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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3G망에서 이미지를 강제로 뭉개고 있는가

‘이미지가 뭉개지는 현상’이 무엇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니 우선 잠깐 설명을 하겠습니다.

이미지 뭉개짐 현상 (화질 열화)

컴퓨터에서 그림/사진 같은 이미지를 저장할 때엔 여러 가지 포맷 중 하나를 골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포맷에는 BMP니 JPG니 GIF니 PNG니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중 GIF와 함께 가장 널리 사용되는 JPG(JPEG) 포맷은 손실압축 방식을 채택하고 있죠. 따라서 JPG 파일 용량을 줄이기 위해 압축율을 높이게 되면 이미지 품질이 낮아져 뭉개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다음 이미지를 순서대로 빤히 바라보아주세요. 제 사이트 서버에서 불러온 이미지입니다.

원본 이미지와 JPG 100% 압축 이미지 비교

좌측이 원본 이미지, 우측이 압축률 100%의 JPG 파일

오른쪽 이미지는 많이 뭉개져 있죠. JPG 포맷이 손실압축 방식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최근 유독 잦아진 뭉개짐 현상

가끔 지하철 오갈 때 3G 테더링을 걸고 급히 소스 수정과 배포를 할 때가 있는데요. 요즘 유난히 이미지가 뭉개지는 현상이 보이더군요. 이미지 메뉴를 많이 쓰는 포털 서비스에서 특히 뭉개짐 현상이 눈에 띄어서, 처음에는 포털 이미지 서버에 올라간 게 뭔가 문제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브로드밴드망에서는 깨끗하게 나오는 메뉴가 핸드폰 3G 테더링망에서만 유독 뭉개져 보인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와이파이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열어보니 뭉개짐 현상이 사라지더군요. 브라우저나 OS는 가리지 않고 망의 영향만 받았습니다. 그래서 의심해봤습니다.

3G 테더링망에서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3G 테더링망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포털에서 따온 이미지는 이렇습니다. 분명 같은 이미지인데, 첫 이미지는 브로드밴드망, 두 번째 이미지는 테더링망 입니다. 브로드밴드망과 테더링망을 전환해가며 같은 페이지를 캐시 날리며 로딩한 뒤 캡처한 이미지입니다. 모니터를 잘 닦은 뒤 천천히 살펴보세요.

이미지 예시 (1) - 브로드밴드망
이미지 예시 (1) - 3G망

이미지 예시 (2) - 브로드밴드망
이미지 예시 (2) - 3G망

이미지 예시 (3) - 브로드밴드망
이미지 예시 (3) - 3G망

누가 보더라도, 각각의 경우 두 번째 화면은 확실히 뭉개져 보입니다. “장근석&아이유” 글자는 뭔가 모르게 흐릿해졌고, 영화 [창수] 포스터의 임창정 얼굴은 뽀샤시 되어있고, ‘미즈넷’  UI의 점선은 실선이 되어버렸죠. 포털 서비스의 경우 저 정도로 메뉴가 뭉개지면 장애 문의가 접수되기도 했으니 품질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직접 테스트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져서, 이미지를 새로 만들어 JPG 90% 압축, JPG 0% 압축, PNG 8,PNG 24, GIF 포맷으로 저장한 뒤, 역시 브로드밴드망과 테더링망을 전환해가며, 캐시 날리며 로딩해봤습니다. 위치별 각 이미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브로드밴드와 3G 테스트 위한 각 위치별 이미지

브로드밴드망에서의 테스트 결과

브로드밴드망에서의 테스트 결과

3G 테더링망에서의 테스트 결과

3G 테더링망에서의 테스트 결과

네. JPG만 뭉개집니다. 거의 90% 이상 압축한 이미지와 비슷한 화질로 뭉개지고 있습니다.

테더링 연결할 때만 그런 걸까? 

PC/Mac에 테더링으로 연결할 때만 그런 건가 싶어 모바일 브라우저는 어떤지 살펴보았습니다.

브로드밴드망 테스트 결과 (모바일 브라우저)

브로드밴드망 테스트 결과 (모바일 브라우저)

3G망 테스트 결과 (모바일 브라우저)

3G망 테스트 결과 (모바일 브라우저)

옳거니!

3G망에서 유독 JPG 파일에 대해 90%에 가까운 압축률로 이미지를 확 압축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모바일 트래픽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사들이 JPG 포맷 이미지에 대해 임의로 이미지를 뭉개는 것이라고 확률적으로 추론할 수 있지요.

물론 다른 가능성도 열려 있기는 합니다. 일시적인 기기 문제일 수도 있고, 포털 서버와 제 사이트 서버에서 생긴 일시적인 오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연이 겹쳐 ‘이미지 뭉개짐’ 현상이 발생할 확률은 경험칙으로도 논리칙으로도 현실상 제로에 가깝습니다.

