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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슬로우뉴스가 가로수길서점과 제휴하여 좋은 책과 함께 매주 독자를 찾아갑니다. 가로수길서점은 “가로수길에서의 책 한 권”를 더불어 나누고자 2012년 7월에 문을 연 온라인 공간입니다.  (편집자)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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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일 때가 가장 편할 때다.’ 투정부리는 자녀에게 부모님들이 하는 레퍼토리입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자녀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제가 학생일 때는 ‘공부’가 가장 힘든 주된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학생들은 공부가 아닌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 또한 너무나 큰 사회적인 문제가 될 만큼 다른 이유로 힘들어하고 있다는데요. 그 문제는 바로 학교 폭력입니다. 지난 1월 이 문제를 다룬 SBS스페셜 ‘학교의 눈물’이라는 3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었죠? 이 프로그램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방송에서 들려주지 못했던, 아이들이 감추고 있는 가시와 같은 고백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와 같은 타이틀의 도서 “학교의 눈물”을 오늘 볼까말까 이책 시간에서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먼저, 이 책의 저자인 SBS스페셜 제작팀과 책 소개부터 시작합니다.

SBS 스페셜은 ‘PD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화두’라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2005년 7월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300회가 넘게 이어오고 있는 방송입니다. 국내와 세계의 주요 이슈는 물론 사회, 문화, 경제, 역사, 과학, 건강, 인권 등에 관한 최근 뉴스를 조명하고,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SBS의 주요 프로그램인데요.

그 중 “학교의 눈물”은 대한민국 학교폭력에 대한 현주소를 고스란히 담아냄으로써 방영 당시 큰 화제를 불러 모았습니다. 이 책은 크게 3파트로 PART 1에서는 학교폭력에 의해 병든 아이들의 교실로 안내하여, 부모들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며, 그 해결책으로 ‘소나기 학교’를 제시해 줍니다. PART 2에서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지닌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너무 어긋나버린 가해 학생들 10명이 9박 10일 동안 소나기 학교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PART 3에서는 학교폭력이 교실 안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학교, 그리고 가정이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을 알려줍니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없거나 보기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발로 뛰는 한재신 PD와 가정과 학교, 사회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설득력 있게 담아내고자 노력한 신진주 작가가 만들어 냈습니다

이 책을 볼까 말까. 좀 더 자세히 이 책을 살펴볼까요? ‘오늘의 책 미리 읽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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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6
<학교의 눈물>이 방송된 뒤, 많은 학부모가 똑 같은 질문을 해왔다. 저렇게 험악한 학교폭력을 당하지 않으려면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느냐고. 똑같이 때려주라고 하는 게 험한 세상에서 아이를 지키는 피치 못할 방법이 아니냐고 말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그것은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금기사항에 속한다. 1:1이 아닌 집단 폭력의 경우, 피해자가 잘못 맞섰다가는 더 심각한 폭력에 노출될 분 아니라 운 좋게 그 상황을 벗어났다고 해도 단 한 번의 주먹질 때문에 더 큰 폭력의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싸울 생각이 없다고 단호하게 의사표현을 하거나, 신고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위기상황을 피하는 지혜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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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학생을 괴롭혔던 이야기를 하면서, 상민이는 부끄러운 잘못을 어렵게 고백한다기보다 재미있는 일을 회상하는 표정이었다. 조사과정에서도 몹시 귀찮아했고, 어른들의 반응을 보니 자신이 몹시 잘못했다는 점은 알겠지만 미안하다는 생각, 한편으론 처벌이 과하다는 억울함도 없지 않았다는 아이. 그런데 이런 상민이가 선뜻 우리의 학교폭력 회복 프로젝트에 참가하겠다고 신청서를 낸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부장 선생님은 여러 아이에게 이 제안을 했지만, 그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상민이 뿐이었다고 한다.

