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2023년 12월 1일 (금).
“민심에 눈높이에 못 미친 대통령실 재편.”
- “17개월 동안 청문보고서 없이 20명 가까운 장관급 임명을 강행할 만큼 부실한 인사 검증과 수직화된 당정 관계, 전혀 존재감 없던 정무 기능 등 일일이 꼽기도 버거울 정도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수장으로 책임이 적지 않은 김대기 비서실장이 유임됐으니 쇄신의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중앙일보의 평가다. 윤석열(대통령)에게 가장 아쉬운 것이 인사라고 했다.
- “대통령실은 서울대 나온 50대 남성 검찰·경제 관료(서오남)나 이명박 정부 출신이 다수로, 대통령이 ‘예스맨’들에게 포위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번 개편 역시 “모두 수직적 명령 문화에 익숙한 관료 출신으로 채웠다”는 평가다. “같은 사고방식의 ‘내 편’만 쓸 게 아니라 반대 진영에 있었더라도 합리적 인재라면 기용하는 유연성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 한동훈(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김홍일(국민권익위원장)을 검증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이재명의 분신이라던 김용의 유죄 선고.
- 대장동 의혹과 관련된 첫 재판 결과다. 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6억 원과 뇌물 7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 법원은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진술을 대부분 인정했다. 유동규는 김용이 이재명(민주당 대표) 대선 경선 자금으로 428억 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 이재명이 “내 분신”이라고도 했고 “이 정도는 돼야 측근”이라고 할 정도로 이재명과 가까웠던 사람이다.
- 조선일보는 “이제 관심은 이재명이 경선 자금 수수를 몰랐느냐에 쏠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단 한 푼도 안 받았다”고 단언했던 이재명의 논리가 깨졌다고 평가했다.
- 이재명은 “아직 재판이 끝난 게 아니니 좀 더 지켜보도록 하겠다”고만 밝혔다.
이동관 탄핵 밀어붙인다.
- 민주당이 이동관(방통위원장) 탄핵을 강행하기로 했다. 8월28일에 취임했으니 석 달을 조금 넘겼다.
- 탄핵안이 의결되면 YTN 민영화 등 논의도 전면 중단된다. 5명 체제의 방통위는 그동안 2명으로 파행 운영돼 왔다. 최소 의결 정족수가 2명인데 이동관이 사라지면 사실상 모든 업무가 중단된다.
- 한편 윤석열(대통령)은 오늘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9일 국회를 통과해서 거부권 행사 시한이 내일(12월2일)이다.
인요한의 좌절.
- 친윤과 중진의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나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 달라”고 제안한 것도 논란이 됐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은 단칼에 거절했다. 공관위원장은 선거 국면에서 당 대표보다 더 권한이 막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자리다. 김기현은 “그동안 혁신위가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목표로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인요한(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김기현을 끌어안고 사라지는 논개 작전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혁신위 관계자는 “혁신안을 받지 않으면 지도부든 혁신위든 결국 모두 망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 조선일보는 혁신위의 좌절을 두고 김기현과 친윤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말로는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면서, 공천권을 쥐고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한겨레는 “애초 혁신위 스스로가 국정 기조 변화와 대통령에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당정 관계 정립이라는 본질적 과제에 눈감은 채 변죽만 울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나.”
- 이낙연(전 민주당 대표)이 나섰다. “당장 일주일에 몇 번씩 법원에 가는데 이런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며 “당에서 중지를 모아 (당 대표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낙연의 결단이 멀지 않았다는 관측도 있지만 연합뉴스는 “신당론을 부인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당내 입지를 키우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자 ‘비명계 공천 학살을 말라’는 경고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 만약 민주당이 병립형으로 선거법 개편에 합의한다면 창당이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빚 많은 사람과 저소득층 굉장히 어려울 것.”
- 이창용(한국은행 총재)의 말인데 남 이야기처럼 들린다. 한국은행이 내년 성장률을 2.2%에서 2.1%로 낮췄다. 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4%에서 2.6%로 올려 잡았다.
