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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사회, 누가 책임질 것인가

어느 날 문득 평생 살아온 삶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더 이상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감당을 할 수 있을까? 물론 인간의 유한한 삶에서 늙고 병약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노화의 과정에는 기억력 감퇴와 인지부조화 같은 증상도 어느 정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억력과 언어능력 등 인지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되어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는 ‘치매’는 개인과 가족에게 가장 피하고 싶은 두려움이자 크나큰 불행일 수밖에 없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이런 불행은 비단 몇몇 소수 사람들에게만 찾아오지 않는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고령화 추세가 가팔라지면서, 치매 환자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는 약 75만 명으로 추정되었고, 2024년에는 100만 명, 2039년에는 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치매’는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병이라는 걸 보여준다. 더욱이 아직 치매의 정확한 원인과 치료방법은 규명되지 않은 상황으로, 어느 누구도 치매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실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 결과에서도 스스로 치매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단 11%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사회에 가깝게 다가선 한국사회에서 치매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만 하는 중요한 과제다.

치매 멤브레인

스스로 치매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자신에게든 가족에게든 친구에게든, 가장 실현 가능성 높고, 가장 끔찍하며, 가장 피하고 싶은 공포, 치매.

치매를 응시하지 못하는 한국사회 

하지만 치매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매를 대하는 한국사회의 태도는 여전히 폐쇄적이다.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숨기려고만 하고, 타인의 시선을 상당히 의식한다. 치매를 노화의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바라보기보다는 치매 환자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에게까지 고통을 주는 ‘몹쓸 병’이라는 인식이 강한 탓이다. 치매가 흰머리나 주름처럼 정상적인 ‘노화’의 한 부분이고(29.9%),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질병이라는(29.5%) 생각은 소수에 불과했다.

아예 치매 문제를 외면하거나, 회피하려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성인남녀 10명 중 4명은 가족 중 누군가가 치매에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응답할 정도이다. 사실 그 동안에 드라마와 영화에서 치매를 다뤄온 방식만 봐도 우리사회가 치매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기보다는 비이성적이고, 자극적으로만 그리면서 문제의 본질을 회피해왔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많은 드라마에서 치매 노인은 난폭하거나, 떼만 쓰는 인물로 희화화되었으며, 가족간 갈등을 야기하는 골칫거리로만 그려져 왔다. 올해 초 호평을 받은 드라마 [눈이 부시게] (JTBC, 2019)처럼 치매 환자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과 가족들이 겪는 아픔과 혼란, 고통을 정면으로 다룬 사례는 매우 드물다. 드라마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치매 환자를 한 ‘인간’으로 대하고, 그들의 삶을 조명하는 드라마가 뒤늦게나마 등장한 것은 상당히 의미 있어 보인다.

치매 환자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섬세하게 묘사한 드라마 [눈이 부시게]

치매 환자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섬세하게 묘사한 드라마 [눈이 부시게]

치매, 그 상상하기도 싫은 두려움

우리사회가 치매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불안감과 두려움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치매 환자를 지켜보고, 간호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될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커 보였다. 자신과 가족들의 몸과 마음이 고달플 것 같고(75.7%), 내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할 것 같으며(72.5%),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을 것(72%)이라는 생각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또한, 환자에게 드는 비용 때문에 걱정이 많을 것 같다(72.2%)는 우려도 상당했다.

치매

신체적, 정신적 고통만큼이나 경제적 고통에 대한 걱정도 치매 문제에 두려움을 갖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걱정을 하는 만큼 치매는 한 가정을 무너뜨리게 만드는 무서운 질병(73.8%)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도 당연해 보인다. 10명 중 6명(57.8%)은 치매환자가 있을 경우 가족이 예전처럼 잘 지내지 못할 것 같다는 우려도 나타냈는데, 특히 여성과 중장년층이 치매가 가족 전체를 불행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많이 내비쳤다.

반면 나와 내 가족이 집에서 환자를 잘 보살필 수 있다는 자신감(12%)을 피력하는 사람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른 한편으로는 치매 환자의 삶이 존중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치매 진단을 받는 순간 한 인간으로서 더는 대우를 받지 못하게 되며(27.9%), 중증 치매환자의 삶은 가치가 별로 없다(24.9%)는 인식이 결코 적지 않았다. 치매 환자를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대상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치매사회, 이제 국가와 사회가 함께 준비할 때

이처럼 사회전반에 퍼져 있는 치매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결국 치매 문제가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치매와 관련한 정보와 이해가 부족하고, 치매 환자 부양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르는 만큼 국가적, 사회적 차원에서 치매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실제 10명 중 8명(79.3%)이 치매는 더 이상 개인의 질병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부분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국가적으로 치매 인구의 부양을 위해 힘쓸 필요가 있고(90.9%), 치매가 있더라도 숨기지 않고 안전하게 공존하고 치료할 수 있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90.2%)는 주장에도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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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치매 사회’로의 진입이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과연 우리 사회와 정부가 치매 문제에 대해 얼마나 체계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가령 치매 환자를 돌봐 줄 요양시설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전히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들 대다수는 자신이나 가족이 치매 진단을 받을 경우 치료를 맡길 기관으로 ‘요양병원’과 ‘사회복지기관’을 꼽는 것과는 달리 이를 받아들일 준비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향후 고령화와 저출산의 파고 속에 국내 치매 인구는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치매 노인 환자를 부양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과 여유는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국가 차원에서 치매 문제를 대비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매우 시급해 보인다. 더 나아가 치매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선입견과 편견을 바꾸고, 치매의 근원적인 예방과 치료 방법을 연구하는 노력도 국가에 요구되는 모습이다. 물론 개개인 역시 누구도 치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치매에 대한 지나친 편견과 공포를 버리는 대신 주변 치매 환자들에 대한 따듯한 관심과 이해를 가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치매사회가 임박했지만, 사람들은 치매를 아직도 두려워서 외면한다. 국가가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치매사회가 임박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치매가 두려워 그 진실을 외면한다. 이제 국가가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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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송으뜸
초대필자. 엠브레인 컨텐츠사업부 과장

매일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글을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만 사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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