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폴리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겠다.” 한국은행(총재 신현송)은 7월에 이어 한 번 더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0.25%P 높아진 3%가 됐다. (⏳3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로 0.25%P 인상키로 했다. 7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인상이다.
신현송(한국은행 총재)은 2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반도체 업황 호조와 견조한 수출 성장세가 물가 상방 압력과 가계 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겠다”면서 조기 대응을 강조했다. 선제 대응을 통해 기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금융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취약 계층의 금융 부담을 고려해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 금리는 동결한다고 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기준금리는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큰 통화정책 수단이다.
- 물가, 자산 시장, 환율,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등에 영향을 주는 핵심 변수다.
-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의 긴축 기조가 이전보다 더 강화했다. 점도표의 기준금리 상단이 3.5%까지 열렸다.
- 점도표의 점 21개 가운데 10개가 3.25%에 찍혔다. 중간값은 3.25%, 최고치는 3.5%, 최저치는 3%.
- 금통위원 대다수가 6개월 후 1∼2회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왜 올렸나.
- 가장 큰 이유는 물가 오름세다. 신현송은 “소득 여건 개선과 강한 성장세가 내년까지 계속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물가 오름세 폭이 보다 광범위해지고 또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걸로 봤다”고 밝혔다.
-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0.7%P 높였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기존 2.1%에서 2.9%로 0.8%P 상향 조정했다.
-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모두 2.5%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는 ‘올해 2.4%, 내년 2.3%’였다.

왜 연속으로 올렸나.
- 선제 대응이 성장에 미치는 비용을 최소화한다고 판단해서다.
- 신현송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인용했다. 선제적으로 호미로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 선제적 통화정책이 시장 중심을 잡아준다면, “환율 안정에도 기여한다”는 게 신현송 생각이다. 신현송의 기자간담회 후 원달러 환율은 1,380원대 초반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금리로 집값 잡는 것 무리다.”
- 기준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통은 부동산 가격을 낮추는 수단으로 작동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 매수 여력이 줄고, 대출을 낀 집주인의 이자 부담이 커져 매도 압력이 상승한다.
- 신현송은 “통화정책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면서도 “가파른 주택 가격 상승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금융취약성지수(FVI) 높아졌다.
- FVI는 금융 취약성을 평가하는 지수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2분기를 기준치(100)로 평가한다. 100에 가까우면 자산 가격 버블, 민간 부채 누적, 금융기관의 레버리지 상승 등으로 인해 금융 시스템의 잠재적 취약성이 극에 달했음을 뜻한다.
- 2024년 1분기 37.6까지 낮아졌다가 현재 약 46.5로 상승한 상태다.
-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엔 79.5,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직전엔 65를 상회했다.
- 신현송은 “장기 평균이 한 46.5 수준인데, 2024년 1분기 이래 가파른 추세로 상승하고 있다. 9월 보고서에 장기 평균을 초과하는 수치가 나올 것으로 보는데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 통상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FVI는 떨어진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기준금리 인상의 또 다른 배경이다.
‘800조+α’ 정부 슈퍼예산, 엇박자 아닌가.
- 내년도 정부 예산안 규모는 800조 원이 넘는다. 역대 최대 규모다.
- 한은은 돈줄을 죄고 있는데, 정부는 유례 없는 규모로 돈을 풀고 있다. 통화정책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 신현송은 “(정부의) 재정 지출이 미래 성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에 집중되어 잠재성장률을 높이면, 엇박자가 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전제 하에 재정 지출 확대는 “통화정책을 오히려 돕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중대 금리는 동결.
-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는 한은이 시중은행에 저리로 돈을 빌려주고, 이를 중소기업 대출에 활용하도록 한 제도다.
- 금중대 금리는 현 1.25%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신현송은 “정부의 취약 차주 지원 대책과 함께 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