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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유형의 감각자극이 다른 감각에 지각을 일으키는 상태”

이를 ‘공감각’이라고 한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의 감각이 두 가지 이상 서로 연결되어 반응하는 것이다.

공감각자들 

작곡가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음악에서 색깔을 느꼈고, 싱어송 라이터이자 피아니스트인 토리 아모스 또한 그랬다. 싱어송 라이터인 로빈 히치콕은 맛을 소리로 느꼈다. 형태와 색채가 연결되는 형태의 공감각도 있다. 배우이자 소프라노인 스테파니 카스웰이나, 유명한 싱어송 라이터인 빌리 조엘은 글자에서 색깔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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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 스테파니 카스웰, 토리 아모스, 빌리 조엘, 로빈 히치콕(위쪽 시계방향)

공감각 다룬 작품은 의외로 많지 않다 

공감각의 원인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학계에서 통용되는 유력한 설은 있다. 눈과 귀, 코, 혀 등의 감각기관에서 받은 정보들이 뇌에 도달하는 동안 혼선이 빚어져 일 대 다수 혹은 다수 대 다수로 전이되는 감각 반응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원인이야 어쨌든 공감각은 대중문화 장르에 있어서도 아주 흥미롭게 느낄 법한 소재다. 다만 표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지 의외로 다룬 작품이 많지는 않다.

웹툰 "냄새를 보는 소녀" 2화 중에서
웹툰 [냄새를 보는 소녀] 2화 중에서

공감각을 다룬 [냄새를 보는 소녀] 

그 중 올레마켓 웹툰에서 매주 화요일에 연재되고 있는 만취 작가의 [냄새를 보는 소녀]는 이 소재를 아주 흥미롭게 잘 다루고 있다. 게다가 일반적인 시각-청각 공감각이나 색-자소 공감각이 아닌 후각-시각 공감각이다. 작가는 컬러 웹툰의 장점을 십분 살려 시각화된 냄새를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고, 덕분에 독자들은 마치 본인이 주인공의 눈을 가진 것처럼 생생하게 그 장면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 주인공은 왜 냄새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을까. 4화에 의하면  주인공인 여고생 새아는 중학교 때의 화재 사고 이후 오른쪽 시신경과 후신경에 의문의 변형이 일어났다. 냄새를 일으키는 ‘휘발성 미립자’를 감지하는 능력이 생겼고, 훈련을 거쳐 눈에 보이는 냄새 입자를 스스로 모양과 색을 정해 기억해 둘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오른쪽 눈만’이라는 것은 아주 영리한 설정인데, 이 때문에 새아는 각각의 눈을 통해 냄새가 보이는 세상과 보이지 않는 세상을 오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웹툰 "냄새를 보는 소녀" 콜렉터-29화 중에서
웹툰 [냄새를 보는 소녀] 콜렉터-29화 중에서

‘냄새’라는 불완전한 데이터를 이용한 범인 추적 

[냄새를 보는 소녀]는 이런 새아의 능력을 활용하여 영화관 방화 사건을 통해 만나게 된 김 순경과 함께 범인을 추적하는 추리물로 전개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추리물과는 다른 독특함이 있는데, “과학수사라고 하기엔 (냄새는) 일시적이고, 프로파일링이라고 하기엔 심리나 행동 분석도 아닌,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또 하나의 데이터(4화)”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범인의 정교한 알리바이와 트릭을 깨뜨리는 정통 추리물은 아니지만 충분히 몰입할 수 있다.

특히 새아가 방화 사건 수사를 통해 화재 사고의 트라우마를 서서히 극복하며 김 순경이 과거사를 딛고 경찰로서의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과, 범인의 사연을 엮어 마무리한 첫번째 에피소드(1화~13화)는 여러모로 훌륭하다. 이후 4화 분량의 징검다리 에피소드를 거쳐 5년이나 잡히지 않은 흔적 없는 절도범 ‘저글링’과, 연쇄 살인범 ‘콜렉터’ 등을 추적해 온 이 작품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무척 기대가 된다.

* 매 화마다 덧붙어 있는 냄새 성분들의 효능과 성분을 소개하는 코너와 독자와의 묻고 답하기를 담은 ‘취중진담’ 코너도 소소한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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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정보

한 줄 요약 

사고 이후 냄새를 시각을 통해 느낄 수 있게 된 여고생 새아는 우연히 영화관 방화 사건을 통해 만나게 된 김 순경과 함께 범인을 추적하게 된다.

관전 포인트 

범인을 추적하며 여러 번 생사의 위기를 넘긴 두 사람 새아와 김 순경 사이에 생겨나는 미묘한 감정선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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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저거보면 솔직히 모야시몬 떠오르지 않음? 비슷한 수법인 듯 한데. 아 물론 베꼈다는 건 아니고.

  2. 소재로만 따지면 실은 그리 특별할 건 없죠(장르문학쪽에서도 자주 다룬 것 같은데). 소재를 요리하는 참신함과 완성도가 중요해질텐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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