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코리아 칼럼] 배제를 넘어 포용을 향한 금융민주주의의 길. (김자봉/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0분)
‘살기 위해 빌린 돈’이 ‘삶 옥죄는 족쇄’ 되는 일 막겠습니다.
이재명, 2025.7.27.
최근 저신용·저소득계층에 대한 적정 이자율을 두고 논쟁이 일고 있다. 저신용·저소득계층에 대한 금융은 상업성과 포용성이라는 두 개의 충돌하는 관점이 있다. 두 관점의 대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심지어 기원전 고대사회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다. 포용성은 지난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크게 강조되었다.
단기적으로는 두 원칙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나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월드뱅크 등에 따르면 포용금융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금융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을 제고하고 금융소외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금융기회를 활용하여 자신의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금융민주주의(financial democracy)라 할 수 있다.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쉴러(Robert J. Shiller)는 금융민주주의를 통해 금융이 더 확장되고 민주화되어 경제적 불평등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믿었다. 금융민주주의는 포용금융의 다른 표현이며 장기적으로 금융시장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포용금융과 금융민주주의
이자율의 역사는 은행의 역사보다 오래되었다. 저신용·저소득계층에 대한 높은 이자율은 기원전에도 논쟁의 대상이었다. 당시 이자율 논쟁은 과도한 부채와 이로인해 사적 채무노예로 전락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기원전 이자율 논쟁 이후, 은행이 등장하는 중세를 거쳐, 현대에 이르면서 이자율에 대한 이해와 정책은 발전했다. 하지만 상업성과 포용성 간의 균형을 이루는 공정한 이자율은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제다.
이자율은 양면성을 갖는다. 돈을 빌리기 전의 높은 이자율은 이윤율이 웬만큼 높지 않으면 빌리지 말라는 시그널로 작용한다. 상업적 관점에서 볼 때, 이윤율이 낮은 사업은 손실 위험이 크므로 그에 상응하는 높은 이자율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자금을 빌린 이후에는, 높은 이자율이 오히려 상환 부담을 가중시켜 파산 위험이 커진다. 즉, 손실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높은 이자율이 오히려 손실 가능성을 높이는 셈이다.
저신용·저소득계층은 상업성 원리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높은 금리를 무릅쓰고 생존을 위해 돈을 빌려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감당하기 힘든 높은 금리는 그 자체도 문제지만, 높은 금리를 갚기 위해 능력 범위를 벗어난 위험한 선택을 해서 사회 전체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여기에 불법 사금융이나 착취적 금융이 개입하면 문제는 한층 심각해진다. 이처럼 상업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오히려 상업성 자체를 훼손하고, 이자율의 자기모순과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역설이 발생한다.
이러한 패러독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취약계층의 이자율을 결정할 때 상업성뿐 아니라 포용성의 원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대출 중심의 금융지원만이 아니라, 자본참여형 금융수단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취약계층이 경제적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에 의하면, 빌린 돈으로 투자해 버는 이윤율이 2%일 때 합리적인 적정 이자율은 2% 미만이다. 그래야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윈-윈한다. 만일 이자율이 2%보다 크면 부도를 피하기 어렵다.

또한, 현재의 이윤율은 낮더라도, 미래에는 높은 수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자율을 단기적 수익률이 아니라 시점 간 이윤율의 변화 가능성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면, 대출자와 차입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현재의 이윤율이 낮다는 이유로 감당하기 어려운 높은 이자율을 부과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을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 처럼 어리석다.
단순화하면 이자율은 조달비용과 신용 스프레드의 합으로 결정된다. 신용 스프레드는 빌리는 자의 신용위험을 반영하기에 저신용·저소득계층의 신용 스프레드는 상대적으로 크다. 그런데 신용 스프레드는 금융시장의 구조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신용위험이 높더라도 취약계층 금융시장이 충분히 크고 경쟁적이면 신용 스프레드가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시장 규모가 제한적이고 경쟁적이지 못하면 신용 스프레드가 높게 형성된다. 따라서 포용적이고 합리적인 신용 스프레드를 위해서는 저신용·취약계층 금융시장의 구조가 매우 중요하다.
