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 거부, 거부, 거부.
-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어제 윤석열(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법안 4건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국회가 폐회하면서 재의결 없이 자동 폐기됐다.
-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과 민주유공자법, 지속 가능한 한우 산업 지원법, 농어업 회의소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런 말을 했다. “일방적인 국회 운영에 대한 항의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내용상으로도 받을 수가 없는 법안이었다.”
- 박찬대(민주당 원내 대표)가 “계속되는 거부권 행사는 정권의 몰락만 앞당길 뿐”이라고 경고했다.
- 세월호 피해자 지원법은 받아들였다.
22대 국회 첫날 1호 법안은 채 상병 특검법.
- 내용을 일부 보완했는데 조국혁신당에 특검 추천권을 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종섭(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과 출국 금지 해제 등의 의혹도 특검 수사 대상이다.
- 빠르면 7월에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이종섭 통화기록, 탄핵 태블릿 될까.
- 임기훈(당시 대통령실 비서관)과 박진희(당시 국방부 보좌관) 사이에 25차례 통화 기록이 확인됐다. 윤석열의 ‘격노’와 수사 자료 회수 즈음해서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핫라인’이 가동됐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 한겨레는 윤석열-임기훈-이종섭-박진희-김계환(해병대 사령관) 순으로 윤석열의 의중이 전달됐을 거라고 분석했다.
- 항명 혐의로 재판을 받는 박정훈(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들의 통화 뒤에 김계환에게 VIP가 격노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 정청래(민주당 최고위원)가 “윤석열을 피의자로 전환해서 직접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국정 농단 사건 때 태블릿 PC가 스모킹건이었다면 윤석열-이종섭의 부적절한 대화도 스모킹건이자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한 변호사는 “윤석열이 수사 기록의 이첩 보류와 회수를 지시했다면 군사법원법에 규정된 권한 행사를 막은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공수처의 고민.
- 공직자고위범죄수사처가 윤석열을 직접 수사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 한국일보는 “대통령에게는 포괄적 지휘 권한이 보장됐지만 박정훈에게 독립된 수사 권한이 있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권이 없는 사안에 대한 조치 의견 변경이 직권 남용인지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박근혜 국정 농단 사건 때 검찰이 박근혜를 피의자로 입건하긴 했지만 실제 소환 조사는 탄핵 이후였다.
군 사망 사고의 구멍.
- 며칠 전 육군 얼차려 사망 사건도 있었다. 군은 중대장 등이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 군 사망 사건은 군사법원 관할이 아니다. 곧바로 경찰로 넘겨야 하는데 채 상병 사건에서 보듯 군에서 먼저 수사적 판단을 하고 이첩하는 과정에서 군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는 게 문제다. 채 상병 사건은 대통령실 개입이 논란이 되는 상황이다.
- 한국일보는 “경찰이 초동 수사에 접근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 도규엽(상지대 교수)은 “범죄 혐의가 인지되는 즉시 군과 민간 경찰이 합동으로 초동수사를 하거나 이첩을 독촉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쟁점과 현안.
김건희 수사 검사들 모두 남았다.
- 어제 검찰 인사 결과다. 디올 백 사건과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이 일단 자리를 지켰다. 법무부는 “주요 현안 사건 담당 부서장들을 유임시켜 업무 연속성이 유지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 이재명 수사 검사들은 일부 자리 이동이 있었다.
- 한겨레가 만난 한 검찰 간부는 “구색이라도 맞추기 위해 유임시킨 것”이라며 “부장까지 교체했다면 김건희 방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에서 넘어온 ‘오물 풍선’.
- 260개 정도가 넘어왔다. 거름과 신발 조각, 폐건전지 등의 쓰레기가 가득 들었는데 일부는 경남 거창군까지 날아갔다. 김여정(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내고 “표현의 자유 보장을 부르짖는 자유민주주의 귀신들에게 보내는 진정어린 성의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런 사태가 일어나게 된 근본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 10일 대북 전단 30만 장과 USB 2000개 등을 담은 애드벌룬 20개를 북한으로 날려 보낸 걸 두고 하는 말이다.
- 한겨레는 “나는 괜찮고 너만 문제라는 자세로 긴장 완화가 이뤄질 리 없다”면서 “남북은 상대를 자극하는 전단과 오물 살포를 자제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깊게 읽기.
지난해보다 더 적다.
- 올해 2월 한국에서 태어난 아기는 1만9362명이다. 3월도 1만9669명에 그쳤다.
