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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와 저작권: 두 개의 질문, 세 개의 결론

포르노에도 저작권은 존재하는가?

질문은 단순하지만, 현실은 복잡하다.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이성애자 남성이 현실에서 소비하는 ‘동영상 컨텐츠’가 있다. 그 동영상 컨텐츠의 저작권은 당연히 인정해야 옳지 않겠나. 그건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그 동영상 컨텐츠가 포르노그래피라면? ‘AV’로 불리는 일본의 ‘어덜트 비디오’라면? 우리나라 형법에서 금지하는 ‘음란물’이라면?

질문을 좀 바꾸자.

포르노에도 저작권은 존재해야 하는가?

첫 번째 질문이 단순한 ‘사실 확인’의 문제라면, 두 번째 질문은 ‘당위’에 관한 토론 주제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첫 번째 문제는 법원의 유권해석(사법해석)을 확인하는 것으로 간단히 해소할 수 있는 문제라면, 두 번째 질문는 단순한 사실 확인을 넘어 사회적인 토론을 위한 공론의 소재로 이 문제를 바라보자는 제안이다.

이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눠서 ‘포르노의 저작권’ 문제를 살펴보자.

마리 앙트와네트를 묘사한 포르노그래피

마리 앙트와네트를 묘사한 포르노그래피. 포르노그래피는 프랑스 혁명 전야에서 민중의 분노를 대변하는 문화적 표현물이기도 했다.

첫 번째 질문 – 포르노에도 저작권은 존재하는가? 

첫 번째 질문은 간단한 ‘사실 확인’이다. 먼저 결론을 말하면, 우리나라 ‘법원’은 포르노그래피의 저작권을 인정한다. 포르노그래피의 저작권이 문제되었을 때 그 현실적인 판단 주체는 민사 법원이고, 최종적으론 대법원이다. 이미 1990년에 우리나라 대법원은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된 것이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이라 함은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면 되고 윤리성 여하는 문제되지 아니하므로 설사 그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 할 것이다.”

– 대법원  1990. 10. 23. 선고 90다카8845 판결 중에서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최근까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저작권법은 제2조 제1호에서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정의하는 한편, 제7조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로서 헌법·법률·조약·명령·조례 및 규칙(제1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시·공고·훈령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제2호), 법원의 판결·결정·명령 및 심판이나 행정심판절차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한 의결·결정 등(제3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것으로서 제1호 내지 제3호에 규정된 것의 편집물 또는 번역물(제4호),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제5호)를 열거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이란 위 열거된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에 속하지 아니하면서도 인간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것으로서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담고 있으면 족하고,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사상 또는 감정 자체의 윤리성 여하는 문제 되지 아니하므로, 설령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 “

–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도10872 판결

더불어 한국저작권위원회도 위 판결들을 저작권 안내 책자의 관련 항목에서 인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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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대한민국은 포르노의 저작권을 인정한다.

두 번째 질문 – 포르노에도 저작권을 인정해야 하는가 

두 번째 질문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순한 사실 확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언젠가는 도달해야 할 ‘당위’에 관한 토론에 가깝다.

최근 ‘오픈넷’은 “일본 포르노 제작을 장려하자는 서울고등법원 – ‘여성의 인권을 짓밟는 과정으로 제작된 일본 AV도 저작물이라니”라는 제목으로 작년(2017년) 말에 있었던 한 고등법원 판결2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이하 ‘오픈넷 성명서’). 그 일부를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서울고등법원은 저작물 요건을 크게 완화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본질적인 부분을 해하고 도저히 사회 일반에서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음란물”이 아닌 한, 저작물이 된다고 보았다. 저작물이 되지 못하는 음란물로는 “일방적인 강간행위를 그대로 담은 스너프 필름(snuff film)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촬영·편집한 포르노물”뿐이라는 것이 서울고등법원의 입장이다. 일본 AV는 대본에 따라 기획·촬영되었고 조명, 미술, 편집 작업을 거쳤으므로 저작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중략)

저작권법은 사회적 자원을 투입하여 보호할 가치가 있는 창작적 표현만 보호해야 하는데, 보호 요건이 지나치게 완화되면 무언이든 표현만 하면 보호되는, 그래서 문화의 발전이란 제도의 목적은 사라지고 표현물 보호라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오픈넷 성명서, 2018년 1월 4일 중에서)

우선 위에 인용한 오픈넷 성명서의 사실 확인 오류를 짚고 넘어가자. 오픈넷은 서울고등법원이 (기존의 판결과는 다르게!) 이번 판결에서 “저작물 요건”을 “크게 완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오픈넷이 문제 삼는 고등법원 판결은 1990년 대법원 판결의 논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1990년, 2015년 대법원 판결의 논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해야 옳다.

