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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염려로 정권교체 미루지 마라" – 미국의 경제학자가 한국 시민들에게 쓰는 편지

나는 미국 뉴욕시립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경제학자다. 초임 조교수로서 공공에 완숙지 못한 견해를 전달하기보다는 열심히 나의 이론들을 만들고 검증받고 이를 가르쳐야 하는 시기임을 잘 알고 있기에, 검증된 근거와 함께 경제학자로서의 권위를 실은 견해를 피력할 수 없는 이 글을 쓰는 것에 마음이 매우 불편하다.

하지만 혹여 ‘경제위기가 닥쳐 우리의 삶이 파괴되지는 않을까’라는 불안한 마음에 당장 해야 할 정권교체를 망설이고, 머뭇거리고, 제때 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에서 개인적인 견해를 담은 이 편지를 한국에 있는 나의 가족, 친구 그리고 이웃들에게 쓴다.

현재 한국에 발생한 우스꽝스러운 사건을 너무 창피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미 한국은 민주국가체제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18년간 정권을 장악했던 독재자의 사망 33년 후 그의 자식에게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정권을 쥐여준 이해할 수 없는 나라로 미국사회에 알려진 지 오래다.

박근혜 독재자의 딸

‘독재자의 딸’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타임’ 표지를 장식한 박근혜 대통령. (2012년 12월 17일 자)

다른 나라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현재 당면한 과제인 정권 교체를 시급히 달성해야 할 필요성을 알리고자, 또한 행복한 삶의 영위를 위한 당신의 건강한 경제활동을 장애물 없이 유지키 위해 필요로 하는 정치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알리고자 이 편지를 쓰니 한번 읽어보고 심각하게 고민해 보길 간절히 바란다.

1. 경제위기가 올 것이란 위협에 속아 정권교체를 망설이거나 늦추지 말라

미래에 생길 경제현상은 확률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이기 때문에 위기가 오는지 오지 않는지는 이 우주에 존재하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설령 한국경제에 위기가 찾아왔다고 해서 꼭 그것이 당신의 경제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 그렇지 않은지도 알 수 없다.

따라서 현재 닥치지도 않았고 올지 오지 않을지도 확신할 수도 없는 경제위기 때문에 당장 닥친 정치, 행정, 사법 구조의 붕괴를 내버려 두고, 매우 시급한 정권교체를 늦출 필요는 전혀 없음을 밝힌다. 경기변동은 확률적으로 발생하는 단기적인 현상이기에 이를 확실하게 예측하는 것도, 막는 방법도, 대비하는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주식 주가 하락 추락 경기하락 투자위험 경제

단, 혹여 발생하게 될 경기 침체에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선량한 당신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방법을 정치지도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밝혀 두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현재 닥치지도 않았고 생길지 말지도 확실치 않은 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정치, 행정, 사법 구조를 망치고 있는 저 만신-무당 집단들과 보수라는 이름의 기회주의자들을 걷어내는 시급한 과제들을 처리하는데 망설임을 가지지 말라.

또한, 정권교체에 있어 “경제 민주화”니 “신자유주의”니 하는 근본 없는 담론에 매몰되지 말라. 최소한 경제학적 근거가 이론적으로도 실증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비전문가들의 설에 지나지 않음을 명심하라.

2. 경제성장 운운하는 자를 정치지도자로 선발하지 말라

시장경제체제 국가의 경제성장에서 정부의 역할은 이론적으로도 실증적으로도 아무런 근거가 없다. 물론 모든 경제현상이 확률적으로 발생하므로 그런 일이 우연한 경우로 생길 순 있으나, 근본적으로 정부 재정지출은 우리 개개인이 노동, 혹은 자본투자를 통해 만들어낸 부의 일부로써 저축하거나 소비를 할 수 있는 돈을 세금으로 걷어 다른 곳에 쓰는 것일 뿐 없는 것을 생산해 내어 쓰는 것이 아닌, 장기적으로 “아랫돌 빼 웃돌 괴는” 행위일 뿐, 실질적인 경제성장 효과가 정부재정지출로 직접 발생할 수 없다.

경제 돈

반드시 필요로 하는 공공재 확충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투자나 정치와 행정, 사법 분야의 안정적인 운영을 통한 간접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으니 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정치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경제성장 및 부의 축적은 개개인의 노력과 확률적으로 주어지는 운에 따라 얻어지는 것이지 위대한 누군가가 억지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라. 나의 행복한 삶의 영위를 위한 경제활동을 방해하지 않을 정치 지도자가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니 또다시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 거란 사기꾼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소중한 당신의 한 표를 낭비하지 마라.

