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정보가 지배한다] 커버1998년 UC 버클리 동료 교수였던 베리안(Hal Varian)샤피로(Carl Shapiro)[정보가 지배한다](Information Rules)를 공동으로 집필했다. 이 책에 담긴 디지털 경제에 대한 통찰력은 약 15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도 놀라운 수준이다.

특히 구경제와 신경제를 구별하는 부분은 종이 신문과 디지털 뉴스의 생산 및 유통이 가지는 근본적인 차이점을 이해하는 데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구경제와 신경제: 종이신문과 디지털 뉴스

“구경제와 신경제를 구별하는 결정적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산업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다. 반면 네트워크 경제(economics of networks)가 정보 경제를 이끈다.”

– [정보가 지배한다] 중 (173쪽)

종이신문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이다. 프레더릭 피유(Frédéric Filloux)의 분석에 따르면, 종이신문 전체 생산비용 중 종이와 인쇄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5~35%다. 배달 및 유통비용은 전체 생산 비용 중 약 30%~40%에 달한다. 종이, 잉크, 화물차 기름값 등을 제외한다면, 적게는 55%에서 많게는 75%에 이르는 비용 대부분은 고정비용에 속한다. 피유에 따르면 대표적인 가변비용인 인건비가 종이신문 전체 생산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8~25%에 불과하다.

종이신문 생산비용 표
프레더릭 피유가 분석한 종이신문 생산비용 표

특정 생산함수에서 고정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생산함수에는 긍정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가 작동한다.

긍정 규모의 경제란, 비용을 유발하는 모든 생산요소가 일정 수준(∆Inputs) 증가할 때 생산량이 일정 수준(∆Inputs)보다 많이 증가하는 경우를 말한다. 동일 재화를 생산하는 공장 A와 공장 B가 합병할 때 가능한 생산량의 총합이, 공장 A와 공장 B가 따로 생산하는 양의 총합보다 높은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특정 기간 공장 A의 생산량은 50이다. 동일 기간에 공장 B가 생산하는 양은 40이다. 만약 두 공장이 합병해서 공동 생산을 진행하니 같은 기간 동안 총생산량이 110이 되었다. 이 경우를 ‘긍정 규모의 경제’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을 가진 비용 구조는 이른바 대량 생산에 적합하다. 대량 생산은 자본주의 생산 방식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다. 산업마다 또는 재화마다 긍정 규모의 경제 효과가 가지는 크기는 서로 다르다. 자동차 산업이 가지는 긍정 규모의 경제 효과는 일반적으로 섬유 산업의 그것보다 크다. 일반적으로 긍정 규모의 경제 효과가 큰 산업일수록 총생산비중에서 고정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고정비용: 신문산업 성장의 지렛대이자 신문산업 몰락의 사다리

대량 생산체계가 경제 효율성을 가짐을 증명하는 긍정 규모의 경제효과는 산업이 발전할수록 대기업으로 집중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시장에서 대기업으로 집중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시장경쟁 약화를 의미한다. 긍정 규모의 경제효과가 주는 경제 효율성만 대기업에 유리한 경쟁 상황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높은 고정비용 비율은 역으로 시장 진입 장벽을 형성한다. 높은 가격의 윤전기를 소유할 수 없다면 종이신문 시장에 진입하기 쉽지 않다. 다시 말해 종이신문 생산함수가 가지는 긍정 규모의 경제는 한편으로는 언론사의 대형화를 가능하게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 진입 장벽으로 기능하여 경쟁자의 시장진입을 차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1980년대 또는 1990년대 언론사 수가 지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유와 여론집중현상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를 종이신문 생산함수 스스로 가지고 있는 특징에서도 찾을 수 있다.

종이신문의 생산함수는, 일정한 수준의 생산량이 유지되지 못할 경우 종이신문의 평균 생산비용을 급증시키는 결정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종이신문 판매량이 조금씩 그러나 중단 없이 그리고 장기적으로 줄어들 경우, 고정비용이 높은 종이신문 생산함수는 특정 생산수준에서 그 작동을 멈추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종이신문의 생산량이 0이 되어서야 종이신문 생산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종이신문의 생산/비용함수
[그림 1] 종이신문의 생산/비용함수 (강정수)
  1. 생산량 또는 판매량이 140만 부에서 120만 부로 축소했을 때,
  2. 생산비용은 1억 7,000만 원에서 1억 6,800만 원으로 줄어든다.

광고수익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매출은 생산량에 판매가격을 곱한 수치다. (매출−비용)을 이윤으로 보면, [그림1]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1)의 감소 폭이 (2)의 감소 폭보다 월등히 높다. 다시 말해 종이신문의 생산함수 또는 비용함수에서 판매량이 떨어질 경우 이윤은 판매량 감소비율보다 더욱 큰 비율로 떨어진다. 신문판매가 증가할 때는 막대한 이윤증가율을 경험하지만, 신문판매가 감소할 경우 신문산업의 이윤은 매우 큰 감소를 겪는다. 이처럼 신문산업 성장의 지렛대는 역으로 신문산업 몰락의 사다리다.