- 미국은 내년 상반기에 한 차례 더 금리를 낮출 거라는 전망이 있는데 한은은 고금리를 ‘충분히 장기간’ 더 가져간다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6개월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섣불리 부양을 하다 보면 오히려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높은 금리와 높은 물가, 낮은 성장률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라 내년에도 취약 계층은 더 어려워질 거라는 경고다. “성장률이 낮아서 부양하고 금리도 낮추고 하는 게 바람직하냐 하면 제 대답은 아니다”라고 했다. “어려운 계층은 재정정책을 통해 도와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르게 읽기.
포퓰리즘으로 가는 횡재세 논의.
- 윤석열이 이런 말을 했다.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고 있다.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 “은행은 악당이 아니다.” 최한수(경북대 교수)는 “은행의 높은 수익이 독과점 때문이라면 시장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정공법”이지만 “정책 변화에 따른 요행의 결과(말 그대로 ‘횡재’)라면 법을 통해 그 초과이윤을 환수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 최한수는 “정치의 역할이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정 집단에 낙인을 찍어 ‘그들’과 ‘우리’를 나눈 뒤 그 적대적 감정을 동력으로 삼는 정치를 포퓰리즘이라 부른다. 문재인 정부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던 현 정부가, 공매도 금지에 이어 금융 쪽에서 또 다른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하려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인다.”
-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횡재세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과세 대상인 초과 이윤의 근거가 취약하고, 둘째, 횡재세를 항구화했다. 최한수는 “횡재세가 항구화될 경우 은행들은 이를 줄이기 위해 왜곡된 행동을 할 것이고 이는 또 다른 비효율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엑스포 여기서 멈춘 게 다행이다?
- 고현곤(중앙일보 편집인)이 정신 승리 같은 칼럼을 썼다.
- 2025년 오사카 엑스포를 앞둔 일본에서는 필요 없다는 응답이 68%나 됐다. 처음 유치했을 때만 해도 경제 효과가 2조 엔이 넘는다며 축제 분위기였지만 애초에 국가 대항전 성격의 오프라인 행사의 매력이 크게 줄었다. 불참하겠다는 나라가 늘었고 행사장 건설비는 두 배로 뛰었다. 경제 효과는 불투명한데 늘어난 비용을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 “정부가 엑스포 유치에 공들일 시간에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이나 저출산 문제에 매진했으면 지금쯤 뭐라도 진전이 있지 않았을까. 엑스포를 유치하지 않고, 여기서 멈춘 게 어쩌면 다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오늘의 TMI.
“의사요? 돈을 많이 벌잖아요.”
- 초등학생들에게 의사가 되고 싶은 이유를 물었더니 2018년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서”와 “내가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란 답변이 많았는데 지난해에는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란 답변이 가장 많았다.
- 의사를 선택한 학생 가운데 초등학생은 30%, 중학생은 29%가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답변했다.
전두환은 아직 연희동에 있다.
- 2021년에 죽었는데 아직 안장 지역을 찾지 못했다.
- 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받았기 때문에 국립묘지는 갈 수 없고 회고록에서 “북녘땅이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통일의 날을 맞고 싶다”고 해서 파주의 사유지에 안장할 계획이었는데 이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 안장 예정지 주변에는 ‘학살범 전두환 여기 오지 마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해법과 대안.
전직 경찰들에 학폭 조사 맡긴다?
- 경미한 학교폭력 사건(2주 이내 치료 진단,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된 경우 등)은 학교장이 자체 해결할 수 있는데, 이 조건을 벗어나는 경우 전직 수사관들에게 조사를 맡겨서 교사들 부담을 덜어주자는 아이디어다.
- 학교폭력 업무는 교사들 사이에서 기피 1순위 업무다.
- 두 가지 우려가 있다. 첫째, 전직 수사관이 학교폭력 사안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까. 둘째, 화해와 치유, 선도 선도 같은 교육적 해결이 약화하지 않을까. 교육부는 이들을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생활교육 전담 교사를 신설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7시 출발하면 113만 원, 9시는 65만 원.
- 동아일보가 분석한 출퇴근 체감 비용이다.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과 혼잡도로 인한 불편을 금액으로 환산한 것이다. 출근 시간을 2시간 늦췄더니 체감 비용이 연 576만 원 줄었다.