3. 행정관료들의 급여를 올려주고 공무원 선발의 상시 개방을 약속하는 정치지도자를 뽑아라 

한국의 행정관료 선발 구조와 낮은 급여 및 낙후된 처우는 관료부패의 근본적인 원인이고 낙후된 치안 및 사회안전망으로 인한 사회불안의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 개개인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당신의 생명과 자산의 안녕을 보장해주는 일을 하는 공무원들을 왜 싸게 써먹으려 하는가?

그들이 부패에 연루되지 않고 자신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시민들을 위해 성심성의껏 일할 수 있도록 충분한 대우와 존경을 주도록 하라. 그리고 당신의 삶과 경제활동에 직접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는 공무원들은 유능한 사람들이어야만 한다. 이들을 누가 어떤 기준에서 만들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시험문제들을 많이 맞혀 통과한 사람들로만 한정 짓지 말라.

대한민국 정부 공무원

대한민국 정부 공무원

이는 시장경제체제에 반하는 관료선발제도로서 비효율을 발생시키고 인사권에 독점력을 부여하여 관료사회의 비리 및 부패의 원인이 된다. 듬직하고 정의감 넘치는 당신의 이웃집 청년이 언제든 경찰이 되어 당신과 당신 가족의 안전을 지키고, 수많은 소송과 사건들을 다뤄 보고 당신들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발 벗고 나서 권익을 대변해주는 고맙고 유능한 법률가가 언제든지 검찰이 되어 사법정의를 수호하고, 학원가에서 치열하게 강의 개발에 몰두하여 당신의 자녀들에게 공부의 즐거움을 일깨워준 학원 선생님이 언제든 학교의 선생님이 되어 참된 공교육 실현에 앞장설 수 있다면 어떤가?

유능한 행정관료의 최종 종착지가 더는 직업정치인이 되지 않도록 그들을 대우하고 충분한 존경을 표하도록 하라.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천박함과 특수직종에 대한 맹목적인 지향만 버린다면 특별히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4. 공정한 분배를 고민하는 정치지도자를 뽑도록 하라

2011년 한국에 있던 당신은 1960년에 그들보다 26배 잘 살고, 1970년보다 15배 부유하며, 1980년의 그들보다 6배 정도의 부자다. 단지 소득성장속도가 느려졌다고 해서 패배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다. 문제는 2011년 한국에 있는 당신은 1960년의 그들보다 15배 유능하고, 1970년보다 9배 유능하며, 1980년에 그들에 비해 5배 유능하기 때문에 1960년에 15명이 할 일을, 1970년에 9명이 할 일을, 1980년에 5명이 한 일을 혼자 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일자리의 절대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15명이 하겠다고 달려들면 모두 망하고 오직 싼 값에 당신의 유능한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게 된 기업이나 사업가만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니,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 일을 할 수 있게 양보하고 생산된 부를 다툼이 없는 선에서 나눌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단, 일하게 된 자가 생산된 부를 나누려 하지 않을 때 언제든지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을 항상 갖추고 있어야 하는 점을 잊지 말라.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이러한 문제들을 잘 인식하고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하는 정치 지도자를 선발토록 하라. 단 소득이나 부의 분포 현상에 대한 검증되고 확립된 경제이론이 없으므로 ‘이렇게 저렇게 하면 부의 공정한 분배가 달성될 거다’라는 확신에 가득한 몽상가들은 피하도록 하라.

노동자

마지막으로 한국에 있는 당신들이 이룬 경제성장과 부유함은 적게 쓰고 많이 일한 당신들 개개인의 노력을 통해 얻은 것이지 정치 지도자 개인의 역량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명심하고 이웃에 친절하고, 가정에 충실하며, 주어진 일에 책임감 있게 임하는 당신의 삶을 정치나 행정이 방해하지 않도록 당신과 같이 평범한, 이웃에 친절하고, 가정에 충실하며, 주어진 일에 책임감 있게 임하는 사람을 정치 지도자로 선발하길 강력하게 권하는 바이다.

좋은 집안에서 나고 자라, 좋은 학교를 나오고, 칭송받는 일만 하고 살아온 사람들이 평범하고 사람 좋은 당신의 권익을 대변해 주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라. 부디 좋은 정치지도자를 하루속히 선발하여 한국에 돌아갔을 때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나의 가족, 친구, 이웃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이 편지를 마친다.

2016년 11월 5일 부산역과 서면에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부산역에서 하야 촉구 부산시민대회를 열고 있는 부산 시민들.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1085557.html

2016년 11월 5일 부산역과 서면에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부산역에서 하야 촉구 부산시민대회를 열고 있는 부산 시민들.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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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심형석
초대필자. 교수

뉴욕시립대에 재직 중인 경제학 교수 심형석이라고 합니다. → 필자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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