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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9일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190억 달러에 인수했다. 190억 달러! 20조 원을 넘어서는 정말 많은 금액이다. 인구 3천만 명인 네팔의 2012년 국내총생산(GDP)과 달랑 직원 50명(그중 개발자 32명)인 회사의 가치가 유사하다. 쉽게 믿기지 않지만, 현실이다.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와 관련해 많은 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다섯 가지 질문에 답해본다.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가 던지는 다섯 질문

문1: 190억 달러는 거품이 낀 가격일까?

답1: 역사에 남을 천재적인 기획.

왓츠앱과 관련된 수치를 정확히 드려다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190억 달러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다. 그럼 왓츠앱의 기업가치를 수치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자. 4억 5천만 명에 이르는 왓츠앱 가입자 중, 일일 이용자 규모는 3억 1,500만 명이다. 매우 높은 이용률이다. 라인, 마이피플을 설치는 하였으나 카카오톡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앱 설치 그 자체가 의미하는 바는 크지 않다는 점을 쉽게 실감할 수 있다.

이용자는 왓츠앱을 1년간 무료로 이용한 이후 99센트를 매년 내야 한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매년 약 4억 달러의 매출이 발생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는 대단히 높은 매출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비용구조를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마케팅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니, 서버 및 트래픽 비용 그리고 인건비가 왓츠앱의 비용요소 전부다. 직원 1인당 매년 800만 달러의 매출이 발생하는 꼴이다. 재무측면에서 본다면 이보다 훌륭한 기업을 찾기란 쉽지 않다.

또한, 이번 인수가격을 근거로 계산한다면 왓츠앱 가입자 1명당 가치는 42달러다. 비교해보자. 페이스북 가입자 1명당 가치는 152달러, 트위터 가입자 1명당 가치는 124달러, 라인의 경우 약 70달러 수준이다. 다시 말해 190억 달러에 거품이 있다고 평가하기 쉽지 않다. 나아가 베네딕트 에번스의 주장처럼, 왓츠앱은 최근 이른바 ‘하키 스틱 성장세(hockey stick growth)’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하루 평균 500억 개의 매시지가 왓츠앱을 통해 오고 가고 있다. 이 거대한 데이터는 페이스북 광고에 은총과도 같다. 왓츠앱 이용자의 메시지 분석을 통해 페이스북에서 유통되는 광고 효과는 극대화할 것이다. 특히 페이스북의 리타겟팅(re-targeting) 광고기술은 업계 선두인 구글의 그것을 곧 능가할 것이다.

따라서 광고 매출 증가에 따라 페이스북 기업가치는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 다른 한편 페이스북은 왓츠앱을 계속해서 광고 없는 깨끗한 공간, 게임 없는 차분한 공간으로 유지하며 이용자의 메시지 편의성 증대에 집중할 것이다. 현재 왓츠앱의 가장 인기 있는 기능은 음성 메시지다. 한번 이용해 보시라! 겁나게 재미있다.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 자체에서만 매출을 찾아야 하는 위챗(WeChat), 라인, 카카오톡 등에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는 달갑지 않은 시장환경 변화임이 분명하다. 페이스북 주커버그의 이번 왓츠앱 인수는, 경영학 관점에서 볼 때 역사에 남을 천재적인 기획이다.

문2: 실리콘밸리는 왓츠앱 인수를 왜 이해하지 못할까?

답2: 왓츠앱은 실리콘밸리 긱(Geeks)의 도움없이 성공을 거둔 첫 번째 기업.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는 다양한 이유로 시장 및 언론에 충격을 주고 있다. 첫 번째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인수 가격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인수시기다. 왓츠앱 대표 잰 코움(Jan Koum)은 언론노출을 매우 꺼리는 인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지난 2014년 1월 독일에서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매우 신뢰감 있는 목소리로 잰 코움은 왓츠앱을 매각(Exit)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아래 동영상 참조).

지난 2013년 12월에도 왓츠앱 대변인은 잰 코움의 강력한 독립의지를 전달한 바 있다. 이에 적지 않은 왓츠앱 이용자는 WTF(“What the fuck 이게 뭔 개소리야?”) 반응 등을 통해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독립, 지속 가능한 서비스, 메시징에 집중 등을 외친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아서 왓츠앱을 매각했으니 (일부) 이용자의 배신감은 절대 작지 않을 것이다.