물론 신문 생산함수의 수명을 연장할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감가상각이 끝난 낡은 윤전기를 교체하지 않고 수리에 수리를 이어가며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또는 신문수송비와 배달비 중 일부를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이른바 ‘신문유통구조 선진화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작지 않은 규모의 국고보조금을 언론사에 지급하고 있다. 또 다른 비책도 있다. 언론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1년에 20부씩 정기구독을 강제로 할당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종이신문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 뿐, 종이신문 생산함수가 다시 제대로 작동하는 수준으로 생산량을 끌어올릴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 나은 저널리즘 생산기술이 종이신문이라는 특정기술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은 하나의 생산기술이며, 특정 생산기술은 좀 더 나은 기술에 의해 대체된다

생산함수는 다양한 생산요소와 생산물이 서로 독특한 방식으로 연결하는 관계(relationship)를 말한다. 그리고 이 생산관계를 또 다른 말로 생산기술이라 부른다. 신문 생산기술은 독자 개인의 소비 취향과 무관하다. 아무리 신문이 선사하는 멋진 스토리텔링에 흠뻑 빠져있는 독자가 많다고 해도, 아무리 종이신문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하루를 시작하는 독자가 많다고 해도, 이 독자 규모가 일정 수준을 만족하지 못할 경우 종이신문의 생산은 멈출 수밖에 없다.

또한, 종이신문의 소비규모가 축소하는 이유는, 종이신문이 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소비자가 종이신문보다 더욱 매력적인 뉴스 전달체를 찾았기 때문이다. 바로 PC와 스마트폰이다. 주말 오후에 있었던 좋아하는 프로야구팀의 경기 분석을 월요일 아침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다양한 디지털 뉴스를 통해 전문가의 분석을 소비하고, 다채로운 커뮤니티와 팬클럽을 통해 식견 높은 팬들의 이야기를 이용자 개인이 원하는 시간에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 제약 아래에 놓인 종이의 매력은 무한에 가까운 소비자 개인의 정보소비 욕구를 결코 이길 수 없다.

메칼프 법칙
[그림 2] 메칼프 법칙. 네트워크의 가치는 링크로 연결된 노드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

네트워크 효과와 디지털 뉴스

그렇다면 PC와 모바일로 소비되는 디지털 뉴스의 경제성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베리안과 샤피로가 주장한 네트워크 효과가 디지털 뉴스에서도 작동할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네트워크 효과는 특정 재화와 서비스의 소비자가 증가할 때 해당 재화와 서비스의 (소비)가치가 증가하는 경우를 말한다. 1980년 메칼프(Metcalfe)는 “특정 네트워크 노드(node) 수가 증가하면 네트워크의 가치는 노드 수의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노드는 링크(link)로 서로 연결된 상태의 노드를 말한다.

월드와이드웹에 존재하는 개별 디지털 뉴스 그리고 월드와이드웹의 기본 원리를 따르고 있는 모바일 앱 뉴스 각각은 하나의 노드(node)다. 이 때문에 특정 뉴스 브랜드의 가치 또는 개별뉴스의 가치는 개별 뉴스-특정 노드에 링크로 연결된 기타 노드의 수에 비례한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의 네트워크 구조에서 디지털 뉴스는 그 가치를 증식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한국 1차 뉴스 플랫폼의 네트워크 유형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뉴스 중심 네트워크

첫 번째는 [그림 3]처럼 뉴스 사이트 첫 화면(A)에 노출된 뉴스(C) 또는 정치, 사회, 경제 등 뉴스 카테고리(B)에 연결된 뉴스(C)의 네트워크 구조다.

이들 뉴스(C)는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 소개된 ‘관련 뉴스’ 또는 검색 결과와 연결되어 있다. 특히 포털은 뉴스 사이트에 방문자를 선사하는 매우 강력한 노드다. 포털에 검색되지 않는 뉴스 서비스를 제외한다면 한국 뉴스 사이트 대부분이 이러한 뉴스 네트워크 구조로 되어 있다. 개별 뉴스(C)로 유입하는 방문자의 중심 경로는 A→B→C 또는 A→C보다는 네이버와 다음→C다.

이러한 뉴스 네트워크 구조를 ‘뉴스 중심 네트워크’라 하자. 중요한 점은 방문자 또는 이용자는 링크로 연결된 노드가 아니라는 점이다.

뉴스 중심 네트워크
[그림 3] 뉴스 중심 네트워크 (강정수)

뉴스 중심 네트워크 구조에서는 방문자 또는 이용자는 노드로서 기능하지 않고, 뉴스의 최종 소비자 역할을 맡게 된다. 이때 개별 뉴스는 자극적 뉴스 제목 또는 선정적 이미지 등의 방법을 통해 최종 소비자의 관심 영역으로 진입을 시도한다. 포털 뉴스 또한 뉴스 중심 네트워크 구조를 가지고 있어, 포털 뉴스 스스로도 선정성 유혹에 늘 노출되어 있다.

