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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 애드버킷: 언론을 위한 변명 [특집]

슬로우뉴스 창간특집은 ‘속보와 특종’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기조 위에서 기획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선정한 테마를 좀더 입체적이고, 균형감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특집 안에 특집을 마련했습니다.‘데블스 애드버킷’(악마의 변호사)입니다. 다른 특집 기사들의 정반대 방향에서 주제를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이번 특집에선 특히 올드 미디어가 처해 있는 현실과 입장을 옹호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인터뷰로 구성된 ‘언론을 위한 변명’을 들어보시죠. (편집자)

인터뷰어/인터뷰이 소개

Q. 리승환 : 8년차 블로거, 4년차 직장인. 양서류 외모와 파충류 지성을 소유함. 돈과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 어느 것도 손에 넣지 못함. 결국 술담배로 자해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디지털 한량. 통칭 웹에서는 ‘리승환 수령’으로 불리고 있음. 블로그 현실창조공간을 운영 중.

A 필로스  : 신문 기자, IT벤처기업 임원, 웹에이전시 사장, 언론사 사업부장, 소셜미디어 PR 에이전시 이사 등 다양한 경력을 소유. 그가 떠난 후 회사가 항상 대성한다는 가진 것 없는 블루칩. 취미는 FM(게임), 특기는 마눌님께 게임한다고 구박받기. 블로그 PhiloMedia 운영 중.  

리 : 언론계 출신으로서 요즘 까이는 언론을 보면 마음이 아프겠습니다.
필 : 정치와 언론은 원래 마구 까도 됩니다. 까일 만한 짓을 많이 하잖아요. 다만 아무 생각없이 오로지 까기 위해 까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일종의 놀이로. 재미있으니까요. 하지만 진지하게 상황을 들여다보면 마냥 비난만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아요.

리 : 동네북 언론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군요.
필 : 까는 사람도 애정이 남아 있으니 까는 거 아닐까요? 정치나 언론이나 까일 만큼 까이지만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런 게 언론입니다.

리 : 언론은 모르겠고 우리나라에서 정치를 없애자는 국민투표하면 90% 찬성으로 가결될 겁니다.
필 : ……

국민들이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

리 : 아무튼 그래서 누가 문제입니까?
필 : 문제가 너무 많아서 누가 문제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리 : 그런 소리 듣자고 인터뷰하는 거 아닙니다.
필 : ……

리 : 그러면 언론의 역할 수행이 이전과 비교해서 지금 어떻다고 봅니까?
필 : 언론학자가 아니라 그런 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리 : 인터뷰할 마음은 있습니까?
필 : ……

리 : 아무튼 언론의 예전과 지금을 비교하자면?
필 : 예전이나 지금이나 제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 언론 또는 언론인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봅니다. 다만 뉴스라는 상품이 소비되는 구조의 변화, 다시 말해 포털 중심의 뉴스유통구조로 인해 언론사가 더 씹히기 쉽게 되어있다는 측면을 좀 봐야하지 않나 싶네요. 반면에 SNS가 활성화되면서 독자들이 뉴스 유통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 부분은 포털 중심의 유통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고… 복잡하네요.

리 : 그럼 오늘의 주제인 속보 이야기로 바로 넘어가죠. 요즘 들어서 속보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필 : 질문하신 속보라는 말은 빠른 보도, 특종 같은 뜻으로 이야기하는 거죠? 속보의 가치는 중요하죠. 뉴스는 news라는 스펠링에서 알 수 있듯, 새로운 게 뉴스니까 빨리 쓰는 게 당연히 중요하지 않나요? 속보, 빠른 보도가 필요하지 않다는 건 너무 한 쪽 면만 보는 것 같은데…

리 : 요즘 흔한 비판으로 ‘깊이가 사라지고 속보만 넘쳐난다’는 비판이 많지 않나요?
필 : 깊이 있는 기사 많습니다. 네이트 판에서 찌질이들이랑 놀다보니 모르는 듯…

네이트판은 집단지성의 산실입니다. 무시하지 마세요.

리 : ……
필 : 깊이냐, 빠르기냐 하는 문제는 언론사 내부에서도 늘 충돌하는 문제죠. 깊이와 빠르기 중에 뭐가 더 중요한지 결론 내리기는 쉽지 않고요. 하지만 언론사가 빠른 뉴스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언론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요? 누구보다 빨리, 아무도 몰랐던 사실을 알아내고 이를 국민들에 알리고자 하는 건 언론의 사명을 감당하는 중요한 축이죠.