YouTube 동영상

세 번째 충격은 미국 실리콘밸리 IT 기자 및 IT 블로거 등 이른바 디지털 지식층(digerati)에서 발견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팀 리(Timothy Lee)는, 왓츠앱을 자신이 “의식하지 못한” 서비스로 고백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배경으로 한 소설 ‘미지의 사람들(The Unknowns)’의 저자 가브리엘 로스는, ‘미국거주 30대 백인 남성으로서 왓츠앱이 이렇게 대단한 기업가치가 있다고 들어보지 못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또한, 자타가 인정하는 균형 잡힌 데이터분석가 다나 보이드(Danah Boyd)는 왓츠앱의 가치가 지나치게 높다며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 의미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마치 왓츠앱의 존재 및 가치를 몰랐다는 반응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 SMS 및 MMS 서비스가 이동통신사에 의해 제공되고 있으며, 특히 높은 아이폰 시장점유율에 따라 아이메시지(iMessage)가 인기를 얻고 있다. 더욱이 왓츠앱은 남미, 유럽,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서 모바일 메시징 1위 사업자이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메신저에 뒤이어 2위 사업자에 불과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 디지털 지식층은 왓츠앱에 대한 이용자의 폭발하는 애정을 쉽게 체감할 수 없었다. 실리콘밸리에만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이들은, 현재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스냅챗(Snapchat), 핀터레스트가 아닌 미국 밖에서 인기 있다고 들어 온 왓츠앱을 페이스북이 인수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스카이프 등 매우 제한된 경우를 제외한다면, 미국 특히 실리콘밸리는 IT 흐름을 선도하는 곳이다.

왓츠앱은 비록 미국기업이나 실리콘밸리를 한참 벗어난 땅에서, 실리콘밸리의 긱(Geeks)의 도움 없이 성공을 거둔 첫 번째 기업으로 기록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왓츠앱 인수로부터 교훈을 얻은 미국 투자자, 기자와 블로거들은 미국 땅 밖에서 성장하는 스타트업과 모바일 서비스에 더 많은 관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5개국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 시장 점유율
5개국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 시장 점유율 (출처: BI)

문3: 페이스북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왓츠앱 인수를 결정했다?

답3: 경영지표에선 아직 우려할 만한 점을 찾을 수 없다.

2013년부터 (미국) 10대가 페이스북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는 다양한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서 그 주장이 어느 정도 사실과 부합되는지를 따질 필요는 없다. 10대 이용자를 넘어 페이스북 이용자 다수의 이용률을 제약하는 요소가 증가하고 있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가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할 경우, 이를 기쁘게 생각하는 10대는 매우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답답한 직장상사가 친구신청을 해올 때,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친구 하자고 달려들 때, 연인과 갈라섰을 때 등 페이스북은 때때로 이용자를 난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주는 피로감을 주장한다. 페이스북 이용자 규모가 10억 명을 넘어선지 오래이니, 그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용률도 세대에 따라서 차이를 보이며 등락을 거듭할 것이다. 사람살이는 원래 피곤한 일이다. 때문에 관계망 서비스에도 부침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페이스북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경영지표에서 아직 우려스러운 지점을 찾을 수 없다. (참고 링크: 버섯돌이의 인사이드 소셜웹 – 페이스북.. 모바일 시대 여나? 모바일 매출 비중이 절반에 달해…)

더군다나 왓츠앱은 10대 서비스가 아니다. 10대에게도 사랑받는 서비스일 뿐이다. 카카오톡이 10대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듯 말이다. 또한, 데이비드 커크패트릭이 [페이스북 이펙트]에서 서술하고 있는 것처럼, 주커버그는 10대에 큰 관심이 있지 않다.

주커버그, 파커, 모스코비츠는 2005년 중반부터 말해왔다. 페이스북이 굳이 쿨하고 유용할 이유는 없다고 말이다. 페이스북 이용자의 연령대가 확대되어 젊은이들이 페이스북에서 등을 돌린다면, 그럴 수 밖에 없다.

He (Zuckerberg) and Parker and Moskovitz had been saying since mid-2005 that Facebook was not meant to be cool, just useful. If younger people were turned off as the site broadened demographically, so be it.

출처: [페이스북 이펙트]

문4: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의 패배자는 누구인가?

답4: 왓츠앱 이용자와 구글.

