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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여러 개의 독립된 형태의 웹서비스들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묶어주는 네트워킹이라는 개념이 시작된 해로 2003년을 꼽을 수 있을 듯하다.

2003년과 2004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들의 태동

여러 인디 뮤지션들의 홍보의 장이었던 마이스페이스는 2003년에 서비스를 시작했고, 현실의 관계를 온라인으로 확장시켜 온 링크드인 역시 2003년에 문을 열었다. 현재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절대 강자 페이스북은 ‘더페이스북 (theFacebook)’이라는 이름으로 2004년에, 구글이 인수한 오컷의 서비스 시작도 2004년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였던 싸이월드는 (1999년에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3년에 SK컴즈에 인수되었다.

  • 1999년 – 싸이월드, 아이러브스쿨
  • 2002년 – 프렌스터
  • 2003년 – 마이스페이스, 링크드인
  • 2004년 – 페이스북, 오컷, 디그닷컴, 믹시
  • 2005년 – 비보, 유튜브

이 때까지만 해도 관계망은 개별 회사들이 스스로를 차별화시키기 위해 놓은 새로운 기능 정도를 의미했다. 실제로 기존의 여러 형태의 서비스에 있던 프로필 기능을 확장시킨 형태가 그 특징들의 핵심이었는데, 친구추가처럼 단순한 즐겨찾기에 관계의 의미를 부여해서 서비스의 몰입도를 높이거나 링크드인의 네트워크 추가처럼 오프라인의 네트워크를 온라인으로 확장시키는 기능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Sean MacEntee, social media (CC BY)

2006년과 2007년, 마이크로블로그의 시작

2006년과 2007년은 여러모로 인터넷 서비스 역사에서 의미 있는 해로 기억될 만하다. 특히 현재의 모바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들의 기초가 이때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2006년과 2007년은 여러 마이크로블로그들이 처음 온라인에 등장하던 시기이다. 2006년의 트위터, 자이쿠 (주: 2007년에 구글에 인수), 텀블러, 힉추를 시작으로 2007년의 파운스 (주: 2008년에 식스어파트에 인수), 미투데이 (주: 2008년에 NHN에 인수), 플레이톡 등이 뒤따르면서 국내외에서 마이크로블로그라는 것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 2006년 – 트위터, 자이쿠, 텀블러, 힉추
  • 2007년 – 파운스, 미투데이, 플레이톡, 토씨
  • 2008년 – 플럭
  • 2010년 – 요즘, 구글 버즈
  • 2011년 – C로그, 구글 플러스

마이크로블로그란 기존의 블로그보다 의미와 형식이 간략화된 형태의 블로그를 의미하며 주로 짧은 텍스트, 사진, 동영상 혹은 링크 정도를 올리며 일상을 공유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서비스는 제목을 생략하고 글을 쓰게 하거나, 글자 수를 제한하거나, 다른 사람의 글에 쉽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이 시기에 또 한가지 특이한 사실은 스마트폰의 재탄생이라 불릴만한 아이폰의 시작이 2007년에 이루어졌고, 그에 자극받아 (원래 블랙베리를 타겟으로 하여 개발하다가 진로를 아이폰 쪽으로 수정한) 안드로이드가 2008년에 런칭되었다는 점이다.

참고로 마이크로블로그가 시작하던 2006년, 페이스북은 모든 인터넷 사용자에게 회원가입을 받기 시작했고, 2007년에 다른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를 의식한 듯 담벼락 기능을 오픈했다.

최초의 마이크로블로그라 불릴 수 있는 사이트는 Christian Neukirchen의 Anarchaia 라 할 수 있다. 2005년에 시작한 이 블로그는 기존의 블로그와는 다르게 간단한 링크만 올리거나 이미지만 올리거나 하면서 마치 의식의 흐름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것과 같다는 평을 받았다.

마이크로블로깅과 소셜 네트워크의 만남

이런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들은 대부분 혼자서 글을 올리고 방문객을 찾아가는 전통적인 블로그/웹서비스와는 달리 크고 작은 규모의 공유 공간을 만들어서 컨텐츠를 소비시키기 시작했다.

서비스 차원에서 컨텐츠를 단순하게 강제하고 다른 사용자들과의 네트워킹을 필수 기능으로 집어넣는 형태로 발전하게 된 서비스들이 타임라인이라는 형태의 인터페이스를 채택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카테고리 선택이나 태깅을 하는 것 자체가 배보다 배꼽이 큰일일 정도로 작은 정보들은 많은 양을 한꺼번에 소화해도 무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컨텐츠가 한눈에 보이는 기능은 서비스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재밌는 점 하나, 대규모의 관계형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의 발전에 비 관계형 데이터베이스(“non-relational” database system)의 활약이 필수적이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할 수 있다. 관계형 서비스는 과연 관계 친화적인가?

그리고 이러한 시도들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시대를 맞으며 큰 성공을 해가고 있고, 이러한 서비스를 사용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타임라인을 통해 단절되는 맥락, 미뤄지는 생각

wadem, Thinking (CC BY-SA)

하지만 마이크로블로그의 틀을 차용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선택한 타임라인이라는 형태의 인터페이스는 사람들 간을 오가는 메시지들의 맥락을 끊어놓았다. 서비스 사용자들이 시간순으로 등록된 수많은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 앞에서 대의를 파악하거나 맥락을 따져보는 일이란 어려운 일이다.