- 아침 7시30분에 경기도 김포시에서 서울 언주역으로 1시간30분 걸려 출근하는 경우 교통비 외에 월 113만 원의 체감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독립문역에서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경우는 체감 비용이 11만 원이었다. 출근 시간을 1시간 늦추면 체감 비용이 연간 156만 원 줄어든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낮은 출산율보다 무서운 건 백약이 무효라는 체념.
- 결혼식장과 어린이집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OECD는 노동인구 부족으로 7년 뒤인 2030년 한국의 잠재 성장률이 0%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동아일보는 “세계에서 제일 먼저 인구 감소로 소멸하는 나라가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적 자살’이란 말이 나오는 낮은 출산율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벌거벗은 임금님이 돼 가는 신호.
- “권력을 더 많이 갖게 될수록 누가 자기에게 거짓말을 하고 참말을 하는지 알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말이다.
- 이충재(’이충재의 인사이트’ 운영자)은 엑스포 실패 이후 윤석열의 사과 담화를 보고 “한두 표도 아니고 무려 90표 차가 난 투표 결과를 대통령이 몰랐다는 사실을 스스로 실토한 셈”이라며 “충격이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이 이럴진대 아무런 정보도 없는 국민은 앞날이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 이충재는 “안보와 외교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 군과 관련부처의 정보를 오염시키거나 왜곡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남북 긴장이 높아지는 국면에서 대통령의 그릇된 판단은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극장형 정치? 드라마가 산으로 간다.
- 김진우(경향신문 정치에디터)는 “‘하고 있는 느낌’만으로 달라지는 건 없다”고 지적했다. 인요한이 했던 게 바로 그 하고 있는 느낌이란 이야기다.
- 인요한이 이슈를 주도하는 동안 행정 전산망 먹통 사태가 있었고 국가정보원 권력 다툼이 있었다. 신임 합참의장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때 휴대폰으로 주식투자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빙 승부라던 엑스포는 참패로 끝났다.
- 인요한이 무대에서 내려오면 한동훈(법무부 장관)이 올라갈 차례일까. 김진우는 “서브 주연이 반짝 인기몰이를 할지 몰라도 드라마는 산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 “극장형 정치는 기존 정치구조를 뛰어넘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한다. 상황에 따라 태도를 바꾸고, 성의 있는 설명은 뒷전이다. 근본 문제 해결을 미뤄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그들은 왜 모를까.
- “자라오면서 ‘여자가 설친다’는 시선에 위축돼 온 평범한 여성들이 상처받는다는 사실을 왜 그들은 모를까. 아니, 이해하기 싫은 걸까.”
- 최강욱의 ‘설치는 암컷’ 발언과 관련해 이 자리에 함께 있었던 김용민과 민형배(민주당 의원)는 사과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사과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니 “보수 언론이 만든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사과는 어렵다”고 했다.
- 이우연(한겨레 기자)은 “그 낄낄거림으로 모욕받았다고 느끼는 수많은 여성에게, 지금이라도 사과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탈당과 분당.
- 이준석과 이낙연, 여야 모두 전직 당 대표가 분열의 중심에 있다.
- 박성민(정치컨설팅민 대표)은 “12월까지 김기현 체제가 유지된다면 이준석 탈당 가능성은 90%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민주당 역시 “이재명이 ‘통합 비대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원칙과 상식’ 등의 탈당 가능성은 하루에 1%포인트씩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 특히 이낙연의 탈당은 사실상 분당이다.
- “(나갈 테면 나가라는 듯) ‘거절할 수밖에 없는 제안’으로 시간만 끈다면 이들의 신당 창당은 불가피할 것이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중 누가 분열의 레일을 달리고 있는 열차를 멈춰 세울 것인가.”
“헌법의 이름으로 심판해야 한다.”
-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다. 탄핵안 의결도 국회의 권한이다.
- 김종철(연세대 교수)은 “둘 다 대통령과 국회의 재량권이라는 점에서 사법적으로 통제할 방법이 마땅찮다”면서 “결국 국민의 공론에 의한 정치적 심판만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 “누가 말 따로 행동 따로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오용하는지 낱낱이 기억했다가 기다리던 그날이 오면 국민들은 헌법의 이름으로 심판해야 한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