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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의 영어 단어는 브랙퍼스트(breakfast)다. 이 단어에 대해 자세히 생각해 본 적 있는지 모르겠다.

아침 식사의 의미? 

짐작하겠지만, 이 단어는 브레이크(break)와 패스트(fast)를 합친 단어다. ‘단식을 깬다’는 의미다. 이 의미는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1.  저녁 내내 못 먹었으니 그걸 깨서 아침을 먹는다는 의미
  2.  말 그대로 아침에는 단식(?)

답이 뭐 같은가? 아침 식사는 아침에 하는 식사로 하면 안 될까? 잠깐 다른 언어를 보자. 역사를 알아볼 때 영어는 적절한 언어 선택이 아니다.

독일어의 프뤼슈튁(Frühstück)은 그냥 “일찍 (먹는 빵) 조각”의 의미다. 프랑스어는 어떨까? 쁘디 데쥐네(petit-déjeuner)인데 이게 영어랑 비슷하다. 불어권 지역마다 차이가 좀 있기는 하지만 데쥐네(déjeuner)라는 단어가 브랙퍼스트(breakfast)와 동일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추론할 수 있다.

어차피 불어를 사용했던 중세 영국 왕실이 불어 단어를 그대로 영어로 바꿨다는 의미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원흉은 라틴어일까? 맞다. 라틴어로 아침 식사가 ientaculum이기 때문이다.[footnote]”공화정 시대(750 a. C.- 27 d. C.)의 고대 로마인들은 매우 소박하고도 간단한 식사를 하였다. 기원전 4-5세기만 하더라도 점심에 빵을 먹는 것은 대단한 성찬이었다. 지금의 아침, 점심, 저녁에 해당하는 ientaculum, prandium, coena의 용어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아 식사의 개념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로마의 서민들은 대개 두 끼 정도의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침 식탁에는 빵, 계란, 과일, 포도주가 등장하였고, 점심이나 저녁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지만 따끈한 요리 한 가지 정도가 추가되었다.”

– 글로벌외대 2010 가을호 1018, ‘이탈리아의 식문화에 세계가 반하다’ 중에서 (p. 17) [/footnote] 아이러니하게도 현대 이탈리아어에서의 아침 식사(colazione)는 라틴어의 아침 식사와 별 관계가 없다. 오히려 불어(그리고 스페인어의 desayuno)가 라틴어를 그대로 가져왔다.breakfast-1051201_1280

자, 이제 퀴즈의 답을 말할 차례다. 답은 2번이다. 왜냐? 아침 식사를 자신의 욕구에 그대로 복종하는 ‘죄악’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패스트(fast)를 사전에서 찾아보시라. 명사일 때 패스트(fast)는 종교적 의미의 ‘단식’을 의미한다. 물론 농부나 노동자들, 노인과 아이들은 아침을 먹었지만, 일반적인 성인들은 아침을 멀리했던 것이 유럽의 중세다.

욕망은 금기보다 강하다

아니 그렇다면 언제부터 아침을 먹었을까? 영국 드라마 [다운튼 애비] 시즌 1, 제1화를 보면 모든 가족이 모여서 성대히 아침 식사를 할 때 타이타닉호의 침몰 기사를 읽는 장면이 나오던데 말이다.

아침 식사가 시작된 계기는, 신대륙의 발견이다. 커피와 초콜릿이 유럽에 들어오면서부터 아침 식사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espresso-1209522_640

사실 아무리 종교적으로 자제시킨다 하더라도 솔직히 아침에 뭔가 먹기는 먹어야 하잖은가? 아이러니하게도 음료수까지 교회에서 막지는 않았었다. 1662년 이탈리아의 한 추기경은 “음료수는 단식 깨는 것이 아니”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이제 추기경님이 허락했으니 커피나 핫초코는 마셔도 돼.”

이렇게 말하면서 유럽인들이 아침마다 차나 커피, 핫초코를 마셔댔다는 얘기다.[footnote]포르투갈어에서의 아침 식사가 ‘café da manha’인 것도 설명이 된다. 뜻이 ‘아침 커피’인데 실제 뜻은 아침 식사다. 커피가 얼마나 문화적 충격을 미쳤는지 알 만하다.[/footnote]

천주교도가 아닌 영국의 엘리자베스 국왕은 당연히 아침을 건하게 먹었다. 아침마다 빵과 에일(!), 포도주(!!)까지 곁들었다고 하니 말이다. 이제 여유가 있는 중산층 이상은 아침마다 가족이 함께 모여 아침을 건하게 먹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다운튼 애비의 푸짐한 아침 식사 장면이 나오게 됐다.

간편한 아침의 등장 

하지만 지금까지는 다 있는 집 이야기.

제1차 대전과 때맞춰 나온 가전제품(특히 토스터와 와플 제조기), 여성 노동력의 동원은 아침 식사의 양상을 바꿔버렸다. 때마침 등장한 인물이 바로 켈로그. 시리얼 시대(!)의 인물들 얘기는 좀 다른 주제이기는 하지만, 이들은 ‘간편한’ 아침 식사의 선구자였다. 아울러 많은 여성을 아침 식사로부터 해방시키기도 했다.muesli-668519_640

하지만 종교와 관계없이 아침을 먹는 지금은, 아침 식사를 두고 끝없는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아침을 먹는 편이 좋은가?

좋다면 얼마나 먹는 편이 좋은가?

아침 식사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가,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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