- 1분기가 그나마 출생률이 가장 높은 편인데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연간 합계 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은 솔로 지옥.
- 출생률 못지 않게 심각한 것은 성비 불균형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여성 1명당 남성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이다. 20대와 30대 성비가 각각 1.33과 1.17에 이른다.
- 20대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곳은 서울밖에 없다. 전남 신안군은 20대 성비가 1.56에 이른다. 여성 100명에 남성이 156명이나 된다는 이야기다.
- 직업군의 차이도 여성의 지역 이탈의 원인이다. 남성은 제조업, 여성은 서비스직 취업 비중이 높은데 서비스직은 수도권에 몰려 있고 제조업은 비수도권에 많다. 지난해 제조업 노동자 452만 명 가운데 남성이 326만 명에 이른다. 지난해 서울로 전입한 20대 여성이 18만 명인데 남성은 16만 명이었다.
- 더컨버세이션은 “한국에서 1980~2010년에 태어난 남성 80만 명이 결혼 상대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르게 읽기.
충주 사과 미국에서 반값에 팔리는 이유.
- 충주시 홍보 담당자인 충주씨(김선태 주무관)가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했다. 박근혜(전 대통령)의 사과를 패러디한 말이다.
- 미국의 한 마트에서 충주 사과가 1.29달러에 팔린다는 사진이 소셜 미디어에 돌았다. 한국 쿠팡에서는 같은 상품이 2kg 한 상자에 2만9000원, 개당 가격은 3200원꼴이다.
- 충주시에 따르면 미국 수출용 사과는 2011년부터 계약 재배를 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수출 가격이 결정됐기 때문에 올해 가격이 올랐다고 높여 받을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아야 한다.
- 북한 핵 이야기다. 5년 전 문재인(당시 대통령)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단계적 비핵화에 합의했다. 서의동(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적어도 이 시기의 김정은과 북미 협상 결렬 이후의 김정은은 구분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도 이때는 진정성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 임기 말 바이든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간 단계(interim steps)’는 5년 전 문재인 정부가 구상했던 단계적 비핵화와 기본 구조가 같다.
- 물론 5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도 악화했고 설령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북한은 훨씬 더 큰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서의동은 “생존에는 핵으로 족하겠지만 번영을 위해서는 외교를 할 수밖에 없는 북한이 다시 대담한 선택을 할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정작 문제는 대북 외교의 ‘의도도 능력도’ 지금 정부에선 보이지 않는다는 점 아닌가.”
오늘의 TMI.
삼성전자 노조 첫 파업 선언.
- 어제 파업을 선언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조합원이 2만8400명에 이른다. 전체 직원의 23% 수준이다.
- 임금 6.5% 인상을 요구했는데 회사는 5.1%를 제안해서 결렬됐다. 임금도 임금이지만 성과급 기준이 투명하지 않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 실적 악화로 DS 부문 직원들은 성과급이 0원이었다. 노조는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이 아니라 영업이익 기준으로 성과급 지급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삼성전자 직원들 평균 연봉은 2022년 1억3500만 원에서 지난해 1억2000만 원으로 줄었다.
하수처리장 데이터로 만든 마약 지도.
- 필로폰은 인천과 시화, 코카인은 서울과 세종.
-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다. 잔류 마약류 검출량으로 추산했더니 5만2000명이 날마다 필로폰을 투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수 처리장 34곳에서 한 곳도 빠짐없이 필로폰이 검출됐다.
-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강수량과 유동 인구 등을 따져서 트렌드를 보여주는 것일 뿐 특정 지역이 우범지역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해법과 대안.
월 60만 원 효과? 강진군 출생아 80% 늘었다.
- 올해 들어 3월까지 출생아 수가 52명이다. 지난해는 29명이었다.
- 강진군은 2022년부터 6개월 이상 주소를 둔 주민이 아이를 출산하면 7세까지 달마다 6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다. 합계 5040만 원이다.
- 육아 수당을 받는 265명 가운데 200명은 원래 강진에 살고 있었지만 65명은 육아 수당 도입 이후 전입했다.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3년 넘은 감기, 미국 물가.
- 오건영(신한은행 WM본부 팀장)은 미국 소비자 물가 지수가 3년 넘게 2%를 크게 웃도는 걸 두고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는 경제 주체들의 마음속에 인플레이션이 자연스레 자리 잡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되돌리는 것도 어렵지만, 언제든지 인플레이션이 재차 튀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 감기가 오래되면 고질병이 되고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인플레이션이 고착하면 경기 부양 효과도 떨어진다.