당장, 이런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JPG 포맷 저장은 피하고, 모두 PNG나 GIF로 저장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러분이 보시는 이 글의 이미지들도 원본과 뭉개진 버전을 명확히 비교할 수 있도록 모두 PNG 포맷으로 저장하였습니다.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거지?

누가 이런 짓을 하고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와중에, 최근 서버가 죽은 사이트를 열 때마다 종전에는 보지 못했던 희한한 에러화면이 뜨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의아해서 캡쳐를 해뒀었는데, 이렇게 생겼습니다.

Connect Fail

서버가 죽었으면 그냥 네트워크상의 응답이 없다는 에러 메시지가 나와야 할 텐데 왜 이런 화면이 나오는 걸까요?

전체 통신사 망에 적용된 스마트CDS

다른 서버가 응답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네. 이를 스마트CDS(Smart CDS)라고 합니다. 서버가 윗 단계 네트워크 어디에도 스마트CDS같은게 설치된 사례가 없음을 알고 있는 사이트들에서 이런 화면이 종종 발견되었습니다. 전송 중간 과정에 설치됐다는 이야기이지요.

최근 ‘웹가속기’니 ‘스마트CDS’니 ‘MCA(Mobile Cloud Accelerator)’니 하는 녀석들이 통신사 무선망 전체에 설치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참고: KT 보도자료)

이 기술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용자가 특정 사이트를 열게 되면, 호출된 URL이나 전송된 파일 포맷을 탐지하여, 그 사이트의 서버까지 도달하게 하지 않고, 캐시 서버에서 미리 저장되어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사실은 캐시 서버인 것이죠. 이게 웹서버에 붙으면 캐시 서버이지만, 경우에 따라선 구조적인 차이를 몇 개 더 지니고서 CDN이 되기도 하고, 웹가속기 같은 새로운 이름이 되기도 합니다.

저 에러 메시지는 죽어버린 서버로부터 응답이 없어 스마트CDS 서버의 자체 오류 메시지가 튀어나온 것입니다. SKT망에 적용된 게 어떤 녀석인지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사용자의 웹 서핑 과정에 다른 서버가 대신 응답하고 있음을 확인하였으니, 이런 녀석들이 JPG 파일을 마구 뭉개고 있다고 의심해볼 수 있겠습니다.

대다수 스마트CDS는 JPEG 압축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패킷을 통한 개인 정보 노출 차단 기능을 함께 묶어 파는 상품인데, 전체 통신사 망에 적용된 경우엔 어디까지 적용했을지 알 길은 없습니다. 어쨌든 JPEG 압축 기능은 현재 작동하고 있음을 위에서 확인하였습니다.

속도는 LTE급! 정작 제공하는 건 뭉개진 콘텐츠?

캐시 서버나 CDN은 웹서비스 사업자들이 원할 때 설치합니다. 웹서비스 사업자들이 손해를 볼 것도 없고, 서버 부하도 줄어들고, 소비자들도 빠른 반응속도라는 혜택을 보겠죠.

하지만 KT나 SKT 같은 사업자들이 자사 모든 망에 이런 기술을 적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포털 등 웹서비스 사업자들은 부당하게 서비스 품질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고, 소비자 역시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저화질 이미지나 동영상을 전송받을 수 있습니다.

뭉개지긴 했지만, 얼추 보인다는 건 변명이 되지 않습니다. 사용자들은 고화질 이미지를 원하는 것은 물론, 원본 데이터 그대로를 원하니까요. LTE 시대에 망 전체에서 오가는 이미지 파일을 압축하는 것은 ‘빠른 전송’ 차원보다는, 전체 망 트래픽을 줄이고자 하는 통신사의 수요에서 도입된 것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쩌면 3G 망 상태에서 뿌연 이미지를 답답하게 여겨 LTE로 갈아타려는 이용자의 욕구가 높아질 수도 있겠죠. 만에 하나 이런 경우라면 더욱 사용자들은 통신사에 자신의 권리를 양보해 줄 이유가 없습니다.

모바일에서 콘텐츠 접근 속도를 위해 ‘저화질 컨텐츠(손실된 데이터)’를 제공하겠다면 그 선택권의 주체는 누구에게 부여해야 할까요? 그 선택권은 통신사가 아니라 당연히 이용자의 몫입니다. 더불어 제대로 된 원본 콘텐츠에 접근할 수 없다면, 이용자로서 떨어진 품질만큼 요금을 인하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이용자는 망 상태에 따라서 이미지가 뭉개질 수 있음을 감수하고서 무선망을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전까지는 잘 제공되던 품질이 특정 시점 이후에 꾸준히 저하되었다면 그에 따른 보상도 받아야 마땅합니다. 고화질 배경화면을 다운받아 폰 배경에 넣고 싶은데 아무리 시도해도 얼룩덜룩 뭉개진 이미지만 내려받아 진다면 얼마나 화가 나겠습니까. 좀 과장에서 말하면 정신적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는 일이죠.