즉, 저작물의 요건으로서의 ‘윤리성’이라는 것은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저작물의 요건(조건)에 처음부터 존재한 적 없다.3 즉, ‘윤리적인 저작물만 저작권이 있다’는 취지의 규정은 법 규정으로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우리나라 법원은 90년 대법원 판결 이래로 “윤리성 여하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천명하고 있다. 앞서 거듭 인용한 것처럼.

따라서 오픈넷 성명서는 마치 기존에는 인정하지 않았던 포르노의 저작권을 이번 서울고등법원이 “저작물 요건을 크게 완하하여” 인정한 것처럼 주장하는데, 이는 앞서 상세하게 설명한 것처럼, 사실이 아니다.

더불어 오픈넷 성명서 내용과는 달리 일본에서도 AV는 저작권 보호대상(“영화와 같은 작업물”)이고, 대만도 (일본 AV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1999년의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2015년 5월 타이페이 지방법원은 ‘최소한의 창작성이 있으면 음란한 정보를 담고 있더라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소프트 포르노가 넘쳐나는 일본 잡지 가판대

소프트 포르노가 넘쳐나는 일본 잡지 가판대

사실 확인은 이쯤하자. 오픈넷 성명서가 주장하는 골자는 “저작권법은 사회적 자원을 투입하여 보호할 가치가 있는 창작적 표현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곧바로 심각한 딜레마에 빠진다. 다시 그 주장에 질문해보자. “보호할 가치 있는 창작적 표현”의 기준은 뭘까? 그건 누가 결정할 수 있을까? 그 기준이 있다고 해도 과연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주장은, 그 주장이 선한 취지로 생겨난 것을 의심하지 않지만, 위험한 주장이다. 그것은 마치 ‘착한 독재’ 혹은 ‘착한 검열’이라는 모순의 조어와 닮아 있다.

그렇다면, 독자는 이렇게 질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르노나 음란물에도 저작권을 인정한다면, 국가와 사회가 포르노나 음란물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자들을 보호하고, 그 산업을 용인하며, 또 장려하는 것 아닌가? 어떻게 포르노나 음란물을 보호하고, 장려할 수 있나?

이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다. 이 질문은 ‘사회적인 풍속과 윤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묻고 있다. 그런데 저작권법은 ‘사회적인 풍속과 윤리’를 지키라고 만들어진 법이 아니다.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저작권법 제1조) 한다. 사회 윤리를 지키기 위해, 혹은 건전한 풍속을 헤치는 사범들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전혀 아니라는 말이다.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건전한 풍속과 윤리를 위한 법 규정은 저작권법이 아니라 다양한 광의의 형법 규정들 속에 존재한다. 즉, 국가나 사회가 저작권법에 ‘윤리성’을 저작물의 요건으로 포섭하지 않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법(형법, 정보통신망법, 아청법 등)에 폭넓고 다양하게 규정된 ‘처벌 규정들’을 통해 음란물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자들을 처벌할 수 있다. 그리고 오픈넷을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들은 그런 처벌 제도들이 너무 과도하다고 비판해왔다.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오픈넷 성명서는 가볍지 않은 오류와 모순을 내포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 가지 결론

그래서 내가 도출한 결론은 이렇다.

하나. 포르노의 저작권은 저작권법에 의해 그리고 법원에 의해 인정된다. 이것은 해석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고, 현실이다.

둘. 포르노의 저작권은 인정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포르노의 저작물성에 ‘윤리성’을 그 조건으로 끌어오면, 검열과 윤리적 엄숙주의라는 더 커다란 억압과 어둠이 함께 오기 때문이다.

셋. 다만, 포르노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문제와 개별적인 포르노그래피들이 실제로 침해하는 다양한 법익을 보호하는 문제, 특히 사회적으로 건전한 풍속과 윤리를 지키기 위해 이를 단죄하는 문제는 포르노의 저작권 문제와는 완전히 별개로 취급해야 한다. ‘투 트랙’으로 저작권은 저작권대로, 음란물은 음란물대로 다루면 그뿐이다. 이를 섞어 포르노의 저작권 판단에 ‘윤리성’을 끌어들이는 시도는 위에 살펴본 것과 같이 바람직하지 않다.


  1. 음란 포르노 저작권 판례

    음란 포르노 저작권 판례

  2. 2017. 12. 5. 선고 2015라1508. 서울고등법원 제5 민사부(재판장: 한규현)

  3. 이는 앞서 인용한 2015년 대법원 판결문의 첫 문단에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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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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