채무자보호의 역사: 함무라비법 vs. 솔론의 법
기원전 이자율 논쟁의 대표적인 두 사례는 함무라비법과 그리스 솔론의 법이다. 기원전 1800년경 함무라비법은 대출 시 연간 이자율 한도를 20%로 정하고 이보다 높은 금리를 받는 계약에 대해서는 원금상환 의무를 없애 버렸다. 즉, 부당한 채권으로 판단하여 채무자가 원금부채를 안 갚아도 괜찮도록 한 것이다. 정당한 부채를 갚지 못해 사적 채무노예에 봉사하는 경우 기간은 3년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기원전 600년 경, 그리스 아테네의 정치가로 민주정의 토대를 놓은 솔론(Solon)은 최고 행정관으로 선출되어 과도한 부채와 채무노예를 억제하기 위해 일명 솔론의 법(law of Solon)을 제정해 이자율 제한을 없애고 담보계약을 허용하는 대신, 신체담보 채무는 소급해 소멸시켰고 사적 채무노예도 금지했다. 이후 이자율 논쟁의 역사에서 함무라비법은 이자율에 대한 국가통제의 역사적 기원이 된 반면, 솔론의 법은 자유방임의 역사적 전통이 되었다.

로마는 기원전 450년 경 과도한 부채로 인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솔론의 법보다는 함무라비법이 가진 방식에 따라 이자율을 제한했다. 이자율 상한은 연간 8%였고 이보다 더 높은 금리를 부과하는 경우 4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담하게 했다. 로마는 사적인 채무노예를 허용하였지만 노예 기간 동안 인권은 보호되도록 했다.
중세로 접어들면서 점차 낮은 이자율이 확산되었다. 르네상스 시기에는 3자 계약이라 불리는 보증방식이 도입되어 5% 고정이자율이 적용되었다. 은행과 보험 제도의 발전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고정이자율을 기반으로 한, 파트너십 형태의 금융계약이 활성화되었다. 15세기 이탈리아와 베네치아에서는 은행의 유형과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이자율이 달랐는데, 개인대출은 약 6~43.5%, 상업대출은 5~15%, 모기지 대출은 6~10% 수준이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의하면, 잉글랜드의 법정이자율은 16세기 10%에서 18세기 들어서 5%로 하락했다. 에드워드 6세 시대 1547-1553년에는 종교적 열정으로 모든 형태의 이자를 금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면적 금리 금지는 오히려 고리대의 폐해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 이후 법정이자율 제도가 다시 부활하게 되었다.
이후 잉글랜드의 부와 금융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시장이자율은 법정이자율 5%보다 낮은 3.5~4% 수준으로 하락했다. 잉글랜드보다 부유한 네덜란드에서는 개인에 대한 시장이자율이 3%였다. 잉글랜드보다 덜 부유한 프랑스의 법정이자율은 잉글랜드 보다 낮았지만 시장이자율은 더 높았다.
이자는 자본을 빌려 번 이윤의 일부이므로 자본이 풍부하고 경쟁적으로 사용되는 사회에서는 이윤율이 낮아 이자율도 낮은 반면, 자본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자본의 이윤율이 높고, 잔인한 고리대도 등장했다. 또한 법률이 대부계약의 이행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엔 상환이 불확실해지면서 이자율도 높아졌다.

포용적 금융 사례
현대 사회의 이자율은 전통적 금융 원리와 포용적 금융 가치가 결합된 형태로 작동한다. 영국은 솔론의 법 전통을 따라 1854년에 고리대금지법을 폐지하고 일반적인 법정 이자상한을 없앴다. 대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이자 소액대출과 생계형 대출을 제공하고, 특정 시장 유형이나 금융기관의 성격에 따라 이자율 상한선을 두고 있다.
영국의 사회적 임팩트 투자 기관 베터 소사이어티 캐피탈(Better Society Capital)이 주관하는 소액대출의 평균금리는 7.01% 수준이고, 투자프로그램의 목표수익률은 2~4% 수준이다. 미국은 함무라비법 전통에 따라 고리대금지법을 유지하고 일반적 이자율 제한정책을 도입했다.
특히 미국의 지역재투자법은 연방은행과 주법은행 등 모든 은행이 저신용·저소득계층이 거주하는 지역경제에 대출하도록 유인해 잠재적 대출재원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매년 신규대출의 15% 수준이 제공된다. 영국의 무이자 소액 및 생계 대출과 미국의 지역재투자법은 대표적인 확장적 포용금융 수단이다.
