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1억7000만 원 예산, 25만 개 배포… 친환경적 재발급과 회수 방안 모색해야. (⏳3분)
희망제작소가 임산부 배지를 모으고 있다. 다 쓴 배지를 돌려 받아 다시 나누자는 캠페인이다.
희망제작소는 2006년 당시 임산부 배려 캠페인 일환으로 보건복지부와 함께 임산부 배지와 가방 고리를 제작해 배포했다.
초기 임신부는 겉모습으론 식별이 어려워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할 때 자리를 양보 받지 못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정부는 그해 10월10일 제1회 ‘임산부의 날’을 맞아 전국 보건소와 산부인과에 10만 개의 임산부 배지를 무료 배포했다.
지름 7cm 핑크빛 플라스틱 배지로 임산부라는 사실을 알릴 수 있어 위급 상황에서 도움을 먼저 받을 수 있고, 임산부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인증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임산부의 ‘필수템’이다.

20년 만에 임산부 배지 수집 왜?
-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수요에 맞게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제작과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
- 지난해까지는 보건복지부가 인구보건복지협회에 위탁해 제작·배부했다. 인구협회가 전국 보건소, 교통공사 등을 통해 수요를 조사하고 제작한 뒤 전국으로 일괄 배포했다. 예산은 국고와 지방비로 충당했다.
- 작년에는 25만여 개가 제작·배부됐다. 1억7000만여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지난해 전국 출생아 수는 23만 8300명이다.
- 올해부터는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제작한다. 지자체 수요와 사정에 맞게 제작하여 일괄 제작의 한계를 보완할 계획이다.
-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지난달 외주업체와 5500만여 원의 계약을 맺고 올 연말까지 배지 6만3000개를 배부할 계획이다. 지난해 서울 출생아 수는 4만1553명이다. 배지는 서울시 자치구 보건소 25개소에 배부된다.
- 지난해 대전의 유명 빵집 성심당이 임산부에게 제공하는 특별 할인과 프리패스(대기 없이 입장하는 것)를 누리기 위해 임산부가 아닌데도 ‘배지’를 보여주고 입장하는 얌체족이 등장해 입길에 오르내렸다.
- 임산부가 아닌데도 단지 혜택을 받기 위해 배지를 중고 거래하는 경우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얌체족의 악용을 막기 위해 임산부 배지 재발급과 회수에 관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롱 속 임산부 배지 재활용 해보자.
- 출산하고 나면 임산부 배지의 사용 가치는 제로가 된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버려진다. 달리 이야기하면, 잉여 배지를 거래할 유인이 생긴다.
- 일단 희망제작소는 배지를 깨끗이 세척해 임산부나 보건소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내달 30일까지 임산부 배지를 희망제작소에 보내면 된다.
-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이규리는 “시민 제안으로 시작한 임산부 배지는 초기 임신부가 공공장소나 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 배려 받을 수 있는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지자체별 효과적 재고 관리, 친환경적 배지 제작과 재사용 등 정책 개선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단체는 임산부 배지 정책 개선에 관한 아이디어도 모으고 있다.
- 캠페인 참가자들은 “임산부 배지를 친환경적으로 만들면 좋겠다. 플라스틱은 되도록 쓰지 않아야 한다”, “임신 기간 끝나고 주소 없이 우체통에 바로 넣어 반납할 수 있다면 수집과 재활용이 편할 것이다”, “분만 병원, 보건소, 소아과 등 출산 전후 이용 시설로 반납처를 다양화하면 좋을 것” 등의 의견을 남겼다. 희망제작소 캠페인 홈페이지로 이동하기.

TMI: 임산부와 임신부 차이는?
- 우리는 흔히 임신한 여성을 ‘임산부’(姙産婦)라고 부른다. 임산부는 아이를 임신한 여성을 뜻하는 ‘임부’(姙婦)와 아이를 갓 낳은 여성을 뜻하는 ‘산부’(産婦)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 임신부(妊娠婦)도 임부와 같이 아이를 임신한 여성을 뜻한다.
- 이를 테면 ‘버스에서 배가 불러 거동이 불편한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는 문장은 잘못됐다. 임산부가 아닌 ‘임신부’라고 써야 한다.
- 임산부 배지는 외형상 구분이 어려운 초기 임신부, 배가 불러 거동이 힘든 임신부, 출산 후 몸이 불편한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징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