물론 현실의 우리 역시 시간순으로 삶을 살고 여러 사람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한꺼번에 다양한 일을 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중요한 일은 메모도 하고, 지속해야 하는 일은 전체적인 방향을 궁리하고, 몇 시간씩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며 지낸다.

그에 반해 타임라인을 제공하는 대부분의 온라인 서비스들은 자신이 한 달 전에 썼던 글을 쉽게 찾는 방법을 제공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트위터에서는 원하는 시간대가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스크롤바를 내려야 하고, 페이스북의 타임라인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맥락을 정리하고 기록할 방법을 제공하지 않는 타임라인은 계속해서 현재를 소비하게 만들고 더 깊은 생각은 지금 당장의 이야기 뒤로 미루게 만든다. 이런 서비스들은 마치 사용자들의 귀에 대고 ‘불편하니까 과거는 들춰보지 마’, ‘맥락은 파악하기 힘드니까 지금 눈앞의 것을 소비해’ 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다시 궁핍한 상상력을 강요하는 것 같아 보이는 소셜

초창기 홈페이지 시절에는 누구나 원하는 홈페이지를 가질 수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html로 글과 이미지를 배열해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다가 게시판(혹은 포럼)의 등장으로 관련 지식이 없는 인터넷 사용자들도 온라인상에 공동으로 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다른 사람이 생성한 (다른 사람이 주인인) 게시판에 수시로 들락날락하며 글쓰기 권한이 몇몇에게만 제한된 게시판에서는 그 몇몇이 쓴 글을 구경만 하는 건 당연했다. 물론 운이 좋으면 글쓰기 권한을 열어놓은 게시판을 발견하면 자신의 글도 남기고 여러 사람이 함께 보고 나눌 수도 있었지만.

그러다가 블로그라는 게 등장을 하면서 사람들은 온라인상에 자신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것 역시 처음에는 직접 설치를 할 줄 아는 정도의 지식이 필요했지만, 서비스형 블로그가 나오면서 이제 회원가입만 할 줄 알면 누구나 자신의 공간을 (임대해서)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마음대로 비밀글도 쓸 수 있고,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해를 주는 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이유 없이 내 글을 삭제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가질 필요가 없게 되었다.

kevin dooley, How to Communicate Your Ideas (CC BY)

그럼으로써 블로그가 가진 많은 의미 중 하나는 오프라인에서의 생활이나 조건과는 관계없이 누구나 동일하게 자신의 글과 그림으로, 사진으로, 컨텐츠로 소통할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에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저장하고, 다른 사람의 공간에 가서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 내에서 소셜이라는 이름으로 오프라인의 관계가 다시 얽히거나 모든 온라인 관계가 수치화됨에 따라 사람들은 오프라인상에서 인정해왔던 권력관계를 다시 수동적으로 인정하게 된 것 같다.

어떤 사람은 TV에서만 볼 수 있던 한 연예인의 팔로워가 50만 명이니 그 사람이 한 마디 하면 50만 명이 그 한 마디를 읽을 것이라는 환상에 수긍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도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팔로워를 늘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타임라인의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내는 행복하고 대단한 하루하루에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불행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고, 사람들의 돈 잘 버는 이야기, 성공 스토리에 언제 다시 읽을지도 모를 즐겨찾기를 끊임없이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웹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140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었던 소셜 서비스에 대한 짧은 히스토리와 폐해에 대한 우려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마지막으로 웹에 대해 걱정을 해본다.

최근 웹 서비스 유행의 한 축을 지탱하는 것은 위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소셜 서비스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축을 꼽는다고 한다면 바로 모바일일 것이다. 모바일은 초창기 때의 웹과 같아서 여러 가지 기술과 방법론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 때문인지 전통적인 의미로서의 웹 – 자유와 평등의 정신이 담긴 월드와이드웹은 이제 바닥을 지지하는 핵심 기술로만 존재할 뿐이고 오래전부터 당연하게 생각했던 망중립성 이슈가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는가 하면 폐쇄적인 국내외 인터넷 서비스들의 흥행 질주는 장기화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몇몇 폐쇄적인 서비스들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월드와이드웹의 대명사로 쓰이기까지 하는 시대이다. 또한,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는 단순히 기업들의 영리행위에 이용되는 데이터로 전락했고, 심지어는 사용자가 작성한 글이나 업로드한 사진에 대해 별도의 허락 없이 기업이 영리활동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그에 반해 사용자들은 점점 무수히 많은 관계망 속에서 길을 잃고 일상의 소비를 강요당하는지 조차 모른 채 소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소셜 너머의 웹은 과연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모바일 서비스들은, 소셜 서비스들은 진정 우리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앞으로 어떤 서비스를 기대하고 있는 걸까.

 

* 이 글은 슬로우뉴스 2호 특집, ‘온라인, SNS, 그리고 4.11 총선’ 열여섯 번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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