설명 없이 원본 가로채 다른 정보 제공? 망중립성 위반!

앞서 말씀드렸지만, 만약 이런 원하지 않는 품질 저하가 싫으면 LTE로 갈아타라거나 혹은 와이파이망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누군가는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혹은 PNG 이미지를 다시 찾으면 된다거나, 빠르게 의미 전달만 되면 되니까 약간 뭉개진다 하더라도 참을만할 거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문제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일지는 여러분이 직접 곰곰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제가 경험한 이런 현상이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벌어지는 일이라면, 그리고 이것이 일시적인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면, 이는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우롱하는 처사라는 점입니다. 더구나 통신사가 서비스 품질(속도)을 명목으로 원본이 아닌 다른 정보를 임의로 제공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망중립성 위반에 해당합니다.

웹 서핑 때 오가는 HTTP 통신의 헤더 정보를 가로채 압축된 이미지로 대체하여 제공하는 등의 기술은 통신사들로 하여금 모든 모바일 사용자의 웹 요청 정보를 더욱 손쉽게 수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경우에 따라 warning.or.kr 같은 차단 기술을 더욱 쉽게 적용할 수도 있고, DPI(Deep Packet Inspector) 논쟁에서 보듯 특정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특정 사용자의 웹 접속기록을 감시하는 감시 기술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빡침을 넘어 ‘기술 통제’ 가능성 고민할 때

전국에 깔린 망에 이러한 기술이 도입될 때 초래될 수 있는 정보 인권 침해, 소비자 권익 침해에 대해 소비자든 언론사들 시민단체든 학계든 간에 어느 누구도 그 위험성이 그저 기우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못했습니다. 이미지 뭉개짐으로 인한 빡침을 넘어, 이러한 기술적 통제가 가능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그에 따른 파장을 함께 고민해볼 때입니다.

어지간하면 참을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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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참…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좀 더 자세한 사실을 확인하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독자 여러분의 도움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일시적으로 저에게만 생긴 현상인지 아니면 빈번하게 벌어지는 현상인지를 우선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소비자로서, 이용자로서 우리의 권리를 확인하고, 실행할 판단의 재료들이 구축될 수 있습니다. 제가 현재까지 파악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SKT-LTE, KT-LTE, KT-3G 망에서는 뭉개짐 현상이 없었습니다. SKT-3G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2. 저처럼 그림이 뭉개진다는 분들도 있지만, 해외에서 들어온 LTE폰 또는 LG 옵티머스EX로 SKT-3G망을 이용하는데 뭉개짐 현상이 없었다는 제보도 있습니다. 즉 SKT-3G망도 어떤 경우엔 뭉개지고 어떤 경우엔 뭉개지지 않더라는 이야기죠. 기기 영향인지 사용자를 가리는지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저는 iPhone4로 테스트하였고 올인원54무제한요금제입니다.

3. 스마트CDS까지 갈 것 없이 일단 망 프락시(Proxy)가 걸렸으니 당연히 이런저런 제한 걸기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음, 네 그렇네요.

4. 드롭박스(Dropbox)에서 이미지 파일을 받을 때에도 품질이 엉망이 된 이미지가 들어와 낭패를 보았다는 제보가 있습니다. 이 경우 어느 이미지를 원본으로 보고 있었는지, 열화된 이미지가 다시 동기화돼버렸는지 등등의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원본이 날아가 버리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니까요.

5. 그래서 더 많은 사례와 테스트가 필요해 보입니다. 와이파이를 끄고, 다음 링크를 연 뒤, 맨 윗줄 오른쪽 이미지가 그 아래 이미지와 달리 뭉개졌는지 확인하시면 됩니다. 다른 망과 비교할 때 캐시를 꼭 지우셔야 합니다.

뭉개짐 확인 링크

다른 환경에서도 같거나 유사한 현상이 발생한다면 아래 댓글로 알려주세요!

독자께 드리는 당부

필자는 12월 4일 오후 1시부터, 뭉개진 JPG들이 원본 JPG로 바뀌어 전송되기 시작했다고 편집부에 알렸습니다.

어떤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더 많은 테스트 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필자는 기술적인 사항을 바탕으로 이 ‘이미지 뭉개짐’ 현상의 원인을 검토했고, 이를 확정할 수 있는 실체적인 물증은 없지만, 경험칙과 논리칙으로 보건대 통신사가 인위적으로 트래픽을 관리하는 것으로 일단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합리적인 의심을 말끔히 해소하고, 그 원인을 투명하게 밝힐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사례들과 판단의 재료들이 축적되길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의 도움과 관심을 당부드립니다. (편집자)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인 “rainygirl.com”에도 실렸습니다. 글의 표제와 본문 일부는 슬로우뉴스의 편집원칙에 따라 수정, 보충하였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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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초대필자, 일간워스트 뉴스고로케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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