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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생에서 드라마 같은 짜릿한 역전을 꿈꾸지 않나요?”

장애인 시설에서 20년을 살다 나온 장희영 씨의 말이다. 희영 씨는 강원도에 있는 모 시설에서 20여 년을 살았다. 와상 중증장애인으로 침대에만 누워 있어야 했다. 희영 씨는 그렇게 방안 천장만 쳐다보다가 자기 인생에 종지부를 찍는다고 생각했다.

천장만 보던 삶에서 탈출하다 

그러다 세월이 가고 강산이 변하고 나니 자기와 같은 중증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자립한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우여곡절 끝에 그녀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포기할 수 없었다. 적막하고 무료한 이 무색의 추방지대, 시설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그녀의 가슴은 뛰었다. ‘탈시설'(장애인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자립하는 것)해야 한다. 그렇게 그녀는 인권단체와의 인연을 놓치지 않았다.

“우리는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다. 더 멋지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온 것이다.”
-로빈 샤르마

자립해서 함께 사는 장 씨(왼쪽)과 김 씨(오른쪽)
한 시설에서 자매처럼 지내다 자립해 함께 사는 희영 씨(왼쪽)와 경남 씨(오른쪽) ©고은경

그런 희영 씨는 이제 서울 길음동 뉴타운의 한 아파트에 산다. 같이 탈시설한 동료 김경남 씨와 함께. 그리고 희영 씨는 장애인극단에 들어가 어릴 적 꿈꾸던 연극배우가 되었다. ‘역전 만루 홈런’, 그녀의 인생을 다룬 연극이다.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그녀가 중도장애로 이혼과 자녀와도 이별하며 홀로 시설에서 늙어갈 때 찾아온 탈시설의 기회는, 그녀에게 인생 역전 만루 홈런과 같은 사건이었다.

이제 그녀에게는 자신의 집이 생겼고 활동보조서비스가 있으며,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그녀와 함께 나온 발달장애인 김 씨 역시 장애인 야학에 다니고, 미술과 음악 활동을 하고 각종 행사에 출연하고 참석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장 씨는 배우가 되어 그녀의 인생을 다룬 ‘역전 만루 홈럼’의 무대에서 열연하고 있다. (출처: 비마이너) http://www.artpan.net/beminor111224/
희영 씨(왼쪽)는 배우가 되어 그녀의 인생을 다룬 ‘역전 만루 홈런’의 무대에서 열연하고 있다. (출처: 비마이너)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없는 희영 씨, 가족과 어릴 적 헤어져 버린 경남 씨는 그렇게 새로운 가족이 되었다. 그녀들의 인생은 장애인이 하루 세끼, 등만 따뜻하면 그걸로 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NO’라고 답한다. 더 멋지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성취하러 나도 왔고 당신도 왔고 그녀들도 왔다.

우리도 동네에서 살고 싶다! 

희영 씨와 경남 씨의 인생에 파문을 던진 우리는 바로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이하 ‘발바닥행동’)이다. 장애인의 시설수용을 당연시하는 침묵의 카르텔을 깨기 위해, 발바닥행동은 전국의 장애인시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비리를 파헤치고 인권문제를 고발한다.

2012년 2월 22일에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가 발달장애인도 동네에서 살고 싶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비마이너)
2012년 2월 22일에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가 발달장애인도 동네에서 살고 싶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비마이너)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2016.10.8. 방영)에 방영된 대구 희망원 사건과 같은 일들이 전국에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있고, 그런 사건들 때문에 늘 바쁘다. 그러나 우리가 더 바쁜 이유는 ‘나쁜 시설에서 좋은 시설로 바꾸면 되지 않느냐는 보통의 시각을 바꾸기 위해서’다. 담당 공무원들은 일부가 문제이므로 좋은 시설로 사람들을 옮기거나 좋은 시설로 변화시키자는 것으로 결론을 내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전국의 시설 거주인들을 만나 얻은 결론은, ‘세상에 좋은 시설은 있을 수 없다’이다. 집단생활은 필연적으로 규율과 통제를 낳게 되고, 개인의 자유로운 일상을 보장받을 수 없다. 대구 희망원과 같은 문제는 개인의 일탈과 범죄이기도 하지만, 시설이라는 집단수용이 가진 구조적인 문제이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가난하기 때문에 시설에라도 거주하는 것을 다행이라 여기라는 사회의 인식, ‘다 당신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이제 장애인들은 소리치고 있다.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만 말고, 내 말을 들어줘!’ 우리는 이 외침에 울림통이 되기 위해, 시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뛰쳐나와 자신들의 짜릿한 인생역전을 만들도록 이들을 지원하고 정책을 만들고 법을 만든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들

돈도 없고 빽도 없지만 우애의 힘으로

장애인 거주시설을 운영하는 것이 사업화된 대한민국이다. 가업(家業)으로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하며, 법인대표와 시설장과 사무국장을 가족끼리 맡으며 족벌세습 운영이 당연시 된 지 오래다. 이런 사회복지의 현실에서 발바닥행동은 투명성과 공공성, 탈시설과 인권을 외치니 정부도 복지계도 좋아할 리 없다. 당연히 정부지원도 기업지원도 받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발바닥행동은 설립부터 선언했다.

‘정부와 기업의 돈을 받기 위해 장애를 팔지 않는다.’ 이러한 발바닥행동의 정신으로 지금까지 11년 동안 운영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우애의 힘’이었다. 다들 없는 살림에 쪼개준 회원들의 회비로 발바닥행동이 운영되고 있다. 2~3년에 한 번씩 열리는 후원행사도 순전히 회원들의 참여로 만들어진다. 11년을 변치 않고 잊지 않고 매달 회비를 내주고 발바닥행동의 후원행사를 마치 절친의 경사처럼 챙겨주는 회원들이 우리는 늘 고맙다.

발바닥행동을 지켜주는 회원들
발바닥행동을 지켜주는 회원들

인권활동의 현장을 지킬 수 있도록

안타깝게도 인권단체가 오랫동안 초기의 정신과 활동력과 활동가를 남길 수 있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활동가들이 인권활동을 하면서 생계를 위한 주업을 따로 갖기는 힘들다. 후원을 해주는 회원들을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안 오른다. 나아가 후원금은 줄어든다. 최저임금만큼은 활동가에게 줘야 한다는 원칙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우리는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자는 알바연대의 단식농성을 보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원 없이 활동하도록 인권활동의 현장을 오랫동안 지킬 수 있도록 우리는 다시 한 번 후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행사 제목은 ‘짜릿한 역전’, 당사자들의 탈시설이 짜릿한 역전이듯이 지금까지 달려온 탈시설운동도 짜릿한 역전의 순간순간이 쌓여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에 오늘 슬로우뉴스의 독자들에게 청한다. 우리가 탈시설운동과 인권활동의 현장을 지킬 수 있도록 우애의 힘을 모아주시라!

[box type=”info” head=”2016년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후원주점 “짜릿한 역전””]

■ 일시: 2016년 10월 15일 (토) 오후 3시부터
■ 장소: 육갑(대학로점)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83 현대엘리베이터 지하 1층(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
■ 후원: 국민은행 752601-04-210725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 연락처: 02-794-0395 / footactara@gmail.com

♥ 티켓 구매는 연말에 기부금영수증 발급 가능합니다. 기부금영수증이 필요하신 분은 연락주세요!

발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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