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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어버이날 맞이 점심을 먹는다. 먼저 가신 아버지 이야기, 각자 살아가는 이야기, 세월호 이야기, 가족과 주변 친지들 이야기, 부끄러운 종교인들 이야기, 나 어렸을 적 맨날 졸았던 이야기,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과다충성 쥐 사냥꾼 마당 고양이 이야기… 이야기꽃은 식사 자리를 넘어 차를 나누는 자리까지 번진다. 이내 헤어져야 할 시간,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게 뭔지 아니?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고 사는 거야. 생명 귀한 줄 모르고 사는 것만큼 불행한 게 없어.”

잠시 마음이 흔들린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낳아 주셔서 감사해요, 어머니.”

햇살 따스한 오후, 사람들의 숲을 지나 집으로 돌아온다. 베란다에 늘어선 화분들과 인사를 나눈다. “고무, 고무! 문 열어 줄게!”하며 거실 창문을 연다. 한껏 팔을 벌린 고무나무에 봄바람 머금은 햇살이 든다. 마음에서 노래 하나를 꺼낸다. 나도 고무나무도 귀를 기울인다.

저것은 벽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라 말할 때
바로 그때
담쟁이는 수천 개 손을 붙잡고
저 벽을 넘는다
저 벽을 넘는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오~
절망을 붙잡고 놓지 않는다 오~

– 홍순관(도종환 작사, 류형선 작곡), [담쟁이] 중에서

벽을 넘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절망이 생명을 밀어내지 못하도록 붙잡은 손 놓지 않을 뿐. 그렇게 수많은 손들이 세상을 덮을 때 벽은 담이 아니라 대로일 터이니.

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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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없다 그리고 죽음

 

어떤 모임에서 다음과 같은 과제가 나왔다고 한다.

“배우자의 좋은 점 열 가지를 써 보세요.”

진행자는 어머니에게 “사별하셨으니 남편분 안 계시죠?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좋은 점 열 가지를 써 보세요.”라고 주문했다. 어머니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하셨다고.

“하하, 이보세요. 제가 왜 남편이 없어요?”

어머니의 남편은, 나의 아버지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있다/없다는 살아 있음을 기준으로 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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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가 2018년 4월에 출간한 책 [어머니와 나]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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