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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 일상,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이야기들이 지금도 우리의 시공간 속을 흘러갑니다. 그 순간들을 붙잡아 짧게 기록합니다. ‘어머니의 언어’로 함께 쓰는 특별한 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box]

 

 

‘별을 따다 주세요.’

아침 먹다가 김민기 씨 노래를 들었다. 어머니가 몇 년 전 그가 아들에 대해 한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한 번은 김민기 씨 아들이 하늘의 별을 따다 달라고 막 졸랐다고 한다. 너무 심하게 조르는 아이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늘의 별을 따다가 네 주머니에 넣으면 너도 못 보고, 아빠도 못 보고, 아무도 못 보잖아. 저기 떠 있어야 다 같이 볼 수 있지.”

별을 따려 하는 손보다
별빛 담은 눈이 아름답다.

소유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법.
오래오래 배워야 할 일.

primenerd, CC BY NC SA

http://youtu.be/J0Rgoszt7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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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스무 해에서 한 해 모자라는 날이다.
간만에 어머니와 오랜만에 한참을 통화했다.

“이제 거의 이십 년이 다 되었네요.”
“그러네. 이십 년 금방 갔네.”

“엄마가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셨네요.”
“난 행복한 여자야. 너희들이 있잖아. 부러울 게 하나도 없지.”

(짧은 침묵)

“엄마, 미안해요.”
“뭐가?”
“너무 오래 떨어져 있게 돼서요.”

(조금 긴 침묵)

“먹는 건 잘 먹고?”
“네.”

“아픈 데는 없지?”
“네. 괜찮아요. 잘 지내요.”

“힘들면 그냥 와. 학위가 대수냐. 엄마가 세상에서 학위가 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보 아니다.”
“네. 알아요.”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추신.
오랜만에 성조 씨와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이 노래 생각이 났다. 김현철의 [형]을 연주해 보고 싶어졌다. ‘형’ 대신에 ‘아버지’를 고요히 불러보는 밤. (편집자: 필자의 피아노 연주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http://www.flickr.com/photos/aarongilson/  aarongilson, CC BY NC ND
aarongilson, CC BY NC 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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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어머니가 치과에 다녀오셨다. 입안 오른쪽 부위 마취가 풀리지 않으셨다고, 이 가는 건 너무 시리다고 하신다. 마음이 짠하다.

“의사선생님한테 그랬어. ‘제가요. 병원은 정말 오기 싫어요. 치료 잘해서 절대 다시 안 오게 해주세요.'”
“강하시네요. 하긴 나도 치과는 좀…”

“그런데 그 말을 하고 나니 선생님한테 미안해지더라.”
“ㅎㅎㅎ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다시 말씀드렸지. ‘사실은요, 제가 선생님은 계속 뵙고 싶은데, 병원은 싫어해요. 아시죠?’ 선생님이 되게 인간미가 있으시더라고.”
“말씀 잘하셨네요.” (ㅎㅎㅎ)

“그래도 다행이지. 마취라는 게 없었으면 치료는 어떻게 했을까?”
“마취 덕택에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아졌죠.”

“그러게, 신기하지. 의학도 신기하지만… 사실 사람 몸이라는 게 신비야, 신비. 죽을 것 같다가도 금방 괜찮아지기도 하고, 굉장히 건강하다가도 갑자기 가기도 하고. 그러면 그만이고.”

(나는 마음속으로, ‘그러면 그만이고… 그러면 그만이고…’를 되뇐다.)

이가 갈리는 동안 시간은 한없이 늘어진다. 그래도 현대 의학이 있어 시린 아픔을 덜어준다. 기대수명은 점점 늘어난다. 하지만 떠날 시간은 조금씩 다가온다. 그건 그다지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모두에게 주어진 사실이다. 모두가 겪는 일이지만 세상 어느 것보다 무거운 일. 그래서 잘하고 싶은 일.

역설적이게도, 잘 죽는 것과 잘 사는 것은 동의어다.
나는 지금 잘 죽어가고 있는 걸까?

구스타프 클림트(Gustav_Klimt), 죽음과 삶(Death and Life) (1916)  출처: 위키커먼스 via 구글아트프로젝트
구스타프 클림트(Gustav_Klimt), 죽음과 삶(Death and Life) (1916)
출처: 위키커먼스 via 구글아트프로젝트

 별, 2013년 4월 16일
아버지, 2011년 10월 18일
치과, 2013년 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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