한편 이용자가 빠져있는 뉴스 중심 네트워크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탄생한 소셜 북마킹, 소셜 태깅 등 이른바 웹 2.0 서비스를 통해 변화를 겪었다. 노드로서 이용자는 특정 뉴스를 저장, 분류, 추천하는 과정에서 개별 뉴스에 연결되는 노드를 추가한다. 통칭 웹 2.0 서비스는 대중화에 실패하였으나 이용자 참여가 뉴스 중심 네트워크에 구조 변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음을 교훈으로 남겼다. 이후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대중화는 뉴스 서비스의 네트워크 구조 변동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용자 중심 네트워크

두 번째 네트워크 유형은 [그림 4]처럼 뉴스 중심 네트워크에 다양한 뉴스 이용자(D와 E)가 노드로 연결된 구조다. 특정 뉴스를 이용자가 페이스북 등 SNS에 공유할 경우, 페이스북에는 뉴스와 연결된 포스트(D)가 생겨난다. 뉴스와 연결된 노드인 D는 다른 이용자의 공유 행위를 통해 제2, 제3의 노드(E)와 연결한다. 이렇게 이용자의 참여를 통해 확장한 뉴스 네트워크 구조를 ‘이용자 중심 네트워크’라 하자. 이용자의 블로그, SNS 등은 개별 뉴스를 둘러싼 노드로서 기능하며, 뉴스 중심 네트워크의 구조를 변화하게 하고 뉴스 네트워크의 확장에 기여한다.

다양한 뉴스 유입 경로를 가진 이용자 중심 네트워크는 뉴스 중심 네트워크와 비교하여 외부 충격에 저항력이 높다. 네이버와 다음은 특정 뉴스 사이트로 연결된 거대 노드(허브)이며, 이 특정 뉴스 사이트는 포털이라는 거대 노드에 연결된 작은 클러스터다. 한편 특정 뉴스(C)를 둘러싼 복수의 노드 D와 노드 E는 또 다른 작은 클러스터를 형성한다. 그 결과 적은 특정 뉴스 사이트가 이용자 중심 네트워크 구조를 가질 경우, 이 특정 뉴스 사이트는 수많은 뉴스 관련 클러스터로 구성된다.

[링크](Linked)의 저자 바라바시(Barabási)에 따르면, 복수의 클러스터로 구성된 네트워크 구조는 포털 뉴스 정책 변화 등 외부 충격에 쉽게 붕괴하지 않는 네트워크 견고성(network robustness)을 가지고 있다. (Barabási 2003, 113쪽, 221쪽)

이용자 중심 네트워크
[그림 4] 이용자 중심 네트워크 (강정수)

또 이용자의 수집, 저장, 분류, 추천, 공유 등으로 뉴스 네트워크 구조가 변한 이용자 중심 네트워크에서는 개별 뉴스의 (재)발견이 쉬워질 뿐만 아니라, 개별 뉴스 확산 속도가 증가한다. 와츠(Watts)에 따르면 네트워크 확장 속도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노드의 매력 또는 전염성(contagiousness)과 노드 사이의 상호작용(interaction)에 의해 영향받는다. (Watts, 2003, 220쪽 이하)

와츠의 이론을 뉴스 네트워크에 적용하면, 뉴스 사이트 첫 화면이 아니라, 개별 뉴스의 자극적인 제목이 아니라, 개별뉴스 내용의 매력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이 개별 뉴스를 노드로 연결하는 이용자의 행위가 많으면 많을수록 개별 뉴스의 확산 속도는 빠르다.

이용자 중심 네트워크의 특성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개별 뉴스의 가치가 생산가치와 소비가치로 구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산업경제 또는 종이신문은 뉴스생산/판매와 비용의 차이가 (경제)가치를 결정한다. 그리고 이 가치에는 긍정 규모의 경제논리가 작동한다. 디지털 뉴스의 경우에도 생산/판매와 비용의 차이가 (경제)가치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생산에 기초한 가치창출이 경제가치의 시작과 끝이 아니다. 이용자의 다양한 참여를 유혹하는 수준으로 매력적인 뉴스 네트워크 구조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뉴스의 생산가치는, 생산된 뉴스가 네트워크 구조 형성에 기여하는 수준에 따라 영향받는다. 뉴스에 이용자 참여가 가능할 때, 이를 통해 뉴스 네트워크가 이용자 중심 네트워크로 진화할 때, 뉴스 생산가치가 네트워크에 기초한 뉴스 소비가치와 연결될 때, 비로소 디지털 뉴스 가치는 그 가치를 증식할 수 있다. 이 점이 종이신문과 디지털 뉴스가 경제 가치창출에서 갖는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참고문헌

  • Barabási, A. L. (2003), Linked – how everything is connected to everything else and what it means for business, science, and everyday life.
  • Shapiro, C./ Varian, H. R.(1998), Information Rules.
  • Watts, D. J., (2003), Six Degrees: The Science of a Connected Age.

관련 글

2 댓글

  1. 네트워크 이론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뉴스산업의 미래와 연결시켜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