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 셀 수 없이 많은 기사와 발언들이 쏟아집니다. 하지만 기사로 실렸다고, 유명인이 발언했기 때문에 모두 믿을 수 있을까요? ‘신뢰도 평가’는 특정 기사와 발언을 다각도로 분석해 그 진실성을 다섯 가지 등급(아주 믿을 만함/믿을 만함/판단유보/믿을 수 없음/전혀 믿을 수 없음)으로 평가합니다. 이 코너는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참여해 진실과 거짓을 분석하고, 평가해나갈 예정입니다. (편집자) [/box]
기사 원문:
연합뉴스, ‘에이, 에이즈가 아니잖아‘, 2007년 10월 22일
기사 요약:
국회 보건복지위 김충환 의원(한나라당)은 에이즈 검사에서 실제로는 음성인데도 양성으로 잘못 판단된 이른바 ‘위양성율’이 98.4%에 달하는데, 양성반응을 통보받은 사람은 심한 경우 심리적 불안으로 생활에 큰 지장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확한 혈액검사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기사 총평
검토 없는 단순 받아쓰기.
기사 분석
기사는 국회의원 김충환씨의 주장을 그대로 전하는 건조한 형태의 기사로, 한국에서 에이즈 검사의 위양성율이 95% 이상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논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이처럼 높은 위양성율이 왜 나오는지를 기사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김충환 의원의 일방적이고 오도된 주장을 그대로 전하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이런 검사의 신뢰도를 평가할 때 쓰는 척도는 매우 다양하다. 민감도(병이 있는 사람이 양성으로 나올 확률), 특이도(병이 없는 사람이 음성으로 나올 확률), 양성예측도(양성으로 나온 사람이 실제 병이 있을 확률), 음성예측도(음성으로 나온 사람이 실제 병이 없을 확률), 위양성율(양성으로 나왔으나 실제 병이 없을 확률), 위음성율(음성으로 나왔으나 실제 병이 있을 확률) 등이 그것으로, 검사의 신뢰도 평가에는 이러한 척도의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며, 김충환씨의 주장처럼 한 가지 척도만 이용해서는 곤란하다.
사실, 김충환씨가 문제삼은 HIV 검사는 대단히 정확한 검사다. 민감도 99.7%, 특이도 99.3% 등 주요 척도가 모두 99%를 상회한다. 다만 여기에서 양성예측도만이 4% 수준으로 매우 낮게 나타나는 까닭은 한국의 HIV 감염인 수가 극단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한국의 HIV 감염 추정자 수는 약 13,000명으로, 이는 인구의 0.03%에 해당한다. 이처럼 유병률이 극단적으로 낮은 질병의 경우 양성예측도가 낮아지고 위양성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대신 낮은 유병률로 인해, 음성예측도는 약 99.999%에 달한다. 다시 말해 검사 결과 음성이 나타났다면, 99.999% 실제로도 HIV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HIV 검사의 경우 음성예측도가 높다는 점이 진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1) HIV가 감염성이 있고, 2) 이 검사가 일종의 선별 검사라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병이 있는데 음성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잦다면, 음성 판정된 HIV 감염인이 자신이 HIV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믿고 콘돔 등을 사용하지 않은 위험한 성관계를 하거나 병을 제대로 치료, 관리하지 않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문제가 된 HIV 검사는 빠른 시간 내로 결과를 알 수 있는 1차 검사일 뿐이며, 여기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해서 최종 양성 판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2차적으로 검사실에서 실시하는 면역검사법을, 3차적으로 웨스턴 블롯 법을 사용하는 등 몇 차례의 검사를 더 거치도록 되어 있으므로, 실제 최종 판정이 나오기까지 피검사자의 불안감 정도를 제외하면 1차 검사의 높은 위양성율이 큰 문제라 보기도 어렵다.
한편 헤럴드경제의 경우 같은 기사를 “앗! 에이즈? 알고보니 엉터리”란 제목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헌혈검사 90%가 오진”이라는, 위양성율 개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완전히 사실에 어긋난 소제목을 사용하여 연합뉴스의 같은 기사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보였다.
[box type=”info” head=”평가 결과”][ ] 아주 믿을만함
[ ] 믿을만함
[ ] 판단 유보
[✔] 믿을 수 없음
[ ] 전혀 믿을 수 없음[/b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