윤석열과 한동훈의 원샷 게임.
- 윤석열이 이재명보다 한동훈을 더 싫어할 것이라는 말이 돈다. 점심 한 끼 같이 못하는 사이가 됐다.
- 허진(중앙일보 기자)은 두 사람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본다. 한동훈(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대표에 출마하면 최악의 갈등 국면으로 치달을 거라는 이야기다. 먼저 배신을 해야 내가 산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 12년 전 이명박(당시 대통령)과 박근혜(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죄수의 딜레마를 극복했다. 원샷 게임을 앞둔 윤석열과 한동훈 사이에도 그런 합의가 가능할까.
시간은 국민의힘 편이 아니다.
- “국민의힘은 무능과 무기력, 무사명감의 3무에 빠져 있다.”
- 이상렬(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연금 개혁이 늦어지는 책임의 상당 부분은 국민의힘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모수개혁과 함께 구조개혁이 같이 가야 한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원론적으로 맞다. 이상렬은 “지금 국민의힘은 응급 환자의 수술을 미루면서 건강검진부터 하자는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비친다”고 지적했다.
- “그동안 국민의힘은 구조개혁과 관련해 어떤 노력을 했나. 어떤 안을 구상했고 어떤 설명을 했나. 국민의힘이 여기에 답할 수 있어야 연금 개혁의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는다. (중략) 혹여라도 연금 개혁이 ‘이재명의 개혁’으로 각인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면 더욱 집권당 자격이 없다.“
식물 정권의 세 가지 무기.
- 역대급 여소야대 정부지만 행정부의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윤석열이 국민의힘 초선 당선자들을 모아놓고 “정부 여당으로서 권한이 있으니 소수라고 기죽지 말라”고 말한 것도 이런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유재동(동아일보 경제부장)이 세 가지를 꼽았다.
- 첫째,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 둘째, 국회가 안 움직이면 시행령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다.
- 셋째, 국회가 밀어붙이면 거부권으로 튕길 수 있다.
- 유재동은 “앞으로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은 법을 바꾸지 않고도 구현할 수 있는 ‘잔잔바리’ 대책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삼권 분립이 아닌 삼권 대립과 삼권 충돌의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이념 색채를 줄이고 야당을 설득하면서 실사구시로 가야 한다. “그런데 총선 이후 정부 여당이 그런 쇄신의 태도를 보여준 게 있었나. (중략) 까딱하다가 윤석열 정부 후반부는 정말 레임덕(lame duck)을 넘어 데드덕(dead duck·심각한 권력 공백)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피드백.
- 오늘은 매우 중요한 독자 의견이 두 가지 있습니다. 오늘은 소개만 하고 둘 다 따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 “슬로우레터를 매우매우 잘 읽고 있는 독자입니다. 그런데 5월29일 슬로우레터에서 ‘민생 법안 날렸다’라는 제목 아래 ‘인공지능 기본법과 K칩스법도 본회의 문턱을 밟지 못했다’고 쓴 건 매우 유감입니다. 슬로우뉴스조차 인공지능 기본법을 둘러싼 맥락을 살피지 않은 채 여느 언론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통과되었어야 할 민생법안으로 분류하는 듯하니 말입니다. 언론에서 인공지능 기본법이 과연 통과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검토나, 최소한 이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 대한 전달도 없이 인공지능 기본법을 마치 민생법안인 것처럼 통과를 촉구하는 것이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슬로우뉴스라면 이러한 언론의 문제를 다뤘어야 하지 않을까요?”
- “안녕하세요? 매일 아침 출근길을 슬로우레터와 함께하는 언론인 지망생입니다. 늘 탁월한 통찰을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슬로우리포트로 다뤄주셨으면 하는 주제가 있어 의견 남깁니다. 슬로우레터는 제목에서부터 조선일보 또는 조중동을 직접 언급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슬로우뉴스가 이들 매체의 논조에 이토록 큰 관심을 갖는 이유가 궁금힙니다. 한국 언론과 사회에서 조선일보와 조중동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이들의 논조(또는 그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들의 전망은 어떠한지 짚어주셨으면 합니다. 기존에 이런 내용을 다룬 콘텐츠가 없는 건 아니지만, 슬로우뉴스는 뭔가 다를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제안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