요약하면, 기원전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의 이자율 논쟁은 주로 이자 상한의 설정과 불법적 고리대에 대한 책임 규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 영국과 미국은 단순한 이자상한 제도뿐 아니라, 다양한 수준의 이자율을 적용하는 대차거래와 자본참여 방식을 함께 활용하는 등, 저신용·저소득계층을 위한 금융시장을 보다 크고 경쟁적인 구조로 확장하고자 한다.
한국 저신용·저소득계층 금융의 한계
우리나라에서 저신용·저소득계층의 금융은 영국과 미국과 같이 잠재적인 규모를 확대하고 경쟁적인 구조로 만드는 방안보다는 주로 이자제한 정책에 의존하고 있다. 저신용·저소득계층 금융의 규모가 협소한 상태에서 이자상한이 적용되다보니 이자율은 주로 상한으로 쏠린다. 심지어 서민금융정책기관마저 그렇다. 이자제한법상 이자상한을 어기는 경우에 따르는 법적인 책임은 기원전 고대국가에 비해 더 가볍다.
이자제한법상 이자상한은 20%다. 만일 취약계층 금융시장에서 어떤 개인에 대한 신용 스프레드(Credit Spread,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추가로 부담하는 이자율 차이)가 10% 혹은 100%라고 하자. 이자제한법에 따르면 10%는 합법적이고 100% 가운데 80%는 무효다. 초과분에 대해 반환소송이 가능하고 가해자는 형사적 책임도 따른다. 함무라비법에 의하면 10%는 정당한 채권이고, 100%는 부당한 채권으로 취소와 함께 원금 자체를 채무자에게 상환 요청할 수 없다. 로마법에 따르면 10%도 100%도 불법이다. 예컨대 피해금액이 100만원 일 경우, 400만원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부과된다. 함무라비법과 로마법이 이자제한법에 비해 채무자를 민사적으로 더 두텁게 보호한 셈이다.

저신용·저소득 계층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속한 사회나 경제 환경에 따라 부담해야 하는 이자율은 달라진다. 저신용·저소득계층을 위한 금융 시장의 잠재적 자금규모는 충분한지, 법은 계약의 안정성을 보장하는지, 무이자 혹은 저이자 프로그램이 있는지, 확장적 포용금융이 이루어지는지 등이 변수로 작용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충족되는 사회에서는 저신용·저소득계층일지라도 그들의 금융접근성이 낮지 않으며 이자율도 잔인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민간부채비율은 2024년말 163%로 경제 전반이 금융 부족 상태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민법은 영미권보다 채무의 강제이행을 더 강하게 보장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신용·저소득 계층을 위한 맞춤형 무이자 프로그램이나 확장적 포용금융 제도는 사실상 부재하다. 즉, 경제 전체적으로는 자금이 풍부하지만, 정작 저신용·저소득 계층의 금융 접근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저신용·저소득 계층의 금융이 부족한 근본 원인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시장이 충분히 크지 않고 경쟁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제도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첫째,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대출 금융제도는 신용등급별로 고객을 분할하도록 법체계가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다. 은행법, 저축은행법, 각종 상호금융법 등이 별도로 존재하면서, 금융시장이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으로 구조적으로 분할되어 있다. 이로 인해 가장 자금이 풍부한 제1금융권(은행)이 포용금융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여지가 제도적으로 제약된다. 반면 제2금융권은 고객의 전반적 신용등급이 낮아 경기 변동에 취약하며, 위기 시 고객으로부터 불가피하게 ‘우산을 뺏는’ 행태(를 반복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 ‘우산 뺏기’
경기가 좋고 상황이 괜찮을 때는 누구에게나 대출을 해주지만, 경기 침체나 위기 상황, 즉 고객이 정작 가장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돈을 빌려주지 않거나, 기존 대출도 회수한다는 금융기관의 행태를 비판한 말.
둘째, 저신용·저소득계층의 상호부조가 기본취지인 상호금융 등 협동조합금융은 저신용·저소득계층을 외면하고 대출의 대부분을 주택담보대출로 내보내고 있다. 상호금융의 본래 취지인 포용금융과는 달리 상업금융에 집중하면서 저신용·저소득계층으로부터 멀어져 있다.
