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 ] 널리 알려진 사람과 사건, 그 유명세에 가려 우리가 놓쳤던 그림자,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이상헌 박사의 ‘제네바에서 온 편지’에 담아 봅니다.[/box]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지만, 살림살이가 점점 고달파지는 모양이다. 지난 2013년 12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3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니 그렇다.
곳간은 비고 빚은 늘었다
19세 이상 가구주를 상대로 물었더니, 16.6%가 소득이 증가했다 한다. 소득이 줄었다고 하는 비율은 훨씬 더 높다. 26.1%다. 경제위기를 모범적으로 극복한 한국이라고 소문내고 다녔는데, 알고 보니 네 명 중 한 명은 사는 게 더 고달파졌다.
벌이가 줄어드니 빚이 늘지 않을 수 없다. 부채가 늘었다고 한 사람들이 24%를 넘는다. 부채를 줄이는 데 성공한 이들도 있지만, 11% 남짓이다. 이런 추세는 2011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몇 년째 곳간은 비고, 문밖 빚쟁이 줄은 늘어난 셈이다.
어떻게 허리띠를 졸라맬 것인가?
살림살이가 이렇게 계속 어려워지면, 씀씀이를 줄이는 도리밖에 없다. 2013년 사회조사에서 그래서 물었다. 가계경제가 악화하면 어떻게 허리띠를 졸라맬 것인가를 물었다. 식비, 외식비, 의류비, 교육비, 문화여가비, 의료비, 연료비 등등을 나열해 두고, 복수로 선택해 보라고 했다. 1위는 약 47%로 외식비. 그 뒤가 약 37%로 식료품비다.
가능하면 집에서 먹고, 집에서도 적게 먹자는 게다. 덜 입자는 사람들도 많았다. 28.5%로 3위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살림살이가 어려워진다면, 못 사는 일의 삶이 더 궁해질 수밖에 없을 터인데, 이런 빈자의 엇갈린 처지가 ‘평균’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가난한 집(월 100만 원 미만) vs. 부잣집(600만 원 이상)
약간 극적인 비교를 하기 위해, 월 100만 원 미만으로 버는 가구주와 월 600만 원 이상을 버는 가구주를 나누어 살펴보자. 저소득층 처지는 두 가지로 드러난다.
우선, 허리띠를 더 졸라맬 수 있는 항목 숫자가 적다. 월 100만 원 미만 저소득층은 평균 1.8개 항목을 택했는데, 6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층은 2.8개 항목을 꼽았다. 선택할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아픈 대목이다. 고소득층은 외식비와 문화여가비를 줄이겠다고 했다. 여유롭고 문화적인 삶을 잠시 접어 두겠다는 뜻이다. 저소득층은 그러겠다는 비율이 매우 낮다. 그런 지출이 아예 없는 마당에 줄일 것도 따로 없기 때문이다.
대신, 저소득층은 식료품비 지출을 줄이고, 거기다가 연료비 지출까지 줄이겠단다. 41%가 넘는 저소득층이 겨울에는 더 춥게 여름에는 더 덥게 살겠다고 했다. 생존을 위해 배수진을 치겠다는 의미다.
가난은 더 춥고 더 덥다
국민들이 전기나 기름을 펑펑 쓴다면서 ‘에너지 효율성’을 위해 ‘요금 현실화’를 해야 하고, 더 나아가 ‘민영화’만이 대안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국가경쟁력을 위해서 대기업에 대한 감세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소리도 높다.
저간의 사정이야 있겠지만, 매년 쪼그라드는 살림살이로 가뜩이나 어려운 이들의 처지를 한 번쯤은 살펴보길 바란다. 삶의 의지로 벼랑 끝에서 까치발로 서 있는 이들을 밀어 버리는 건 아닌지, 그런 것도 따져 봐야 할 것 아닌가.
가난은 겨울에 더 춥고 여름에 더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