첫 번째 패배자는 왓츠앱 이용자다. 1990년을 잠시 상상해보자-불가능한 분들에게는 죄송하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기다. 유선 시외전화도 거리에 따라 요금에 차이가 존재했다. 쉽게 이야기해서 서울과 대전 사이 요금보다 서울과 부산 사이 전화요금이 더 비쌌다.

국제전화는 말할 필요도 없다. 공중전화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은 매우 익숙한 일상의 단면이다. 전화번호를 기억하기 위해 사람들은 일렬의 전화번호를 쪽지 또는 수첩에 적어 놓곤 했다. 그때 누군가 다가와 ‘당신의 전화번호 수첩을 복사해서 내게 준다면, 전화를 무료로 사용하게 해드리죠’라고 유혹한다고 상상해 보자. 아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바로 간첩신고 전화번호를 누를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 인터넷 대중화 나아가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이용자 개인정보에 대한 불감증을 확대했다. 카카오톡, 라인, 왓츠앱 등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는 이용자의 전화번호 목록을 자신들의 서버로 복사해 간다. 이에 대한 이용자의 저항은 크지 않다. 특히 기업과 기업이 합병할 때 고객정보에 대한 규제가 아직 없는 상황에서, 페이스북 및 왓츠앱 이용자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직원 규모 50명으로 개발자 문화를 자랑하는 왓츠앱은 홈페이지에 회사 주소를 찾을 수 없는 등 고객관리가 최악이다. 2011년부터 왓츠앱의 보안 문제가 계속해서 터져 나왔지만 왓츠앱은 아직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왓츠앱

그렇다고 지나치게 겁에 질릴 필요는 없다. 페이스북이 텔레마케팅 기업이 아닌 이상 왓츠앱 이용자의 전화번호에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다. 이미 왓츠앱은 페이스북 소셜 로그인을 적용하고 있어, 페이스북 처지에서 볼 때 왓츠앱 이용자의 인구사회학 정보 또는 친구 정보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다만 페이스북은, (바라건대, 이용자를 익명 상태로 저장한 상태에서) 위에서 설명한 페이스북 광고효과 증대를 위해 왓츠앱을 통해 오고 가는 메시지 분석을 통해 이용자 그룹별 취향과 공감을 분석할 것이다.

두 번째 패배자는 구글이다. 구글은 왓츠앱에 10억 달러의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 서비스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구글에게 왓츠앱 인수 실패는 쓰라린 상처가 될 것이다. 구글+는, 계정을 가진 이용자는 많으나 실제 이용률은 처참한 수준이다. 자체 성장 전망이 사라진 상태에서 킥(Kik), 라인 등의 인수를 통한 소셜 서비스 시장 진입은 구글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이다.

문5: 카카오, 라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답5: 양날의 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긍정적 요소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번 계기를 통해 미국 이외에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는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증대할 것이다. 그에 따라 기업공개(IPO)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칼이다. 왓츠앱 대비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매각된 왓츠앱에 실망한 이용자 일부의 이탈이다. 그러나 이들 이탈 이용자 대부분은 모바일 메시지를 암호화하여 전달하는 스위스의 트리마(Threema) 등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이 강화된 서비스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동 규모도 크지 않을 것이다.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는, 예측: 2014년 주목할 만한 7가지 디지털 흐름에서 밝힌 것처럼, 잠금효과(lock-in effect)가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카카오톡 및 라인이 게임, 이모티콘 등을 앞세워 왓츠앱 이용자를 유혹할 가능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왓츠앱이 메시징 서비스 그 자체의 혁신을 통해 카카오톡 및 라인 이용자를 삼킬 가능성도 함께 증가시킨다.

또 하나 흥미로운 시사점은, 버즈피드가 밝히고 있듯이 트위터보다 왓츠앱을 통한 뉴스 공유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다수의 유럽 뉴스서비스는 페이스북과 함께 왓츠앱 공유 기능을 모바일 뉴스에 최적화하여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는 모바일 콘텐츠를 연결하고 확산시키는 핏줄로서 기능한다.

카카오톡과 라인에게는 폭넓은 API 정책 등 외부(!) 콘텐츠 생태계와 협업 노력이 중요하다.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는 푸시(push) 커뮤니케이션을 특징으로 하므로, 매력적인 외부 콘텐츠는 카카오톡 및 라인의 이용률을 쉽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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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페이스북이 굳이 쿨하고 유용할 이유는 없다고 말이다”
    이 부분 번역이 조금 수정되야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 “페이스북은 굳이 쿨할 필요없다 유용하면 그만이다”
    저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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