Page. 141
학교 이름을 소나기 학교라고 지어서일까. 단양으로 장소가 결정된 뒤, 신기하게도 우리가 학교에 찾아가는 날마다 비가 내렸다. 부부 건축가로 유명한 임형남, 노은주 씨와 함께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두 분을 만나게 된 것은 전국의 폐교를 돌아다니며 느낀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중략) 우리나라 학교들은 그 공간 자체가 갖는 매력이 부족하다. 차갑고, 획일적이며 폐쇄적인 느낌이 들 때가 많고, 오래된 학교일수록 계획성 없는 증축으로 미로의 공간을 만들어 아이들로부터 쾌적함과 안전함마저 빼앗아버리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전국 어딘가에 보석처럼 숨어있는 ‘완벽한 폐교’를 찾아낸다면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것이다.

Page. 209
소나기 학교에 온 아이들의 공통점은 낮은 자존감과 높은 우울감이었다. 자존감과 우울감은 마치 진자운동의 두 추와 같아서 자존감이 낮아지면 그로 인해 우울감이 높아지고, 그 우울감이 다시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는 식으로 상호작용을 일으켜 설상가상의 상황을 만든다. 이렇게 우울감이 높은 아이들을 한 교실에 모아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교실 전체가 조용하고 침울해서 선생님마저 기운이 빠지는 무기력한 교실 분위기를 상상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우리도 비슷한 걱정을 했었다. 특히 우울감이 높은 몇몇 아이들은 사전 취재 때도 몹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거나 얘기를 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14명 아이들이 한 교실에 모이니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Page. 271-272
실제로 이 학교에서 우리는 왕따를 당했거나 왕따를 시켜본 경험이 있다는 아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왕따라고는 하지만, 누군가 그 아이를 대놓고 괴롭히지는 않는다. 다만, 반 전체가 한 아이를 철저히 없는 사람처럼 대하는 것이 이 학교의 분위기였다. 선생님이 왕따가 아니라 은따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때리거나 셔틀을 시키거나 구체적인 행동으로 괴롭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은따를 당하는 아이는 대부분 선생님께 이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선생님 눈에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면 관련된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상담하곤 하는데, 아이들 반응이 참 난감하다는 것이다.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은 나름대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하고 왕따를 당하는 아이도 굳이 다른 친구들과 억지로 놀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것이다. 어렵게 화해를 시켜도 아이들은 여전히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 발견하기도, 해결하기도 가장 어렵다는 은밀한 따돌림. 전학을 온 아이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름의 생존법을 터득해야만 한다.