리 : 무리한 속보경쟁이 숱한 오보들을 낳고 있습니다. 맞춤법 틀리는 건 애교고 팩트 자체가 틀린 기사들이 셀 수 없이 올라오지 않습니까?
필 : 물론 오보는 내면 안되고 당연히 욕먹어야죠. 그렇다고 해서 언론이 빨리 쓰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면 안됩니다. 학술논문 쓰는 것도 아니고… 상황 종료된 다음에 정확하게 써봤자 무슨 소용이에요. 언론이 하는 역할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신속하게 의제를 던지고 여론을 수렴하고 뭐 그런 거 아닌가요? 한편으로는 인터넷 시대에 와서 속보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도 더 많아지긴 했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오보가 수정되는 시간도 그만큼 더 빨라지는 긍정적인 면도 있잖아요.

리 : 오오, 역발상!!!
필 : 과거 종이신문 시절에는 대형오보가 터지더라도 그것이 수정되기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최소한 하루가 걸렸잖아요. 오보를 낸 신문이 수정하든, 다른 신문이 수정기사를 내보내든 말이죠. 하지만 이제는 거의 실시간으로 수정되는 시대예요. 매체수도 많아졌고 하다못해 독자들이 댓글에서 바로바로 수정해 주지 않습니까?

이런 오보는 순식간에 댓글과 SNS가 잠재운다

리 : 그러니까 바로바로 수정되는 시대니까 무조건 터뜨리고 봐도 상관없다?
필 : 자꾸 사람을 병신으로 몰아가는 찌라시 기자식 화법을 쓰는데(…), 아무튼 속보경쟁이 나쁜 건 아니라는 겁니다. 속보경쟁이 언론사를 끌고 가는 중요한 에너지란 말이죠. 오히려 저는 요즘 들어 속보 내지는 특종에 대한 욕구가 언론사 내부에서도 떨어지고 있는 건 아닐지 걱정스럽던데요.

리 : 속보와 특종에 대한 욕구가 떨어진다?
필 : 아까도 얘기했지만 예전에는 특종을 하면 최소한 하루는 갔잖아요. 다음날 다른 신문이 받아쓰든 무시하든 최소한 하루 동안은 특종 매체로 폼 잡을 수 있었죠. 만약 다른 매체에서 금방 따라잡기 힘든 소스를 확보한 상태라면 상당기간 동안 의제를 선점할 수도 있었고요. 집에서 하나의 신문만 받아보는 일반 독자들은 별 신경 쓰지 않을지 몰라도 오피니언 리더, 업계 관계자 등 뉴스소비의 상층부에서는 특종이 신문브랜드 상승에 크게 기여를 하죠. 판매부수가 늘어나는 효과도 당연히 기대하게 되고요.

리 : 하지만 요즘은 뭐 하나 쓰면 30분 안에 타 신문사에서 베껴 쓰는 더러운 세상입니다.
필 : 속보, 특종 때려봐야 한 시간도 안 돼서 다 받아쓰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포털이 뉴스소비의 중심이 되면서부터는 독자들이 어디 특종인지 알지도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역으로 받아 쓴 곳이 포털뉴스의 톱으로 오르기도 하고. 특종했다고 포털에서 신문사에 돈 더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다보니 특종을 해도 예전만큼의 보람을 느끼기 힘든 모양이에요. 여전히 속보는 중요한데, 속보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죠.

리 : 속보에 대한 동기부여가 안된다고 말씀하셨지만 언론사가 트래픽에 목을 맨다고 욕먹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속보경쟁도 트래픽 때문 아닌가요?
필 : 단지 트래픽 때문에 속보경쟁을 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부인하기도 어려운 면은 있습니다.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들어간 언론사는 제목 낚시로 먹고 살고, 뉴스캐스트에서 빠진 언론사는 실시간 인기 검색어로 먹고 산다는 말이 있죠. 한국 인터넷 환경에서 네이버가 가진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아요. 사실 네이버에서 들어오는 트래픽이 없이는 회사 유지하기 힘든 인터넷 언론이 많아요.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 언론사가 그런 뉴스만 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알아줘야 하지 않을까 해요. 회사를 유지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지 그런 뉴스를 쓰기 위해 언론사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보상이 없으면 동기부여는 일어나지 않는다

리 : 언론사가 실시간 인기검색어만 쳐다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던데요.
필 : 그러니까 실시간 인기검색어 좀 그만 쳐다보세요. 배울만큼 배운 놈이 맨날 연예인 숨막히는 뒷태나 보고 하악거리고…

