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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일부 매체는 기업체나 홍보대행사가 보낸 보도자료를 그대로 ‘긁어서’ 기사로 내기도 하는데, 때로는 실수로 홍보담당자의 첨언이나 연락처가 기사에 딸려 들어가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합니다.”(엔디) 하지만 때로는 의미있는 보도자료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최근 서울대병원에서 들려온 소식은 함께 마음을 더해 축하해 마땅한 소식인 것 같습니다. (편집자)[/box]

 

서울대병원 파견·용역노동자 전원 11월 1일자로 정규직 전환하기로 합의
800여명 전원 서울대병원이 직접고용, 단체협약 적용 등 정규직 전환 합의

 

공공기관 파견·용역 노동자 정규직 전환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온 지 2년여 만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는 서울대병원 파견·용역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하여 ‘서울대병원이 2019년 11월 1일자로 직접 고용한다’, ‘전환 후 각종 수당 및 복리후생 등을 포함한 단체협약을 동일하게 적용한다’, ‘하청업체와 맺은 정년 협약을 인정한다’ 등의 내용으로 합의를 이루어냈다.

2018년 서울대병원 정규직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공동파업, 2019년 서울대병원 민들레분회의 4차에 걸친 8일간의 파업투쟁과 120일간의 천막투쟁을 통해 합의를 하게 된 것이다.

서울대병원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투쟁의 역사는 곧 비정규직 정규직전환의 역사였다. 외주화의 광풍이 몰아친 2007년도 이후 서울지역지부는 서울대병원을 안전한 병원으로 만들기 위해, 차별이 없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투쟁을 통해 이미 615명의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이루어 내었었다. 그리고 2017년에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서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병원을 만들기 위해 또 다시 투쟁의 깃발을 들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17대 서울대병원장이었던 서창석 병원장은 다른 국립대병원의 정규직화 마저도 막으면서 철저하게 자회사를 고집하였다. 서울대병원의 사회적 위상, 노동조합 조합원의 수가 많아지는 것에 대한 철저한 방어, 직접고용 할 경우 연간 100억 이상이 소요된다는 이상한 논리를 들이대면서 전 서창석 병원장은 서울대병원 800여명의 하청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함과 동시에 14개 국립대병원 5,000여명의 노동자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외면하였다.

이에 서울대병원 원하청 3,000여명 조합원들은 차별없는 병원, 환자와 노동자에게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2018년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원, 하청 공동파업을 진행하였다. 8일간의 파업 끝에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쟁취하진 못했지만, 병원의 일방적인 자회사 전환을 막는 소중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도 하였다.

서창석 병원장에 이어 18대 서울대병원장으로 취임한 김연수 병원장은 취임 초기, 노동조합과의 면담에서 서울대병원의 차별을 없애 국민으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약속하였다. 하지만 5월 31일 취임한 김연수 병원장은 취임 100일이 지나도 정규직화에 대해 진전된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으며 이에 노동조합은 8월 내 결정하라는 요구를 담아 투쟁의 수위를 높였다.

노동조합은 청와대 앞과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의 농성투쟁, 서울대병원 내 천막농성투쟁, 4차에 걸친 8일간의 파업투쟁을 통해 보다 가열찬 압박투쟁을 진행하였다. 노동조합의 투쟁은 8월 한달간 노·사 집중교섭을 이끌어내었으며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큰 전제아래 8월 30일 서울대병원 본원 강남센터 보라매병원 800여명 전원 직접고용 정규직화라는 합의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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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간의 투쟁의 결실로 마침내 파견· 용역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합의를 이루어 내었으나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남아있다. 이번 합의의 내용을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으면서도 시기를 정하지 못한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 국립대병원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함에도 민간위탁 사업장으로 편재되어 있는 식당 노동자들의 전환 문제 아직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병원을 만들기 위한 과정은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모든 국립대병원이 자회사 방식을 고집하며 직접고용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서울대병원 노·사가 자회사 방식이 아닌 직접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합의한 것은 매우 소중한 의미가 있다. 특히 청소 시설 주차 경비등 공공기관에서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직무를 저임금노동자로 낙인시키는 정부의 표준임금제를 무력화시키고 차별 없는 정규직화를 이뤄낸 것은 다른 공공기관에 큰 울림이 될 것이다.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의 파업투쟁으로 불편함이 있었음에도 함께 해주신 환자, 가족 여러분과 노동자, 시민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완벽하지 않고 한계도 있지만, 서울대병원의 고질병이었던 비정규직 문제를 뿌리 뽑는 계기가 될 수 있는 합의다.

노동조합은 이번 합의를 통해 국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2019. 9. 3.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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