볼까말까 이 책!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감상은 어떨까요? SNS상 독자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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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리 님 : 이 책은 그동안 힘들게 외면해왔던 학교폭력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어른들의 사랑과 관심이 아이들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깨닫는 시간을 선사한다. 또한, 인성교육이 올바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소득불평등을 낮출 수 있는 정책을 펴고 있는지, 사회 정의는 똑바로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해 부모들이 감사하고 연대해나갈 때 학교폭력을 막고 나아가 우리 아이들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음을 강조한다.
  • 방송작가 정다운 님 : SBS <학교의 눈물>에서 학교폭력 가해자를 만나는 부장판사님 말씀 중 와 닿는 한 마디. 아이들이 어른들의 세계, ‘서열, 세력, 권력’을 따라 한다는 말씀. 결국, 위태로운 대한민국학교는 어른들이 남긴 유산이었네요. 아이들이 바뀌길 바란다면 어른들이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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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j**02 님 : 지금 대한민국 청소년 아이들의 행복도가 OECD 국가 중 꼴찌다. 과연 우리는 아이들이 어떻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금 아이들을 키우고 있을까? 아이들은 더 놀고 싶은데,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늘 짜증내고,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부모의 이해가 아이의 공감력을 만든다. 아이를 키우는 우리는 절대로 아이를 포기해서는 안 되는데, 그렇게 만든 건 우리의 잘못인데 그 잘못은 보지 못하고 최악의 상황이 되면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또다시 상처를 받는다. (중략) 우리들은 우리의 부모님들을 보고 배웠다. 그리고 그 배운 방법으로 또 우리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또 그 아이들은 결혼해서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대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문제다. 잘못된 방법으로 키우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자신이 배운 그대로 가르치게 되니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우리가 변화해야 한다. 가정이 학교가 사회가. 그리고 그 아이들이 자신들의 아픔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사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aaaaaaaaa 님 : 언제부터 학교가 걱정의 대상이 되었을까.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학교폭력이라고 따돌림이라고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정도가 심해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터넷의 영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건이 하나 일어나면 인터넷 뉴스로 쉽게 접할 수 있고, 또 다른 이유에서는 인터넷 발달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개인화되면서 그 영향이 학교에까지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든다. (중략) 아이들에게 무조건 이래야 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 할 게 아니라 지금의 어른들도 변해야 하고, 어른들이 먼저 변하고 아이들을 바라봐야 아이들이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학교, 교실 안의 문제는 결국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도 가정도 함께 힘을 합쳐서 해결해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도 설명하면서 교육을 그저 학교에만 맡겨 놓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함께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해결책을 마련하고 상생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일. 아이들이 크면 어른이 된다. 성장시기의 상처는 오래도록 가슴에 남고, 어른이 되어서도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학교도, 가정도, 사회도 모두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우리도 교육정책이 성공해서 외국 학교에서 성공 사례로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 backang내 자신도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이다. 1,000여 명 가까운 학생들이 있다. 정말 똑같은 학생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다양한 모습의 학생이다. 그러다 보니 모든 학생들을 일률적으로 바라보면서 지도하는 데는 확실한 한계가 있다. 모든 학생들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사전에 정확한 학생들에 대한 진실을 대화를 통해서 습득하면서 관찰을 해야만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수업과 업무라는 임무를 함께 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학생들과 대화하고 할 시간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초등학교와 달리 각 교과마다 다른 선생님에 의해 지도를 받기 때문에 하루 종일 관심 있게 지켜본다는 것도 힘이 드는 일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겉모습만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런 시점에서 이 책은 SBS 스페셜 〈학교의 눈물〉방송을 위해 진행되는 과정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아이들의 솔직한 모습을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학교폭력은 절대 학생 일방적으로 될 수가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 가장 먼저 부모와의 관계 강화는 물론이고 학교에서는 선생님들과의 새로운 관계설정, 사회에서도 끊임없는 관심 표명 등의 삼위일체의 노력을 통해서 하루빨리 해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결국 서로의 관심 속에서 마음을 솔직히 확 터놓고 생활하도록 하면서 <학교의 눈물>이 아니라 <학교의 웃음>으로 확 변했으면 한다.

오늘 소개한 이 책과 같이 보면 좋은 책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같은 듯 다른 이 책, 볼까 말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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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함께 떠올랐던 책은 지금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입니다. 저는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는데, 제가 이 책을 읽은 지 벌써 10여 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아요. 우연히 접하게 된 책이었는데,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읽었던지! 스토리 자체로도 너무 재미있는 소설이었고, 또 주인공 파이를 통해 배운 점도 많았던 책이었어요. 성장소설이라고 하지만 더 포괄적으로 우리 인생을 담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의 주요 관점은 ‘관계’입니다. 사람과 동물과의 관계, 신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등. 소년인 파이는 이 관계 속에서 좌절하고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현명한 방법들을 찾아 나가는 걸 볼 수 있는데요. ‘학교 폭력’ 역시 관계의 문제이기도 하잖아요. 그 점에서 저는 이 책이 떠올랐고, 피해를 준 학생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사람과 동물과의 진한 우정으로 친구들과의 우정에 대한 생각들을 다시 한번 심어주고 싶고, 피해를 받은 학생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용기를 얻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요즘 청소년들을 보면 상당히 삭막하고 냉정한 생각을 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특히, 학교 폭력 방법이 다양해지는 상황을 보면서 아이들이 언제 이렇게 잔인해졌을까 싶기도 하고요. 책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학교 폭력이 심각해지는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와 사회의 노력이 절실한 것 같습니다.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처음부터 나쁜 아이들은 없잖아요.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보면 분명히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그냥 나쁜 아이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부터도 그동안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너무 무관심했던 건 아닌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지부터 찾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box type=”info”]본 게재본은 원문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가로수길서점 블로그의 원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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