우
- 대학생이 아닌 경우
참가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만든 것은 네이버의 의지였다.
묻지 마 서비스 + 묻지 마 사용자 = 묻지 마 성공!?
이 사건은 어쩌면 단순한 이벤트 해프닝일 수 있다. 그러나 매년 2조 원이 넘는 광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네이버가 정작 자신의 회사 광고를 위해서는 푼돈도 아까워하는 모습이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 여기에는 인턴십을 이용한 열정 착취, 대학공간의 상업화, 비정상과 불의에 적응하고 이용하는 20대의 모습도 모두 들어가 씁쓸함을 남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사건은 공론화되지 못하고 묻히고 있다. 언론과 이벤트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네이버에 대해서는 어느 언론도 비판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존권을 네이버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도 감시하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 그러나 언론이라면, 그리고 대학생들이라면 네이버가 어떤 불이익을 주더라도 비판할 내용은 비판해야 한다.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네이버가 건강해져야 우리나라 인터넷이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잘못된 서비스가 단지 네이버라는 이름만으로 커진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까? 그 결과는 상상조차 두렵다.
화룡점정, 뒤늦은 대~충 사과
이번 네이버 공모전은 아무리 포장을 하려 해도 포장이 안 된다. 대학생의 참신한 아이디어 모집? 이용자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공모전? 서로에게 도움이 되자는 취지? 이해하기 힘들다.
- 이 공모전은 처음 기획부터 불순하다. 자발적으로 학생들이 대학교에 ‘광고’를 하게 만들었다. 아이디어만 얻을 거면 왜 대학교에 부착하고, 그 부착물이 떼어져 있으면 ‘벌칙’을 준다고 했을까? 아이디어는 대학교에 붙어 있어야지만 아이디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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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 구조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를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미 선정 기준에 여러 가지 제한을 뒀지만, 그들은 어뷰징을 절대 막지 않았다. 전혀 의지가 없었다. 그걸 생각조차 못 했을까? 정말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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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있는 사과도 없었다. 이미 선정작은 지난달 30일에 했고, 많은 항의가 있었지만, 추가로 몇 명 더 뽑고, 서둘러 마무리 지었다. 특히 공모전 페이지에는 댓글도 못 달게 댓글난도 없앴다.
네이버 측은 “네이버에서 폴라팀을 이끌고 있는 유승재 TF장” 이름으로 6월 9일이 돼서야 사과문을 작성했다.
각박한 세상입니다. 이웃(Neighbor)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