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 일상,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이야기들이 지금도 우리의 시공간 속을 흘러갑니다. 그 순간들을 붙잡아 짧게 기록합니다. ‘어머니의 언어’로 함께 쓰는 특별한 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box]
화장대
책을 읽다가 갑자기 어렸을 적 어머니의 화장대에 놓여있던 코티 파우더(coty powder)가 생각났다. 화장대라고 하지만 화장품은 거의 없었지. 같이 놓여 있었던 바셀린 크림, 서랍을 열면 보였던 호랑이 고약. 물론 삼형제의 인기를 독차지한 건 단연 원기소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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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둥바둥
취업 이야기하다가 어머니 한 말씀:
“먹고 사느라 아둥바둥하는 꼴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많지? 그런 사람들 한 번 안 먹어보라고 그래!”
‘굶어보라고 그래’가 아니라 “안 먹어보라고 그래”라는 말이 왠지 더 깊이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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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오래전 어느 날. 어머니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녹음이 짙어가던 계절. 나는 생명의 자연에 감탄하며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정말 싱그럽네요. 온통 초록이네.”
“그렇구나. 근데 다 초록인데 같은 초록은 하나도 없구나.”
그때 그 말씀을 마음속 깊이 깨닫게 된 건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부터였던 거 같다. 초록의 자연을 사랑하고, 또 그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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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사랑 안에
동위원소 관련해서 대화를 나누다가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
“창조론이건 진화론이건, 과학자건 비과학자건 다 사랑 안에 있는 거지.”
때론 내가 한 말인지 어머니가 한 말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생각이 많이 다르고 최고의 화음도 아니지만, 가끔 함께하는 중창이 나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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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관찰
어머니와 자녀 교육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래서 어떤 엄마가 아이들을 잘 키우는 거예요?” 라고 물었다.
“자기 자신을 잘 관찰하는 여자가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우는 거야.”
어머니의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고개가 끄덕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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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일기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
자기 학생 중 하나가 어렸을 적 어머니를 잃었다. 이후 그 아이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일기를 읽으면서 읽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 어머니는 먼저 가셨지만, 그 친구가 무엇이든 읽고 쓸 때마다 함께 하시겠구나.
2012년, 2013년 어느 날
현명한 어머니, 잘 읽고 갑니다.
같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