셋째, 서민금융정책기관은 저신용·저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고용 창출이나 지역 재생, 사회연대경제 활동과 연계된 지속 가능한 대출 지원보다는, 긴급한 처지에 놓인 소득활동이 거의 없는 개인 구제 중심의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 결과, 실질적 상환 능력이 낮은 차입자에게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높은 이자율이 적용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넷째, 이자제한법 또한 불법 고리대 행위를 실질적으로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자제한법상 처벌 규정이 존재함에도,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12만 3,233건에 달했다. 이는 법이 존재하더라도 그 집행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포용금융, 다섯 가지 조건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저신용·저소득계층 지원을 위해서는 전체 예대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재투자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서민금융 자금의 잠재적 규모가 커지고 공급이 확대될 수 있다. 현행 지역재투자 평가제도(금융기관이 저소득 및 중간소득 지역사회에 대한 대출·투자 실적을 평가받도록 한 제도)는 법에 근거하지 않는 행정지도로, 인허가 및 M&A 등을 활용하는 규제 유인이 곤란하여 효과가 제한적이다. 지역재투자법을 제정하여 폭 넓은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지주회사 설립, 자회사 인수, 연방예금보험공사 가입, 은행법상 은행으로 전환, 지점 설치, 본점 이전, 합병, 자산 및 부채 인수 등 인허가 관련 신청 시 지역재투자법에 따른 실적을 감독당국이 우대하는 방향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상호금융이 주택담보대출로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협동조합 본래의 가치 실현을 더 중시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 상호금융 전체적으로 자산규모가 1,000조원을 넘는다. 협동조합의 본래 가치인 상호부조를 중심으로 되돌아가면 저신용·저소득계층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조합원 중심의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상호금융 CEO의 연봉이 협동조합의 상업성보다는 협동조합 가치 실현에 대한 조합원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신용협동조합 제24조 총회결의사항 등 개정 필요사항).
또한 상업적 대출실적을 중시하는 현행 직원평가 핵심성과지표를 조합원과 지역재생, 사회연대경제 등에 대한 기여를 더 중시하도록 전환해야 한다. 상업적인 규모의 경제보다는 협동조합 본래의 가치를 추구하는 협동조합형 대출과 투자모델 개발도 필요하다. 감독당국은 상업은행의 신용대출 규제 기준을 상호금융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협동조합형 금융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상업은행이 의존하는 신용평가점수 대신 협동조합형 금융은 사회적 신뢰나 관계 정보를 활용)을 인정해야 한다.
상호금융이 최근 상업적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변모한 이유에는, 협동조합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는 지배구조를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한 한계도 있지만, 동시에 상업은행과의 본질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신용대출 규제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 따라서 상호금융의 특성과 역할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규제체계를 마련하여, 협동조합 금융이 본래의 포용성과 지역성에 기반한 역할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서민금융정책기관은 개인에 초점을 두지 말고 개인이 소득활동에 참여하도록 유인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저신용·저소득계층이 참여하는 활동 자체와 그러한 활동을 주관하는 단체를 신용평가의 대상으로 포섭해 신용개선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소득활동에 참여하기 힘든 개인에게는 무이자 지원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한다. 소득활동이 없는 자에 대한 높은 이자율은 심적 고통만 안길뿐 의미가 없다. 오히려 파산과 생의 마감을 앞당길 따름이다. 또한 서민금융정책기관은 정책기능을 강화하고 시장금융과의 장기적인 생태계 조성의 촉진자로서 역할도 만들어가야 한다.
넷째, 투자성 있는 사회연대경제 활동에 대해서는 은행 등이 투자를 하도록 허용하여 자기책임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표적인 자본참여방식의 하나로는 영국의 주요 은행들이 출자한 베터 소사이어티 캐피탈이 있다. 현행 서민금융정책기관의 기능을 조정하여 베터 소사이어티 캐피탈처럼 자본참여방식의 중개기관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주도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중앙회를 통해 금융의 상호부조를 통해 협력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기본법을 개정해야 한다(제2조 제4호). 사회적협동조합은 재무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자본금이 1억원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앙회는 이들이 협력하여 상호부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자제한법이 정한 이자 상한이 합리적인 수준인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이자상한을 어기는 불법사금융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정리하면, 금융시장에서 포용금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자제한 중심에서 벗어나 저신용·저소득계층 금융시장의 잠재적 규모를 보다 확대하고 경쟁적으로 만드는 지역재투자법 제정 등 구조개선이 필요하다. 대출뿐 아니라 자본참여방식도 필요하다. 상업금융은 과도한 상업성의 패러독스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포용금융과 균형을 추구하고, 협동조합금융은 본래 취지대로 포용금융을 회복해야 한다. 정책금융기관은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공적기관답게 상업성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포용성원칙에 따라야 한다. 이자제한법 위반은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책임을 묻고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