리 : 서울대에 하버드 나온 강용석도 트위터 순위 올랐다고 자랑하고 삽니다만…
필 : ……

트위터 순위 올라서 신난 국회의원님

리 : 아무튼…
필 : 아무튼 검색어에 맞춘 실시간 기사 발행은 신문사 내부에서도 매우 마이너한 일입니다. ‘인터넷 뉴스팀’같은 정체불명의, 인턴들이나 방송모니터요원을 채용해서 티비 내용 받아적기를 시키거나 포털 댓글, 트위터, 페이스북 돌아다니면서 화제거리를 모아다가 글을 쓰는 건데 트래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면이 있죠. 하지만 신문사가 본연의 일을 제쳐두고 이런 글만 쓴다면 무조건 욕먹을 짓이지만 사회부, 정치부 인원 줄여서 그렇게 하지는 않잖아요. 지금도 팩트를 수집하기 위해 현장을 돌아다니는 기자들이 언론사의 중심이죠.

리 : 그렇지만 사람들은 낚시, 찌라시에만 몰려들죠.
필 : 솔직히 말씀 드리면 언론사 사이트 관리자 페이지에서 클릭 수 올라오는 거 쳐다보고 있으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나름대로 뉴스가치가 크다고 생각하는 것을 메인페이지에 공들여 편집해서 올려도 봐주는 사람은 없고, 인기 검색어에 대응하려고 대충 만들어 올린 것은 조회수가 급등하는 것을 보면 기자도 편집자도 다 힘이 빠지죠.

리 : 이야기하다 보면 포털이 문제의 중심에서 계속 남아있는 것 같은데요. 포털 중심의 뉴스유통구조가 해체돼야만 문제가 해결될까요?
필 : 그게 해체하자고 해서 해체되는 것도 아니고… 다만 포털이 미디어로서의 책임을 분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뉴스생산조직인 언론사의 문제는 언론사가 해결해야겠지만 사실상의 뉴스유통플랫폼인 포털도 언론사에 준하는 사회적인 책임의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뉴스를 단지 콘텐츠 상품의 하나로만 취급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바른 언론 생태계를 구축할지 좀 더 고민해 주었으면 좋겠네요.

리 : SNS시대를 맞아 트위터가 뉴스보다 빠른 경우도 많아지고 있어서 SNS가 정보의 산실이 되고, 언론은 확인과 심층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도 많습니다만?
필 : 시민 저널리즘에서 SNS 저널리즘으로 나아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모든 시민이 기자고, 모든 사람이 편집자고 SNS 한 줄도 뉴스라는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트위터의 속도와 전파력은 무시할 수 없죠. 그렇다고 언론사는 확인과 심층으로 가야한다는 말도 언론사의 취재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같네요. 언론사가 못하는 것, 빠트린 것을 시민 저널리즘이 메꾸는 경우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메꾸는 거죠. 기본적이건 심층적이건 팩트 수집과 전달에 있어서 아직까지 기성 언론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SNS와 언론 모두가 중요하고, 그 가교가 필요하다

리 : 말씀하신 내용들은 일반론, 원칙론적인 면에서 무슨 뜻인지는 알겠습니다만 언론이 그만한 노력을 하는지는 솔직히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필 : 니가 있어 봐! 이 색히야! (울컥)

리 : 죄송… 아무튼 앞서 질문과 함께, 앞으로 언론사의 비전은 어떻게 보십니까? 
필 : 지금같은 구조에서 언론사의 전망은 밝지 않은 게 사실이죠. 하지만 언론사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바깥에서 보면 언론사가 경쟁력도 없고 뻘짓만 하는 것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다들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정언론기업은 사라질 지 모르지만 새로운 언론사, 새로운 비전과 꿈을 가진 언론사는 계속 생겨나고 있지 않습니까? 돈 버는 것보다 글 쓰는 게 좋은 사람, 진실을 파헤치고 알리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계속 언론사에 들어오는 한 언론사도 계속 발전할 겁니다. (울먹울먹울먹)

리 : 코, 흥…
필 : ……

리 : 죄송합니다(…) 마무리로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 SNS까지 모두 현장에서 겪은 증인으로서, 마지막 한 마디…
필 : 국민 여러분, 신문사도 너무 까지 마세요. 알고 보면 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입니다. 불쌍한 사람들이고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고… 좀 더 좋은 언론과 기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리 : 아무튼 대충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인터뷰는 인터뷰어가 꼴리는대로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습니다.
필 : 신문사 입사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토익이 440이었죠?

리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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