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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포인트] ‘에어조던’을 베낀 카피캣 전략으로 진짜 나이키를 위협할 만큼 성장한 차오단(현 중차오). 중국 1위 업체로 푸마 지분 29%를 인수한 안타. 그밖에 특보, 361˚까지. 이들은 세계 운동화 생산의 20%를 담당하는 푸젠성 진장의 광활한 인프라에 기반해 성장했다. (⏳5분)

차오단(喬丹·Qiaodan)은 나이키 에어조던을 베낀 중국 브랜드로 알려졌다.

차오단 로고는 덩크슛을 하고 있는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의 트레이드 마크인 붉은 실루엣 로고를 떠올리게 한다. ‘차오단’ 단어 자체가 조던(Jordan)을 중국어로 직역한 것이다. 조던이 자신의 성명권을 침해했다며 직접 소송을 제기했을 정도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차오단이 전국 6,000개 매장을 보유한 소매업체로 성장했다며 중국 시장에서 나이키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이키 에어조던 로고(왼쪽)와 차오단 로고.

이게 왜 중요한가.

  • 모방을 통해 기술과 자본을 습득하며 전국적 유통 매장과 자체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 중국 스포츠 브랜드의 괄목상대는 주가가 12년 만의 최저치까지 추락한 나이키의 위기와도 맞물려 있다.

조던이 이겼다. 진짜 이긴 게 맞나?

  • 한국 소비자에게 차오단은 ‘짝퉁 조던’으로 유명하다. 조던이 이 회사에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 화제였다.
  • 중국 법원은 2020년 차오단이 조던 이름을 불법으로 사용했다고 판결하면서도 차오단 상표를 완전히 금지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은 먼저 출원한 사람이 권리를 가져가는 선출원주의 국가로 등록 상표에 대한 문제 제기는 5년 안에만 가능하다. 차오단은 2000년 딩궈슝(Ding Guoxiong, 丁国雄)이 설립했다.
  • 차오단은 2021년 공식적으로 사명을 중차오(Zhongqiao)로 변경했다. 소송 중이던 2020년 나이키 소유였던 클래식 축구 브랜드 엄브로의 중국 사업권을 6,250만 달러(약 879억 원)에 인수한 뒤 베트남에 매장을 여는 등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도 했다.
‘중차오(Zhongqiao)’ 홈페이지. 로고와 도메인은 여전히 ‘차오단’이다.

푸마도 인수하는 안타.

  • 차오단은 중국 전역에서 가맹점 형태로 6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농구화에서 러닝화, 요가용품으로 시장을 확장해 왔다. 2021년 기준 매출은 59억 위안(약 1조 2,239억 원)에 달했다.
  • FT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 하나인 티몰에서 차오단은 연간 5억 위안(약 1040억 원)의 매출과 1,1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 사실 차오단은 중국 내에서 2군 로컬 브랜드다. 안타(安踏, Anta)가 중국 스포츠 브랜드 가운데 매출 및 시장 점유율(2024년 기준 23%)에서 압도적 1위다. 이어 리닝, 특보, 361˚ 순이다.
  • 안타는 지난 1월 푸마(Puma) 지분 29%를 15억 유로(약 2조 4,310억 원)에 인수했다. 중국 시장을 넘어 해외 거점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제조 클러스터 저력.

  • 안타, 특보, 361˚, 차오단은 푸젠성 진장(晋江) 지역의 거대한 제조 인프라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 진장은 중국 전체 운동화 생산량의 약 40%, 전 세계 운동화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진장은 대만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 저렴한 노동력, 풍부한 신발 원자재를 바탕으로 1980년대 대만 신발 제조업체들의 위탁 생산(OEM) 이전지로 부상했다. 이후 대만 브랜드로부터 기술과 노하우를 흡수하여 자체 브랜드 창업으로 이어졌다.
361° 매장. 위키미디어 공용.

위기의 나이키.

  • 나이키의 중국 시장 매출은 8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지난 5월 말 기준 연간 매출은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1년 이후 사업 규모가 30% 감소했다. 업계는 “중국에서는 안타와 리닝 같은 현지 브랜드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과거 미국 브랜드가 누리던 프리미엄이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 17일(현지 시각) 나이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 떨어진 39.09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보면, 2014년 이후 약 12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 FT는 “차오단에 영감을 준 나이키 에어조던은 42년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며 “나이키의 최근 분기 실적에서 조던 브랜드 제품의 전 세계 판매량은 조던 운동화 과잉 공급 여파로 16%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소비자도 변한다.

