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4일,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웹사이트 첫 페이지를 개편하여 선거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선거 일정, 사전투표소 현황부터 각 후보자에 대한 여러 정보 등을 안내하고 있으며 선거정보를 제공하는 모바일 앱까지 준비했다.
하지만 여기에 치명적인 불편함이 있다. 바로 후보자의 정보를 보여주는 기능을 윈도우 이용자에게만 공개한 것이다. 윈도우 이용자만 지원한다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기술명이 있을 것이다. 바로 액티브엑스다.
정보 검색을 위해 액티브엑스 사용
선관위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후보자 → 후보자 찾기’를 선택하면 새로운 창으로 후보자를 검색할 수 있는 입력화면이 열린다.
여기서 찾아보고 싶은 후보자 이름을 입력하면 된다. 서울시장 후보 중 한 명을 검색해 보았다.
검색된 후보자의 이름을 클릭하면 팝업으로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뜬다. 후보자의 정보는 기본정보, 재산, 병역, 납세, 전과, 학력, 공직선거경력 등 7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문제는 기본정보 이외의 정보는 추가 프로그램 설치를 해야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액티브엑스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모든 국민을 지원하지 않는 선관위의 ‘후보자 찾기’ 기능
선관위가 제공하는 후보자의 정보는 기껏해야 텍스트 정보 혹은 텍스트 정보를 스캔한 단순 이미지 정보이다. 그런데 왜 액티브엑스를 강요하고 특정 버전 이상의 자바(Java)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것일까.
선관위가 밝힌 이유는 바로 공직선거법 제49조(후보자등록 등) 제12항이다. 선거일 이후에는 후보자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선거일 이후에 공개되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일부 국민에게만 정보를 제공하는 잘못을 저지른 셈이 됐다. 선관위가 제공하는 액티브엑스 방식 혹은 설치파일 방식의 추가 프로그램은 윈도우 이용자만 지원하기 때문이다.
[box type=”info” head=”공직선거법 제49조 (후보자등록 등)”]
제12항.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는 제4항제2호부터 제7호까지와 제10항의 규정에 의하여 제출받거나 회보받은 서류를 선거구민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하여야 한다. 다만, 선거일 후에는 이를 공개하여서는 아니된다.
[신설 2002.3.7, 2004.3.12, 2014.2.13][/box]
인터넷 친화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길
선관위가 지방선거를 위해 홈페이지를 선거일정이나 투표소 찾기, 후보자 정보 안내, 각종 통계 등 선거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우선 배치한 것은 박수를 칠만 하다. 스마트폰 앱도 만들어 제공하고 있으며 장애인들을 위한 동영상, 오디오 파일을 제공하는 것 역시 사려 깊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후보자 정보를 보려는 국민들에게 윈도우 이용자만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설치 프로그램을 강요하는 것은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후보자가 제출한 문서를 그대로 스캔해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도 검색이나 비교를 위해 디지털 파일을 이용하기에는 매우 불편한 방식이다.
정보는 공유되고 널리 퍼질수록 유용한 것인데 법 규정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느라 정보 접근성을 낮추는 것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거가 끝난 후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를 한날한시에 모두 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느라 정보 유통을 제한하는 것보다는 국민들에게 법을 제대로 고지하고 국민과 후보자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다음은 선관위 유소영 사무관과의 일문일답이다.
[box type=”info” head=”선관위와의 일문일답”]
질문: 민노씨 (편집장)
답변: 유소영 사무관 (선관위 행정국 정보센터)
Q: 선관위 후보 검색 기능은 접근하고 싶어도 접근할 수 없는 (맥과 리눅스를 이용하는) 유권자들이 많다. 인정하는가.
A: 인정한다. 센터장을 비롯해 많은 논의를 했고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적용한 이유는 공직선거법(제49조 제12항)을 보면, 스캔한 파일이 선거 후 공개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스캔 방지를 논의 했을 때, ‘일반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캡처 방지를 해야 한다.’라는 판단이 중론이었다. 기술적인 문제를 검토하면서 그렇게 됐다.
Q: 캡처 방지는 기술적 우회 수단도 많고, 심지어 그냥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도 된다. 선관위에서 제공하는 후보 정보가 무슨 대단한 희소성이 있는 정보도 아니지 않나.
A: 맞다.
Q:. 이번 선거에서 이런 불필요한 부가 프로그램이 필요 없도록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는가.
A: 이번 선거에서는 어쩔 수 없다.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Q: 문제 의식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했는데도 왜 이런 문제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고쳐지지 않을까?
A: 선거 부정에 대한 의혹 등 선관위가 명확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선관위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다. 캡쳐 방지나 부가 프로그램 도입을 해야 ‘선관위가 제대로 하는구나!’ 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센터에서도 어떤 보안 장치를 할지를 우선 논의한다.
Q: 후보자 정보는 적어도 선거 기간엔 널리 알려지면 좋은 정보 아닌가.
A: 맞다.
Q: 위의 공직선거법 조항이 현실적으로 문제가 된 사건이나 판례가 있나?
A: 과태료나 처벌규정이 없는 규정이라 크게 문제가 된 적은 없다. 그래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규정이 공선법에 있으니까 해야 한다고 판단해 도입했다.
Q: 개인적으로는 사문화한 법 규정이라 생각하고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A: 누군가 어떤 후보자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라간 적이 있다. 그때 포털 쪽에 임시조치(블라이드)를 요청한 적은 있다. 나경원 후보의 사례였는데, 재산내역 등이 블로그에 올라갔던 거다.
Q: 해당 조항을 준수하기 위해 불편한 기술을 이용하는데, 효과는 있다고 보나?
A: 실제로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니는 상황은 없었다. 캡처하는 상황은 없었다.
Q: 반복하지만, 후보자의 정보는 적어도 선거 기간엔 알려지면 좋은 정보 아닌가?
A: 물론 후보자 정보를 널리 공유해야 하지만… 딜레마다. 선관위 행정국 소속의 정보센터는 기술적인 것을 담당하고, 정책적인 것은 선거1과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이런 점들을 조율하고 있다. 선관위가 선거철이면 아무래도 정치적인 논란의 중심에 있다 보니 좀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보수적으로 결정되곤 한다.
Q: 개인적으로 현재의 선관위 사이트의 기술 설정이 선거 정보 유통에 도움이 된다고 보나, 장애가 된다고 보나.
A: 장애가 된다고 본다. 말씀드렸듯, 선관위가 정치적인 문제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기존에 적용된 걸 없애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걸 제거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검토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보수적이 된다. 현재 적용된 기술은 걷어내는 게 옳다고 판단한다.
Q: 그렇다면 다음 선거에선 이렇게 겹겹이 쌓여있는 부가 프로그램을 안 봐도 되는 건가. 접근성이 확보되는 건가?
A: 내가 결정권자는 아니지만,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겠다. 이런 의견이 선관위 정보센터의 중론인 것도 맞다. 선거 1과와 협의해서 없애도록 노력하겠다.
Q. 인터넷 선거운동 전면 자유화의 흐름과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A: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개인 정보 보호 문제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Q: 어떤 일인가.
A: 후보자 정보를 등록한 후 대민 사이트를 통해서도 제공하고, 인터넷 포털사에도 제공한다. 그런데 어떤 후보자는 사기업(포털)에 왜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느냐고 항의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하는 바람에 그 후보의 정보가 빠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Q: 마지막 질문이다. 모바일 앱의 기능이 많지 않아 보인다.
A: (이동 시에 이용하는 모바일 서비스이기 때문에) 사전 투표소 기능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사전 투표소는 괜찮지 않나? 그 외의 기능은 앞으로 개선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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