  • 차오단이 ‘짝퉁’ 이미지를 벗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1990년대 중국 중소 도시에서는 조던 운동화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차오단이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그때는 다른 브랜드를 모방한다고 해서 비난 받지 않았다.
  • 시대가 달라졌다. 중국 소비자들도 달라졌다. 나이키 중국 지사 출신인 웨이 칸은 FT에 “요즘 중국 소비자들은 진정성을 중시한다. 중국 현지 기업들도 브랜드를 구축하는 방법, 제품 포트폴리오와 판매 주기를 관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와 매우 강력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 단순히 조던을 따라한다고 성공하는 시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짝퉁 조던’을 넘어서. 이제는 카피캣 전략만으론 안 된다. 중차오 홈페이지.

FT 기사 댓글 반응 1 : “농구가 아니라 원반 던지기 선수 아니냐.”

  • FT 기사엔 100여개 댓글이 달리며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 흥미로운 몇 가지 반응을 소개한다.
  • 중국에 대한 비판 : “중국은 남의 아이디어를 훔치기만 하는 끔찍한 나라다. 자기 것이 아닌 것을 팔아 돈을 버는 기업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느냐.” “(차오단 로고 실루엣은) 혹시 농구 선수가 아니라 원반 던지기 선수 아니냐.” “중국이 제조 기술 면에서는 선두일지 모르지만, 기술만으론 한계가 있다. 브랜드 스토리가 있어야 글로벌 인지도를 얻을 수 있다. 서구 소비자 심리를 파고들어 브랜드 로열티를 얻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 서구 선진국의 안일함 비판 : “서구는 수백 년에 걸쳐 축적한 기술과 지적 재산권을 ‘10억 명 시장’을 위해 기꺼이 넘겨줬다. 중국은 이를 체계적으로 흡수해 성장했다. 메르세데스, 보잉, 애플, 모토로라, 그리고 이제 에어 조던이다.” 단기 이익 극대화를 위해 값싼 중국으로 제조업을 아웃소싱하면서 “장기적으로 무슨 일이 생기겠느냐” 식의 안일함을 보인 대가라는 지적이다.

FT 기사 댓글 반응 2 : “돈만 밝힌 나이키를 동정할 필요 없다.”

  • 나이키에 대한 일침 : “나이키는 농구화 성능과 기능 혁신 면에서 오랫동안 소비자들을 실망시켜왔다. 안타, 361˚, 플레이어 원(Player One), 리닝 같은 혁신적 중국 로컬 브랜드에 밀려난 것은 자업자득이다.” “오랫동안 돈만 밝히며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줬던 나이키를 전혀 동정할 필요가 없다.” “나이키 역시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에서 제조한 신발에 광고 마케팅만 입혀 비싸게 파는 재판매업자 아닌가.” “지금이 나이키 주식을 장기 매수(Long)할 타이밍 아닌가.”
  • 중국 기업의 진화: “처음에는 단순히 주문을 받아 처리하는 역할에 그친다. 기초 업무를 완벽하게 익히면서 전문가가 된다. 그 가운데 소수는 두각을 나타내며 회사를 창업한다. 초기에는 실적이 좋지 않아 2류나 저가 브랜드로 간주되곤 한다. 자금이 계속 유입되면서 영업 마케팅 역량을 키우고 서구 기업 방식을 빠르게 모방하여 결국 자기들 방식으로 서구 기업을 추월한다.”
  • 나이키 삼키는 짝퉁 유통: “나이키에 더 큰 위협은 한정판 및 빈티지 조던을 극도로 정교하게 카피한 복제품들이다. 중국 온라인에서 널리 구할 수 있고, 중간 판매책을 통해 미국과 유럽에서도 산발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런 사이트들은 자주 폐쇄되지만 몇 주 뒤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나타난다.”
  • “내가 어렸을 때 러닝화 선택지는 ‘흰 바탕에 파란 줄’ 혹은 ‘파란 바탕에 흰 줄’ 딱 두 가지뿐이었다”는 반응도 공감이 간다. 최신 운동화들은 너무 화려하고 다양해서 고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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